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겨울방학도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 되었지만, 변변한 여행 한 번 가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서, 결국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2주 전부터 벼르고 별러서 간 것이었는데, 결국 다른 동행인은 만들지 못했고, 우리 둘만의 여행이 되었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아내를 만난 이후로 부모님을 모신 가족여행 외엔 모두 우리 둘만의 여행이었다. 역시 결혼하게 되면 그렇게 되는 걸까?

애초 예정지는 백암온천이었으나, 교통의 불편함으로 인해 자동차를 몰고 가야 했는데, 편도 4시간 여가 걸리는 거리인지라, 단양으로 행선지를 바꾸었다.



아내와 저녁시간을 보내기 위해 2인용 게임을 몇 가지 가져왔지만, 이것도 여행이라고 좀 피곤했는지, 조금 이야기를 하다가 금방 잠들어버리는 바람에 하나도 할 수 없었다.
간만에 서울 나들이를 나갔다. 그것도 버스로...

그런데, 나가려고 준비하다보니 이것저것 꼬이는 게 많다. mp3p가 말썽을 부렸고, 대신해서 휴대전화에 mp3를 넣었더니, dcf로 변환하지 않아서 재생이 안되는 거였다. 결국 pda에 넣었던 "비밀번호 486"만 실컷 들으면서 서울에 들어갔다.

그나저나, 버스만 타면 멀미를 하는 게 내가 잘못된 것일까? 하긴 아내도 멀미를 호소하는 걸 보니, 우리가 그동안 버스를 안타긴 했나보다. 하지만, 멀미를 안해도 좋을만큼 편안하게 운전하는 버스를 한국에서 타는 건 불가능한 일인가보다.

도착한 곳은 강변역. 테크노마트 지하에 위치한 뉴욕식 중화요리점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사실 아내가 원했던 곳이기도 했다. 좀 웃기는 건, 미국에서는 중화요리는 거의 패스트푸드 수준의 값싼 식사인데, 여기선 비슷한 걸 먹으려면 꽤 돈을 챙겨가야만 한다. 적어도 외식비만큼은 미국을 앞지르고 있는 것 같다. 다른 걸 앞지를 것이지...

우리 부부가 데이트라고 하면 뭐 별 게 없다. 음식점이나 카페, 또는 서점이나 옷가게가 거의 갈 수 있는 장소의 전부이다. 간혹 공원 산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는 엄두를 내기 어렵다.

식사 후 아내는 옷가게를, 나는 서점으로 향했다. 서로 헤어져서 각자 원하는 걸 하는 데이트다. 내가 옷가게에 따라가면 무척이나 지루해하고 피곤해 하기 때문에 오랜 경험에서 나온 하나의 방책이다.

아내가 옷을 많이 사는 편은 아닌데, 길을 가다가 옷가게가 나오면 그냥 지나치기 힘든 모양이다. 이날도 한참을 둘러보고 입어보고 하더니 결국 빈손으로 돌아나왔다. 이런 걸 보면, 돈을 좀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식사 중에 보드엠에서 모임이 있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흘렸는데, 아내가 흔쾌히 가자고 말한다. 물론 실제로 가게 된 건 아내의 승락이 있은 후로부터 거의 3~4시간이 흐른 뒤였다.

보드엠에는 MANN님이 먼저 와 있었다. 사실 토요일에 시간이 난다고 거의 일주일 전에 연락을 주었는데, 사정상 보류를 했었다. 마침 서울 나들이 행선지에 보드엠이 추가되자 곧바로 연락을 넣었고, MANN님은 보드엠에 도착한 상태였다.

너무 느즈막이 도착한 터라, 한 게임 정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Brass를 원했고, 아그리콜라에 푸욱 빠져있는 아내는 마침 세팅이 막 끝난 아그리콜라에 참여하길 원했다.

이날의 Brass는 지난번의 사소한 오류를 잡은 이후로 처음인 완전한 컨디션의 게임이 되었다. 사실 Brass는 처음 하는 사람이 감을 잡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게임인지라, 함께 했던 또지니님과 보드엠 사장님께 너무 큰 점수차로 이겨버렸다. 그래도 두 분 모두 100점을 가뿐히 넘겼기 때문에 다음 기회엔 호각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Brass는 한 번 정도 해야지만 감을 잡는 게임인데 말이다.

날이 많이 추워졌다. 배도 고프고 해서 음식점을 찾았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고 한참을 돌아다닌 후에야 작은 분식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 정말 맛없는 음식을 먹게 되었다. 살다보면 참 기분이 안 좋은 경우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인 상황이었다. 아주 배고픈 상황에서 맛없고 양많은 음식을 먹은 경우. 그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겪게 되어서 이 날의 마무리는 그리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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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매제와 함께 집을 찾아왔다. 백일을 넘긴 조카와 함께.

지난 주부터 찾아오겠다고 계속 졸라댔으면서도 차일피일 미루어서 이제야 오게 되었다. 오자마자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걸로 봐서 어지간히 게임에 대해 목말랐던 모양이다.

최근에 아내와 내가 찾아내서 많이 사랑해주고 있는 이구복(利口福) 칼국수 집에서 만두 전골로 점심을 해결했다. 조카인 예은이는 볼 때마다 부쩍 자라났음을 실감할 정도로 무서운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아직 아기일 뿐이지만,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꽤나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한다는 느낌이다. 울기도 울지만, 웃기도 또 얼마나 잘 웃는지... 사실 예전에는 아이들이 꽤 많이 웃는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조카 외에는 그다지 많이 웃는 아이를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혈육이라 달리 보이는 걸까?

동생 내외에게 첫 게임으로 요즘 밀고 있는 아그리콜라를 선보였다. 카드를 배제한 가족게임으로 할까도 생각했지만, 그전까지의 게임에서 곧잘 따라오는 모습을 보이길래, 아내가 과감하게 선택을 한 모양이다. 하지만, 단번에 감을 잡기엔 조금 어려웠던 모양이다.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을 하니까, 동생은 지루해하는 티를 낸다. 매제는 바로 이해한 듯 하며 큰 소리를 쳤지만, 막상 게임을 시작하니까, 역시 어려워한다.

사실 아그리콜라는 규칙의 간단함과 명료함에 비해, 게임의 난이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가족을 먹여살린다는 절체 절명의 임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풍요로운 삶을 꾸려나가기엔 너무나도 행동의 제약이 크다. 그래도 게임이 중반 이후에 접어들자 얼추 감을 잡았는지, 동생이 갑자기 질주를 시작한다. 최종 결과에서 동생이 2위, 매제가 4위를 차지했다.

아내의 경우 타이트하게 견제하는 세력이 없어서 다소 느슨하게 농장을 운영한 모양이다. 동생에게까지 밀린 3위... 동생이 조카 예은이에게 젖을 물리느라고 게임이 하염없이 늘어지는 바람에 본인 역시 집중하기 힘들었으니, 단기간 집중해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성격의 아내가 게임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았으리라.

2시간 정도면 끝낼 수 있는 게임을 4시간 넘게 진행한 나머지, 다음 게임으로는 쉽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줄로레토를 선택했다. 역시 짦막한 설명과 직관적인 게임 진행에 동생 내외 역시 마음에 든 모양이다. 연거푸 두 차례에 걸쳐 게임을 진행했다.

본인이 계속 1등을 차지해서 좀 머쓱해졌지만, 동생 내외는, 우리 부부의 순위는 아예 염두에도 두지 않고, 오직 자기들간의 대결에만 집중하고 있다. 간혹 부부싸움하고 씩씩거리며 전화하던 동생인지라, 오히려 저렇게 게임 순위를 가지고 서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이긴 한다.

정오부터 시작된 모임이 어느덧 저녁 9시에 다다르자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줄로레또를 하면서는 꾸벅꾸벅 졸기까지 했는데, 그래도 게임에 대한 갈망이 큰 동생 내외는 한 게임 더~를 외친다. 좀 집중할 수 있는 게임으로 다빈치 코드를 선택했다. 역시 쉽게 재미를 붙일 수 있는 게임이라 연거푸 두 게임이 돌아간다.

게임을 마치고 배고프다고 보채는 아이를 얼른 싸매고 귀가하는 동생. 애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가지고 왔던 카메라와 포토프린터도 두고 갔다. 내일 어머니께서 찾아오신다는데, 그 편에 전해줘야겠다.
단체 여행이라고 하기도 뭣하고, 단지 3명 이상의 여행을 원한 것이었는데, 기다리게 만든 친구가 결국 파토를 냈다.

비약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뭔가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들어간다. 이제는 아무도 남지 않고, 오직 내 곁에 있는 아내 외에는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다음 주 중에 둘이 온천이든 눈축제든 한번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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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발림님이 거래차 광주에 들르시는 길에 전심님을 대동하고 방문을 했다. 참새들이 방앗간에서 참을 수 있겠는가. 게임판이 조촐하지만, 화려하게 펼쳐졌다.

이 날의 후기는 사탕발림님이 카페에 올리신 글로 대신한다.



지난(2007년) 에센 신작 가운데 유이하게 구매한 게임이 아그리콜라와 Brass인데, 둘 다 구매를 잘 했다는 생각이다.

아직 구매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구할 wish list는 다음과 같다.

Sorted by Priority

Amyitis Priority: Shop! | Remove

TZAAR Priority: Shop! | Remove

In the Year of the Dragon
Alternate names:
L'Année du Dragon
Im Jahr des Drachen
Priority: Shop! | Remove

Key Harvest
Alternate names:
Demetra
Priority: Shop! | Remove


아내의 제자들이 2주 전에 이어 두 번째로 찾아왔다.

침착하고 생각이 깊은 학생, 그리고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는 학생, 무슨 말을 해도 웃고 있는 학생이 각각 한 명씩 찾아왔다. 그리고 지난 번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먹성들을 자랑했다. :)

이날 돌아간 게임들은 다음과 같다.

Ubongo
Gemblo
For Sale
Coloretto
Elfenland
Bohnanza

이날은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는 학생 덕에 분위기는 다소 부산했지만, 달라진 사제간의 모습을 보게 된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스승은 아직도 한참 어려운 존재인 나로서는, 아내 앞에서 소주가 맛있네, 맥주가 맛있네라며 말하는 그들의 모습이 생소함을 넘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권위주의와 절대적 교권이 군국주의적 잔재의 영향이라는 생각에 본인 역시 개선의 필요를 느낀 것은 사실이지만, 막상 그러한 의식을 갖지 않은 학생들을 보니 묘한 느낌이 든다. 권위주의와 절대적 교권의 빈 자리를 아직 그 어떤 것으로도 메우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울러, 즐거움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는 일인지도 재확인했다. 보드게임을 통한 인성과 지식 교육은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길에 3명이 걸어가면, 그 중 한 명은 나의 스승이라는 말처럼, 만나는 모든 이들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있는 요즈음이다. 아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과의 만남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운 하루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내와 그녀의 제자들. 사진을 찍는다고 하니까, 얼굴을 가리고, 옷과 목도리를 잔뜩 두른다. 휴대전화로는 실컷 자기 사진을 찍어대는 아이들이 말이다.


결국 사단이 나고 말았다. 승부욕에 불타 3연속 게임을 내달린 아내에게 3연패라는 결정타를 안기고 만 것이다. 그것도 "이번에도 지면 다시 게임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하고 임한 마지막 게임에서 본인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아내를 패퇴시킨 것이다.


안녕~ 아그리콜라~!
모처럼 온천 여행을 계획했다. 아내에게 여행 계획의 전부를 맡겼는데, 아내가 찾아낸 곳들은 가격만 높고,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본인이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후보지는 두 곳으로 압축되었다. 백암온천단양.

전자는 2인 기준으로, 조식과 온천을 포함하여 1박에 7만 7천원(평일 기준)이었고, 후자는 조식과 수영장을 포함하여 1박에 8만 6천원. 그리고 1명 추가시 각각 1만원과 1만 6천원. 아무래도 가격적인 잇점은 전자가 더 있지만, 거리가 경북 울진이라, 8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 한다는 난제를 안고 있다. 어쨌거나, 둘 다 어느정도 이점이 있기에 이 가운데 택일하기로 했다.

그리고, 역시 여행은 여럿이 떠나는 재미가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친구들 몇몇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모두 여의치 않았다. 하루 종일 전화를 붙잡고 연락을 취해봐도 같이 여행을 갈 친구를 찾을 수 없었다. 아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득 스무살 무렵에 그렇게 본인과 함께 여행하기를 희망했던 친구들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불과 십여년 전의 일인데, 이제는 가족과 직장에 치여서 얼굴조차 보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으니...

어쩌면, 그동안 폐쇄적인 삶을 살아온 본인의 현주소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까지 하다. 일단 한 친구가 다음 주 금-토에 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기다려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