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의 길을 가던, 저와 제 연인은 게임에 대한 갈증에 급기야, 이 격오지로 게임의 대가들을
불러모으기에 이르렀습니다. 다행(?)히도 원래 걸려들 예정이었던 비X 스X블님과 보X님, 츙님(아이디가 한 글자라 가릴 수가
없군요. 쿨럭~)이 절묘하게 빠져나가시고, 삑사리님 내외와 거만이님이 그 마수에 걸려들었습니다. 흐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예 모임이 정례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워낙 졸필이지만서도, 그 시간의
기억이 너무 즐거운 나머지 이렇게 후기라는 형식을 빌어 광고(!)를 하고자 합니다. 자아~ 그럼 들어가 봅시다.
1. 모임의 배경
사
실 제가 서식(!)하고 있는 둥지는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아파트입니다. 예~ 요새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동네죠.
오포읍 아파트를 둘러싸고 펼쳐졌던 로비전 덕분에 뭐 검찰도 바쁘고, 여러 사람 바쁜가 봅니다. 덕분에 광주는 국회의원과 시장이
패키지로 엘리(elimination)를 당했다죠.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그만큼 여기가 좋은 곳이라는
겁니다. 커험험~. 집 앞까지 국도가 뚫려있는 덕분에 분당에서 이곳까지 20여분이면 주파가 가능하고, 서울 강남까지도
3~40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도로환경입니다. 자동차가 없다고 해도, 강변역, 잠실역 등지에서 집앞까지 한번에 오는 버스도
있으니, 더할 나위 없죠.
거실에 놓인 게임 테이블 전경
하지만, 이날 모인 삑사리님 내외와 특히 거만이님은 강한 이의를 표명하실 겁니다. 일단 자동차로 오신 삑사리님은, 아직
네비게이션을 업데이트시키지 않으신 탓인지, 씽씽 달리는 국도를 놔두고, 온갖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난무하는 지방도를 우회하며
오셨더군요. 뭐 제 네비게이션도 과거 그런 업적(!)을 자랑한 바 있으므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거만이님은 의외의 복병에
당하셨네요. 분당-광주 사이의 갈마터널이 밤 10시부터 새벽까지 공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지독한 병목현상을 경험하신 거죠.
도착하자마자 죽는 소리를 하시는데…. 흠흠~. 원래 오시기로 하셨던 시각에 출발을 하셨다면 원만하게 도착을 하셨을 겁니다.
거만이님….
밤샘 모임이라 주변이 캄캄해서 못 느끼셨을테지만, 낮에는 꽤 그럴싸한 바깥 풍경이 펼쳐진답니다. 뭐 어떻게 말을 해도 거만이님의 투덜거림은 어쩔 수 없겠지만요. 커험험~
여하튼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모임의 멤버들을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2. 베네치아
주
중에 [십자군의 이름으로]라는 게임을 한글화 및 규칙 숙지를 위해 오랫동안 보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전쟁게임이 주사위로 그
의외성을 표현하는데 반해, [전투타워]라는 독특한 도구로 그 의외성을 구현한 것이 신선했다고나 할까요. 자세한 것은 [십자군의
이름으로] 게임 후기에 말씀을 드리겠지만, 어쨌거나 이 디자이너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Ronald Hofstatter, 움라우트가 있으니까 “로날트 호프슈태터”정도로 발음하게 되는 이 사람이 게임의 디자이너 입니다.
생각해보니, 이전에 카드 한글화를 했던 게임 가운데 하나에 이 이름이 적혀있는 것 같아서, 한번 소장 게임들을 뒤져보았습니다. 있더군요. 바로 베네치아라는 게임이….
모임 시작 30분 전부터 매뉴얼을 뒤적거리기 시작했고, 불과 40여분 만에 독어 요약지의 한글화까지 마쳤습니다.
역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게임을 직접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많은 일을 하게 만들더군요. 평소라면, 게임 하나 설명서
보고 익히는 것에도 몇 시간이 걸렸을 텐데….
일전에 다이브다이스에서 구매 가격 별 사은품으로 제공된 바 있던
게임입니다. 그 때 저는 놓쳤지만, 그 유통족보(?) 덕분에 비X 스X블님을 통해 싸게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사은품으로
제공되는 게임이기에, 고작 카드게임 사이즈일 걸로 예상했었는데, 전혀 아니더군요. 퀸의 뚱땡이 라인업 가운데 두 번째로 큰 박스
시리즈입니다. 같은 사이즈로 정크, 왕관과 검 등이 있고, 이글 게임즈의 Age of Mythology와도 같은 사이즈더군요.
영
입하고 오래 지나지 않아 인화지로 한글화를 했을 정도로 정성을 들인 게임이었는데, 붙박이장에서 오랜 숙성을 거쳐 드디어 첫
시연의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게임은 삑사리님 내외와 함께 한 4인 게임이었습니다. 거만이님이요? 글세요. 뭐 어딘가의 버스
안에서 투덜거리며 오고 있었겠지요. 캬하하~
베네치아 게임판과 카드, 그리고 급조한 요약표(^^;)
게임은 르네상스 시대 지중해 교역의 중심도시인 베네치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냥 베네치아에서 먹고 사는 비둘기의 삶을 그린 것이지요. 대부분의 대도시들이 그렇듯이 베네치아에도 비둘기가 참 많은
모양입니다. 우리나라도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때 대규모 방사를 한 덕분에 비둘기로 가장한 닭(!)들이 꽤 많은데, 관광수입 꽤
짭짤한 베네치아라고 예외는 아니겠지요. 베네치아를 가본 적이 있는 제 연인이 말하기를 산 마르코 광장에 비둘기 떼들이 꽤 많다고
합니다.
이 게임 역시 비둘기 떼로 유명한 산 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이 중요한 전략적 핵심 지역입니다. 광장을 찾는 관광객들 주변에 잘 달라붙어야 먹이를 많이 먹을 수 있고, 그래야 새끼를 칠 수 있으니까 말이지요.
주
어진 비둘기를 이용해서 가족을 잘 늘려야 하고, 베네치아 곳곳에 잘 뿌려(!) 놔야 일등 비둘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게임의
테마입니다. 물론 현실에서도 비둘기의 왕성한 번식력 덕분에 골머리를 앓기 때문에, 이 게임에서도 비둘기에게 갖가지 시련들이
있습니다. 우선은 비둘기 사냥꾼이 있습니다. 산 마르코 광장에 찾아오는 방문객과 동일한 경로(회전판을 돌려서 들어옴)로
들어오지만, 이들은 비둘기들에게 재앙입니다. 관광객은 전후좌우 대각선까지 비둘기의 번식에 필요한 양분의 축복을 주지만,
사냥꾼들은 전후좌우 대각선까지의 모든 비둘기들을 비둘기의 공동묘지인 산 미켈레(San Michelle)로 보내버리지요.
또한, 한 지역에 비둘기 떼들이 너무 많이 몰려도 베네치아 행정관이 와서 다 쫓아버립니다. 하지만, 이런 시련은 진정한
시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요. 비둘기들에게 가장 큰 시련은 바로 다른 비둘기들 입니다. 산 마르코 광장에서 다른 비둘기에게
앞 뒤로 포위되는 순간, 이 비둘기는 공동묘지에 안치되는 거죠. 이런 비둘기들의 잔인한(?) 습성 때문에 자칫 운에 크게 좌우될
수 있는 게임에 적절한 전략성이 더해지게 됩니다. 산 마르코 광장에 비둘기들이 자리를 잡고, 관광객과 사냥꾼이 들어오면 모든
비둘기들은 한번씩 이동할 기회를 갖게 되는데, 여기서 치열한 자리 경쟁을 통해서 이웃 비둘기들을 공동묘지로 보내야만 하지요.
게임은 전체적으로 엘 그란데의 느낌이 납니다. 액션카드를 통해서 적절한 태클을 넣어줄 수 있고, 엘그란데에서의 카스티요 대신 산 마르코 광장에서의 세력 다툼이 게임의 독특함을 살려주고 있습니다.
규
칙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는 꽤 단순한 게임이리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해보니 2시간을 훌쩍 넘기며 치열한 격전의 게임이 되더군요.
게임 초반에는 저와 삑사리님 부인께서 적절한 비둘기 배치로 치고 나가는 듯 했으나, 삑사리님과 제 연인의 [소외지역에서 야금야금
점수 먹기] 비기(秘技) 덕분에 이 둘의 공동 선두로 게임을 끝내게 되었습니다. 도둑새가 홈그라운드에서 시종일관 진을 치고 있던
덕분에 저는 꼴지를 하게 되었지요. 게임의 하이라이트는 관광객에게 올라타며 온갖 아양을 떤 결과 대가족을 거느리게 된
삑사리님이, [가족회합-추방] 콤보로 한 큐에 몰살당한 장면이었습니다. 삑사리님 최대의 위기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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