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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게 My diary(log) 2008. 6. 27. 22:15
病(병)에게
조지훈(趙芝薰)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면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音階(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生(생)의 畏敬(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虛無(허무)
나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직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마를 짚어 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生(생)에의 집착과 未練(미련)은 없어도 이 生(생)은
그지없이 아름답고
地獄(지옥)의 형벌이야 있다손 치더라도
죽는 것 그다지 두렵지 않노라면
자네는 몹시 화를 내었지

자네는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네는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날 몇달을 쉬지 않고 나를 說服(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에게 傾倒(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 가게 이 친구
생각 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 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人生(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전날 오전부터 시작된 모임의 여파로, 초저녁에 잠이 들었는데, 새벽녘에 친구의 연락으로 잠이 깼다. 느닷없이 동해안 일출보러 가자는 것이었다.



오전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양떼 목장에서 출발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채 오후 2시가 되지 않은 시각. 하루를 거저 얻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지만, 그 남은 하루는 잠으로 보내야만 했다. -_-;;
어찌저찌하여 결국 살아서 귀환했습니다만, 돌아오는 그날까지 사고로 점철된 여행이었습니다. 까딱하면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지 못할 뻔 했거든요.

다소 인종차별적 태도를 경험한 것이었는데, 평소 같았으면 마구 항의했겠지만, 워낙 경황이 없어서 분루를 삼키며 참아야만 했었네요.

이륙 10분전이 되어서야 간신히 비행기에 탈 수 있었고, 나름 추억에 잠기며 미국땅을 떠날 것을 그렸었지만, 거친 숨소리와 흐르는 땀줄기로 미국에서의 마지막 기억을 매조지하게 되었네요.

약 7천장을 상회하는 사진들을 정리하느라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마무리 하는 대로 여행기를 한번 올려보겠습니다.

걱정해주신 분들(있을지는 모르겠지만...)께 인사드립니다.

잘 돌아왔다구요...
미국에 도착한 첫날부터 사고가 터졌다. 본래 여행이라는 것이 예기치 않은 요소들의 연속이고, 또 그것이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기도 하겠거니와, 본인에게 있어서 이제 PC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필수 기기이며, 이번 여행에서도 디지털 사진들의 백업과 각종 정보 수집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기대해야 하는 것인데, 이 기기의 액정이 깨어져버린 것이다. 흘흘~

약 1/4만 정상 작동하고 있는 액정을 통해 LA에 있는 애플스토어의 위치와 전화번호를 알아내었고, 서투른 영어로 수리 예약을 걸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찾아가서 상담을 받은 결과... 무려 800달러라는 수리비가 든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마저도 텍사스에 있는 공장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약 1주일이 소요된다는 말까지 겯들여져서 그야말로 본인을 패닉상태로 만들어버렸다.

결국 miniDVI-Video 포트와 3.5파이-스테레오 콤포지트로 변환해주는 잭을 구매해서 모텔에 있는 TV에 연결하는 것으로 간신히 PC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다. 간혹 전혀 input인식이 안되는 TV들을 만나 고생하기는 해도, 아직까지 사진들 백업과 정보 수집을 할 수 있으니 불행중 다행이랄까...

집떠나면 고생이라지만, 그래도 그 와중에서도 소싯적에 많이 들어왔던 위기관리 능력이 아직 조금은 남아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놀라고 있다. 물론 이전과는 달리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 때문이겠지만...
막상 떠나려고 하니, 일들이 많이 생기나 보다.

본래 만나기로 했던 친구는 독일에서 귀국 후 연락이 없고, 갑작스럽게 개인적 일들이 생긴 친구 둘이 한국을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나를 찾아왔다.

우여곡절 끝에, 본인의 인생에서 두 번째로 미국을 찾아간다. 어느덧 강산이 거의 한번 바뀔 즈음이니 그곳도 변해있겠지. 그리고 잃어버린 넓은 가슴을 찾고, 다시금 세상을 향해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돌아왔으면 좋겠다.

이제 출발이다.
여러가지 고민거리가 많아서 심란하네요. 신경써야 할 일이 많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 지도 모르게 총알같이 지나갑니다.

덕분에 또 이곳은 잡초가 무성한 곳이 되어버리는군요. 에휴~ 매일 일기 쓰겠다고 했던 결심은 결국 2달을 못 채우고 흔들려버렸습니다.

30년 이상 몸 담고 있던 곳을 포기하고 떠난다는 것이 참 제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게다가 이 곳이 망조가 뚜렷하게 보인다는 점은, 저로 하여금 도망자의 심정으로 만드는군요.

그냥 착잡한 마음에 잠 못이루는 주말 저녁... 몇 글자 적어봅니다.

p.s. 16일에 출국합니다. 뭐 얼마 뒤 다시 돌아옵니다만, 그 땐 떠나는 것에 좀 익숙해지려나요...
곧 해외로 나가게 될 것을 대비하여, 전화기를 장만했다. 그리고, 함께 패키지 상품으로 나온 공유기도 장만했다. 평소 집에서 사용하는 100Mbps의 속도를 지원하는 무선 공유기가 없어서 계속 망설였는데, 802.11n 공유기 가격도 많이 떨어진데다, wi-fi 전화기 2대와 함께 구매하니까 매우 저렴하길래 과감하게 질러줬다.

처음엔 802.11g짜리 무선 랜카드를 AP로 변환하여 만든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서 통화를 시도해봤더니 아주 약간의 잡음이 들렸는데, 공유기로 교체하고 나니, 일반 전화 만큼이나 깨끗했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 밖에서도 전파가 잡히는 것이 꽤 만족스러운 세트이다.

스카이프 가입자끼리는 무료전화이므로, 해외에 나가서도 전화요금 걱정없이 전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러, 일전에 cube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mp3p의 수리를 맡겼는데, 수리비로 2만원이 필요하다고 하길래, 조금 더붙여 보상구매를 하기로 했다. cube가 작고 가볍긴 해도, 그만큼 재생시간이나, 음질, 내구성 면에서 핸디캡이 너무 큰 단점이 있어서 역시 다른 기종으로 갈아탔다. (cube는 벌써 3번째 a/s 였다.)

새로 구매한 mp3p는 T-10으로 알려진 모비블루의 신제품. 4G가 모델인데, 어째 아이팟 터치의 축소형 같다. 압력식 터치스크린을 사용하고 있지만, 쬐그만 화면으로 320x240 해상도의 동영상까지 재생해주는 재주꾼이다. 배터리도 모비블루 라인업 가운데 가장 큰 용량인 녀석으로 선택했다. 4G만 음악 부족으로 고생할 일은 없을 것 같다.

한동안 구매가 뜸했었는데, 갑자기 전자제품으로 왕창 구매를 하니, 아내가 적잖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내 나름대로는 꽤 고심과 오랫동안 저울질을 거친 결과인데...
다시 명절이 찾아왔다. 가족사의 뒷 이야기를 알 게 된 지난 해 이후로 명절이 달갑지만은 않다. 그래도 아내의 입장도 있고 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 본가로 향했다.

명절 때 만날 가족을 떠올리면 입가에 미소가 어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본인과는 거리가 먼 다른 나라 이야기이다. 명절이 되면 항상 집안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수위가 올라간다. 이날도 숙모와의 마찰로 인해 숙부님 가족들은 거의 정오가 되어서야 합류를 했고, 이로 인해 오전 내내 유쾌하지 못한 분위기가 집안을 지배했다. 본인이야 늘상 겪는 일이니 익숙하기까지 한 일이지만, 아내가 이런 분위기에 적지 않게 당황하는 것 같다.

항상 명절 때 친척들이 모이면, 먹고 TV보는 것이 전부였던 패턴을 깨보고자 몇년 전부터 보드게임을 들고가기 시작했는데, 올해 명절에는 그 목적이 좀 바뀌었다. 어색해지는 분위기와 굳어지는 내 마음을 감추고 싶은 것이랄까. 사실 숙부님 가족들은 재작년의 포뮬라 드 영향으로 보드게임을 아주 달가와하지는 않는 눈치이다. 그래서 항상 점심만 먹고 한 두시간 뒤면 어떤 핑계로든 귀가해버리곤 한다. 설이나 추석 당일 늦게 와서 점심만 먹고 돌아가는 일. 이것이 숙부님 가족의 명절 보내기이다.

이번 설에는 평소 자주 보기 힘들었던 친척들이 많이들 찾아왔다. 큰 고모의 장녀인 일임이 내외가 벌써 4살이 된 아들과 함께 찾아왔다. 그리고, 순천에 거주하느라 명절 때 거의 얼굴을 볼 수 없었던 큰 고모님도 찾아오셨다.

조카가 되는 일임이 아들은, 또다른 조카인 예은이(본인 친동생의 딸)에게 처음엔 신기한 눈길로 쳐다보더니, 이내 관심의 중심이 자신에서 멀어지는 것을 감지했는지, 견제 심리가 발동한 모양이다. 안 그래도 부모라 맞벌이인지라, 부모의 사랑이 아쉬운 티가 나는데, 유난히 심술을 부리는 모습이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 자녀를 키운다는 것은 정말이지 고도의 집중력과 희생을 요구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제 명절에 가족간 회동을 하는 일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자, 심란했던 마음이 다소 가라앉는 느낌이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남편이 본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집안의 며느리의 어려움을 토로했는데, 많이 미안했다. 그래도 큰 불평없이 명절을 보내준 아내에게 감사하고, 항상 명절 때마다 중노동에 시달리신다는 이유로 뒤늦게나 찾아뵙게 되는 처가 식구들께 송구스럽다. 그래도 모두들 새해에 좋은 일이 많으시길...
지난 주에 Tom Vasel과 만나기로 약속했던 날이라, 점심 먹고 의정부로 출발을 했다. Tom과의 만남에는 여기저기 얽힌 일화가 좀 있다. 우선, 지난번 What's it to Ya의 공동구매 때문에 메일을 주고받게 된 Mike Petty의 소개로 Tom이 먼저 전자우편을 보내왔다. 이후로 일정을 잡으려고 할 때마다 조금씩 어긋나서 거의 석 달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다시 Mike가 메일을 보내왔다. 내용인 즉, "너희, 아직도 안 만났냐?" 였다. 결국 나와 Tom의 만남이 국제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전화를 걸어서 약속을 잡았다.

물론 혼자보다는 여럿이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주변의 보드게임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신청자를 모집했건만 역시나 불발탄. 아니 신청자는 있었지만, 이날 오전, 정확히는 12시가 다 되어서야 불발탄으로 판명이 났다. 수원에서부터 불참하는 아빠들을 대신해서 아기 엄마들을 모시고 우리 집으로 올 계획이던 리키마틴님이 아내의 급전을 받고 불발탄을 날렸던 것이다. 사실 이 내용을 이날 오전에 메신저를 통해 민샤님께 전달 받았고, 이후 나와 아내는 의정부로 출발한 것이었는데, 돌아와보니 상당한 오해가 누적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런 종류의 오해에 몇 달동안 시달려온 나로서는 앞뒤 안 가리고 모든 채널을 닫아버리고 싶은 충동까지 느꼈지만, 그래서는 안될 것 같아 정중한 해명글을 올렸다. 시간이 흐를 수록 인간관계에 대해서 점차 자신이 없어지는 걸 느낀다. 정말 칩거에 들어가야할 것 같다.

어쨌든, 의정부까지 가서 Tom과 처음으로 만났다. 그는 큰 키에 상당한 덩치의 소유자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예의 바르고 정중했다. 게다가 다섯 딸의 아버지였다. 집은 거의 촌구석에 있었고, 아주 좋은 집도 아니었지만, 넓이만큼은 상당했다. 게임 보관과 아이들 양육이라는 조건에는 적당한 조건이랄까.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Tom은 나와 같은 나이였다. 나보다 불과 2개월 정도 생일이 빠르다고 하던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다섯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느냐고 묻자, 나더러 서두르는 것이 좋을 거라고 말했다. (음? 뭘?)

예상대로 엄청난 소장품, 그리고 학교 사무실에도 만만치 않은 소장품들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상당수의 게임들은 리뷰를 부탁하는 제작자들 덕분에 무료로 공급받는다고 했다. 하긴 그는 개인의 홈페이지 뿐만 아니라 보드게임긱, Funagaindice tower라는 인터넷 방송까지, 보드게임 분석가로서 상당히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으니, 그정도 특전(?)은 누릴만 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의 소장품 구경에 정신이 팔린 동안, 아내는 Tom의 아이들에게 완전히 포위되었다. 한국 아이들이라면 으례히 할 것 같은 낯가림도 이 아이들에겐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 같다. 우스개지만, 아이들이 아내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 것 같다.

가볍게 한 게임을 하기로 해서, Power Grid를 선택했다. 이번에 출시된 새로운 발전소 카드덱을 사용하기로 했다. Tom에 말에 따르면 발전소가 좀 더 강력해졌고, 확장 게임을 위한 발전소도 추가되었다고 한다. Tom과 그의 아내, 그리고 우리 부부 내외까지 4인 게임으로 진행했는데, 아무래도 아이들 때문에 신경이 분산되는 것 같아서, 내가 좀 서둘러서 종료조건을 만들어버렸다. 내가 다음 라운드 발전에 필요한 자원까지 모두 사놓은 상황인지라 전혀 예상을 못했기 때문이겠지만, Tom이 적잖게 당황하는 기색이다. 하긴 그는 내 덕분에 그 게임에서 꼴지가 되어버렸다. 본인은 3등이었고, 아내가 1등을 차지했다. 젖먹이 아이를 안고 고군분투했던 Tom의 아내는 2등을 차지했다.

피자로 저녁식사를 해결한 우리는, 아이들이 제법 큰데도, 게임에서는 소외시키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애들도 할 수 있는 게임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Tom이 보관장에서 애들용 게임을 몇 개 집어왔는데, 게임 자체는 그다지 흥미로울 것이 없는 것들이지만, 아이들이 즐거워 하는 걸 보니 우리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다섯 아이의 아버지인 Tom은 왠지 좀 아이들이 성가신가보다. 흘흘~ 하긴 나 같아도 매일 다섯 자매들에게 시달린다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게임을 마치자, 아이들이 갑자기 일제히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 후 모두가 잠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아내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운 모양이다. Tom 일가가 슬슬 피곤할 것 같아서 작별을 고하고 귀가길에 나섰다. 그런데 때마침 설 연휴의 시작이라 하행길이 지독한 정체에 거렸다. 약 60여 킬로미터의 거리이고, 길의 대부분이 고속도로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집에서 의정부로 갈 때는 1시간 정도 밖에 안 걸렸는데, 귀가길에는 무려 3시간이 넘게 소요되었다.

역시 전날과 마찬가지로 귀가와 함께 우리 둘 모두 뻗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