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의 정착자 (부제: 철도를 따라) - 카탄 역사 시리즈 (2010년 작) 게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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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역사적 배경이 강하게 스며들어있는 게임을 좋아합니다. 특히 역사를 간접체험하는 거라면 물불을 못 가립니다.

그리고, 카탄은 보드게임에 입문하는데 있어 최상의 교보재입니다. 그래서 저 자신도 좋아할 수 있고, 보드게임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카탄 역사 시리즈를 주목했습니다. 마침 보드엠의 송년파티 때 믿어지지 않을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를 하고 있길래 하나 구매했습니다.

이번 역사 시리즈는 미국이더군요. 광활한 북미 대륙을 배경으로, 서부개척시대를 그리고 있는 2010년 카탄 신작입니다.

구입 후, 지금까지 보드게임이라는 것을 처음 접해본 이들과 세 차례 진행을 했는데, 역시나 카탄은 카탄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네요. 모두들 몰입해가며 즐겼고, 그리고, 저 역시도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가볍게 후기 들어갑니다.

1. 세련되어졌다.

카탄이 첫 작품을 선보인 이래 15년의 시간이 흐른만큼, 그간의 노하우가 반영된 이번 신작은 세련되어졌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게임판의 구성도 그렇고, 규칙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더군요. 특히 승점 10점이라는 종료조건이 사라지고, 대신 게임판 위의 진행상황으로 종료조건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그동안 카탄의 갑작스런 게임 종료에 당황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지 않게 반가워할 요소가 아닐까 합니다.

2. 상호관계가 강화되었다.

카탄이 본래 상호관계(interaction)이 아주 부족한 게임은 아닙니다만, 최장 무역로와 최강 군대는 왠지 투박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양새가 조금은 원초적인 것처럼 느껴졌으니까요.

이번 신작에서는 승점 요소가 사라진 만큼, 최장 무역로와 최강 군대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대신, 철도와 상품 수송이라는 요소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상품수송은 승점 대신 승리 조건으로 등장합니다. 상품 수송을 가장 먼저 완료하는 것이 게임의 목표입니다. 상품 수송은 한 도시에 하나만 가능하므로, 이는 게임 참가자들 사이에 공간 선점 경쟁을 유발합니다. 기존 카탄보다 훨씬 상호관계가 강화된 느낌을 주더군요.

3. 게임 내 요소들이 유기적이다.

게임의 목적은 상품 수송입니다. 그 상품 수송을 위해서는 도시를 건설하고, 철도를 건설하고, 열차를 이동해야 합니다. 도시를 건설하려면 정착자가 나와야 하고, 도시 건설 예정지로 이동해야 합니다. 이처럼 게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행동들이 유기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가 없습니다. 오리저널 카탄을 하다보면, 누군가는 군대에만 집중하고, 누군가는 도로에만 집중하는 등, 테크 선택에 따라 버려지는 게임 요소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번 신작에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든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서 골고루 선택해야만 합니다.

4. 좌절 요소를 감소시켰다.

카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초기 배치입니다. 확률적으로 높은 곳에 배치한 도시와 그렇지 못한 도시의 차이는 확연하지요. 물론 오리저널 카탄도 숫자 토큰 뒷면의 알파벳을 통해 자원이 집중적으로 나오는 곳 특정 지역을 방지하긴 하지만, 그래도 특정 자원이 집중해서 나오는 경우까지 완전히 방지하지는 못합니다. 게다가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의 경우, 주사위 숫자의 확률이나 자원 중요도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좋지 못한 자리에 초기 배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특정 자원만 마구 생산되거나, 아예 자원 생산하는 차례에 손가락만 빨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밸런스가 잘 맞는 고정지도는 이러한 경우를 확연하게 줄일 수 있습니다. 아주 기가 막히게 좋은 장소도 없고, 눈물 나게 불리한 곳도 없습니다. (물론 해안가의 경우 좀 그렇기 하지만, 그 곳에 초기 배치 도시를 놓을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일체의 임의성을 없앤 것도 아닌 것이, 9~11까지의 토큰을 놓는 곳을 둠으로써, 일정한 정도의 임의성도 확보했습니다.

카탄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남들 다 자원 챙길 때, 손가락만 빠는 사람의 심정을. 이번 신작 카탄은, 이렇게 밸런스를 맞춰도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손가락 빨기 사태에 대해, 금을 한 개 보상으로 지불하는 인간다움을 갖추었더군요.

금 2개는 자원 1개로 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게임에서 상당한 중요도를 갖습니다.

5. 무법자의 영향력 약화

카탄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존재는 도둑입니다. 특히 자기 차례가 돌아오기 전에 8장 이상의 자원카드를 손에 들고 있는 사람에겐 크나큰 시련이지요.

본래 도둑은, 자원 사재기를 막기 위한 요소이지, 지뢰 밟기를 통한 변태 가학적 즐거움을 게이머에게 주기 위한 요소는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오리지널 카탄에서는 불가피하게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곤 하지요.

이번 신작에서는 한 사람의 차례가 끝날 때마다 모두에게 추가 건설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무법자에 의한 약탈 위험을 한층 감소시켰습니다. 카드를 쓸 수 있는 기회를 그만큼 많이 제공하니까요. 이제 비로소 디자이너가 원했던 무법자(도둑)의 존재 목적을 달성했다는 느낌입니다.

6. 공간의 의미 강화

조립식 보드와 고정 게임판의 차이입니다만, 공간이 주는 의미가 오리지널보다 조금 더 강합니다. 특히 추가 철도와 숫자 토큰의 이동이라는 요소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부 개척에 동참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하다보면, 점점 살기 힘들어지는 동부를 떠나, 신천지를 개척하려는 “아메리카의 정착자”의 심정에 동화되어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도시 예정지 마다 지명이 적혀있고, 해당 지형들이 실제 북미 대륙의 지형과도 유사하기 때문에 더욱 몰입할 수 있습니다.

자유도를 제약한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이런 정도의 가이드라인 제시는 역사 간접체험이라는 측면과 몰입도 면에서 훨씬 긍정적이다 라는 게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7. 총평

결론적으로, 세련되어졌고, 역사적 배경도 충분히 반영했으며, 상호관계도 더욱 강화했지만, 우발적 요소에 의한 좌절은 오히려 감소시킨, 그동안 카탄을 하면서 느꼈던 아쉬운 점을 거의 대부분 보완한, 현재까지의 완결판 같은 느낌을 주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카탄은 카탄입니다. 여전히 주사위 한 번에 일희일비할 수 있는 요소가 있으며, 무법자로 상대방 자원 집산지를 틀어막을 때의 쾌감도 존재합니다. 그동안 카탄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던 요소들도 모두 잘 살아있습니다.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장점도 잘 살려낸 수작. 보드게이머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카탄의 추억을 다시금 꺼내어 빛내줄 좋은 게임이 우리 곁에 등장한 것 같아 반갑습니다.

아마도 한국을 떠나기 전에, 카탄을 가장 즐겼던 이에게 이 신작을 선물로 증정하고 돌아갈 것 같습니다.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분을 위해 간략하게 요약 규칙서를 만들어봤습니다. 예전처럼 완역할 스테미너가 못되는 지라, 요약 규칙서를 만들었지만 게임을 진행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겁니다. 특히 카탄을 이미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2010/12/30 - [Boardgame/Data Box] - 아메리카의 정착자 (부제: 철도를 따라) - 카탄 역사 시리즈 (2010년 작) 한글 요약 규칙서


오늘 광활한 북미대륙을 배경으로, 카탄 한 판 하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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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히트작 카탄의 정착자 (The Settlers of Catan)의 주사위 운이 싫으신 분들을 위한 카드 확장입니다. 다소간의 외국어가 포함되어 있어서, 이를 한글화 시켜보았습니다.

아직 저도 이걸 적용시켜서 게임 해 본 적은 없군요. 아쉽게도...


에센의 달이 다가와서 이런 저런 소식들을 챙겨보다가 After Essen Party라는 것을 발견했네요. 에센이 끝나고 이틀 뒤, 베를린에서 하는 파티라는군요.

http://www.boardgamenews.com/index.php/boardgamenews/comments/after_essen_game_party_in_berlin/

해당 홈페이지를 뒤적거리다가 또 꼬리에 꼬리를 무는 행사 소식, 바로 베를린 게임대회였습니다. 10월 3일~4일이더군요. 카탄의 개척자, 도미니언, 아니마 등의 토너먼트 대회가 있고, 카탄 토너먼트는 10월 2일 17시에 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걸 해당 홈페이지에서 본 시각이 10월 2일 16시였습니다.


10월 3일은 독일도 통일 기념일로 휴일입니다. 베를린에서는 분단 독일과 통일의 상징과도 같은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이런저런 행사들이 계획되어 있더군요. 하지만, 급격하게 추워진 날씨 탓에 상황 봐서 보드게임 모임이나 한번 다시 가볼까 생각중입니다.

그럼 모두들 행복한 추석이 되시길 바랍니다. (갑자기 뜬금없긴 하군요.)

아! 제 카탄 성적이요? 여기서 확인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