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21 - [Boardgame/Train Game (18xx)] - [다시 보기] 1825 Unit 3 - Part 1

3. 게임 특징

2인 게임이다보니 등장하는 회사의 수가 적고, 배경이 되는 지도가 아담합니다. 사기업이 3개, 대형 주식회사가 3개, 소형 주식회사가 3개 등장합니다.

3개의 사기업 가운데 2개는 게임 시작할 때 임의로 분배하므로, 3개의 사기업을 독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세 번재 사기업부터 구매 대상이 되는데, 이 가격이 대형 주식회사의 경영자 주식 가격(일반 주식의 2배)에 해당하므로, 사기업 2개를 가지지 못했다고 해서 크게 불리할 것도 없더군요. 사기업은 매 경영 회전(Operation Round)마다 일정 수익을 벌어다 주는 것 외엔 특이점은 없습니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폐쇄되는 것도 아니고, 대형 주식회사에 인수되지도 않습니다. 아무래도 사기업을 적게 가진 게임 참가자는 게임을 빨리 끝내는 방향으로 전략을 잡아야 하겠군요.

회사는 총 주식의 60%가 팔려야 출범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18XX 시리즈와 같습니다만, 한 사람이 보유할 수 있는 한 회사의 주식 한계가 없습니다. (1830 기준 60%) 내키기만 하다면 100% 사들여서 사기업처럼 굴릴 수도 있습니다.

등장하는 회사들도 순서가 있습니다. 후반기에 등장하는 소형 주식회사들은 기지 정류장(Base Staion)을 추가로 지을 수가 없지만, 특수 열차들을 출범과 동시에 소유하게 되기 때문에, 기존 회사들이 깔아놓은 선로를 잘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2인 게임에서 후반에 등장하는 회사마저 기존 회사와 같은 방식으로 주식 거래하는 건 번잡하고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는지, 이 회사들의 증서는 단 넉 장 뿐입니다. 40%짜리 경영자 주식 증서 한 장과 20%짜리 일반 주식 증서 석 장씩. 이들 회사들의 출발 장소가 지도에 명기되어있지 않아서 잠시 헤맸었는데, 추가 지도 조각(!)이 동봉되어있더군요. 단일 게임에서도 조립형 보드를 제공하는 게임입니다.

주식 시장은 1차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오르거나 내리거나 하는 것이 직선으로만 되어 있습니다. (다른 18XX의 상당수는 2차원적으로 되어있어서, 시세표 상에서 상하좌우의 이동이 발생합니다.) 1825년이 배경이다보니 아무래도 1870년의 나름대로 고도화된 주식 시장과 동일한 시장을 갖는다는 것이 다소 모순된 것이겠지요. 또한 주식 거래 회전 때는 주식의 시세가 변하지 않습니다. 오직 경영 수익을 배당했느냐, 배당하지 않았느냐에 따라 주식 시세가 변합니다.

이렇게 보면 기존 18XX에 비해 오직 규칙들을 빼기만 한 것 같지만, 더한 부분도 있습니다. 바로 배당금의 액수에 따라 주식 시세의 변동폭이 정해진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시리즈들이 배당하면 한 칸 상승, 배당하지 않으면 한 칸 하락, 거기에 조금 더 추가한 게임들은, 수익의 반만 배당하면서 시세를 유지했지만, 1825에서는 배당금이 많으면 그만큼 시세 상승폭이 커집니다. 현재 주식 시세를 기준으로 2배 이상의 금액을 배당하면 2칸, 3배 이상의 금액을 배당하면 3칸 상승하는 식입니다. 이 때문에 자금 축적을 위해 수 차례 배당을 하지 않다가도, 한 번의 거액 배당으로 시세를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열차의 등장으로 구분되는 단계는 총 3단계. 각각의 단계는 3짜리 열차, 5짜리 열차가 팔리면서 열리는데, 5짜리 열차가 팔리면서 열리는 제3단계는 조금 독특합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18XX에서 열차의 구매는 순차적입니다. 한 번에 두 종류의 열차가 구매가능한 경우는 거의 없지요. 1825도 제1, 제2단계에서의 열차구매는 이와 같지만, 제3단계가 열리면 모든 열차가 구매 가능해집니다. 이 때 등장하는 U3, 3T와 같은 특수 열차를 이용하면 독특한 전략의 구상도 가능해집니다.

정리하면, 1825는 다른 시리즈에 비해 규칙이 많이 간소화되었다는 특징을 갖습니다. 2인 게임의 특수성이기도 하겠고, 배경이 되는 1825년의 주식 시장이 그렇게 발달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덕분에 게임 내내 규칙서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규칙 적용 여부를 파악해야 하는 수고로움은 거의 없습니다. 그저 타일 향상 흐름도(Tile-upgrade flow chart)정도만 가끔 쳐다보면 됩니다.
드디어, 숙원사업 하나를 풀었습니다. 아내와 1825 Unit 3을 돌려본 것이지요.

아아~ 가슴 벅찬 감동이, 게임을 중단한 지 6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비록 첫 플레이인데다, 오리지널 구성물로만 게임을 돌린터라, 시간 지연이 꽤 되었습니다. 게임 박스에는 2~4시간이 소요된다고 적혀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첫 게임에 그런 스피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BGG에서도 소요시간 때문에 불만 아닌 불만을 토로한 사람이 있더군요. 자기는 4.5시간 걸렸는데, 아무리 첫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도저히 2시간대에 게임을 마칠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

사실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게임 참가자의 초기 자금 액수를 늘리면, 게임 시간이 짧아진다고 설명되어있더군요. 어쨌거나 저희도 새벽 2시 경에 펼치기 시작한 게임을 6시가 되어서 중단했습니다. 물론 규칙서를 다시 익히느라 실질적 게임 시작 시각은 4시 경이었습니다만, 그다지 짧은 게임은 아니지요.



그 밖에 다른 구성물들도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크게 아쉽지도 않은 수준입니다. 아무래도 Mayfair나 JKLM, Hans im Glück에서 만든 게임들보다는 좀 열악합니다만, 대부분의 18XX들이 개인 출판물임을 감안할 때는 나쁘지 않은 수준입니다.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2월 13일, 월요일에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초야에 은거하는 백면서생이라 찾아주는 이도 없기에, 덩달아 제 전화기도 캔디(외로워도~ 슬퍼도~)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왠 낯선 번호가 뜨더군요. 의아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한 통의 전화. 그 전화로 인해 즐거운 인연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다이브다이스에서 눈팅을 주로 하신다는 그 분은 통화 내내 정중하고, 교양있는 태도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로 인해 춘추가 제법 되실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참 인생 선배셨습니다.

통화 내용은 간단했지만, 저로서는 당황스러운 내용이었습니다. 내용의 골자는 “당신을 꼭 한번 만나보고 싶소~.”였으니까요.

연애도 저돌적으로 해왔던 터라, 여성에게도 자주 들어보지 못한 말입니다. 하기는 많이 했지요. ^^; 하지만, 중년 남성으로부터 그 말을 듣고 나니 당황스러울 수 밖에요.

어 쨌거나 우여곡절 끝에 18일 토요일에 깜짝 아지트 번개 모임을 갖게 되었습니다. 변덕스러운 저희 커플의 일정 덕분에 모임은 당일날까지 불투명했고, 결국 단촐하게 제 친구 커플을 포함한 5명이서 모이게 되었습니다.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제 연인의 기분이 들쭉날쭉이라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 것이 쉽지 않더군요. 쩝쩝~)

처음 뵌 분이시지만, 전화로 받은 인상 그대로시더군요. 다만, 호기심이 남다르셨습니다. 저 역시 호기심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사람이라, 만나서 대화를 나눈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서로 친해진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호기심 못지 않게 열정도 넘치는 분이셨습니다. 제겐 낯 간지러운 이야기라서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만, 마치 스타에게 10대 소녀 팬이 품고 있음직한 열정을 중년까지도 간직하시고 계시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 부러웠습니다.

쑥스러움을 누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주로 보드게임과 더불어 마주 앉은 사람들에 대한 것이 화두였지요.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보드게임이라는 유희문화를 향유하는 이들의 공통된 갈증은, 바로 함께 누릴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고, 보드게임을 매개로 연을 맺은 이들에게서 한가지로 느껴지는 것이니까요. 그 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게임에 대한 갈증과, 이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열망이 대단하셨습니다. 어쩌면 월요일의 전화 통화도 그 연장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만, 의아한 점은 저 같은 초보 게이머가 선택(?)된 점입니다. 게임에 대한 열정이라면, 절대로 뒤지지 않을 다이브다이스의 회원들이 즐비한데 말이지요. 어쩌면 저를 계기로 그런 분들을 만나고 싶으셨을 겁니다. 서울의 동부지역(상일동, 하남, 구리, 광주 등)에 의외로 보드게이머가 많은데, 때가 되면 정기적인 모임을 주관해봐야겠습니다.

각설탕 하나 먹고, 이날의 첫 게임으로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를 선택했습니다.

이 게임은 묘하게 제게 3인 게임으로 남아있습니다. 2~4인까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평가가 3인일 때 가장 좋은 이유 때문일까요? 아직 2인, 4인 게임으로는 해보지 못하고 오직 3인 게임으로만 돌렸네요. 이 날 역시 아직 친구커플이 도착하지 않은 관계로, 3인 게임이었습니다.

그 분(다이브다이스의 대화명을 빌어 이하 “차님”이라 호칭)은 처음 접하는 게임이라시기에 간단히 설명을 하고,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 게임을 처음 할 때 겪는 어려움, 즉, 외부 분쟁과 내부 분쟁을 헷갈려 하시더군요. 덕분에 게임 초반부터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저와 제 연인은 두 분쟁의 차이를 알려드리기 위해, 그리고 차님은 이를 이해하기 위해, 한마디로 분쟁 러쉬였습니다. 세 진영의 각 지도자들은, 설사 환자 화장실 들락거리듯, 보드 판을 들락거려야 했고, 영토를 키워나갈 틈도 없이 숱한 타일들이 분쟁 해결을 위해 쓰여졌습니다. 게임 종료 조건이 2가지가 있는데, 보통 거대 국가 탄생(게임 내 유물 잔존 개수 조건)으로 끝이 났던 이 게임이, 타일이 바닥나서 끝나더군요. 아직 유물이 많이 남았었는데…. 조용히 키워 먹는 건 저나, 제 연인이나 성미에 맞지 않는 일이기도 했지만, 초반부터 분쟁러쉬가 계속되다 보니, 사실상 전쟁게임이 되더군요. 제가 제 연인을 1점차로 제치고 1등. 차님은 한 종류의 타일을 전혀 모으지 못하시는 바람에, 유물만으로 3점. 뭐 첫 게임은 아픔으로 배우시는 거니까.... 핫핫~ (애써 [설명하고 1등 하기]였다는 것을 감추려는 웃음)

게임 끝나니까 배가 고파서 음식을 주문했는데, 시간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관광 보낸 제 친구가 아직도 도착을 안 했었습니다. 그래서, 잠깐 맛보기로 6Nimmt!를 한 라운드만 돌려보았습니다. 친구가 오면 황소 뿔의 춤 5인 게임으로 돌리기 위한 전초 작업이었지요.

9시가 훨씬 넘어 도착한 친구 커플과 함께 우선 식사를 했습니다. 비X XXX님이 특히 좋아하시는 돈까스였지요. 핫핫~ 식사도 하고, 차도 한 잔씩 하면서 잠깐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5인 멤버를 갖추었기에 바로 전에 연습했던 6Nimmt!의 보드게임 버전인 황소 뿔의 춤을 꺼내 들었습니다.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같지만, 다양한 요소들을 추가함으로써, 재미를 배가시킨 게임이지요.

차 님의 초반 독주가 두드러졌습니다. 알다시피 이 게임은 점수 트랙에서 독주한다는 의미가 꼴찌를 의미하지요. 하지만, 뭐든 앞서나가면 좋은 걸로 교육받은 우리네 교육문화 속에서 이 게임은 꼴찌를 하면서도 즐거움을 주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이 게임에서 숱한 꼴찌를 했지만, 끝나고 나서도 독주했다는 묘한 뿌듯함을 느꼈…. 쿨럭~

저는 운이 너무 잘 따라줘서 10점을 채 못 나갔습니다. 게다가 해피 카우로 뒷걸음질까지 하는 바람에 나머지 4분과 너무 동떨어졌습니다. 완전 순위권 제외! (다른 말로 1등 예약. 이 게임도 설명 담당이었는데… --;;;;)

초 반은 차님의 독주와 친구 연인의 견제(?), 중위권의 제 연인, 좀체 움직이지 않는 저와 제 친구의 형국이었는데, 중반 이후, 친구 커플이 동반 질주를 시작하더군요. 한 칸 차이로 바싹 추격한 친구 연인, 그리고 5칸 내외로 거리를 두고 추격전을 펼치는 제 친구. 이들의 치열한 레이스(?)덕분에 저희 커플은 왠지 도토리 신세가 된 듯한….

마지막 라운드는 누가 벌점을 먹느냐에 따라 1등이 가려지는 안개 정국으로 펼쳐집니다. 결국 막판에 황소똥(최종 점수칸)에 박힌 건 친구 연인이었습니다. 원래 여기서 게임이 끝나야 하지만, 그 라운드에 공개된 타일들은 모두 배치했습니다. 그랬더니 제 친구는 아예 추월해버린 거 아니겠습니까? 헐~ 결국 초반 독주하셨던 차님은, 친구 커플에게 모두 추월 당해서 3등으로 마감하셨습니다. 저와 제 연인이 나란히 1, 2등.

이 게임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게임 종료조건이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점수조건이고, 하나는 타일 고갈입니다. 중간까지 진행되는 모습을 보니, 대충 타일로 끝이 날 것 같더군요. 타일 고갈 속도가 꽤 빨랐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게임은 점수로 끝이 났지요. 그 이유가…?

친구 연인이 버려야 하는 타일들을 다시 타일 바구니에 넣고 있었던 겁니다. -_-; 중간에 이렇게 묻더군요.

“어? 저기 게임 박스에 버려진 타일들은 뭐야?”
(일동) “…….”

그녀는 타일을 버린다는 것은 의당 타일 바구니에 돌려놓아야 한다는 것으로 알았던 것이지요. 덕분에 게임이 never ending story가 될 뻔 했었답니다.

이어진 게임은 보난자였습니다. 아무래도 게임에 익숙치 않은 친구 커플을 상대로 하려다보니, 전략게임은 내어놓기가 어렵더군요. 보난자도 높은 게임성을 가진 게임인데, 평소 돌려보기 힘들었던 터라 오히려 반갑긴 했습니다.

이 게임에서 차님의 진가가 발휘되더군요. 인생의 연륜과 재치가 듬뿍 묻어나는 협상 스킬. 이경규씨가 “인생은 로비야~!”라고 말을 했는데, 역시 인생 경험이 풍부하신 분의 협상은 뭐가 달라도 달랐습니다. 여기저기 박장대소(拍掌大笑)가 터졌습니다. 중간중간 1등 견제를 위해 게임을 조율하신 차님 덕분에 모두 1점차로 옹기종기 게임을 마쳤습니다. (또 제가 1등… -_-;;;)

친구 커플은 집으로 돌아가고, 다시 3인 게임의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차님이 토레스를 원하셔서 신판 토레스를 꺼냈습니다. 차님은 구판으로 소유하고 계시다더군요. 그러고보니, “신판 토레스의 성으로는 몇 층까지 쌓아봤어요?”라는 생뚱맞은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8층까지 올려봤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더니, “게임에서 말고, 그냥 쌓는거요. 저는 80여 개를 넘어가니까 중심이 안 잡히더군요.” -_-; 저도 아직 그건 해보지 않았는데, 나중에 한번 해봐야겠어요. 보드게임 규칙서에 안나오는 새로운 게임이 하나 나올 것 같지요?

이번 3인 토레스는 아주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해본 토레스는, 주로 연인과의 2인 게임이었고, 3인 토레스는 지난 번 비X XXX님과의 게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였는데, X형 XXX님의 경우 그 게임이 첫 게임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테스트 플레이의 성격이 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XX 스XX님께 그날 졌단 말이죠. 허억~) 그런데 차님은 부인되시는 분과 자주 돌리셨다고 하시더군요. 다시 말해 저로서는 베테랑과 진행하는 첫 토레스 게임이었던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현란한 플레이가 펼쳐지더군요. 제가 토레스를 하면서 “이거 참 조잔한 게임이다.”라는 말을 했었거든요. 이유인 즉, 자기가 열심히 쌓은 성에는 남이 들어가지 못하게 방해를 해야 하고, 남이 쌓아놓은 성에는 열심히 무임승차를 하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하는 게임이기 때문이지요. 바로 그 플레이를 아주 현란하게 하신 분이 바로 차님이셨습니다. 제가 기반을 닦은 성에 무임승차를 하신 것도 모자라서, 제가 더 이상 층수를 못 올리게 막아버리시더군요. 물론 본인은 왕창 키우고 말이지요. 첫 라운드에 그렇게 당하고 나니까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아~ 이게 바로 토레스의 정수구나. 사람들이 왜 이 게임에 환장을 하는지 알겠다.’ 이후부터는 내가 점수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점수를 못 먹게 방해하는 것에도 많은 신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 저와 제 연인은 서로가 태클 플레이어라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차님의 플레이에 비하면, 요조숙녀 플레이였던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라운드에서 제가 선두를 치고 나갔습니다. 치고 나갔다는 표현도 우습네요. 2라운드 점수 계산했을 때는 차님과 2점 차이 밖에 안 났으니까 말이지요. 파워그리드만큼은 아니지만, 토레스에서 먼저 차례를 가지는 것은 그리 유리하지 않습니다. 뒤집힐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계속 박빙의 선두를 유지할 때는 더더욱 그렇지요. 제 연인은 1~2라운드 점수 계산할 당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의 2파전이었습니다. 아니 2파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성을 높이는데 주력했고, 차님은 마스터카드의 보너스 점수에 주력했습니다. 마스터카드의 보너스 조건이 모든 기사들이 서로 인접해 있는 경우 40점을 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차님의 모든 기사들은 한 곳에 옹기종기 모이고 있었지요. 게다가 왕이 주는 보너스까지 차곡차곡 챙기셔서, 3라운드 점수 계산했을 때, 결국 저를 1점차로 제쳤습니다. 7층짜리 성으로 달아나려고 했지만, 왕 보너스를 챙길 수 없었던 것이 치명타였지요. 그런데 1등은 제 연인이 차지했습니다. (허걱~!) 왕 보너스를 챙겼고, 제가 높여놓은 성에 무임승차를 했고, 그 성의 바닥면적을 넓히면서 여러 성에서 점수를 획득하는 작전으로 나갔던 것이지요. 처음 이 작전에 최대 수혜자가 제가 될 것이라 생각해서, 차님은, 이 게임을 제가 이길 경우 부부사기단의 업적일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전혀 의외의 상대가 1등을 차지했습니다. 졸지에 저는 꼴찌가 되었네요.

최종 점수! 검은 색에 본인... -_-;

자신이 1등임을 알리는 저 거만한 손가락~!

다시금 느끼지만, 걸작입니다. 게임을 할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일전에 이 게임에 대한 평가를 내렸던 내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지더군요. 아직 이 게임의 정수를 다 맛보지 못한 것 같아서 말이죠.

이어진 게임은 알함브라였 습니다. 게임 구매 러쉬 초기에 들어왔던 녀석이라 꽤 자주 돌렸었는데, 한동안 못 찾았던 녀석이지요. 본판이 모두에게 익숙한 게임이라 확장 1번 가운데 [고관의 부탁]을 넣어서 진행했습니다. 결과론이지만, [고관의 부탁]은 인원이 많을 때 더 빛을 발했을 것 같네요.

저희 커플은 주로 2인 게임을 많이 해왔었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타일에 금액을 정확히 맞추어서 지불하려고 합니다. 원하는 타일을 무리해서 구매해야 할 필요성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카드 장전에 주력하는 스타일인데, 차님은 외벽 중시 스타일이더군요. 필요한 외벽이다 싶으면,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구매해오곤 하셨습니다. 그 이유가 있더군요. 외벽 점수는 가장 긴 사람만 차지하게 된다고 알고 계셨던 겁니다. 에러였던 것이지요. 여담이지만, 차님의 자택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만 정식 규칙보다 훨씬 빡빡한 에러로 진행하는 줄 알았었는데, 차님의 집에서는 훨씬 더 각박(!)한 하우스룰이 적용되고 있더군요.
어쨌거나 덕분에 첫 번째 점수계산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셨었는데, 총알 소진이 심한 탓에, 중반 이후 조금씩 밀리고 계셨습니다. 제 경우는 외벽도 꽤 길게 만들었지만, 고급 건물에 주력했습니다. 탑이나 정원 같이 높은 점수를 주는 타일을 모으고 있었지요. 덕분에 같은 타일에 주력하던 제 연인이 불판 위의 오징어처럼 말렸습니다. 최종 순위는 저-차님-제 연인.

알함브라를 끝내고 나니까 시간이 4시 정도 되었습니다. 게임을 더 하고 싶었는데, 차님이 지금 안 가시면 졸음운전의 위험이 있으시다면서 모임을 끝냈습니다.

모 임이라고 해봐야, 번개 형식이었기 때문에, 조촐한 3인 게임 위주로 돌아갔지만, 새로이 열정적인 분을 알게 되어서 흐뭇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제가 “그 분”을 잘 설득해서 가급적이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해보려 합니다. 이렇게 게임을 사이에 놓고 사람과 마주 앉는 시간이 너무 즐거우니까 말이죠.

p.s. 경황이 없어서 사진은 또 토레스밖에 못 찍었네요. 아니면 토레스가 끝났을 때 가장 예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핫핫~

보드 위에 그린 세상 - 3. 보드게이머 A씨의 하루

<프롤로그>

0-1. A씨는 보드게임을 좋아한다. 그래서 보드게이머이다. 프로게이머는 프로겠지만, 보드게이머는 보드가 아니다. -_-;


0-2. B씨는 PC게임을 좋아한다. 그래서 PC게이머이다. 프로게이머는 프로겠지만, PC게이머는 PC가 아니다. -_-;


1-1. A씨는 즐겨 찾는 보드게임 쇼핑몰에서 신작 출시 소식을 접했다. 그 신작의 가격은 8만원에서 1천원이 빠지는 금액

“음~ 이 회사의 구성물은 실하기로 유명하지. 그래. 이 회사 제품이라면 이 정도 금액은 타당해.”

그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신용카드를 긁었다. (카드가 가려웠나 보다. -_-;)


1-2. B씨는 즐겨 찾는 PC게임 사이트에서 신작 출시 소식을 접했다. 그 신작의 가격은 3만원에서 2천원이 빠지는 금액

“에이~ 뭐가 이렇게 비싸? 이 회사는 소비자를 봉으로 아는 거야?”

그는 망설임 없이 와레즈를 뒤졌다.


2-1. A씨가 구입한 게임에는 두툼한 영문 설명서가 들어있었다. 구성물, 게임목적, 준비, 진행, 게임 종료, 점수 계산, 변형룰 등….

그는 망설임 없이 영한사전을 뒤져 번역을 시작했다. (영문 규칙이 들어있는 게 어디냐는 듯이…)


2-2. B씨가 다운받은 게임은, 원래 구입할 경우 조촐한 한글 설명서가 들어있다. 게임 사양, 조작방법 등…. 그리고 다운 받은 게임을 설치하고 나면, 파일로 된 전자 설명서를 읽겠느냐는 물음이 뜬다.

그는 망설임 없이 “아니오”를 클릭하고, 게임을 시작한다.


3-1. A씨가 구입한 게임에는 카드에 영문이 빼곡히 적혀있다. 토익 점수 900점을 상회하는 그에게 그 정도 영문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항상 자기와 마주 앉아 게임을 돌리는 친구 C와 D를 떠올렸다. 친구C는 몰라도 친구D는 영문이라면 알러지를 일으키는 인물.

“그래. 게임은 함께 하는 거야.”

그는 망설임 없이 자와 칼, 풀을 동반한 한글화를 시작한다.


3-2. B씨가 구입한 게임은, 캐릭터들이 육성을 통해 게임을 진행한다. 정확한 영어 발음으로 진행되는 게임이지만, 한국의 게이머들을 위해 자막처리가 되어있다.

“에이~ 무슨 게임을 꼬부랑말을 들으면서 해? 이 회사는 더빙도 안해주나?”

그는 망설임 없이 “음성 음소거”를 클릭했다. -_-;


4-1. 마침내 A씨는 규칙 번역과 카드 한글화를 마쳤다. 게임이 하고 싶어진 그는, 전화로 친구 C와 D를 불렀다. 오늘은 다행히 그들이 시간이 비었나 보다.

한 시간 여를 기다리자 친구들이 도착했다. A씨는 자리에 앉아 게임을 준비하고(30분), 게임에 대해 설명을 했다. (30분) 게임을 하기로 맘 먹은지 두 시간만에 시작한 그들의 게임은 약 3시간 여의 플레이타임을 기록하고 끝이 났다. 그들은 지퍼백을 이용해 게임 구성물들을 차곡차곡 정리해서 집어넣었다. (10분) 도합 5시간 10분.


4-2. B씨는 오늘도 게임 생각이 나서 PC앞에 앉았다. B씨는 PC를 켜고 게임을 시작했다.(5분) 한 시간 여를 게임에 열중한 B씨. 슬슬 손가락이 아파질 무렵 그는 게임을 종료하고 PC를 껐다. (20초) 도합 1시간 5분 20초


5-1. A씨는 보드게임을 하면서 필요한 물건들을 둘러보고 있다. 그는 옥션에서 카지노 칩을, 방산시장에서 카드 슬리브를, 지물포점에서 무광 시트지를, 천원 하우스에서 구성물 보관용 플라스틱 함을, 팬시점에서 카드 보관용 종이박스를 구입했다.

그는 지금 문구점에서 구입한 아크릴로 다이스 타워를 손수 제작하고 있다.


5-2. 3개월 전 PC를 업그레이드 한 B씨. 그는 오늘도 아무런 불편함 없이 PC게임을 하고 있다.


6-1. 며칠 뒤 A씨는 즐겨 찾는 쇼핑몰에 새로운 신작이 입고되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통장 잔고를 살핀 후, 한숨을 내쉰 A씨

그는 지금 커뮤니티 중고장터란에, 자신이 애써 한글화하고, 슬리브를 씌워서, 지퍼백으로 정리한 게임들을 팔려고 명단 정리 중이다. (구매 자금 마련을 위해…)


6-2. 며칠 뒤 B씨는 즐겨 찾는 PC게임 사이트에서 새로운 신작이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가격을 살핀 후, 한바탕 투덜거린 B씨

그는 지금 와레즈를 열심히 뒤적이고 있다.


7-1. 지난 에센에서 새로운 게임이 소개되었음을 알고, 가슴 두근거렸던 A씨. 그러나, 그 게임의 출판사는 소량만을 출판하기로 유명한 회사였고, 발매 후 며칠 만에 품절되어 버려서 국내에 들어오지 못했다.

그는 지금 e-bay를 열심히 뒤적이고 있다.


7-2. 지난 E3쇼에서 새로운 게임이 출시되었음을 알고 가슴 두근거렸던 B씨. 그러나, 그 게임 회사는 한국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는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 한국에서는 출시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해외 와레즈를 열심히 뒤적이고 있다.


<에필로그>
위에 적은 A씨는 제가 아닙니다. 물론 B씨도 아니구요. A씨는 주변에 열성적인 보드게이머를 모델로 삼아 가상으로 만든 인물이며, B씨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을 모델로 했습니다.

문득 생각이 든 사실이지만, 보드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보드게임은, 같은 게임이라는 점에서 항상 비교대상일 수 밖에 없는 PC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이며, 인원의 제한이 있으며, 언어의 장벽도 스스로 넘어야만 합니다. 그것도 번역과 포토샵질과 컬러프린팅 및 재단(?) 등의 엄청난 수고로움을 요구하는 한글화를 통해서 말이지요.

게다가, 게임을 돌리기 위해서는 규칙을 공부해야 합니다. 학창시절 선생님의 설명을 졸면서 들었던 사람조차도, 누군가가 게임을 설명할 때는 눈빛을 빛내며 듣습니다. 아니 심지어 스스로 규칙서를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게임을 공부하며, 때론 누군가에게 가르쳐야 할 때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해가 잘 안가는 규칙은 질문과 답변 게시판을 이용하거나, 게임 출판사 홈페이지의 FAQ를 뒤적거리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야만 하는 보드게임인데도, 구매를 위해 망설임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지금껏 100개를 넘지 않는 저렴한(!) PC게임 구매 개수에 비해, 보드게임은 300개를 훌쩍 넘긴 저의 모습이, 결코 낯설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드게이머들은 유희를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않나 싶습니다. 개인의 유희를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 속에서, 보드게이머들은 돋보이는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과의 만남이 즐겁고 유쾌한가 봅니다.

오늘도 저는 사람들과 만나 게임을 하게 되는 그 순간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3. 푸에르토 리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MLB 팀이 플로리다 말린스입니다. 플로리다 주(州) 마이애미 시(市)를 근거지로 삼고 있는 구단인데, 마이애미가 중남미의 입구 같은 곳이라 라틴계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공항에서도 영어보다 스페인어가 더 자주 들리더군요. 버스를 타고 갈 때도 영어를 쓰는 사람보다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이 더 많은 걸로 봐서 주민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봅니다. 덕분에 말린스 구단에는 다른 팀보다 중남미 출신의 선수들이 꽤 많습니다. 얼마 전 구단 공중분해(!) 덕분에 뿔뿔이 흩어지긴 했지만, 이전의 선수 구성을 보면, 도미니칸 공화국, 베네수엘라, 쿠바 등 카리브 해 연안의 많은 국가에서 온 선수들이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푸에르토 리코지요. 퍼지 로드리게스, 마이크 로웰 등 친근한 선수들의 고향인 푸에르토 리코가 사실은 식민지 시대의 어두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게임은 당시의 식민 이주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음울한 분위기의 게임은 아닙니다. 이주민 배에 떼거지로 담겨서 실려 오거나 말거나, 게임 참가자들은 그런 비운의 역사를 떠올리며 숙연해할 틈이 없습니다. 상대의 행동이 자신에게 미칠 영향을 끊임없이 계산하느라 시종일관 긴장감이 감도는 게임이지요. 보드게임긱 평점 부동의 1위인 게임이라, 이미 더 말씀드릴 필요가 없을 겁니다. 다만, 제 경우는 특이하게도 푸에르토 리코를 2인 게임으로 대부분 돌렸기 때문에, 이 날의 5인 게임이 다소 생소했다고나 할까요. 한 라운드의 대부분의 역할이 특권을 포함하는 2인 게임과, 한 가지 역할을 제외하면 모두 특권과 무관한 5인 게임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2인 게임과 5인 게임의 차이점은 비단 역할선택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게임 전반에 걸쳐서 꽤 큰 차이점을 나타내기 때문에 저로서는 거의 새로운 게임을 접한 느낌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커피를 포함한 다품종 소량생산과 상인+건물 러쉬를, 비형 스라블님은 상인 전략, Jade님은 담배 주종에 항구+조선소 콤보로, twinkrystal은 옥수수 러쉬를, 비형 스라블님 부인께서는 설탕과 담배 콤보로 전략의 틀을 잡으시더군요.

저는 담배를 제외한 모든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공장제 수공업소를 잡지 않아서 원활한 건물러쉬가 어려웠습니다. Jade님이 항구+조선소로 틀을 잡고 마구 승점사냥을 하시길래, 얼른 건물러쉬로 끝을 내려고 했었는데, 그게 잘 안되더군요. 특히 바로 왼쪽에 계신 비형 스라블님이 같은 상인 전략으로 나가시는 덕분에 물건도 몇 번 못 팔았습니다. 5인 게임에서 왼쪽 사람이 상인을 잡으면, 저는 물건 팔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쩝~

게임은 Jade님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twinkrystal이 1점차 신승을 거두었습니다. 한번에 옥수수 6~7개를 끌어당긴 옥수수 러쉬의 막강한 힘을 알 수 있겠더군요. 저는 대형 건물 2개를 포함해서 건물 점수로 역전을 노렸었는데, 창고 없는 다품종 소량 생산의 말로는 처참하더군요. 훌쩍~ 3등에 그쳤습니다.

사실 푸에르토 리코는 너무 많이 돌린 게임이라 질릴 때도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오는군요. 명작은 명작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게임을 마쳤을 때, 오후 6시 정도 되었었는데, 모두 귀가하셔야 한다고 하셔서 모임은 끝이 났습니다. 매번 오셔서 게임하실 때마다 따님을 품에 안고, 조기교육(?)을 하셔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게임하시는 비형 스라블님 내외분과, 몇 번씩 길을 잘못 들어서 광주 일대를 훑고 오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즐거워하시는 Jade님께 감사드립니다.

2. 컬러레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디자이너를 말하라면 미하엘 샤흐트를 첫 손으로 꼽을 겁니다. 처음으로 구입한 보드게임이 한자(Hansa)였다는 이유도 크지만, 무엇보다 깔끔하다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이랄까요. 특히 대부분의 정보를 공개한 상태에서 수싸움을 하게 만드는 그의 게임 스타일이, 가림막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솔직한 저의 스타일(정말?)과 잘 맞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자주 찾게 되는 게임들은 이 분의 게임들이 많더군요. 최근에는 2인용 게임인 리슐리외를 자주 하게 되는데, 이 역시 미하엘 샤흐트의 작품입니다.

컬러레토 역시 카드게임이지만, 모든 정보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샤흐트다운 게임이더군요. 3종류 이외의 모든 카드들은 마이너스 점수가 된다는 점도 매우 신선했습니다. 대부분의 카드게임에서 카드 획득은 좋거나, 나쁘거나의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에서는 상황에 따라서 좋을 수도,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꽤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더군요.

6Nimmt! 이후로 5인 이내의 인원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으면서도, 쉽게 질리지 않을 게임을 하나 더 발견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2~3인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비형 스라블님의 말씀에, 모임 이후에 둘이서 한번 시도를 해보았으나, 3~5인 게임이라는 규칙서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접었다지요. (혹시 우리 둘을 골탕 먹이시려고 일부러? -_-;)

딱 한번 돌아간 게임이고 너무 강렬한 인상 덕분에 사진 찍는 것을 잊었습니다. 핫핫~ 대신, 그 직전 모임에서 다이아몬드를 돌리신 후의 사진 한 컷을 올리겠습니다.

2006. 01. 30 아지트 게임모임 후기

설 연휴 내내 방콕과 방굴러대쉬를 전전하다 마지막날인 월요일에 모임을 가졌습니다. (모임을 가져도 방콕임에는 변함이 없군요. -_-;) 드물게(?) 낮에 가진 아지트 모임이고, 연휴 마지막 날이라 일찍 귀가하시는 바람에 딱 3개의 게임만 돌아갔습니다. 덕분에 아쉬움의 진한 느낌을 남긴 모임, 그 날의 기억속으로 가보겠습니다.

1. 왕관과 검

마지막 모임으로부터 이 날의 모임까지 꽤 간격이 있었습니다. 아니, 간격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겨우 일주일만의 모임인데, 그 전 모임이 있던 주에는 거의 이틀 간격으로 한번씩 모임을 가졌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매우 길게 느껴졌던 것이지요. 그리고 그 길게 느껴지는 시간 동안 꽤 많은 게임들의 한글화를 해놓은 상태였습니다. 첫 게임으로 왕관과 검을 내민 것도, 전날 새벽에 규칙서를 읽다가 문득 필이 와서 후다닥 한글화를 해버렸기 때문이랄까요. 핫핫~. 물론 왕권의 찬탈과 수호라는 테마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만큼 해보고 싶었던 것이지요.

게임의 초기 세팅 모습

비형 스라블님 내외분과 Jade님, 저와 Twinkrystal의 5인 게임으로 돌아간 간단한 영토분쟁 및 왕권쟁취 게임입니다. 유명한 카르카손의 디자이너가 Queen Games와 손잡고 제작한 게임이며, 같은 크기의 박스 라인업으로는 정크, 베네치아 등이 있더군요. 비형 스라블님의 경우 정크와 같은 사이즈의 게임이라는 점 때문에 흠칫 놀라시는 눈치….

게임은 매우 간단합니다. 3AP 내에서 할 수 있는 행동들을 자유롭게 하면서 진행을 하면 되지요. 영토를 확장하고, 도시나 성, 또는 대성당을 짓고, 필요한 경우는 상대가 선점한 영토에 대한 공격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게임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왕권 찬탈 기도입니다.

왕은 참가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 최초의 왕은 도시와 성을 최초로 건설한 사람이 되지만, 이후부터는 찬탈을 통해서만 왕이 될 수 있지요. 왕이 꽤나 재미를 쏠쏠하게 보기 때문에, 천성이 반골(反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기기 위해서는 쿠데타의 유혹을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왕은 매 자신의 차례마다 세금 징수라는 달콤한 액션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게임 후반 모습

왕이 세금 징수를 통해 백성들의 불만이 고조되기 시작하면 찬탈의 기운이 서서히 피어납니다. 그러다 누군가가 역성혁명(易姓革命)의 기치를 들면 나머지 사람들은 결정을 해야합니다. 왕의 편에 서서 왕권을 수호할 것이냐, 아니면 신흥세력의 편에 서서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냐. 쿠데타의 결과가 나오면, 성공한 측에 줄을 섰던 사람들은 보너스를 받게 됩니다. 물론 당사자(왕 또는 찬탈자)는 더 큰 보너스를 받게 됩니다.

인생의 반은 로비라고 이경규가 말하던데, 사람들의 줄서기에 따라 쿠데타의 결과가 갈라지기 때문에 평소에 덕망을 좀 쌓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핫핫~ 저는 항상 모든 게임에서 공공의 적이 되기 때문에, 제가 왕일 때는 사람들이 쿠데타 세력에, 제가 쿠데타를 일으키면 왕권 수호세력에 줄을 서더군요. 쩝~ 덕분에 초반에 조금 달린 것 말고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세력이 좀 센 상태에서 왕관을 거머쥐어야 세금을 많이 거둘 수 있는데, 첫번째로 왕좌에 오른 덕분에 자잘한 세금만 거두다 뺏기고 말았지요. -_-;

설명을 담당했던 저를 포함, 게임에 참여했던 다섯 명 모두 이 게임을 처음 접한 거라 조금은 감각적인 진행이 아쉬웠습니다. 특히 미미한 세력일 때 제가 처음으로 왕을 차지했었기 때문에 다들 왕권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나 봅니다. 저와 비형 스라블님이 번갈아가며 장기집권을 했었거든요. 그 사이 안정적으로 정국운영을 하면서 세력을 키우셨던 다른 분들이 게임 후반에 와서 갑자기 왕권의 매력을 알아버린 겁니다. 그 결과 매 턴 왕관의 주인이 바뀌는 쿠데타 정국이 되어버렸습니다. 1회용 왕이랄까요. 거의 콩가루 왕국 분위기였습니다. 거의 왕권을 돌려먹는 분위기라 게임이 상당히 느슨해져 버렸습니다.

중반부터 왕권에 대한 찬탈 기도가 좀 빈번하게 일어났더라면, 후반의 느슨한 분위기가 조금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참가하신 분들 모두 선량하신 분들이라(정말?) 쿠데타에 익숙치 않으신 덕분이겠지만…. (그럼 게임 후반의 무지막지한 쿠데타 러쉬는 뭐란 말인가?)

보드 위에 그린 세상 2. 모래시계 편

 

문득 옛 향수에 젖어 에뮬게임을 찾아보았다. 유명한 에뮬레이터 사이트를 찾아 들어갔더니 이름만 대도 알만한, 8~90년대 오락실을 풍미했던 게임들이 즐비하게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것은 역시 슈팅게임이었다.

 

오락실 게임에서 콘솔 게임, 그리고 PC게임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게임이라면 단연 슈팅게임이다. 비행기 한 대가 종() 스크롤 화면 상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적들을 상대로 말도 안 되는 폭탄 세례를 퍼붓는 게임. 워낙 많은 슈팅 게임 타이틀들이 범람하다보니, 분명 비행기에 박힌 나사들까지 전부 다 총알로 쓴다고 해도 그만큼 쏟아내지는 못할 비현실적인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1942, 1943과 같은 현실적인 년도수를 제목으로 붙이기도 하고, F-14, F-16은 물론, 미국의 차세대 전투기라는 F-22까지 등장시켜 최대한 현실에 가깝게 보여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려는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일당백(一當百)도 모자라 일당천만 정도는 헤아려야 할 막강한 전투기를 통해, 현실의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날리는 효과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간간히 등장하는 중간보스, 또는 대()보스의 만만치 않은 맷집과 그리고 주인공의 폭탄세례에 버금가는, 아니 다른 적들은 등장해서 한 두 발 쏘고 사라지기에 더욱 깜짝 놀라게 되는 그들의 폭탄 세례에 긴장감 늦추지 않고 스틱을 잡고 있어야 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필자의 경우는 대부분 세 번 째 보스를 넘기지 못하고 아쉽게 의자에서 일어나야 했지만, 간혹 경지에 오른 오락실의 터줏대감들은 물오른 곡예비행으로 모든 위기를 넘어가는 신기(神技)를 선보였고, 필자는 그 뒤에서 황홀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곤 했다.

 

슈팅게임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그 자리를 차지한 게임이 바로 격투게임이다. 아직도 많은 코스튬플레이의 대상이 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격투게임은, 이제 2차원의 평면을 넘어 3차원의 세계로까지 화려한 그래픽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슈팅게임의 경우, 경지에 오른 사람은 한번의 동전 투입으로 아예 끝까지 앉아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격투게임은 대전(對戰) 형식이기에 한 게임기로 두 사람의 돈을, 빨리는 1~2분 만에 재투입하게 만드는, 오락실 주인에겐 효자게임이었다.

 

그렇다면, 오락실의 효자, 슈팅게임과 격투게임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필자가 생각하기에 게이머의 반사신경을 시험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날아오는 미사일에 기민하게 대처해야만 살아남는 슈팅게임이나, 상대방의 공격에 재빨리 방어하거나 대응공격을 해야하는 격투게임 모두 뛰어난 반사신경을 소유한 사람에게 유리한 것이니 말이다.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더 높은 정도의 위험을, 더 짧은 시간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지는 것인 만큼, 반응 시간의 제한이라는 것은 두 게임에게 있어서 또 다른 필수적인 요소라 하겠다.

 

보드게임의 경우, 이와 같은 기민한 반사신경을 요구하는 게임이 있을까? 물론 있다. 수많은 보드게임 카페의 종(, bell)들을 골로 보냈던 전설의 게임 [할리갈리]가 바로 그 경우이다. 민첩한 손놀림에 너무 무게중심이 치우쳐있다고 판단했는지, 익스트림 버전에서는 종치는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어버렸다. 오락실과 콘솔 게임으로 반사신경의 굵기를 키워온 사람들에게 아주 적격인 게임이라 생각한다. 종치기라는 유사성을 지닌 게임으로는, 참가자들을 모두 재래상인 판매 홍보원으로 만들어버리는 [피트]가 있다.

 

조금 더 두뇌활동의 영역을 키운 반사능력 테스트 게임으로는 [암스테르담의 상인]이 있다. 역경매라는 특이한 점을 도입한 이 게임은 원하는 가격까지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다가 경매시계(Auction Clock)을 눌러야 하는데, 누르기 전까지의 상황은 보통의 경매게임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시계에 달려드는 경우 할리갈리를 방불케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게임들은 보드게임에서 비주류이며 극소수에 해당한다. 현실에서도 이런 기민한 반사능력은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다지 요구되지 않는 바, 현실을 많이 반영하고 있는 보드게임 역시 그다지 많은 반사능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시간의 제한은 꽤 많은 부분에 적용된다. 아니, 시간 제한에 받는 영향이 크고 적은 차이가 있을 뿐, 시간 제한이 없는 일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간 제한은 보드게임에서는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그 답이 바로 모래시계이다.

 

모래는 고체적 특성과 액체적 특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고 한다. 모래 내부에서는 고체적인 특성을, 모래가 흐르는 표면에서는 액체적인 특성은 지니고 있어, 모래가 많든 적든 일정한 속도로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일정한 정도의 시간을 제한하는 데 있어 모래시계는 가장 최적의 선택이라 할 것이다. 모래시계가 그려내는 현실의 시간 제한은 다음과 같다.

 

1.       보드게임에 있어서 모래 시계는 대부분 장고(長考) 방지용이다. 바둑 경기에서 시간 재는 사람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하염없이 생각하기 시작하면 게임이 맥을 잃어버리는 경우, 대부분 모래시계가 등장한다. 루미큐브를 할 때, 숫자조합 생각하기도 바쁜데, 옆에서 모래시계가 하염없이 모래를 떨구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낀다. 원고마감시간에 쫓기는 작가나 기자의 경우, 루미큐브를 하고 있으면 비슷한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게임에서의 모래시계는 이들의 삶을 반영한 것이 아닐는지.

 

2.       모래시계의 또 다른 기능은 승자에 대한 우월적 지위의 보장이다. 특허권이 50년 동안 보장되는 것과 같은 이치. [리코셰 로봇]의 경우, 가장 먼저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이 모래시계를 돌린다. 그 모래시계가 다 떨어질 때까지 다른 사람이 더 좋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 그가 승리자가 된다. 하지만, 신기술을 내어놓은 기업이 더 나은 신기술을 다른 기업이 발명할까 노심초사하며 더욱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것처럼, 모래시계를 돌린 당사자 역시 보드판에서 눈을 떼고 있을 수는 없다. 모래시계가 보장하는 우월적 지위는 한시적인 것이며, 그 지위를 뺏기지 않으려면 스스로도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점은 현실의 그것과 같으니까.


3.       모래시계는 유한(有限)한 인간의 삶을 반영하기도 한다. 모래시계가 게임말인 [탐스크]의 경우, 모래시계가 다 떨어지면, 그 말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죽은 말이 된다. 모래시계가 다 떨어지기 전에 얼른 옆으로 옮기면서 돌려놔야 한다. 부지런히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욱 긴 수명을 보장받는다는 것은 보드게임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의 진리이기도 하다.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침 저녁으로 부지런히 운동하고 있는 어르신들은 이미 탐스크의 진리를 깨달으신 분들이리라.


4.       얼마 전 항공회사 노조가 파업을 선언했다. 노조의 단체행동권은 법률로 보장된 것이며, 사용자와의 협상에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기술적인 행동이지만, 길어질 경우 여러가지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한다. 이에 정부는 일정한 정도의 협상 유예기간을 두어, 만일 그 기간동안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공권력을 투입할 것임을 예고한다. 이러한 종류의 시간제한은 보드게임으로 구현되지 않았을까? [드래곤의 황금]에 사용된 모래시계가 바로 그러한 용도이다. 조금이라도 보물획득에 공헌한 사람은 보물배분을 위한 협상에 참여할 수 있으나, 만일 주어진 시간 동안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아무도 보물을 가져올 수 없다. 현실과 유일한 차이점은, 현실에서는 제3자가 유예기간동안 당사자의 협상이 타결되기를 바라지만, 게임에서는 결렬되기를 바란다는 점.

 

어쩌면 현실의 시간제한이 지긋지긋한 사람들은, 시간제한이 있는 게임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을 통해 현실 교육을 시키고 싶은 부모들이라면, 모래시계가 있는 게임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실은 날아오는 총탄을 피하는 기민한 반사능력보다는 모래시계의 제한에 대한 적응능력이 훨씬 많이 필요하므로.


(모든 사진들은 다이브다이스의 상품소개 및 에뮬랜드의 화면캡쳐를 이용했습니다.)


그 동안 모임도 좀 있었고, 연인과 둘이서만 돌린 게임도 있었습니다. 사진만 찍어두고 귀찮아서 후기도 안 쓰고 있었는데, 이 참에 몰아서 사진과 함께 간략 소감을 좀 올려볼까 합니다.

1. 리프 인카운터 2인 게임

그 동안 4인 게임으로만 돌려왔었는데, 2인 게임으로 처음 돌려봤습니다. 게임을 전수해주신 전심님이 2인 “게임하게 되면 소감을 알려달라.”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전심님 보고 계시죠? ^^;

2인 게임에서는 선점이 꽤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바다판이 2개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선점을 한 사람이 큰 점수를 노리면서 영역 확장을 시도하면, 천적관계로 잠식하지 않는 한 버틸 수가 없더군요. 게다가 한 사람이 다른 천적 관계를 가진 산호초 무리를 한 바다판에 두 무리를 장악하는 경우 그 바다에서 다른 사람은 살 길이 막막해집니다. 따라서 선점이 꽤 큰 의미를 갖습니다.

이런 선점의 유리함 때문에 그런지, 2인 게임의 경우 먼저 시작하는 사람과 나중에 시작하는 사람이, 처음에 주어지는 산호 타일의 수에서 많이 차이가 납니다. (나중에 하는 사람이 타일을 월등히 많이 받고 시작하지요.) 저는 나중에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작한 직후 연속 두 차례를 타일만 챙기고 끝냈더니, 불판 위의 오징어처럼 제대로 말렸습니다. 쿨럭~

제 연인의 화려한 연속 확장 콤보 덕분에 구석에서 간신히 명맥 유지만 했었지요. 게임 후반에, 잠식한 산호 타일을 이용해서 한꺼번에 11개의 산호 타일을 놓는 과감한 전략을 펼쳤지만, 이미 천적관계 고정으로 자기가 먹은 산호 타일들의 가치를 한참 튀겨놓은 제 연인을 당할 수는 없더군요. 제가 먹은 산호들은 타일당 가치가 1~2에 불과했습니다.

2인 게임에서는 선점의 중요성 때문에 4인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전개가 예상됩니다. 4인 게임에서 간혹 볼 수 있었던 타일 사재기 전략은 2인 게임에서는 자멸의 길이랄까요. 게임의 양상이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멋진 게임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2. 파워그리드 프랑스 4인 게임

삑사리 내외분과 더불어 파워그리드를 4인 게임으로 진행했습니다. 프랑스를 2인 게임으로만 돌려봤던 저로서는 색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파워그리드(또는 풍켄슐락)는 2인 게임이 다인 게임보다 선두에게 주어지는 제약이 너무 적습니다. 자원을 아무리 사재기해도 그리 비싸지지 않고, 2 단계를 넘어가면 집을 못지을 염려도 사라지지요. 덕분에 2인 게임의 경우 자금 비축 후 몰아치기 전략이 주류를 이룹니다. 빨리 집을 안 지으면 집 짓는 비용이 팍팍 증가하는 다인 게임과는 달리 집 짓는 부담이 적거든요. 특별한 룰의 보정이 없이는 2인 게임 파워그리드는 자주 찾지 않을 것 같습니다.

4인 게임이 되니 확실히 선두로 치고 나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더군요. 특히 3명이 자원 사간 후에 자원을 구입하려고 하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자원 가격이 가슴을 태웁니다. (쓰레기의 그렇게 비싸다니… -_-;)

자원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프랑스는 파리 근교가 알토란지역이라, 삑사리님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이 모두 파리 근교에서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초반부터 집을 지으려면 건너뛰어가며 지어야 하는 사태가 많이 발생했지요.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파리 북쪽으로 저렴하게 연결 가능한 도시들이 모두 막힌 상태입니다. 파리에서 시작하는 잇점을 꽤 줄인 상태였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3명이나 거기서 싸워댔으니….

이런 저런 이유로 선두로 치고 나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다들 몸사리기 전략을 구사하신 것이죠. 덕분에 종료조건인 집 20채 건설로는 1등이 어려웠습니다. 천천히 진행된 덕분에 모두들 자금이 넉넉한 상태였고, 20채 정도의 발전은 다들 가능했으니까요. 게임 후반에는 다들 ‘아~ 20채 발전 공급으로는 선두를 못 먹겠구나.’라고 생각들 했는지, 대부분 발전 용량을 21~22까지 늘려놓으시더군요.

결국 승부는 집 건설에서 났습니다. 지도 전역에 집을 골고루 분산시킨 제가 21채 건설에 성공했지요. 발전 용량이 21에 달했으면서도 20채 밖에 못 지으신 두 분이 나란히 2~3등을 차지했고, 꼴지조차도 19채나 집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파워그리드를 배웠을 때 4인 게임이었는데, 당시는 점수 분포가 꽤 넓었었습니다. 물론 키니님, 전심님처럼 베테랑들이 함께 하신 결과였지만, 간간히 선두를 치고 나간 사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다음에 게임을 하게 되면, 간간히 선두를 치고 나가봐야겠습니다.

3. 정크 4인 게임

한글화와 요약표 번역작업까지 직접 했던 게임이라 남다르게 애착을 가진 게임입니다만, 설명과정에서 몇 차례 실수를 하는 바람에 다다의 알만하신 분들 2분께 그다지 좋지 않은 기억을 심어드린 게임입니다. 핫핫~. 이날 게임은 다행히 당시의 기억을 반면교사 삼아 잘 설명해드렸지요.

정크는 3~4인 게임이지만, 3인 게임이든 4인 게임이든 잘 잡힌 균형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상당수의 게임들이 특정 인원 수에 더 균형이 잘 잡히는 경우가 많은데, 정크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새삼 느낍니다.

사진에 보이는 저 꽃미남은 과연 누구일까요? 핫핫~

게임 초반 제가 뻥카를 종종 써먹어서 재미를 봤는데, 중/후반 되니까 죄다 뻥카를 쓰느라 정신이 없어서 게임 진행이 느려지더군요. 핫핫~ 어쨌거나, 경매보다는 돌아다니면서 돈 수금하는 전략에 집중했던 제가 1등 했습니다. 설명하고 1등하기라며 또 한 소리 들었습니다. 정크의 경우 제가 생각해도 좀 심했나요? 지금껏 제가 한 모든 게임에서 설명을 담당했고, 또 1등을…. 쿨럭~

4. 카탄의 개척자 (3D)

비형 스라블님 내외분과 4인 게임으로 진행했습니다. 저는 아주 예전에 보드게임 카페에서 카탄을 배웠는데, 직접 설명서를 읽어보니, 우리가 평소에 진행하던 규칙과 사뭇 다른 점이 있더군요. 어쨌거나 이 게임을 처음 하신다는 믿어지지 않는 스토리의 비형 스라블님 덕분에 또 설명을 담당했습니다. (왠지 또….)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게임의 경우 게임 판과 사용자 말들이 너무 세세한 나머지, 간혹 어떤 것이 게임 판이고, 어떤 것이 사용자 말인지 헷갈립니다. 특히 흰 색의 경우 산 옆에 진을 치고 있으면, 발견하기 꽤 어려워지더군요. 덕분에 비형 스라블님이 별다른 견재를 당하지 않으셨는데, 그러한 유리한 조건 속에서도 그다지 달리지 못하시더군요. 게임 내내 양치기 소년이 되어, 양만 줄창 뽑아내시면서 “양 두개 줄께~”를 외치셨습니다.

초기 배치 시 두 곳의 6 지역에 마을을 놓아두었었는데, 이날 게임에서는 6이 참 많이 나오더군요. 뭐 7을 제외하면, 8과 더불어 가장 많이 나오는 숫자이긴 합니다만, 6 지역 옆에 마을을 가진 사람이 저뿐이어서 꽤나 질시의 대상이 되었었습니다. (땀 삐질~) 주사위에 칩을 박은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결국 대규모 군대와 마을 4채에 성공한 제가 1등을 해버렸습니다. 또 설명하고 1등하기라며 한 소리 들었다죠. -_-;

5. 기타
알레아(ALEA) 시리즈를 다 돌려보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매뉴얼을 독파했고, 숙원이었던 차이나타운, 타지마할 등을 돌려보았습니다. 이제 빅 박스에서 Adel Verflichtet와 Mammoth hunter(Eiszeit), 스몰 박스에서 7인의 현자만 돌려보면 전부 돌려보는 셈이네요. 사진을 찍지 않아서 자세한 후기는 다음에 올리겠습니다만, 게임을 한 후, “역시 알레아~”라는 감탄을 하게 되더군요.

아~ 드래곤의 황금(Dragon’s Gold)과 폼페이, 보난자도 돌렸었습니다. 드래곤의 황금은 게임 하다가 싸움나지 않게 조심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