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을 시작한 회사들이 증가하면서 열차도 빠른 속도로 소비됩니다. 4짜리 열차가 개발되면 2짜리 열차는 폐기되고, 6짜리 열차가 나오면 3짜리 열차가 폐기되기 때문에 각 회사는 경영 압박을 받게 됩니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열차 구매 자금의 확보 때문에, 게임 초반과 같은 전액 배당 러쉬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주가 역시 초반과 같은 연속 상승이 뜸하게 되었습니다. 단 한 회사를 제외하면 말이죠.

유일한 예외는 벌링턴 루트였습니다. 모든 주식이 다 팔렸고, 회사로 회수된 주식도 없었기 때문에, 전액 배당을 하면 회사로 돌아오는 돈은 한 푼도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계속 전액배당을 합니다. 덕분에 주가 총액 4위였던 이 기업은 단번에 1~2위를 다투는 우량 기업이 됩니다만, 모두들 회사의 재정 상태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계속 전액 배당을 하게 되면, 나중에 강제로 열차를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때, 이를 구매할 수 있는 자금이 부족하게 되거든요. 하지만, 경영자인 본인에게는 다른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번 1870 플레이의 하이라이트이자 핵심인 일리노이 센트럴 社는 본래 Twinkrystal이 노리던 회사였습니다. 그녀가 경영자로 있는 GM&O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노선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었지요. 같은 이유로 본인은 남태평양 철도회사를 노렸습니다만, 리키마틴님의 재빠른 주식 구매로 타이밍을 놓쳤었지요. 그래서 나름 건실하게 철도노선이 구축되어있던 일리노이 센트럴을 경영하기로 결심합니다. Twinkrystal이 땅을 치더군요. 제가 딱 한발 앞서서 경영자주식을 구매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제가 그리 넉넉지 못한 자금 사정이었기 때문에, Twinkrystal은 계속 일리노이 센트럴의 주식을 매입합니다. 저 역시 경영권 방어를 위해 다른 주식을 내다 팔면서 일리노이 센트럴의 주식을 매입했지요. 그 결과 둘 모두 40%의 지분을 소유하게 됩니다. 제가 겨우 한 발 앞서 경영자 주식을 가져온 덕분에 경영권은 간신히 지킬 수 있게 되었지요.

제가 노렸던 것은 일리노이 센트럴 社의 초기 경영 자금이었습니다. 열차는 내부거래가 가능했고, 대금은 양자간의 합의를 통해 마음껏 조절할 수 있습니다. 두 회사가 한 사람이 경영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내부거래를 통해 마음껏 자금을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본인이 벌링턴 노선의 수익금을 한 차례도 빼놓지 않고 전액 배당을 한 배경에는, 이처럼 신생회사의 초기 경영 자금을 갈취(?)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입니다. 즉, 1,000불에 달하는 일리노이 센트럴의 초기 경영자금을 벌링턴 노선에게 건네고, 벌링턴 노선은 구형 열차를 일리노이 센트럴에게 넘깁니다. 자금을 확보한 벌링턴 노선은 신제품 열차를 구매함으로써 경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것이지요.

한편, 막대한 자금을 넘긴 일리노이 센트럴을 상대적으로 재무구조의 부실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회사는 향후 경영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고, 빨리 털어버리는 것이 이롭겠지요. 본인은 이 같은 내부 거래 이후, 일리노이 센트럴의 주식을 몽땅 팔아버릴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차대주주에게 경영권이 넘어가게 되겠지요. 그리고 그 주인공은 Twinkrystal이 될테구요.

이러한 원대(?)한 먹튀 계획은 너무나 빤히 드러나보이기 때문에 숨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단박에 탄로가 났습니다만, 이후 주식회전의 차례에서 제가 앞서기 때문에 트윈크리스탈은 분루를 삼켜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약간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이미 주식회전과 주식회전 사이에 3회의 경영회전을 갖게 되는 중반전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본인이 벌링턴 노선으로부터 일리노이 센트럴로 넘기는 열차가 만일 지나치게 구식일 경우, 자칫하면 일리노이 센트럴의 경영 차례가 오기 전에 해당 열차가 폐기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거든요. 만일 이렇게 될 경우, 악성 재무구조의 일리노이 센트럴은, 신규 열차를 구매할 자금이 부족하게 되고, 그럼 아직 경영권을 넘기지 못한 본인이, 사재(私財)를 털어 회사를 구제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름 신품의 열차를 일리노이 센트럴로 넘겨야만 했습니다만, 이것이 결과적으로는 본인에게 최악의 자충수가 됩니다. (역시 먹튀의 결말이란...)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