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재발견 – 1. 토레스(Torres) 편

토레스를 무척 오래간만에 꺼내보았다. 첫 게임의 느낌이 그리 신통치 않았었는데, 워낙 극찬을 쏟아내는 사람이 많아서 다시 테이블에 펼쳤다. 처음도 그렇고, 이번에도 2인 게임으로 진행했다. 그런데, 게임을 해보니 이게 예전의 그 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하나하나 그 원인을 짚어보면….

1. 부실한 매뉴얼로 인해 카드 플레이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다. - 넥X의 초 간단 매뉴얼(2장짜리)은 매뉴얼이라고 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부실해서리 의문점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결국 렛츠X링의 매뉴얼을 통해 게임 시작 전에 카드의 의미를 하나하나 설명했다. 이로써 카드의 전략적 사용이 가능해졌다.
2. 태클 내공이 올라갔다. – 이전에는 자기 성만 쌓아 나가는 것에 주력하느라, 서로 상대의 성 쌓기에는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기껏해야 왕성(王城)에서의 보너스 때문에 조금 마찰이 생겼을 뿐. 하지만, 첫 게임과 이번 게임 사이에는 상당히 많은 태클 게임들이 있었고, 나와 내 연인은 서로에게 영원한 백태클을 날려주는 사이 좋은(!) 관계가 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서로 상대가 쌓고 있는 성에 무임승차할 궁리만 요리조리하고 있다보니, 생각해야 할 요소가 꽤 많아졌다. 덕분에 5개의 액션포인트(AP)가 기막힌 계산의 결과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3. 마스터 규칙을 적용했다.- 액션 포인트를 이용해 카드를 가져오다 보면, 원하는 카드가 적시에 나와주지 않아서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 이른 바 뽑기 운의 영향을 받는데, 나나 내 연인이나 이런 운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역시 제대로 된 매뉴얼로 일반 규칙과 마스터 규칙이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마스터 규칙의 경우 모든 카드를 손에 넣고 하기 때문에 운의 요소를 배재하고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게 진국이었다. 상대에게 남아있는 카드의 경우를 고려해서 상대의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 고민하는 것은 즐거운 두뇌고문(?)이었던 것이다.
4. 고층빌딩의 유혹 – 2층 건물에서 얻을 수 있는 최소 점수는 4점. 4층 건물은 16점. 6층 건물은 무려 36점이나 된다. 고층으로 갈수록 1층의 상승은 참을 수 없는 유혹이 된다. 두 번의 점수 계산에서 연거푸 뒤쳐져 있던 필자는 마지막 7층 건물을 통해 일발 역전을 노렸다. 마지막에 남는 블록 하나로 표면적을 넓혀주는 센스까지…. 결국 8ⅹ7=56점으로 4점차 신승(辛勝)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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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종료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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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층 건물의 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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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본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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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왕. 게임 내내 2층 이상 올라가 본 적이 없다. 왕자가 7층에 머무르는 성에서 1층 셋방살이라니...

아직, 마스터 카드에 적힌 조건을 통한 50점 획득은 해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기사들이 같은 레벨에 위치해야 하거나, 네 귀퉁이에 놓여져야 한다는 등, 다른 점수 먹기는 포기해야 하는 조건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인데, 다음 번 게임 때는 한번 마스터 규칙으로 역전하는 것도 해봐야 할 것 같다. 어쨌거나, 버려질(?) 위기에 있던 게임 하나 재발견 하는 것에 성공!
무엇이든 처음 시작하는 일이 순탄할 수만은 없지만, 본인의 경우도 독일 생활을 시작하면서 쉽지 않은 시간들을 보냈었다. 인터넷 회사와의 의사 소통 문제로 인해 촉발된 당시 사건은 결국 거의 반 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해결할 수 있었다.

관련 링크: 2009/04/16 - [My diary(log)] - 인터넷 문제 그리고...
 

덧붙임 #2

원래 여기에서 글을 맺고자 했으나, 문득 중요한 예외에 해당하는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벤처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실리콘 밸리도, 벤처 기업 자체의 성공률은 한국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굴지의 성공한 벤처 기업들이 실리콘 밸리에서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두 번째 기회와 관계가 있다. 하지만, 또한 중요한 전제조건이 붙는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아무리 여러 번 실패한 사람이라고 해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다면, 꾸준히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다.

즉,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며, 도덕적 결함은 두 번째 기회 제공의 예외라는 것이다.

예컨대, 말과 행동이 항상 정반대이며, 기업인으로서도, 공직자로서도 항상 도덕적 결함 투성이었던 전과 십수범을 국가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앉힌 것은, 두 번째 기회의 너그러움이 아니라 어리석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기회가 고국 사회에도 널리 허용되었으면 하는 필자의 의도가, 오독(誤讀)으로 인해, 절대로 다시 기회가 주어져서는 안되는 이들에게까지 기회를 주는 빌미가 될까 염려되어 몇 자 더했다. 마침 시기적으로 “다시” 기회를 달라고 할 사람들이 많을 때니까.
1. Tea Time 2

시간은 바야흐로 4시를 향해 가고, 우리는 자리를 식탁으로 옮겨 주린 배를 채우기로 했습니다. 사실 제목과 같은 tea time은 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였고, 다른 사람들은 라면 타임이었지요. 거만이님은 컵라면은 싫다면서 계속 차만 마셨습니다.

차와 라면의 앙상블 속에서 가벼운 신변잡기가 오갔습니다. 가장 민감할 듯한 나이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삑사리님 내외분은 4살 터울이시더군요. 다른 사람들이 잠깐의 놀라움 속에 빠져있을 때, (어떤 의미의 놀라움이었을까나? ^^;) 삑사리 부인님이 신혼여행 에피소드를 들려주시더군요. 나이에 얽힌 약간의 억울함이 담긴 사연이었다나요. 핫핫~ 동갑내기 연인을 두고 있는 저로서는 살짝 부럽~ (퍼억~!!!)

신혼여행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아직 싱글이신 거만이님의 여자관계(?)로 이어졌습니다. 자세한 것은 후기에서 말할 수 없는 내용이지만, 그의 연애관(?)의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게 되더군요. 따라서(!) 곧 저처럼 좋은 연인을 만나시게 될 거라 믿습니다. 크핫핫~

다음 게임을 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견해들이 오갔습니다. 일단 장중한 게임을 한 직후였기 때문에 가벼운 게임을 하자는 공감대는 형성되었지만, 그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플로렌스의 제후], [푸에르토 리코] 등이 거론되었으니까 말이지요. 무서운 분들….

결국 이어지는 게임으로 레오 콜로비니와 부르노 파이두티의 [바방크]가 선택되었습니다.


모처럼 마음껏 웃으며 즐거웠던 시간. 욕심 같아서는 매주 모시고 싶지만, 다들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어렵겠지요. 다시 기회가 되면, 더 멋진 게임을 찾아내는 시간을 만들어 보고 싶네요.

5. 십자군의 이름으로

개인적으로 전쟁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몸담았던 교육기관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고, 역사를 읽어내는 코드로 전쟁만큼 흥미로운 것도 드물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죠.



십자군 전쟁이라는 장대한 역사적 사실을 재현하느라 다소 기력을 소모한 멤버들은 기력 재충전을 위해 식탁으로 자리를 잠시 옮겼습니다.

3. Tea time

자연스럽게 멤버들의 자리는 식탁으로 옮겨졌고, 과일과 차를 마시면서 서로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첫 이야기의 주인공은 거만이님. 여기가 본래 서울에 일자리를 둔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인 탓에 저녁시간의 버스는 항상 만차(滿車)인데, 거기에 터널 공사까지 겹쳐서 곤욕을 치렀다고 하더군요.



시계는 어느덧 새벽 2시를 향해갔지만,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는 더욱 몰입할 게임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꺼내든 게임은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