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모임도 좀 있었고, 연인과 둘이서만 돌린 게임도 있었습니다. 사진만 찍어두고 귀찮아서 후기도 안 쓰고 있었는데, 이 참에 몰아서 사진과 함께 간략 소감을 좀 올려볼까 합니다.

1. 리프 인카운터 2인 게임

그 동안 4인 게임으로만 돌려왔었는데, 2인 게임으로 처음 돌려봤습니다. 게임을 전수해주신 전심님이 2인 “게임하게 되면 소감을 알려달라.”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전심님 보고 계시죠? ^^;

2인 게임에서는 선점이 꽤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바다판이 2개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선점을 한 사람이 큰 점수를 노리면서 영역 확장을 시도하면, 천적관계로 잠식하지 않는 한 버틸 수가 없더군요. 게다가 한 사람이 다른 천적 관계를 가진 산호초 무리를 한 바다판에 두 무리를 장악하는 경우 그 바다에서 다른 사람은 살 길이 막막해집니다. 따라서 선점이 꽤 큰 의미를 갖습니다.

이런 선점의 유리함 때문에 그런지, 2인 게임의 경우 먼저 시작하는 사람과 나중에 시작하는 사람이, 처음에 주어지는 산호 타일의 수에서 많이 차이가 납니다. (나중에 하는 사람이 타일을 월등히 많이 받고 시작하지요.) 저는 나중에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작한 직후 연속 두 차례를 타일만 챙기고 끝냈더니, 불판 위의 오징어처럼 제대로 말렸습니다. 쿨럭~

제 연인의 화려한 연속 확장 콤보 덕분에 구석에서 간신히 명맥 유지만 했었지요. 게임 후반에, 잠식한 산호 타일을 이용해서 한꺼번에 11개의 산호 타일을 놓는 과감한 전략을 펼쳤지만, 이미 천적관계 고정으로 자기가 먹은 산호 타일들의 가치를 한참 튀겨놓은 제 연인을 당할 수는 없더군요. 제가 먹은 산호들은 타일당 가치가 1~2에 불과했습니다.

2인 게임에서는 선점의 중요성 때문에 4인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전개가 예상됩니다. 4인 게임에서 간혹 볼 수 있었던 타일 사재기 전략은 2인 게임에서는 자멸의 길이랄까요. 게임의 양상이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멋진 게임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2. 파워그리드 프랑스 4인 게임

삑사리 내외분과 더불어 파워그리드를 4인 게임으로 진행했습니다. 프랑스를 2인 게임으로만 돌려봤던 저로서는 색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파워그리드(또는 풍켄슐락)는 2인 게임이 다인 게임보다 선두에게 주어지는 제약이 너무 적습니다. 자원을 아무리 사재기해도 그리 비싸지지 않고, 2 단계를 넘어가면 집을 못지을 염려도 사라지지요. 덕분에 2인 게임의 경우 자금 비축 후 몰아치기 전략이 주류를 이룹니다. 빨리 집을 안 지으면 집 짓는 비용이 팍팍 증가하는 다인 게임과는 달리 집 짓는 부담이 적거든요. 특별한 룰의 보정이 없이는 2인 게임 파워그리드는 자주 찾지 않을 것 같습니다.

4인 게임이 되니 확실히 선두로 치고 나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더군요. 특히 3명이 자원 사간 후에 자원을 구입하려고 하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자원 가격이 가슴을 태웁니다. (쓰레기의 그렇게 비싸다니… -_-;)

자원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프랑스는 파리 근교가 알토란지역이라, 삑사리님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이 모두 파리 근교에서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초반부터 집을 지으려면 건너뛰어가며 지어야 하는 사태가 많이 발생했지요.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파리 북쪽으로 저렴하게 연결 가능한 도시들이 모두 막힌 상태입니다. 파리에서 시작하는 잇점을 꽤 줄인 상태였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3명이나 거기서 싸워댔으니….

이런 저런 이유로 선두로 치고 나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다들 몸사리기 전략을 구사하신 것이죠. 덕분에 종료조건인 집 20채 건설로는 1등이 어려웠습니다. 천천히 진행된 덕분에 모두들 자금이 넉넉한 상태였고, 20채 정도의 발전은 다들 가능했으니까요. 게임 후반에는 다들 ‘아~ 20채 발전 공급으로는 선두를 못 먹겠구나.’라고 생각들 했는지, 대부분 발전 용량을 21~22까지 늘려놓으시더군요.

결국 승부는 집 건설에서 났습니다. 지도 전역에 집을 골고루 분산시킨 제가 21채 건설에 성공했지요. 발전 용량이 21에 달했으면서도 20채 밖에 못 지으신 두 분이 나란히 2~3등을 차지했고, 꼴지조차도 19채나 집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파워그리드를 배웠을 때 4인 게임이었는데, 당시는 점수 분포가 꽤 넓었었습니다. 물론 키니님, 전심님처럼 베테랑들이 함께 하신 결과였지만, 간간히 선두를 치고 나간 사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다음에 게임을 하게 되면, 간간히 선두를 치고 나가봐야겠습니다.

3. 정크 4인 게임

한글화와 요약표 번역작업까지 직접 했던 게임이라 남다르게 애착을 가진 게임입니다만, 설명과정에서 몇 차례 실수를 하는 바람에 다다의 알만하신 분들 2분께 그다지 좋지 않은 기억을 심어드린 게임입니다. 핫핫~. 이날 게임은 다행히 당시의 기억을 반면교사 삼아 잘 설명해드렸지요.

정크는 3~4인 게임이지만, 3인 게임이든 4인 게임이든 잘 잡힌 균형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상당수의 게임들이 특정 인원 수에 더 균형이 잘 잡히는 경우가 많은데, 정크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새삼 느낍니다.

사진에 보이는 저 꽃미남은 과연 누구일까요? 핫핫~

게임 초반 제가 뻥카를 종종 써먹어서 재미를 봤는데, 중/후반 되니까 죄다 뻥카를 쓰느라 정신이 없어서 게임 진행이 느려지더군요. 핫핫~ 어쨌거나, 경매보다는 돌아다니면서 돈 수금하는 전략에 집중했던 제가 1등 했습니다. 설명하고 1등하기라며 또 한 소리 들었습니다. 정크의 경우 제가 생각해도 좀 심했나요? 지금껏 제가 한 모든 게임에서 설명을 담당했고, 또 1등을…. 쿨럭~

4. 카탄의 개척자 (3D)

비형 스라블님 내외분과 4인 게임으로 진행했습니다. 저는 아주 예전에 보드게임 카페에서 카탄을 배웠는데, 직접 설명서를 읽어보니, 우리가 평소에 진행하던 규칙과 사뭇 다른 점이 있더군요. 어쨌거나 이 게임을 처음 하신다는 믿어지지 않는 스토리의 비형 스라블님 덕분에 또 설명을 담당했습니다. (왠지 또….)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게임의 경우 게임 판과 사용자 말들이 너무 세세한 나머지, 간혹 어떤 것이 게임 판이고, 어떤 것이 사용자 말인지 헷갈립니다. 특히 흰 색의 경우 산 옆에 진을 치고 있으면, 발견하기 꽤 어려워지더군요. 덕분에 비형 스라블님이 별다른 견재를 당하지 않으셨는데, 그러한 유리한 조건 속에서도 그다지 달리지 못하시더군요. 게임 내내 양치기 소년이 되어, 양만 줄창 뽑아내시면서 “양 두개 줄께~”를 외치셨습니다.

초기 배치 시 두 곳의 6 지역에 마을을 놓아두었었는데, 이날 게임에서는 6이 참 많이 나오더군요. 뭐 7을 제외하면, 8과 더불어 가장 많이 나오는 숫자이긴 합니다만, 6 지역 옆에 마을을 가진 사람이 저뿐이어서 꽤나 질시의 대상이 되었었습니다. (땀 삐질~) 주사위에 칩을 박은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결국 대규모 군대와 마을 4채에 성공한 제가 1등을 해버렸습니다. 또 설명하고 1등하기라며 한 소리 들었다죠. -_-;

5. 기타
알레아(ALEA) 시리즈를 다 돌려보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매뉴얼을 독파했고, 숙원이었던 차이나타운, 타지마할 등을 돌려보았습니다. 이제 빅 박스에서 Adel Verflichtet와 Mammoth hunter(Eiszeit), 스몰 박스에서 7인의 현자만 돌려보면 전부 돌려보는 셈이네요. 사진을 찍지 않아서 자세한 후기는 다음에 올리겠습니다만, 게임을 한 후, “역시 알레아~”라는 감탄을 하게 되더군요.

아~ 드래곤의 황금(Dragon’s Gold)과 폼페이, 보난자도 돌렸었습니다. 드래곤의 황금은 게임 하다가 싸움나지 않게 조심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