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첫 발을 디딘 것이 지난 해 8월 26일이니까, 벌써 반년이라는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 셈이다. 반 년이면 아무리 낯선 땅이라도 어느 정도 적응이 다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아직도 나에겐 어렵고 힘든 곳으로 느껴진다.

가장 나를 괴롭히고 있는 문제는 인터넷 회사. 일전 포스팅을 통해서도 밝힌 바 있지만, 회사의 이해할 수 없는 고압적 자세로 인해 나와는 아무런 소통이 안되었고, 회사 측은 변호사를 통해 나에 대한 최후 통첩을 해온 상태. 나 역시 최후 통첩이 있기 바로 며칠 전에 변호사를 고용하여 대응을 하기로 했다. 아직도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느낀 이곳의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질감이 나를 몹시도 지치고 힘들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아무도 도와주는 이가 없다는 점이 너무 고달프다. 한국에서도 그다지 남의 도움에 크게 의존하며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말이 통하지 않는 이곳에서 온전히 혼자 힘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내게 꽤 큰 시련이 되고 있다.

Rostock에 거주하는 친구로부터 소개받은 사람은, 전화 연락조차 힘들 정도로 거의 믿을 수 없는 사람이고, 그 이전에 이곳 정착을 도와준 사람은 정신 이상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히스테릭한 사람이라 도움은 커녕, 나와 아내를 더욱 두렵게 했다. 몇몇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본 결과, 그들의 도움은 없으니만 못한 경우가 더욱 많았기에 앞으로도 그러한 도움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가 없다.

심신이 모두 지쳐버려린 탓인지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 가끔씩 복통과 더불어 불면증과 두통, 그리고 수시로 찾아오는 무기력함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저혈압이란다. 120-80이 정상인데, 80-60이란다. 늘 우중충하게 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베를린의 겨울 날씨와 스트레스가 만들어낸 합작품 같다.

생활도 힘들지만, 말 배우기도 만만치 않다. 지난 1월까지 총 3단계 어학과정 가운데 1단계를 마쳤고, 2월부터 2단계 과정에 들어갔는데, 1단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갑자기 난이도가 높아졌다. 매일 50여개의 새로운 단어들이 쏟아져 나왔고, 독해와 청취 모두 엄청난 수준으로 상향조정되었는데, 정작 선생들은 오히려 이 정도의 난이도가 당연하다는 듯 간단한 설명만으로 단원을 넘어가곤 한다. 어릴 적부터 따로 예/복습을 하기보다는 수업시간을 100% 활용하는 걸 선택했던 나로서는, 소화하기 힘든 수업이 또 스트레스가 되었다. 수업이나 식사시간 그리고 수면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독일어 학습에 쏟아붓고 있지만, 그마저도 역부족이다. 한국을 떠나 오기 전부터 지금까지 쉴 새 없이 달려온지라, 이제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