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오후 7시에 베를린을 출발한 우리 부부는, 별다른 연착 없이 도착 예정시각인 10시 30분 경 에센 중앙역에 도착했다. 베를린과는 달리, 24시간 교통체계가 수립되어있지 않은 에센은 밤 11시만 되면 거의 대부분의 대중교통수단이 끊기게 된다. 서둘러서 지하철인 U-Bahn으로 이동했지만, 에센 중앙역은 확장 공사로 인해 대부분의 출입구가 폐쇄된 상황. 우리가 나온 출구는 U-Bahn으로부터도 꽤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곳이라,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게다가 모조리 계단을 이용하여 상하 이동을 해야 했기 때문에,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온 몸이 쑤시고 뻐근한 상태가 되었다.

한국팀 일행과 23일 오전 8시 30분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7시에 기상을 했다. 하지만, 독일에 온 이후로, 베를린 이외의 곳에서 첫 장기 체류인지라, 생각보다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 결국 약속 장소에 도착한 건 약 3분 가량 늦은 8시 33분 경. 부지런한 한국팀은 벌써 행사장으로 떠났다고 한다. 다행히 호텔 매니저를 통해 약속된 물건을 인도받을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신경 써준 이근정 사장님을 비롯한 한국팀 관계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내키지 않는 에센행으로 인해 첫날부터 볼멘소리를 내고 있는 아내를 적당히 달랠 겸, 아침식사도 할 겸, 맥도날드에 들어갔다. 하지만, 전날 저녁에도 복통으로 숙면을 취하지 못한 상태인지라 아침시간에도 거의 먹을 수가 없었다. 겨우 어떻게 빵 한 모금 입에 물고 Messe에 도착한 건 거의 개장이 임박한 오전 9시 50분 경. 매표소와 출입문 부근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아무리 Messe 첫날이라고 해도 평일 오전인데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다는 건 보드게임에 대한 독일인, 그리고 세계인의 관심도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리라.

박람회장에 들어가자 사람들도 입장을 하고 있었다. 차례에 늦을까봐 허겁지겁 달려간 곳은....

1. 진정한 한철 장사 - Winsome Games.

긱을 통해 정보를 접한 바에 의하면, 에센 첫 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선착순 80명에 한해서 Wabash Cannonball의 확장을 비롯한 Winsome의 게임들을 판매하며, 이를 구매한 이들은 Queen Games에서 Wabash Cannonball을 재판한 Chicago Express를 5유로 할인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걸 알았기에, 개장하자마자 달려간 곳은 바로 Winsome Games의 부스였다. 역시 미리 확인한 정보에 따라 Winsome 부스인 10번 홀 66번 부스를 찾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결국 찾기는 찾았는데, 위치가 상당히 애매했기 때문이다. 정식 부스라기보다는 거의 귀퉁이 자투리 공간에 테이블 하나 놓고 벽면에 윈섬 특유의 로고인 "W"자만 덩그러니 붙여놨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1착으로 찾아간 곳인데, 실망으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선착순 80명은 이미 웹을 통해서 예약받은 사람들을 의미하는 거란다. 즉 당일날 선착순으로 도착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 그럼 왜 시간 제한을 두었느냐고 물었더니, 12시까지 오지 않는 사람들의 물량은 다른 사람들에게 판매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즉, 본인이 Winsome게임을 구하기 위해서는 12시까지 기다렸다가, 누군가가 예약해놓고 구매하러 나타나지 않았기를 바라는 것 뿐. 왜 이렇게 소량을, 그것도 예약한 사람들로만 한정해서 판매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나마 유럽에 사는 게이머들을 배려해서 하는 거라는 답변만을 들을 수 있었다. 자사 게임들이 소량에, 북미 한정으로만 판매하고 있었더니 유럽의 게이머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쳤고, 그래서 작년부터 이러한 방식으로 유럽 게이머들에게도 선보이는 거란다. 고작 80카피만을... 그래서 내년에 나올 것을 미리 예약하는 자리이기도 한다는데, 내년에 에센에 갈지 어떨지 알 수 없는 상황인지라, 그냥 고개를 저었다. 값도 절대 저렴하지 않은데...

어쨌거나 12시에 다시 찾아오기로 하고 발길을 돌려, 다른 게임 부스를 찾았다. 그리고 이런저런 일들로 시간이 12시가 다가와서 허겁지겁 다시 Winsome 부스를 찾았는데... 놀랍게도 테이블을 철수하는 중이었다!!!

예약했던 80명은 모조리 다 와서 구매를 했고, 자기들은 이번 에센에서 모든 볼 일을 마쳤기 때문에 철수한다는 것이다. 행사는 모두 나흘인데, 첫째 날 딱 2시간만 열고, 철수를 한다는 게 놀라웠다. 그리고 왜 그들이 그렇게 좁아터진 귀퉁이에 테이블 하나만을 두었는지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이 판매했던 게임이 기억하기로 8~90 유로였었는데, 단 두 시간만에 6~7,000유로를 후딱 거두어가고 바로 자리를 뜬 그들. 진정한 한철 장사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추후 사진 및 추가 내용 업데이트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