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의 길을 가던, 저와 제 연인은 게임에 대한 갈증에 급기야, 이 격오지로 게임의 대가들을
불러모으기에 이르렀습니다. 다행(?)히도 원래 걸려들 예정이었던 비X 스X블님과 보X님, 츙님(아이디가 한 글자라 가릴 수가
없군요. 쿨럭~)이 절묘하게 빠져나가시고, 삑사리님 내외와 거만이님이 그 마수에 걸려들었습니다. 흐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예 모임이 정례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워낙 졸필이지만서도, 그 시간의
기억이 너무 즐거운 나머지 이렇게 후기라는 형식을 빌어 광고(!)를 하고자 합니다. 자아~ 그럼 들어가 봅시다.
1. 모임의 배경
사
실 제가 서식(!)하고 있는 둥지는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아파트입니다. 예~ 요새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동네죠.
오포읍 아파트를 둘러싸고 펼쳐졌던 로비전 덕분에 뭐 검찰도 바쁘고, 여러 사람 바쁜가 봅니다. 덕분에 광주는 국회의원과 시장이
패키지로 엘리(elimination)를 당했다죠.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그만큼 여기가 좋은 곳이라는
겁니다. 커험험~. 집 앞까지 국도가 뚫려있는 덕분에 분당에서 이곳까지 20여분이면 주파가 가능하고, 서울 강남까지도
3~40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도로환경입니다. 자동차가 없다고 해도, 강변역, 잠실역 등지에서 집앞까지 한번에 오는 버스도
있으니, 더할 나위 없죠.
거실에 놓인 게임 테이블 전경
하지만, 이날 모인 삑사리님 내외와 특히 거만이님은 강한 이의를 표명하실 겁니다. 일단 자동차로 오신 삑사리님은, 아직
네비게이션을 업데이트시키지 않으신 탓인지, 씽씽 달리는 국도를 놔두고, 온갖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난무하는 지방도를 우회하며
오셨더군요. 뭐 제 네비게이션도 과거 그런 업적(!)을 자랑한 바 있으므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거만이님은 의외의 복병에
당하셨네요. 분당-광주 사이의 갈마터널이 밤 10시부터 새벽까지 공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지독한 병목현상을 경험하신 거죠.
도착하자마자 죽는 소리를 하시는데…. 흠흠~. 원래 오시기로 하셨던 시각에 출발을 하셨다면 원만하게 도착을 하셨을 겁니다.
거만이님….
밤샘 모임이라 주변이 캄캄해서 못 느끼셨을테지만, 낮에는 꽤 그럴싸한 바깥 풍경이 펼쳐진답니다. 뭐 어떻게 말을 해도 거만이님의 투덜거림은 어쩔 수 없겠지만요. 커험험~
여하튼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모임의 멤버들을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2. 베네치아
주
중에 [십자군의 이름으로]라는 게임을 한글화 및 규칙 숙지를 위해 오랫동안 보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전쟁게임이 주사위로 그
의외성을 표현하는데 반해, [전투타워]라는 독특한 도구로 그 의외성을 구현한 것이 신선했다고나 할까요. 자세한 것은 [십자군의
이름으로] 게임 후기에 말씀을 드리겠지만, 어쨌거나 이 디자이너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Ronald Hofstatter, 움라우트가 있으니까 “로날트 호프슈태터”정도로 발음하게 되는 이 사람이 게임의 디자이너 입니다.
생각해보니, 이전에 카드 한글화를 했던 게임 가운데 하나에 이 이름이 적혀있는 것 같아서, 한번 소장 게임들을 뒤져보았습니다. 있더군요. 바로 베네치아라는 게임이….
모임 시작 30분 전부터 매뉴얼을 뒤적거리기 시작했고, 불과 40여분 만에 독어 요약지의 한글화까지 마쳤습니다.
역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게임을 직접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많은 일을 하게 만들더군요. 평소라면, 게임 하나 설명서
보고 익히는 것에도 몇 시간이 걸렸을 텐데….
일전에 다이브다이스에서 구매 가격 별 사은품으로 제공된 바 있던
게임입니다. 그 때 저는 놓쳤지만, 그 유통족보(?) 덕분에 비X 스X블님을 통해 싸게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사은품으로
제공되는 게임이기에, 고작 카드게임 사이즈일 걸로 예상했었는데, 전혀 아니더군요. 퀸의 뚱땡이 라인업 가운데 두 번째로 큰 박스
시리즈입니다. 같은 사이즈로 정크, 왕관과 검 등이 있고, 이글 게임즈의 Age of Mythology와도 같은 사이즈더군요.
영
입하고 오래 지나지 않아 인화지로 한글화를 했을 정도로 정성을 들인 게임이었는데, 붙박이장에서 오랜 숙성을 거쳐 드디어 첫
시연의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게임은 삑사리님 내외와 함께 한 4인 게임이었습니다. 거만이님이요? 글세요. 뭐 어딘가의 버스
안에서 투덜거리며 오고 있었겠지요. 캬하하~
베네치아 게임판과 카드, 그리고 급조한 요약표(^^;)
게임은 르네상스 시대 지중해 교역의 중심도시인 베네치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냥 베네치아에서 먹고 사는 비둘기의 삶을 그린 것이지요. 대부분의 대도시들이 그렇듯이 베네치아에도 비둘기가 참 많은
모양입니다. 우리나라도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때 대규모 방사를 한 덕분에 비둘기로 가장한 닭(!)들이 꽤 많은데, 관광수입 꽤
짭짤한 베네치아라고 예외는 아니겠지요. 베네치아를 가본 적이 있는 제 연인이 말하기를 산 마르코 광장에 비둘기 떼들이 꽤 많다고
합니다.
이 게임 역시 비둘기 떼로 유명한 산 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이 중요한 전략적 핵심 지역입니다. 광장을 찾는 관광객들 주변에 잘 달라붙어야 먹이를 많이 먹을 수 있고, 그래야 새끼를 칠 수 있으니까 말이지요.
주
어진 비둘기를 이용해서 가족을 잘 늘려야 하고, 베네치아 곳곳에 잘 뿌려(!) 놔야 일등 비둘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게임의
테마입니다. 물론 현실에서도 비둘기의 왕성한 번식력 덕분에 골머리를 앓기 때문에, 이 게임에서도 비둘기에게 갖가지 시련들이
있습니다. 우선은 비둘기 사냥꾼이 있습니다. 산 마르코 광장에 찾아오는 방문객과 동일한 경로(회전판을 돌려서 들어옴)로
들어오지만, 이들은 비둘기들에게 재앙입니다. 관광객은 전후좌우 대각선까지 비둘기의 번식에 필요한 양분의 축복을 주지만,
사냥꾼들은 전후좌우 대각선까지의 모든 비둘기들을 비둘기의 공동묘지인 산 미켈레(San Michelle)로 보내버리지요.
또한, 한 지역에 비둘기 떼들이 너무 많이 몰려도 베네치아 행정관이 와서 다 쫓아버립니다. 하지만, 이런 시련은 진정한
시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요. 비둘기들에게 가장 큰 시련은 바로 다른 비둘기들 입니다. 산 마르코 광장에서 다른 비둘기에게
앞 뒤로 포위되는 순간, 이 비둘기는 공동묘지에 안치되는 거죠. 이런 비둘기들의 잔인한(?) 습성 때문에 자칫 운에 크게 좌우될
수 있는 게임에 적절한 전략성이 더해지게 됩니다. 산 마르코 광장에 비둘기들이 자리를 잡고, 관광객과 사냥꾼이 들어오면 모든
비둘기들은 한번씩 이동할 기회를 갖게 되는데, 여기서 치열한 자리 경쟁을 통해서 이웃 비둘기들을 공동묘지로 보내야만 하지요.
게임은 전체적으로 엘 그란데의 느낌이 납니다. 액션카드를 통해서 적절한 태클을 넣어줄 수 있고, 엘그란데에서의 카스티요 대신 산 마르코 광장에서의 세력 다툼이 게임의 독특함을 살려주고 있습니다.
규
칙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는 꽤 단순한 게임이리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해보니 2시간을 훌쩍 넘기며 치열한 격전의 게임이 되더군요.
게임 초반에는 저와 삑사리님 부인께서 적절한 비둘기 배치로 치고 나가는 듯 했으나, 삑사리님과 제 연인의 [소외지역에서 야금야금
점수 먹기] 비기(秘技) 덕분에 이 둘의 공동 선두로 게임을 끝내게 되었습니다. 도둑새가 홈그라운드에서 시종일관 진을 치고 있던
덕분에 저는 꼴지를 하게 되었지요. 게임의 하이라이트는 관광객에게 올라타며 온갖 아양을 떤 결과 대가족을 거느리게 된
삑사리님이, [가족회합-추방] 콤보로 한 큐에 몰살당한 장면이었습니다. 삑사리님 최대의 위기였지요.
꽤 오래 전에 한글화시킨 게임이지만, 그 동안 제대로 세상구경을 못했던 수도원의 미스터리를 돌렸습니다. 최대 6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인데, 첫 게임은 5인으로 돌아갔네요. 추리게임으로 꽤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게임이라는데, 이 날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참가자들을 울고 웃겼습니다.
게임은 수도원의 예배당에서 시작됩니다. 전날 살해 사건의 범인을 잡는 것이 목적이지요. 용의자는 모두 24명.직책, 교파, 후드, 수염, 몸매 등 다섯 가지 특징을 가려내면서 범인이 아닌 사람을 지워나가면 됩니다. 용의자 카드 24장 가운데 단 한장만 게임판 아래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게임 내에서 사용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는 clue와 비슷한 시스템이지만, 각종 이벤트 카드와 질문의 상호작용이 꽤 크기 때문에 게임 내내 흥미진진 했습니다. 특히 파이두티 특유의 코믹함이 녹아있는 이벤트에서는 모두가 폭소를 자아냈지요.
[비형 스라블님의 추리 시트지]
전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용의자 카드를 많이 확보하거나, 용의자 카드를 일부러 적게 가지고 있음으로 해서, 도서관 같은 곳을 노리는 것이지요. 제 경우는 전자에 해당했습니다. 게임 내내 최다 용의자 카드 보유자였으니까요. 반면에 게임 시작하자마자 여기저기로부터 카드를 빼앗겼던 윤 팀장님의 경우는 후자에 해당되겠지요.
저는 처음에 받았던 카드 가운데 2장을 비교적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용의자 카드를 많이 확보했기 때문에, 예배당에서 미사드릴 때마다 많은 카드를 옆 사람에게 돌려야 할 때도 그 카드들은 꼭 쥐고 있을 수 있었지요. 덕분에 제 손에서 나간 적이 없었던 용의자들은 다른 사람의 추리 시트지에 유력한 용의자로 찍혀 있었습니다. 이것이 이 날의 폭소탄의 빌미가 되었지요.
[제 연인(Twinkrystal)의 추리 시트지]
게임이 진행되면서 추리 시트지의 용의자들 옆에 하나씩 X표가 그려졌습니다. 자신의 손에 들어왔었던 용의자 카드에 의해 체크가 된 것도 있지만, 참가자들이 주고받는 질문에 의해 체크된 것들도 있었지요. 여담이지만, 이 날 게임은 모든 게이머들의 소망이라 할 수 있는 고품격 게임이었습니다. 칼라 시트지를 그대로 사용했거든요. 크하하~
[윤팀장님의 추리 시트지]
점차 용의자들을 줄여나가다 어느덧 한 명의 용의자가 가려졌을 때, 저는 참가자들에게 선언을 했습니다. 나는 범인을 맞췄노라고. 잠시 후 고발장소로 가서 게임을 끝내겠노라고.
이미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최후 용의자를 2~3명으로 압축시켜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제 선언에 모두들 조바심이 났지요. 그리고 다들 1/2~1/3의 확률에 모든 것을 걸기 위해 고발장소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본인의 추리 시트지]
아쉽게도 보더님이 저보다 한 발 앞서 고발장소에 들어섰습니다. 모두들 반쯤은 체념한 상태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대감을 가지고들 있었습니다. 어쨌든 저를 제외하면 모두 1/2 또는 1/3의 확률이었으니까요.
“범인은…”
(모두들) ‘꿀꺽~’
“XXX입니다!”
순간 다른 모든 참가자들의 얼굴이 환해집니다. 이윽고 터져나오는 웃음 소리.
“와핫핫핫~!”
어리둥절해 하는 보더님을 향해 모두들 마음껏 비웃고 있을 때, 저는 제 손에 든 XXX 용의자 카드를 스윽~ 보여줬습니다. 그제서야 멋적은 표정을 짓지만, 이미 무고한 형제를 고발한 뒤였으니, 그에겐 참회만이 있을 뿐. 예배당으로 가서 팍~ 고꾸라져서 참회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보더님의 추리 시트지]
경쟁자의 실패로 게임을 끝낼 찬스를 얻게 된 저는 의기양양하게 고발장소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범인은…”
(모두들 낙담한 표정이 역력. 하긴 저는 용의자를 1명으로 줄였다고 선언을 한 상태였으니…)
“Basil입니다.”
순간, 다른 참가자들은 조금 전과 같은 반응을 보이며 뒤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보더님의 손에서 나오는 [Basil]카드….
본인 또한 예배당에 엎드려 똑같은 포즈로 참회기도를 드려야만 했지요.
‘이럴 리가 없는데? 모두 표시하고 하나만 표시되지 않은 녀석이 바로 Basil인데! 어떻게 된 일이지?’
그러나, 이는 보더님과 본인에게 그치지 않고, 다른 참가자들도 모두 무고한 동료들을 고발하는 연쇄 고발 사태로 이어집니다. 물론 모든 고발이 허사로 돌아갈 때마다 다른 참가자들의 폭소와 비웃음은 계속되면서 말이지요.
게임 제목처럼 정말로 미궁에 빠져버린 사건. 이후로도 계속 무고한 형제들에 대한 고발은 이어졌고, 무려 7명이나 고발당하게 됩니다. 물론 그 때마다 폭소탄이 터졌고, 차례차례 예배당에 모여서 엎드렸습니다.
결국 최초 고발로부터 무려 한 시간 뒤에야 제 연인에 의해 진범이 밝혀졌습니다. 모두들 게임이 끝나고 나서 난상토론을 벌입니다. 도대체 이 미스터리의 원인이 뭔지 알아야 하니까요. 한참을 토론한 후에 결론이 나왔습니다. 게임 도중 주고받는 질문에 오류가 있었는데, 그 때 모두의 추리 시트지에 진범인 Charles는 X표가 그려진 것이었지요.
결국 후반부에 달해서는 모두가 “Seeing is believing!”을 외치며, 자기가 본 것만 다시 X표를 그리기 시작했지요. 그것으로 모자라서 2~3번씩 확인하는 바람에 모두의 시트지는 걸레가 되어버렸고, 급기야…
“아악~! 나는 내 눈도 못 믿겠어. Seeing is NOT believing. 난 환상을 보고 있나봐~!”
…를 외치는 사람도 나왔죠. (누구냐고요? 쩝~ 접니다. -_-;)
[추리 및 고발, 최종 점수 기록지]
어쨌든 예상치 못했던 에피소드 덕분에 거의 3시간여 동안 쉴 새 없이 웃을 수 있었던 게임입니다. 기회가 되면 또 해보고 싶더군요.
함께 게임에 동참해주신 윤팀장님, 보더님, 비형 스라블님과 제 연인(Twinkrystal)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양념을 쳤는데 안 나오거나, 너무 많이 나와서 요리를 망치는 경우, 또는 스토브가 과열되어서 요리가 몽땅 타버릴 때면 어김없이 폭소가 쏟아집니다만, 요리의 일러스트와 그 이름을 알게 되면 한층 더 재미있어지더군요. 언어유희와 패러디의 진수랄까요.
어제 칠레에서 온 유학생 부부와 이 게임을 하면서 박장대소를 했는데, 이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요리의 이름들 가운데 스페인어로 된 요리들의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였습니다. 물론 독일어와 프랑스어, 이태리어까지 함께 들어있으므로, 나중에 이들 나라에서 온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더 깨닫게 되겠지요.
제가 알게 된 요리의 이름이 가진 의미와 설명을 간략하게 남겨봅니다. 사진의 좌측 상단부터 오른쪽으로 진행합니다.
레시피들의 조리법
Recipes from easy to hard, ingredient side (2009 version) 출처: 보드게임 긱
요리가 완성된 모습
Recipes from easy to hard - VP/picture side (2009 version) 출처: 보드게임 긱
1. Hamburger
익숙한 햄버거입니다. 하지만, Hamburger라는 말에는 독일 제2의 도시인 함부르크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는 뜻도 있지요. 햄버거지만, 사람 얼굴처럼 그려진 일러스트가 이런 중의적인 표현입니다.
2. Eau pour le cafe a la Bocuse
불어입니다. 직역하면 Bocuse의 커피 끓일 물이 되는군요. Bocuse가 누군지 궁금해서 찾아본 결과, 프랑스의 유명한 요리사네요. 커피도 아니고, 겨우 커피 끓일 뜨거운 물인지라, 레시피는 아주 간단합니다. 양념칠 것도 없고, 그저 스토브만 최대치인 7로 올리면 되는거죠.
아마도 별 것 아닌데도 유명 요리사의 이름을 걸치면 값이 올라가는 등 요리의 대접이 달라지는 상황을 비꼬는 것 같습니다만, 확실하지는 않네요. 나중에 프랑스 출신 유학생을 만나면 물어봐야겠습니다.
3. Fish & Chips
말 그대로 생선과 칩(감자칩)이군요. 레스토랑에 가서 피쉬 앤 칩스를 주문했는데, 저렇게 나오면 꽤나 황당할 겁니다. 하하~
4. Nilpferd in Burgunder
독어입니다. 부르고뉴의 하마라고 번역할 수 있겠네요. 의역하면 부르고뉴 포도주에 잠긴 하마 정도가 될까요? 일러스트로도 짐작할 수가 있겠지요? 귀에 물, 아니 포도주가 들어갈까봐 귀마개까지 하고 있습니다.
5. Coq au Vin
불어입니다. 우리에게도 어느정도 알려진 꼬꼬뱅이라는 요리네요. 닭고기를 포도주에 절여서 하는 요리라는데, 일러스트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닭이 포도주를 잔뜩 마시고 취해있네요. 하하~
6. Ochsenschwanz natüre
움라우트로 짐작하시겠지만, 독어입니다. 자연산 소꼬리라고 번역할 수 있겠군요. 접시 위에 그냥 저렇게 소꼬리만 하나 달랑 얹어서 식탁에 올려놓는 모습. 상상만으로도 폭소가 터집니다.
7. Pretzel vs. Weißwurst
독어입니다. 우리말로 마땅한 역어가 없어서 외래어를 써야겠네요. 프레첼 대 (하얀) 소시지. 프레첼의 기묘한 모양이 소시지랑 레슬링 한 판 하는 것처럼 보이네요. 실제 독일에서는 종종 저 두 가지를 끼니로 먹곤 합니다. 물론 일러스트처럼 엮어서(?) 먹지는 않지만...
8. Bouillabaisse fraiche
불어입니다. 신선한 부야베스라고 하네요. 부야베스란 생선·조개류에 향료를 넣어 찐 요리로서, 마르세유의 명물이랍니다. 너무 신선해서 생선들이 살아서 뛰어놀고 있습니다. 이렇게 신선한 요리를 위해서는 절대 스토브를 켜면 안되겠지요? 스토브에 열이 한 칸이라도 더해지면 바로 망치는 요리입니다. 하핫~
9. Tarte Flambee
불어입니다. 타르트 플랑베라는 고유명사네요. 위키백과의 설명을 보면 일러스트가 이해가 갑니다.
특히 토핑으로 얇게 썰은 사과조각을 얹은 타르트 플랑베를 식탁에서 직접 칼바도스와 같은 약간의 술을 뿌린 후, 불을 붙였을 때 타오르는 불꽃을 보는 재미 또한 타르트 플랑베의 맛을 한 층 더 해주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불이 좀 과하게 붙은 것 같습니다만...
10. Calmar à la Marseillaise
불어입니다. 마르세유의 오징어요리네요. 국적 헷갈릴까봐 접시에 올라와서도 국기를 잡아주는 센스~!
자아~ 이쯤 되면, 글 읽고 스크롤 올리고, 다시 스크롤 내려서 글 읽느라 정신이 없으실 겁니다. 근성의 블로거라면 이미지를 하나씩 조각내서 숫자마다 붙여주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겠지만, 저에게 설마 그걸 기대하시진 않으시겠지요? 그래서 이미지 한번 더 붙여넣기 하겠습니다. Can't Stop의 중간 기지 정도가 될까요? 핫핫~
레시피들의 조리법
요리가 완성된 모습
다시 소개로 돌아가서...
11. Leberkäs Hawaii
아주 배꼽잡고 웃었던 작명입니다. 하와이의 레베카(여성이름) 정도로 번역하면 되겠습니다만, 레베카는 사실 독일어인 Leber와 Käse의 합성어입니다. Leber는 간(肝)을 의미하는데, 얇은 햄(Schinken)이나 소시지(Wurst)를 만들 때 자주 쓰입니다. 그리고 Käse는 치즈를 의미하고요. 이제 일러스트를 보세요. 어제 함께 게임했던 이들은 이걸 보고 모두 포복절도했습니다.
12. Weißwürste Süß-sauer
독어입니다. 역시 폭소를 자아냈던 일러스트였습니다. 영어로 Sweet and Sauer에 해당하는 Süß-sauer는, 아시아 요리에 자주 사용되는 달콤새콤한 소스입니다. 탕수육 소스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까요. WeißWürste는 흰색 소시지들(복수)입니다. 이름만으로는 Süß-sauer가 가미된 소시지들이어야 하는데, 일러스트에는 각설탕과 레몬을 각각 끼운 소시지들이 접시 위에 놓여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한 것이죠. 고정관념을 깨는 유쾌한 레시피입니다.
13. Mouse au Chocolate
이것도 아주 웃기는 작명이죠? 우리가 흔히 무스 쵸콜릿이라고 부르는 요리(?)를 마우스(쥐)로 바꿔놨습니다. 이제 일러스트를 보세요. 쵸콜릿에 빠진 쥐가 접시 위에 놓여있지요? 기발한 언어유희입니다.
14. Calzone Capone
칼초네란 치즈·햄을 넣어 피자 반죽을 하여 튀긴 다음에 구운 파이라는군요. 그런데, 카포네의 칼초네입니다. 여기서의 카포네는 알 카포네, 즉 마피아입니다. 이런 요리가 식탁 위에 올라오면 꽤나 놀라겠네요. 하핫~
15. Bückling mit Ei im Spinatmantel
독어입니다. 직역하면 시금치 외투를 입은 생선과 계란이 되겠군요. 실제로 존재하는 요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일러스트처럼 진짜로 시금치로 만든 외투를 입고 주머니에 계란을 꽂은 생선의 모습은 아니겠지요. 구글을 찾아보니 Spinatmantel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요리가 있긴 하군요.
16. Saure Zipfel in Sahnesauce
독어입니다. Saure는 시큼하다(Säure가 산(acid)을 뜻함)는 의미이고, Zipfel은 소시지 꼬리(매듭)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Sahnesauce는 크림 소스니까, 번역하면 크림소스 속의 시큼한 소시지꼬리가 되겠네요. 묘하지만, 해당하는 요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일러스트는 정말 문자 그대로 크림 소스 속에 빠져있는 소시지 꼬리들입니다. 저 꼬리들의 형태가 산봉우리(Gipfel)처럼 보이는 것도 약간의 언어유희가 들어있는 걸까요?
17. Breakfast Fidel
피델의 아침식사입니다. 여기서 피델은, 쿠바의 정치가이며, 시가의 애호가로 유명한 피델 카스트로지요. 그의 아침 식사에는 큼지막한 시가가 불이 붙은 채 접시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레시피의 조리법에는 양념이 없이 오직 스토브의 불만 최대치로 올리면 된다고 되어있습니다. 커피물도 끓이고 담뱃불도 스토브로 붙이나 봅니다.
18. Spaghetti al Rabiata
스페인어를 쓰는 칠레 출신 유학생의 설명 덕분에 포복절도했던 요리입니다. 본래 Spaghetti all'arrabiata, 즉 아라비아 스타일의 스파게티에서, 유사한 발음인 al Rabiata로 살짝 바꿨습니다. Rabiata는 스페인어로 분노라는 뜻이라네요. 즉, 분노의 스파게티가 되는 것이지요. 일러스트를 좀 보세요.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면발 위의 붉은 액체는 도끼 맞아 흐르는 피일까요, 토마토 소스일까요? 처음 유럽에 토마토가 전래될 당시, 피와 같은 붉은 색이라 하여 기피의 대상이었다는 사실과 묘하게 오버랩되는군요. 하여튼 유쾌한 레시피입니다.
19. Rabbit Royal in Rice
쌀(밥) 위의 왕족 토끼군요.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일러스트입니다. 왕족 토끼답게 붉은 색 망토와 파슬리로 보이는 왕관도 쓰고 있습니다. 귀하신 몸이니 당근도 하나 물려드려야지요.
20. Elefantenrüssel an Blattspinat frisiert
독어입니다. 직역하면 이발(미용)한 잎사귀달린 시금치와 코끼리 코가 되겠군요. 사전을 찾아보니, elefant frisiert sein이라는 용례가 나옵니다. 코끼리 헤어스타일로 하다라는 뜻으로, 자주 쓰이는 표현인 모양입니다. 그리고 일러스트도 문자 그대로 그려놓았습니다. 아까 소꼬리만큼이나 황당한 요리입니다. 대신 재료는 많이 들어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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