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온천 여행을 계획했다. 아내에게 여행 계획의 전부를 맡겼는데, 아내가 찾아낸 곳들은 가격만 높고,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본인이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후보지는 두 곳으로 압축되었다. 백암온천단양.

전자는 2인 기준으로, 조식과 온천을 포함하여 1박에 7만 7천원(평일 기준)이었고, 후자는 조식과 수영장을 포함하여 1박에 8만 6천원. 그리고 1명 추가시 각각 1만원과 1만 6천원. 아무래도 가격적인 잇점은 전자가 더 있지만, 거리가 경북 울진이라, 8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 한다는 난제를 안고 있다. 어쨌거나, 둘 다 어느정도 이점이 있기에 이 가운데 택일하기로 했다.

그리고, 역시 여행은 여럿이 떠나는 재미가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친구들 몇몇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모두 여의치 않았다. 하루 종일 전화를 붙잡고 연락을 취해봐도 같이 여행을 갈 친구를 찾을 수 없었다. 아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득 스무살 무렵에 그렇게 본인과 함께 여행하기를 희망했던 친구들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불과 십여년 전의 일인데, 이제는 가족과 직장에 치여서 얼굴조차 보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으니...

어쩌면, 그동안 폐쇄적인 삶을 살아온 본인의 현주소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까지 하다. 일단 한 친구가 다음 주 금-토에 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기다려보기로 했다.
전일 동그랑땡의 재료를 가지고 만두를 만들어 먹었다. 아내는 본인더러 만두피를 사가지고 오라고 했지만, 동네 가게 한번 다녀오려고 해도, 걸어서 다녀오려면 상당한 거리인 우리 집. 그래서 귀찮은 나머지 직접 반죽을 했다. 참고로 우리 집은 아파트 각 항목점수에서 대부분은 평균에 해당하고, 편의성이 평균보다 약간 아래이다. 자연 환경만 평균보다 아주 높은 수치로 상회하고 있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는 매일매일에 싫증을 느낀 아내가 팔을 걷어부쳤다. 무위도식하는 본인으로서는 아내가 부엌에서 요리하는 것이 못내 미안해서 계속 매식을 권하고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아내로 하여금 미안함을 느끼게 한 모양이다.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 벌어지는 우리 집이다.)


억지로 감정을 봉합하고 동그랑땡을 먹기는 했지만, 서로 가슴 한 구석에 상처를 하나씩 새긴 것 같아 안타깝다.
1. 신년 들어 일기를 매일 쓰려고 했지만, 그것도 보통의 노력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특히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 같을 요즘의 나날 속에서 매일의 기록을 남긴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5. 어쨌든 지금 아그리콜라로라도 다시금 보드게임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 아내에게 일말의 희망을 걸어본다.
(part 1에서 계속)



겨우 세 게임을 했을 뿐인데, 오후 2시 30분 경부터 새벽 3시 30분 경까지, 거의 13시간을 보낸 이 날의 모임이었다. 게임을 마치고 반 시간 정도의 담화를 끝으로 모두들 귀가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