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비를 넘겼네요. 


멋진 청첩장이라서 받는 분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네요.


백문이 불여일견, 사진들 나갑니다.


[카드왕에서 보내온 사은품!! 여기에 뭘 넣지?]


[식권 쿠폰도 사은품!!!]


[여행을 떠나요!]


[티켓은 준비 되었나요?!]



[여권에 스탬프가 쾅!]


[고급 봉인의 느낌]

Long live the King의 주요 등장인물의 한글화 자료입니다.



"왕이여, 장수하소서!"라는 제목의 역할극 게임입니다.



제가 게임 소개를 하면 잘 안 뜬다는 징크스가 있습니다. 강력하게 밀었던 카품 Cavum이 그랬고, 꾸르티에 Courtier 역시 별 주목을 받지 못했지요. 

그러다보니 그동안 게임 소개글을 잘 안 쓰게 되었습니다만, 이 게임은 참을 수가 없네요. 홍샘님이 이 게임을 슬랩스틱 개그물로 만들어주셨기 때문이지요.

유쾌한 파티성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만만치 않은 게임성으로 올해 에센 슈필의 현장 순위에도 이름을 올린 그 게임. 소개 들어갑니다.

우리 나라는 본격적인 철도의 시작이 국영철도인데다, 국토가 좁아서 별 관련이 없지만, 민영철도로 시작한데다 땅덩어리가 워낙 넓어서 철길 전체를 보호할 수 없었던 미국의 경우, 보안이 꽤나 골치아픈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지금처럼 고속 열차도 아니었기 때문에, 좀 빠른 말을 타고 가면 따라잡을 수도 있었으니까, 달리는 열차는 매력적(?)인 약탈대상이었습니다. 돈 좀 있는 분들이 타는데다, 도망도 갈 수 없는 폐쇄된 공간이니까 말이지요.

이를 소재로 한 소설이나 영화도 꽤 많이 나왔습니다. 80일간의 세계 일주나, The Great Train Robbery가 그렇고, 보드게임으로는 Wyatt Earp도 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요. 서부 테마의 단골 소재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만, 와이어트 어프에서는, “무법자들이 이런 나쁜 짓을 했으므로, 현상금이 올라간다.”의 이벤트 가운데 하나입니다. 예컨대 “윌리 더 키드가 열차 강도를 저질렀으므로 현상금 인상”인 것이지요. 카드 제목에 관심없는 분들은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는 정도의 비중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게임은 본격적으로 열차 강도를 다룹니다. 보안관? 승객? 아니지요. 우리는 바로 그 열차 강도가 되는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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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t Express를 개봉하면 일단 구성물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엘 그란데 El Grande 급의 입체감을 주는 열차 때문이지요. 소시 소녀시대 적에 조립식 플라스틱 모델을 만져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보드게임으로도 그 재미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 가산점을 줄 것입니다. 다만, 중고로 구매한다면, 그 재미는 누군가가 가져가버린다는 점을 명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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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적인 구성물은 단지 눈요기감이나 손재미를 주는 수준이 아닙니다. 실제 게임에서도 열차의 지붕과 객차 안은 공간적 차이를 줍니다. 불필요한 구성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물론 선인장은 테마 몰입을 위한 소품입니다. 귀찮으시면, 그냥 안 만들어도 게임하는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여담이지만, 저희가 게임할 때, 전심님이 규칙서를 읽으시는 동안, 나머지 보톡스 멤버들이 열차 조립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전심님이 규칙서를 완독하실 때까지도 열차조립이 다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젼차로 니르고저 홀빼이셔도 첫 게임과 이후 게임은 게임 시간에서 꽤 차이가 날 텐데, 이를 감안하셔야 합니다. 하하~

게임 규칙을 설명하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한번 해보시면 바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니까요. 대신 게임에 어떤 요소들이 들어가 있는지를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로보랠리 Robo Rally와 히말라야 Himalaya 등에서 볼 수 있던 프로그래밍 메커니즘이 들어있습니다. 내가 이번 라운드에 할 행동들을 미리 설정하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게임들이 어떤 행동을 한 후, 그로 인해 변화하는 상황에 맞추어 새로운 행동을 선택하는데, 프로그래밍 메커니즘은 일단 행동 선택을 완료하면, 상황변화에 대처할 수가 없습니다. 좌충우돌의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져도 그저 웃을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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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꽤나 재미있는 메커니즘인데, 의외로 앞서 말한 두 게임을 제외하면 걸출한 프로그래밍 게임은 별로 없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의외성 때문에, 진지한 전략을 꾸밀 수 없다는 한계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로보랠리의 경우, 상대 로봇의 진로에 막혀서 어처구니 없게도 구덩이를 향해 돌진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히말라야의 경우, 상대방이 먼저 상품을 집어가버려서, 해당 장소에 뒤늦게 도착한 사람은 헛손질을 하기도 하지요. 

프로그래밍 게임은 게임 참가자의 의지와 상관없는 의외성이 빈발한다는 점 때문에 파티 게임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다른 요소를 첨가해서 온전히 파티성 게임으로 빠져버리는 것을 막았습니다. 맘마미아에서 볼 수 있었던 기억 메커니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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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참가자는 자신의 행동카드를 돌아가며 하나씩 선택해서 한 더미로 쌓아둡니다. 다른 참가자들은 그가 어떤 행동을 선택했는지 알 수 있으므로, 이에 맞춰서 자신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지요. 다만, 카드더미는 맨 위에 있는 한 장만 볼 수 있으므로, 이전에 어떤 행동을 선택했는지는 어느 정도 기억을 해야 합니다. 각 라운드에 게임 참가자가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은 3~5개에 불과하므로, 고도의 기억력을 요구하는 건 아닙니다. 따라서, 앞서 이야기한 프로그래밍 메커니즘이 유발하는 의외성이 많이 줄어듭니다. 

의외성이 너무 줄어버려서 게임의 재미가 반감될 것 같지요? 디자이너들이 그것도 다 배려해두었습니다. 열차가 터널을 통과할 때면, 게임 참가자는 자신의 행동카드를 뒤집어서 카드 더미에 넣게 됩니다. 

카드 행동들은 대부분 예상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약탈하기, 이동하기, 총질하기(인접 객차를 향해), 주먹질 하기(같은 객차의 상대방을 향해), 그리고 보안관에게 고발하기 등. 그런데 이 게임에서는 총질을 아무리 많이 당해도 좀 부상을 당할 뿐, 죽지는 않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서부테마 게임인 Bang!의 경우 게임 도중 탈락하는 사람이 나옵니다만, 이 게임에서는 적어도 탈락은 당하지 않습니다. 대신 일정한 불이익을 받게 되지요. 바로 도미니언 Dominion과 트레인즈 Trains에서 볼 수 있는 덱 빌딩 메커니즘으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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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언에서 영지 카드는 게임 종료 후 승점이 되지만, 게임 도중에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아니 오히려 방해만 되는 카드입니다. 트레인즈에서 산업 폐기물 카드는 아예 승점조차 되지 않으니, 틈날 때마다 제거해주어야 하는 장애요소일 따름이지요. 

콜트 익스프레스에서 보안관 혹은 상대 게임 참가자의 총질에 당하면, 피격 카드를 받습니다. 이 카드는 다음 라운드부터 내 카드 더미로 들어와서, 내 손에 들어올 수 있게 됩니다. 제한된 카드 장수를 받는 게임에서, 이런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카드가 들어오면,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의 선택지는 줄어들게 되지요. 트레인즈에서 산업 폐기물 카드와 같습니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행동 선택 대신 카드 몇 장 더 집어와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참고로 게임에서 가장 많이 총질을 당한 홍샘님은 이 카드들을 탄피라고 부르더군요. 게임 마치고 정리할 때 그러더군요. “각자 탄피 찾아가세요.” 사격장의 행보관 같은 목소리였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걸죽한 메커니즘 세 가지를 잘 “녹여낸” 작품입니다만,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시타델 등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캐릭터도 첨가되어 있더군요. 총질 더 잘하는 놈, 다른 놈을 방패 삼아서 잘 피하는 놈, 자기 행동을 잘 숨기는 놈놈놈 등…. 게임에 깨알 재미를 더해주는 캐릭터들이 여럿 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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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승객들 패싸움, 열차 급정거, 빡친 보안관 등 라운드마다 독특한 이벤트가 발생해서 게임의 재미를 배가해줍니다.

재미를 위해 저희의 첫 게임을 간략하게 복기해보겠습니다. 저(Equinox)와 홍샘, 가이오트님, 전심님 그리고 사자마왕님의 5인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맨 뒷 객차에 세 명, 그 바로 앞 칸에 두 명이 탑승합니다. 그리고 시작과 동시에 전심님과 사자마왕님은 서로 총질을 시작합니다. 저랑 홍샘님은 열차 지붕으로 올라가고, 가이오트님은 푼돈 수거를 시작하네요.

첫 라운드에는 모두 조신(?)하게 객차에서 구걸, 돈 수거… 약탈을 해서 푼돈이나마 조금씩 들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두번째 라운드가 되니, 모두들 상대가 들고 있는 푼돈에 눈이 뒤집힙니다. 같은 칸에 타고 있는 상대방을 향해 힘껏 주먹을 휘두르더군요. 주먹질을 당하면, 가지고 있는 돈 혹은 보석 등을 내려놓고, 인접 객차로 튕겨나갑니다. 

어찌저찌 해서 이리 털고 저리 털리는 사이, 전심님은 가장 비싼 돈가방과 보석을 든 채로 라운드를 끝내시더군요. 라운드 종료 이벤트가 승객 난투극이었습니다. 객차에서 라운드를 마치면, 피해를 받는 이벤트였기 때문에, 모두 열차 지붕에 있었고, 그리고 전심님은 다른 게임 참가자들에게 포위된 상태. 이후 라운드는 말하지 않아도 아실테지요? 다음 라운드가 시작하기 무섭게 전심님은 털리기 시작합니다. 여기저기 난무하는 총질과 주먹질.

한편 홍샘님은, 이 아귀다툼 속에서 틈새시장을 노립니다. 다른 게임 참가자들이 열차 지붕위에서 난투극을 벌이는 동안 객차로 내려와서 돈주머니 수거를 하려고 했지요. 전심님과 같은 칸에서 액션을 마쳤으니까, 전심님을 향한 총질에 괜히 맞을까봐 피할 목적이기도 했지요. 그래서 홍샘님이 내려놓은 행동카드는 객차 상하 이동 - 돈 줍기- 돈 줍기 - 객차 상하 이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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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홍샘님의 바로 앞에 가이오트님이 있었습니다. 가이오트님은 매 라운드의 첫 행동을 비공개로 내려놓는 캐릭터였지요. 그리고 가이오트님은 그 비공개 행동으로 홍샘님이 내려가려고 하는 객차에 미리 보안관을 불러옵니다. 홍샘님은 가이오트님의 행동 카드가 뭔지 알 수가 없는 상황. 이후에 전개되는 상황이 바로 이날 게임의 하이라이트인 홍샘님의 슬랩스틱 코미디였습니다.

보안관이 객차에 있는 줄도 모르고, 객차로 내려가던 홍샘님은, 정의의 총알을 한 대 맞고 다시 열차 지붕으로 도망갑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객차에 들어와서 돈 주머니를 집어가려 했는데, 다시 지붕위에 올라가게 된 홍샘님은, 덤으로 전심님을 노린 총알에 대신 맞기까지 합니다. 당연히 돈 줍기 행동은 헛손질이 되었지요. 

그리고 마지막 행동. 원래는 객차에서 지붕으로 되돌아가려고 했던 행동이지만, 꼬여버린 홍샘님은 다시 보안관이 있는 객차를 향해 내려갑니다. 그리고 또 정의의 총탄을 선물받지요. 단 한 라운드만에 총알만 세 방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보안관 스토킹의 짜릿한 결과랄까요. 

어쨌거나, 홍샘님의 슬랩스틱 코미디 “보안관 없~다.” 덕분에 함께 했던 모두는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보드게임이 가진 최고의 미덕, 바로 눈물 나게 웃기 미션을 달성한 것이지요.

이 정도면 다들 열차 강도가 되어 열차를 향해 돌진할 준비가 되었겠지요? 파티게임을 원하는 이에게도, 전략게임을 원하는 이에게도, 입체감있는 구성물을 사랑하거나, 조립하며 만들어가는 재미를 아는 이들에게도 모두 어필할 수 있는 게임. Colt Expres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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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미지 출처: boardgamegeek.com)


1. 커쇼, 커쇼...

"포스트시즌에서 두 번의 연속 등판을 모두 7+ 자책점을 기록한 사상 최초의 투수."

이 말만 들으면, 보통은 엄청 허접한 3류 투수에게 해당하는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게다가 NLDS 4차전에서도 패전을 기록했으니까, 팀의 올패 가을 야구 3패 가운데 2패를 담당한 이 투수, 놀랍게도 그 주인공은 클레이튼 커쇼입니다. 

4년 연속 방어율 1위. 최고액 계약의 주인공. 사이 영은 물론이고, 리그 MVP로도 거론되는 그 주인공이 세운 기록입니다.

6회까지 완벽하다가 7회에만 모두 무너졌으니 7회에 부르는 노래를 다시 "나를 야구장에 데려가 다오"로 바꿔야 할까요? 


2. 디트로이트 몰락의 주범 1

불펜 꼬라지 하고는... 정말 비오는 날 먼지나도록 두들겨 맞았다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는 종이 호랑이 불펜


3. 디트로이트 몰락의 주범 2

어? 얘들은 잘 한 거 아니야?

그런데 하단의 빨간 줄 내용

"얘들 빼고 나머지들은 모두 방망이 대신 회초리 들고 나왔음"

야구는 세 명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


3. LA Angels 몰락의 주범 1

중심타선이 날고 기어도, 몰락하는 디트로이트와는 달리, 중심타선이 단체로 주저 앉은 천사네. 노답!


4. LA Angels 몰락의 주범 2

정규시즌에는 저렇게 잘했건만... 


5. LA Angels 몰락의 주범 3

왕년에는 가을 야구에서 공포의 대상이었건만...


6. LA Angels 몰락의 원흉 4

얘는 이제 기대를 거둬야 하는 건가? 어째서 라인업에 왜 계속...? 아! 연봉! 젠장...


7. SF Giants의 신성

린스컴, 케인에 이어 범가너까지! 영건이 화수분처럼!!


8. 연장 혈투의 기록

1-0으로 끝날 것 같던 경기를 9회말 2사에서 연장으로 끌고 간 거인족. 그리고 더블헤더를 치른 것과 다를 바 없는 18회 경기에서 기어이 역전승을 이루어냄으로써, 사실상 거기서 NLCS 진출이 거의 확정되었다고 봄.


9. 연장 혈투의 숨은 공신

사실상 선발투수 역할. 1이닝도 못 채우고 끌려나온 천사네의 CJ 윌슨보다 훨씬 더...


10. 수비 시프트는 이제 대세

물론 시프트의 헛점을 노려 기습 번트를 해낸 애도 있긴 함. 그래도 꽤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걸 여러차례 증명함.


11. 갑툭튀

가을 야구 성공의 조건 가운데 하나.



필자가 즐겨했던 C&C는, 시대를 풍미한 PC게임들 가운데 단연 첫 손으로 꼽는 수작이다. 지금이야 C&C라고 하면 GMT의 Command & Colors라는 보드게임을 떠올리지만, 당시만 해도 C&C는 누구에게 물어도 Command & Conquer라고 답할 정도로 대표성을 지닌 게임이었다. 이후 워크래프트를 거쳐 스타크래프트라는 희대의 걸작을 낳는 RTS(Real-time Strategy-실시간 전략 게임) 장르의 기반을 닦은 게임이기도 하다.

이 장르의 게임들은 일정한 정도의 테크트리를 타는 것이 묘미이다. 제한된 시간과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분별하게 유닛과 기술향상을 시켜서는 안된다. 자신이 주력할 부분을 한정하고, 그 부분의 테크를 하나하나 밟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테크트리 유형의 게임으로는 시드 마이어의 문명을 빼놓을 수 없다. 기술 개발 시, 고급 기술들은 하위 기술들이 충족되어야만 개발할 수 있게 되어있는 전형적인 테크트리 게임이다. 아예 게임을 구매하면, 테크트리 요약도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테크트리가 PC게임에서만 존재할까? 그럴리 없다. 대표적인 테크트리 보드게임으로는, 시드마이어의 문명의 모델이 되었다고 하는, 프랜시스 트레샴의 문명이 존재한다.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 역시 PC게임을 보드게임으로 이식한 바 있으므로, 해당 게임에서도 테크트리를 타는 재미가 존재한다.

지금은 구할 수 없는 게임이지만, ASSA Games가 2005년에 출시한 Conquest of the Fallen Lands 역시 매우 유쾌한 테크트리 게임이다.

위에서 언급한 게임들은 테크트리 게임이라는 점 말고도 또 다른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땅따먹기라는 지형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이들 게임에서 테크트리를 타는 이유는, 더 넓은 영토를 차지하여 더 큰 권력(혹은 승점)을 얻는 것과 관계가 있다. 이렇게 지형적 정보를 제공하는 게임들은 PC게임이건, 보드게임이건 시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특히 보드게임의 경우 넓은 탁자에 게임판을 펼쳐야 한다는 문제 아닌 문제점까지 가지고 있다.

이들 게임에서 영토경쟁의 요소를 빼서 시간과 공간을 다이어트하고, 테크트리의 재미만을 추구한 게임은 없을까?

있다.

바로 스플랜더 Splendor (2014)가 그러한 게임이다.

스플랜더는 기본적으로 카드게임이다. 물론 카드를 어느정도 펼쳐놔야 하기 때문에 일정한 공간을 사용하지만, 앞서 언급한 게임들에 비해, 시간과 공간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구성물이라고 해봐야 카드와 칩이 전부이므로, 휴대성 역시 발군이다.

(초기 세팅 사진 1)

게임의 초기 세팅은 사진과 같다. 카드를 단계별로 분류하여 4장씩을 공개해놓는다. 이들 카드 측면에는 획득에 필요한 보석 개수가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상단에는 이들 카드가 가져다주는 효과가 표시되어 있다. 1단계의 카드는 주로 보석만을 제공해주며, 2단계에서는 승점도 제공해주는데, 3단계에서는 더 큰 승점을 제공해준다. 마지막 5인의 인물카드는 아예 승점만 제공해주는 존재들이다.


(초기 세팅 사진 2) - 찬조출연 X자X왕님의 손


게임 내 보석은 총 다섯 종류. 달그락 소리가 경쾌한 양질의 칩이 이들 보석을 나타낸다. (다른 하나는 와일드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보석이다.) 칩으로 제공되는 보석은 일회용이라, 카드 구입시 소비하면 반납하게 된다. 그러나, 카드로 제공되는 보석은 소비되어 사라지지 않는 영구적 재산이므로, 게임 중반 이후에는 칩보다는 주로 카드의 힘으로 다른 카드를 구매하게 된다.

이것이 게임의 핵심 포인트이다. 내가 이전에 어떤 카드를 구매했느냐에 따라, 이후에 구매할 수 있는 카드의 종류가 제한이 되기 때문에 테크트리 성격을 지닌 조합 모으기(Set Collection) 게임이 되는 것이다.

게임 내에서 자신의 차례에 할 수 있는 행동은 1. 칩 가져오기 2. 카드 선점하기, 3. 카드 구매하기 등이 있다.

칩을 가져오는 것은 카드를 구매하기 위함이니까, 이들 행동은 어려울 것이 없다. 그런데 카드 선점하기는 이 게임에서 중요한 상호작용을 야기한다.

게임 참가자들이 어떤 보석을 얼만큼 가지고 있는지의 정보는 모두 공개이다. 그러다보니, 특정 카드를 누가 노리고 있는지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내가 공들여 노리고 있는 카드를 앞에서 채간다면 그것만큼 허무한 일도 없다. 만약 내 조합의 완성이 상대방보다 한 두 턴 정도 늦을 것 같다면, 미리 카드를 선점하는 것도 중요한 행동이다. 다 차려진 상대방의 밥상을 눈 앞에서 송두리째 빼앗아옴으로써, 그의 얼굴이 총천연색으로 변해가는 모습 역시 이 게임이 주는 또 하나의 재미라 하겠다. 물론 참가자의 성향에 따라서는 육두문자와 주먹이 오갈 수도 있으나, 그건 당사자들이 알아서 합의할 일이다.

누군가가 15점을 획득을 하면 해당 라운드를 마치고 게임을 끝낸다. 다득점자가 승자인 것은 불문가지.

스플랜더는, 숙련된 사람들이 할 경우 30분 내외의 짧은 시간과, 적절한 휴대성을 지닌 매우 효율적인 게임이다. 규칙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양질의 칩까지 포함한 가격이, 다이브다이스 선주문 가격으로 4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것 역시 매우 다이어트에 성공한 작품이라 하겠다.

하지만, 재미는 다이어트 하지 않았다. 짧은 시간동안 테크트리를 타는 재미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영토경쟁이라는 부분이 빠져서, 게임 참가자들의 상호작용이 부족할 것 같다면, 그것 역시 기우라고 말하고 싶다. 카드 선점을 통한 상호작용 역시 연약한 유리멘탈의 소유자들에게는 가볍지 않은 스크래치를 남길 수 있으니 말이다.

선주문 가격이 4월 1일부터 상승한다고 하니, 더 늦기 전에 달려가서 주문들 하시라. 클릭! 여건이 되는 사람들은 몇 카피 더 사서, 아직 보드게임의 맛을 느끼지 못한 사람들을 중독시키기 위한 아이템으로 사용하는 것도 추천하는 바이다.

끝으로, 먼 거리까지 달려와서 멋진 게임을 소개시켜준 사X마X님께 감사를 드린다. 그는 또한 게임 참가자 모두 스플랜더의 재미에 푸욱 빠져서 “한 판 더!”를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매정하게 게임을 싸들고 돌아가버린 시크한 남자가 아니겠는가! (진정한 의미의 세일즈맨이기도 하다.)



1997년에 발표되었지만, 아직도 BGG 순위 52위를 (작성일 기준) 기록하고 있는 고전 명작입니다.


원시바다에서 아메바로 살아가는 내용을 그리고 있으며, 과학 교육으로도 훌륭한 게임입니다.

물론, 게임성도 훌륭하고, 익살스러움과 위트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게임카드가 한글화 되어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아니더라도 이 참조표를 한 장씩 가지고 있으면 게임에 큰 도움이 됩니다.



ursuppe_reference_kor_J.B.pdf


7회까지 책임지고 내려갔는데, 5-1이니까, 불펜이 대형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 시즌 마지막 등판은 승리를 가져갈 것 같습니다.


오늘 승리하면 저 숫자를 9로 바꾸게 됩니다. 

홈 경기 연속 승리 기록을 저런 쟁쟁한 투수들을 제치고, 당당하게 차지한 루키의 위엄! 그리고도 현재 진행형!



그것도 저런 초젓가락 타선의 도움을 받으면서... 세상에 타율 .250을 넘는 타자가 어떻게 단 한명일 수가!!!

오늘 마지막 등판에서 7이닝 5피안타 1실점(홈런) 5삼진을 기록하며 투구수 101개, 특히 마지막은 기막힌 커브로 삼진을 잡아내며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그런데, 하이라이트는 마운드보다 타석에서 있었습니다. 오늘 2안타 기록했으며, 그 가운데 하나는, 구장에서 가장 깊숙한 Clevelander 클럽으로 날아가는 홈런이었으니까요. 생애 첫 빅리그 홈런!

그런데, 진귀한 장면은 호세가 홈런치고 홈플레이트로 돌아온 직후에 일어났습니다. 매캔과 약간의 설전이 오갔고, 그 사이 애틀란타의 3루수 존슨이 득달같이 호세를 향해 헐떡이며 달려드는 바람에, Bench Clearing이 일어났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해설진은 아마도 호세가 홈런 치고 난 후 너무 늦게 베이스를 돌아서 (jogging) 그걸로 존슨이 불쾌해 한 것 같다는군요. 

매캔과 호세는 이전 두 타석에서 서로 농담도 주고받으며 호세가 환하게 웃을 정도로 사이가 좋아보였는데, 아마도 해설진 말마따나 매캔이 Peace-making을 하려다가 졸지에 옴팡 뒤집어 쓴 것 같네요.

투구수가 100개를 넘었기 때문에, 호세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에 존슨이 타석에 들어서는 걸 보지 못했는데 아쉽긴 하네요. 100마일 짜리 메시지를 한번 보내줘야 하는데... 흐흐~

이래저래 호세에겐 의미깊은 날인데, 이런 날 초를, 그것도 실력이 아니라 입으로 치려는 놈들이 꼭 있다니까요. 고까우면 실력으로 보여주든지~!



암튼, Rookie of the Year는 거의 확정인 것 같고, Cy Young에서도 2~3위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커쇼가 몇 게임 크게 말아먹어 준다면 ROY와 CYY의 동시 석권이라는 꿈같은 일이 가능할지도...

글쓰는 동안 게임이 끝났네요. 시셱이 9회에 1점을 주면서 최종 점수 5-2로 게임이 끝났습니다. 호세의 시즌 12승 축하!!


보드 위에 그린 세상 4. “Newguman, where are you?”




1. Polarity라는 게임은 독특한 게임이다. 종이물고기에 클립을 끼우고, 막대자석이나 말굽자석으로 낚시대를 만들어 놀던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자석 놀이 게임….

이 게임의 디자이너는 Douglas Seaton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확히는 이 사람이 만든 건 아니다. 이런 게임의 모티브를 제공한 것이 D.Seaton이고, 이 사람에게 이 모티브를 전해 받고, 이를 게임화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다. 그가 이 모티브의 제공자인 Seaton에게, 디자이너의 영예를 전한 것이다.



독특한 게임성에 독특한 배경을 지녔고, 독특하게 생긴 천통에 담긴 독특한 재질의 게임. 그런데, 이 게임의 겉에는 더욱 독특한 문구가 쓰여져 있다.



“Douglas Seaton, where are you?(더글라스 시튼씨, 당신 어디에 있소?)”

그에게서 모티브를 받고 게임을 만들었지만, 이 게임이 세상의 빛을 볼 때에 그는 행방이 묘연한 것이었다. 그를 애타게 찾는 저 문구. 이후에 그가 이 문구를 게임에 삽입함으로써 D.Seaton을 찾았는지 매우 궁금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후의 이야기는 알지 못한다.

2. 이 게임은 개인적으로도 독특한 배경을 지녔다. 그 사람의 골방에서 게임을 전수 받고, 어렵사리 다이브다이스를 통해 공동구매를 추진하여 손에 넣은 게임. 하지만, 이 게임을 전수해준 이는, 2005년 11월의 마지막 만남 이후로 자취를 감추었다. 

서글서글한 인상과 항상 웃음 띤 얼굴로, 익살과 재치로 모든 게임에 재미를 불어넣던 그 사람. 

바로 거만이님이었다.

3. 그전에도 거만이님과의 만남은 그리 자주 있지 않았었다. 일산모임에서 스치듯이 만난 첫 인연은, 첫 배움의 [증기의 시대(Age of steam)]가 너무나 지독하고 골치 아파서 그의 게임에서의 인상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다. 다만, [오스트라콘]에서 보여준 그의 재치와 익살 정도가 큰 웃음을 안겼기에, ‘참 재미있는 사람이다.’라는 느낌만 받았지만, 당시의 모든 사람들이 너무나 재치 있는 언변을 보였기에, 그다지 두드러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좋은 인상으로 시작된 인연이었기에, 두 번째의 만남이 기약되었던 모양이다. 잠실, 당시 페이퍼이야기 본사에서 만난 그는, 특유의 재치와 익살로 좌중을 압도해나갔다. 당시 함께 자리했던 이들이 게임하는 것도 제쳐두고 수다로 서너 시간을 보냈던 기억은 아직도 필자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기연(奇緣)이었던 당시의 만남은, 필자의 보드게임에 소중한 인연이 되어 현재까지도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4. 이후 그를 다시 만난 곳은 그의 자취방이었다. 그와 필자를 포함한 5인방이 그의 자취방에 모여 몇 가지 게임을 돌렸는데, 이른 바 골방 게임 모임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자취방은, 필자가 당시로부터 불과 1년 전에 머무르던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는 점이다. 그로 인해, 그도 필자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된 후,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된 계기가 된 모임이었다.

그 때 느낀 동질감 때문이었을까? 그곳에서 비로소 필자는 그의 진가를 볼 수 있었다. 특유의 느긋한 어조와 빙긋이 웃는 얼굴로 게임들을 소개하는 그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달관자를 연상케 했다. 그가 속한 곳은 빡빡한 일정과, 동료들의 책장 넘기는 소리가 숨통을 죄어오는 경쟁사회. 그 속에서 그러한 달관자의 모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기에 필자는 그의 모습에 절로 감탄을 하게 된다. 필자가, 그에게 그날 처음 소개받았던 [Polarity]에 매료되었던 것도, 그의 달관자같은 설명이 워낙 독특했기 때문이리라.

그의 스타일은 이후의 게임인 [카멜롯에 드리운 그림자(Shadows over Camelot)]에서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 무엇을 해도 여유가 넘치는 그의 플레이스타일은, 설명을 하던 그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면서 마치 신선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로 인해 게임 상에서 배신자가 아니냐 하는 오해를 샀고, 실제로 게임 속에서 고발까지 당해야만 했지만….

5. 이후 본인의 자택으로 초대해서 한 차례 더 만남을 가졌지만, 그는 그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 간간히 다이브다이스에 나타나서 짧은 글을 남겼지만, 여전히 그의 모습을 실제로 볼 수는 없었다. 

여행을 다닌다든지, 어딘가에 취직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들려왔지만, 종적이 묘연한 그의 모습에서, 골방에서 느꼈던 달관자 내지는 신선같은 느낌이 떠올랐다.

어쩌면 구름처럼 세상을 주유하는 그를 찾는 것이 어리석을지도 모르지만, 다시 한번 그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 그만의 방식으로 보드 위에 달관자의 삶을 투영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이렇게 외쳐본다.

“Newguman, where are you?”

p.s. Newguman은 거만이님의 e-mail ID이다.

천일야화(Tales of the Arabian Nights) 후기 - 1. Zumurud의 이야기

(출처: 보드게임 긱

어제 고대하던 천일야화(Tales of the Arabian nights)를 돌렸습니다. 


목표치를 20으로 시작하였으나, 6인 게임이고 첫 게임인데다, 저의 영어 독해능력이 딸려서 게임 진행 속도가 더딘 탓에, 중간에 목표치를 10으로 조정해서 게임을 짧게 줄였습니다.


게임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이야기 점수(SP: Story Point)와 운명 점수(DP: Destiny Point)의 조합을 적절한 목표치로 설정해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 포인트를 획득하고, 다시 이야기의 출발지인 바그다드로 돌아오는 게임입니다.





목표는 매우 단순하지만, 게임까지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돌아다니면서 마주치는 모든 대상(사람이든, 물건이든)에게 어떤 응대(Reaction)을 하느냐에 따라, 마법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니까요.




(우연히 마주치는 상대에 대해 어떤 반응을 하느냐에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의 번호가 달라집니다.)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어제 이루어졌던 몽환적 판타지의 기록을 남겨보고자 합니다.


참가자는 저(Equinox)와 아내(Twinkrystal), 그리고 거만이님과 이날 처음 같이 게임을 했던 세 분을 포함해서 모두 여섯 명입니다. 게임 내내 룰북과 스토리북에 집중하느라, 같이 게임하신 분과 통성명도 못했네요. 이후 서술하는 이야기에서 참가자는 모두 캐릭터의 이름으로 대체하겠습니다.


1. 주무루드(Zumurud)의 이야기



(주무루드의 Custom made figure. 출처: 보드게임 긱)



실제 천일야화에서, 노예 소녀로 태어나, 노예 매매와 유괴, 납치를 당하는 등의 인생의 굴곡을 겪었지만, 영리함과 탁월한 연기력으로 일국의 왕이 되는 인생 역전 드라마의 배경 이야기를 가진 주무루드는, 바그다드에서 이상한 꿈을 꿉니다. 꿈 속에서 그녀는 타나라는 도시를 방문하게 되는데, 거기서 잃어버렸던 먼 친척을 만나,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 앞으로 막대한 유산을 남기고 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게 되지요. 꿈에서 깨어난 그녀는, 꿈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보기 위해 타나를 향해 갑니다. 이게 게임 시작 시 그녀에게 주어진 첫 퀘스트입니다. 타나를 찍고 바그다드로 돌아오면 퀘스트를 완수하게 되고, 막대한 부와 보물을 얻게 되지요. 그녀는 행운(Luck)과 지혜(Wisdom), 그리고 이성을 유혹(Seduction)하는 기술을 재능 수준(Talent level)으로 가지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장착(?) 가능한 스킬 목록


타나는 인도 남단의 도시. 그곳으로 가기 위해 그녀는 바스라와 무스카트를 지나 인도양을 가로질러 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바스라에서 이상한 이발사(Strange Barber)를 만났습니다. 긴 여행으로 머리도 엉망이 되었다 싶어서, 머리 손질을 하려고 흥정(Bargain)을 선택한 그녀, 하지만 그 이발사는 왕수다쟁이였습니다.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그 이발사에 패닉이 되어버린 그녀는, 궁리 끝에 이발사를 떼어놓을 묘책을 떠올렸습니다. 바로 “긴 마법 주문 외우기 대회”에 이발사를 보내버리는 겁니다. 쉴 새 없이 나불대는 이발사를 처리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이발사는 좋다며 그 대회에 참석합니다. 그러나...


이발사는 이 대회에서 자신의 숨겨진 적성을 찾아냅니다. 바로 마법사의 소질이지요. 그는 그 대회에서 우승해버립니다. 그는 대회에서 우승한 후, 자신의 적성을 발견해준 주무루드에게 보은하고자 그녀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계속 나불대기로 결심합니다. 혹 떼려가 더욱 강력한 혹을 붙여버린 주무루드. 그녀는 멘탈붕괴의 상태(Griff Stricken)가 됩니다. 이제 그녀는 마법사가 되어버린 이발사보다 더 강력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SP가 8이상)까지 멘탈 붕괴의 상태가 지속되며, 이 상태에서는 그녀는 자신의 재능 수준 스킬을 전혀 사용할 수 없고, 달인 수준(Master level)의 스킬만이 간신히 재능 수준으로 쓸 수 있습니다.




(Custom painted figure. 출처: 보드게임 긱)


이후 발생하는 이벤트에서 자신의 지혜(Wisdom)이나 행운(Luck) 등의 스킬을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된 그녀는, 폭풍우 속에서 산책하다 홍수에 자신의 재산이 몽땅 떠내려가는 걸 지켜봐야 했고, 골골대는 마법사를 납치해서 뭔가(?) 해보려는 수작을 부리다가, 납치한 마법사가 야반도주하면서 그녀의 짐을 가져가는 상황 등을 맞이하게 됩니다. 부유도(Wealth Level)에서 가난한(Poor) 상태를 도무지 헤어날 수가 없더군요.




(여행 도중 만나는 대상들의 예. 출처: 보드게임 긱)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면 적어도 이야깃거리는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이 시기엔 재미있는 이야기는 곧 돈이 되기도 하지요. 타나에 도착할 즈음엔 SP가 3에 도달했기 때문에, 돈이 좀 생겨서 이제 좀 성큼성큼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유도에서 Respectable이 되면 육로와 해로를 다 합쳐서 4칸씩 이동 가능)


타나에서 자신의 꿈이 사실이라는 걸 확인한 그녀는, 그녀의 아버지가 남겨주었다는 유산을 찾으러 바그다드로 향합니다. 물론 곁에는 쉴 새 없이 나불대는 이발사가 계속 붙어다니는 중이지요.


무스카트 남동쪽 해상에서 잘생긴 왕자를 만난 그녀는, 이발사를 떼어내기 위해 역시 또 흥정(Bargain)을 시도합니다. 그러자 왕자는 흥정의 댓가로 자신의 첫째 아들과의 혼인을 제안합니다. 


결혼? 뭔가 아라비안 나이트에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 전개같지만, 이 멘탈붕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뭔들 못할까 하는 심정으로 이를 받아들입니다. (Married 상태 획득)




(출처: 보드게임 긱)


해상에서 결혼을 했기 때문에, 그 다음에 들어가는 첫번째 도시가 곧 자택이 됩니다. 그리고, 자택을 벗어나서 다른 도시에서 일과를 마치면, 반드시 자택이 있는 도시로 돌아와서(외박은 하루를 넘길 수 없다는 기혼자에게만 적용되는 규칙. 내게 있어 자유는 게임에서조차 남의 이야기란 말인가!), 배우자에게 일과를 보고해야 합니다.(SP +1) 일과를 보고하면 주사위의 결과에 따라 일정한 확률로 자녀를 갖게 되는데(응?) 이 때 어떤 자녀가 태어나느냐에 따라, 운명 점수가 증가하기도 하고(DP+1), 또는 오히려 멘탈 붕괴(Griff Stricken)의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쿨럭!)


그래도 본거지인 바그다드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 신혼집을 차리려고 메카에 둥지를 튼 그녀. 이제 아버지의 유산을 찾기 위해 바그다드 입성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마루프(Ma’aruf)의 승전보를 듣고 이야기를 끝냅니다.


방대한 스토리북과 상황을 보정해주는 주사위, 그리고 아침/점심/저녁에 따라 다른 스토리들이 전개되기 때문에, 이 게임은 몇 번 해봤다고 해도 이전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가 어렵습니다. 매번 다른 이야기로 진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방대한 스토리북의 위용! 출처: 보드게임 긱)

기나긴 겨울밤에 둘러 앉아서 서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걸 좋아하는 사이라면, 아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겠지요. 오늘 밤에도 천일야화(Tales of the Arabian Nights)를 만들어보고 싶어지네요.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도 정리해보려고 했는데, 제 캐릭터만큼 상세한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어제 게임에 참석하셨던 분들이 자신의 캐릭터가 겪은 스토리를 이어서 적어주시리라 믿습니다.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