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 동그랑땡의 재료를 가지고 만두를 만들어 먹었다. 아내는 본인더러 만두피를 사가지고 오라고 했지만, 동네 가게 한번 다녀오려고 해도, 걸어서 다녀오려면 상당한 거리인 우리 집. 그래서 귀찮은 나머지 직접 반죽을 했다. 참고로 우리 집은 아파트 각 항목점수에서 대부분은 평균에 해당하고, 편의성이 평균보다 약간 아래이다. 자연 환경만 평균보다 아주 높은 수치로 상회하고 있다.
어쨌거나 일단 시작한 일이긴 한데, 막상 밀가루 반죽은 처음 해보는 거라, 조금 시행착오를 거치게 된다. 중간중간, '그냥 만두피를 사올 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곤 했지만, 아내에게 큰소리 쳐놓은 상황이라 끝까지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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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를 반죽하기 시작한 지 두 시간여 만에 드디어 만두소와 만두피가 만날 수 있었다. 아내는 어제의 재료에 다진 김치를 비롯해서 각종 재료를 첨가해서 완벽한 만두소로 탈바꿈을 시켜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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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찜통을 거쳐서 재탄생한 만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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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를 먹고 난 후 식후의 기분 좋음을 이어 받아 아그리콜라를 돌려주었다. 아내가 가지고 있던 기존 최고 점수인 47점을, 본인이 50점으로 경신해버리고 말았는데... 살짝 위기의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황이다. (아래 사진 중간 즈음 아내가 최종 점수를 보면서 고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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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전날부터 이날까지, 모든 끼니는 만두와 동그랑땡으로 채워서 밥이 좀 그리워졌다. 쩝~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는 매일매일에 싫증을 느낀 아내가 팔을 걷어부쳤다. 무위도식하는 본인으로서는 아내가 부엌에서 요리하는 것이 못내 미안해서 계속 매식을 권하고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아내로 하여금 미안함을 느끼게 한 모양이다.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 벌어지는 우리 집이다.)
역시 미안한 마음을 가진 본인은 동그랑땡 부치는 걸 자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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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선한 동기로 시작한 일이 항상 선하게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본인은 아내 혼자 요리하는 것이 미안해서 팔을 걷어부친 것인데, 그 과정에서 작은 트러블이 생겼고, 이로 인해 즐거워야 할 동반 요리가 불쾌한 감정의 흔적을 남기고 말았다.
본인으로서는 스무살 무렵부터 집을 떠나 살아왔기 때문에, 남자 치고는 부엌일에 그다지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간혹 아내의 일에 내 견해를 밝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아내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모양이다.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게, 아니 정확하게는 감정적으로 쏘아부치는 아내의 반응을 보면서 또 다시 후회를 하게 되지만, 아내가 부엌에 있으면 미안한 마음에 자꾸만 나와보게 되는 것을 어찌하기 힘들다.
남들은 아내가 부엌에서 요리하고 있을 때, 한가로이 자기 혼자 놀고 있는 경우도 있다던데, 오랜 단체 생활 속에서 이를 죄악시 하는 분위기에 젖어버린 본인에게 이는 좌불안석의 상황이다. 사관학교에서 동기생이 청소하고 있는데, 혼자서 책보고 있는 경우를 상상해보라. 절대로 좋은 소리 들을 수 없다.
하물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위해 부산하게 일을 하고 있을 때, 본인만 편안한 곳에서 유유자적하게 있는 것은 정말 불편한 것이다.
억지로 감정을 봉합하고 동그랑땡을 먹기는 했지만, 서로 가슴 한 구석에 상처를 하나씩 새긴 것 같아 안타깝다.
1. 신년 들어 일기를 매일 쓰려고 했지만, 그것도 보통의 노력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특히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 같을 요즘의 나날 속에서 매일의 기록을 남긴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2. 방학이라 한가한 아내가 요즘 재미를 붙이고 있는 일은 두 가지이다. 미국 드라마를 보는 것하고, 중국사를 읽는 것이다. 미국 드라마는 방학이 아닐 때에도 아내의 큰 취미생활이었고, 중국사는 십팔사략과 초한지로 시작한 그 재미를 이어가는 것 같다. 본인이 이야기 중국사를 산 게 중고교 시절인지라, 꽤 오래된 판본인데, 얼마전 그걸 잡고 읽기 시작하더니, 재미를 붙이고는, 학교에서 나머지를 모두 빌려왔다. 뭔가에 흥미를 가지고 집중할 때 무서운 추진력을 보이는 아내가 일견 부럽워 보인다. 하루하루 의욕을 잃어가는 나에겐 너무나 큰 부러움의 대상이다.
3. 아내가 가끔 심심하다고 느끼면, 아그리콜라를 종종 하자고 말한다. 한 게임만 이렇게 자주 돌리는 건 보드게임 입문 직후를 제외하면 매우 드문 일인데, 한동안 아내가 함께 게임하자고 한 적이 없다보니 이렇게 게임하자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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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드게임을 입문하게 된 계기가 연애하던 시절, 지금의 아내와 함께 하기 위한 취미를 찾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었는데, 자꾸만 2인 3각이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더 들어가고 싶은데, 아내는 머뭇거리거나 오히려 뒷걸음질을 하려하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나 지고는 못사는 강한 승부욕을 가진 아내에게 있어, 패배는 결정적으로 흥미를 반감시킨다. 본인 역시 승부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에서 지고도 게임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를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아내는 패배가 반복되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그렇다고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스스로 규칙서를 들고 연구하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보니, 직접 규칙서를 들고 연구를 하는 아지트 멤버들과의 대결에서 열세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
게다가 이젠 눈높이가 올라가버려서, 아지트 멤버가 아닌 다른 게이머들과의 게임은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건 본인도 마찬가지라서, 1등을 자주할 수 있는 멤버들보다, 게임 그 자체를 너무나 즐겁게 만들어주는 지금의 아지트 멤버들이 훨씬 소중하다. 어쨌든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점차 아내는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고 있어서, 이젠 나에게 가장 소중한 취미생활로 자리매김한 보드게임인데, 종종 집안 갈등의 요소가 되곤 한다. 안타깝다.
5. 어쨌든 지금 아그리콜라로라도 다시금 보드게임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 아내에게 일말의 희망을 걸어본다.
이어서 선택된 게임은 길과 배(Roads and Boats)이다. 물류라는 것에 초점을 맞춘 일종의 문명게임이다. 자연에서 나오는 물자를 가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급 재화를 만들어나가면서 문명을 발전시켜나간다는 것인데, 다양한 시나리오와 엄청난 수를 자랑하는 구성물들, 그리고 이와 더불어 극악의 인터페이스로도 유명한 게임이다.
비교적 초기의 사진. 게임 시작할 때는 거위와 당나귀가 주어진다.
거위와 당나귀, 그리고 소수의 자원만 처음에 주어지는데, 이들을 잘 활용하여 주변 지형에 자원 생산에 필요한 기관들을 설치하고, 이들을 요처에 운송해가는 것이 게임의 골자이다.
틈틈히 재화를 바쳐서 신전에 공양을 해야 한다. 이 역시 승점이 된다.
승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승점을 주는 것은 오직 4가지이다. 신전, 금, 화폐, 증권. 그 가운데 신전은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각 층마다 10점이 주어지며, 각 층의 공헌도에 따라 이 점수를 분배한다.
운송수단은 계속 발전하며, 길이 있으면 이동력이 향상된다.
재화를 실어 나르는, 어찌보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운송수단은 크게 해상 운송수단과 육상 운송수단으로 나뉘며,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향상시킬 수 있다. 그리고 초기에 주어지는 당나귀를 제외하면 모두 길이 있어야만 이동이 가능하므로, 게임의 제목처럼 길 또한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특이하게도 이 게임에서 길은 수성펜을 통해 그려서 표시한다.
문제의 인터페이스. 손 큰 사람은 중간에 우황청심환이라도 찾고 싶어진다.
게임에서 재화는 운송수단에 업혀서 이동하는데, 운송수단도 재화도 모두 초소형인데다, 매 라운드 이동과 재화 수송이 이루어지므로, 사실 상 게임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사람마다 진행순서가 존재하지만,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불편한 게임 인터페이스로 인해 게임 시간이 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인 것 같다.
여담이지만, 이 작은 카운터들을 매 라운드마다 올렸다 내렸다하고 이걸 들고 여기 저기로 옮기다보면 참 인내심이 많이 필요하다.
게임 후반. 한 라운드 진행하는 것도 여간 손이 많이 가는 상태가 아니다.
게임은 신전의 공양이 일정한 정도까지 채워지면 종료된다. 게임이 끝나면, 자신의 재화 가운데, 금, 화폐, 증권들의 개수를 세고, 신전의 각 줄마다 승점을 확인한다.
게임이 종료된 시점의 신전 상황.
게임은 분명 좋은 게임이다. 자신만의 테크를 타고, 상당한 정도의 자유도를 지니며, 다양한 시나리오로 매 게임 신선함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극악의 인터페이스와 긴 시간으로 인해 게이머들에게 상당한 정도의 피로감을 주는 것은 뭔가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최근 게임들과는 달리, 승점 획득 구조가 획일화되어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분명 승점 획득은 4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 중 3개는 같은 경로 상에 있고(금→화폐→증권), 신전 공양은 승점이 너무 빈약하다. (증권 120점, 신전 한 줄 10점)
결국 게임은 누가 먼저 증권을 뽑아내느냐가 관건이 되기 때문에, 중간에 트럭으로 쳐들어가서 상대방 재화를 납치해오지 않는 이상은 선두를 끌어내릴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의 게임들은 다양한 승리 경로를 통해 전략의 다양화를 꾀하고, 게임이 잘 만들어졌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기준이 이 경로들의 균형이 얼마나 잘 맞는가에 달려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길과 배는 다소 최근 게임의 흐름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특히나 이러한 유형은 게임은 PC게임, 특히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이므로, 이러한 극악의 인터페이스를 감당하면서까지 다시 하게 될지는 다소 미지수이다.
아내 역시 게임 중간 몹시 피로함을 호소했으며, 좀처럼 게임을 중간에 접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인데도, 도중 하차에 대해서 꽤나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겨우 세 게임을 했을 뿐인데, 오후 2시 30분 경부터 새벽 3시 30분 경까지, 거의 13시간을 보낸 이 날의 모임이었다. 게임을 마치고 반 시간 정도의 담화를 끝으로 모두들 귀가를 했다.
본디 예정에 없던 모임이었다. 그리고 모임 개최가 결정된 직후에는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모임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예정에도 없던 대규모 모임은, 단 2명만 찾아온 조촐한 모임이 되어버렸다. 한동안 번잡함에 피로를 호소하던 아내나 본인로서는 어쩌면 더 없이 반가운 상황.
단골 손님인 전심님과 사탕발림님이 찾아와서 오후 2시 경부터 이튿날 새벽 4시까지 비교적 심도 있는 게임들로 모임을 가졌다. 4인이서만 할 수 있는 깊은 전략 게임의 향취 속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던 시간들.
(이 날은 본인이 사진을 찍을 틈도 없이 게임에 몰입해 있었기 때문에, 모든 사진은 전심님이 촬영한 것으로 대신한다.)
1. 최근 모임에서 절대로 빠지지 않는 단골 게임인 아그리콜라(Agricola). 이 날도 이 게임으로, 어김없이 첫 문을 열어제쳤다.
I덱은 일전에 모임에서 돌려보았고, K덱은 모임에서 돌린 적이 없었던 것 같아서, 색다른 게임을 하기 위해 K덱으로 게임을 진행하였다.
처음부터 유랑극단에 엄청난 매리트를 부여하는 카드들을 두 장이나 깔아두고 게임을 진행하신 사탕발림님의 독주 속에, 전심님은 고소득 부농을 꿈꾸며 야채 농장에 주력을, 크리스탈은 목축업에 전념했고, 본인은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농부가 되었다.
결과는 꾸준히 추가 행동을 챙긴 사탕발림님의 압도적 우위 속에, 적당히 밭이나 갈다가, 남는 목재로 목장이나 키운 본인이 큰 감점 없이 2위를 기록했다. 부농을 꿈꾸던 전심님은 쓸쓸한 빈농의 길을 걸어야만 했고, 농장 하나 없이, 커다란 목장 위에 소 3마리만이 산물의 전부였던 크리스탈 역시 전심님과 대동소이한 빈농의 길을 함께 걸어갔다. (최종 점수: 사탕발림 - 40점, 본인 - 30점, 크리스탈 - 23점, 전심 - 22점)
늘 돌아가는 그 게임. Agricola
2. 이틀 전 처참한 실패의 쓴 잔을 마셨던 Brass가 비교적 빠르게 두 번째 기회를 잡게 되었다. 일전에 본인의 어정쩡한 설명으로 크리스탈에겐 '악몽'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만 했던 게임인데,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는 오기로 다시금 무대에 등장시킨 것. 하지만, 두 번의 실패는 곧바로 방출이라는 쓰디쓴 고배를 마셔야만 하기 때문에, 설명하는 내내, 그리고 게임이 끝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이틀 전의 게임은 전혀 다른 게임이나 다름 없었다. 여러가지 부분에서 오류가 많았기 때문에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게임의 규칙서는 여러모로 악명을 떨치고 있었기 때문에, 규칙서만 읽고서 이해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보통의 규칙서에서는 참조 영역(reference section)은 보충적 역할에 그치기 때문에, 넘어가도 게임에 지장이 없지만, 이 게임의 규칙서에서 참조 영역은 중요 규칙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앞부분 개관에서는 거의 언급조차 없는 부분이 참조 영역에서 언급되고 있는 터라, 참조 영역까지 꼼꼼하게 숙지해야만 설명이 가능하다.
Brass의 초기 세팅 모습.
어쨌거나, 와신상담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나름 완벽하게 소화한 상황이라, 설명에 다들 이해하는 눈치였다.
게임은 산업혁명 전후의 영국 랭커셔 지방을 배경으로 한다. 열심히 공장을 짓고, 운송수단도 마련해서 효율적으로 산업을 발전시키는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 목적이야 간단하지만, 그 과정은 꽤나 골치 아프다.
우선 득점 루트가 제법 다양하다. 면직물의 수출 등으로 돈을 벌거나, 발전하는 도시를 연결하는 운송수단(운하, 철도)를 연결하거나, 랭커셔 지방의 곳곳에서 필요로 하는 석탄이나 철을 생산하거나, 또는 효용가치는 없지만, 고득점 전략인 조선소를 짓는 등, 다양한 득점 루트가 존재한다. 단일 득점 루트의 게임은, 단순한 달리기 경쟁이 되어버리는 반면, 다양한 득점 루트의 게임은 서로 전략을 겨루는 장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적절하게 전략을 수립하지 않으면, 이도 저도 아닌 방황하는 미아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건설할 수 있는 공장들. 왼쪽부터 항구, 방직공장, 탄광, 제철소, 조선소. 운하 시대의 운송수단은 운하이며, 산업혁명 이후 도래하는 철도시대에는 철도가 운송수단이 된다.
이 게임에서는 카드를 사용하지만, 카드의 내용은 공장 건설에만 관여하기 때문에, 그 외의 행동을 할 때 어떤 카드를 버릴 것인지 선택하는 것도 참가자의 몫이다. 게임 진행하면서, '아~ 내가 왜 그 카드를 아까 버렸을까?'라고 속으로 탄식하는 경우도 자주 생기기 때문에, 더더욱 생각해야 할 부분이 많아진다.
뭘 버려야할까?
아울러, 다음 차례가 이전에 얼마나 돈을 썼느냐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누군가와의 충돌이 예상된다면, 돈을 쓰는 액수도 염두에 두어야만 한다. 너무 많이 쓰면, 후순위로 밀려버리기 때문에 경쟁자에게 기회를 빼앗길 수도 있다.
직전 라운드에 사용한 금액에 따라 진행 순서를 결정한다.
현실의 지명과 역사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지역 별로 예외적인 상황도 게임에 많이 녹아있다. 예컨대, Birkenhead는 철도시대가 오기 전까지는 조선소가 들어설 수 없다.
운하시대에는 잠잠하지만, 철도시대에는 태풍의 핵으로 급부상하는 Birkenhead지역.
게임은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운하시대와 철도시대로 나뉜다. 단순히 운송수단의 차이 뿐만 아니라, 산업의 형태마저도 크게 바뀌는데, 각 공장 건설에 소요되는 자원만으로 이를 구현해낸 월러스의 재능에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운하시대의 모습
특히 운하시대에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던 석탄이, 철도 시대에 오면 품귀현상을 빚는다. 5파운드의 철도를 건설하기 위해, 4~5파운드의 석탄을 구매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생긴다니. 심지어 게임 후반에는 탄광을 건설하는 즉시 건설 비용을 회수하고도 남았으니, 산업혁명에서 석탄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였는지 새삼 실감케 된다.
철도시대의 모습.
철과는 달리 석탄은 항구와의 연결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항구 도시인 리버풀이나 프레스톤과의 연결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리버풀의 경우, 인접한 위건이 탄광도시이기 때문에, 이곳으로 향하는 철도는 선점경쟁이 치열했다.
리버풀로 향하는 철도들. 철도 건설에는 건설 비용 외에 석탄을 1개씩 필요로 한다.
어쨌든 게임의 양상은, 이틀 전의 게임에서 매우 큰 실망을 겪었던 크리스탈이 회심의 조선소 2연타를 통해 36점을 벌어들이면서 역전극을 연출하면서 1등으로 마감을 했다. (102점) 적절한 판매와 유력 도시들의 연결에 집중했던 본인도 무난하게 2등(100점)을 기록했으며, 크리스탈과 조선소 건설 경쟁에서 다소 밀린 사탕발림님과, 기간산업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개인 승점에서는 다소 열악한 환경을 조성하신 전심님이 나란히 공동 3등(89점)을 기록했다.
이전부터 연락이 되었던 MANN님과 Mu(움라우트이므로 뮤...가 아니고 뮈...에 가까운 발음임)님이 방문을 했다. 그리고, 딸 사진 때문에 회사를 거른(?) 민샤 내외분도 찾아왔고, 저녁에는 전심님과 사탕발림님까지 찾아와서, 평일로서는 드물게 대규모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가볍게 아그리콜라 4인 게임을 돌려주었고, 혁명(Revolution)의 설명을 듣고 있던 찰나에 민샤 내외분이 찾아오셔서 설명만 듣고 게임은 접었다. 설명만으로도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을 느낄 수 있었으니, 조만간 트레샴의 걸작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이윽고 돌아간 히말라야 6인 게임. 참여자는 민샤, 민마, 만, 뮈, 본인, 트윈크리스탈
5인 게임으로는 제법 돌아갔지만, 6인으로는 이번이 두 번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3인부터 즐길 수 있는 지역에, 6명이 돌아다니며 상단을 꾸리니, 충돌도 잦고, 꼼수도 많아서 삽질이 여기저기서 벌어졌다. 무난히 종교, 정치적 영향력의 커트라인을 통과할 수 있었던 덕분에 1등으로 매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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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히말라야 진행중에 당도하신 전심님과 사탕발림님은 옆에서 아그리콜라 2인 게임을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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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발림님께서, 무난한 전심님의 도움(?) 덕분에 승리를 거두셨다는 후문이 전해지는 가운데, 히말라야를 마치자, 저녁 10시 경. 만님 커플과 민샤 내외분이 귀가하시고, 남은 4인이 Brass를 꺼냈지만, 너무 늦은 시각, 그리고 난해한 규칙서로 인해 설명이 부실해짐에 따라, 그다지 게임 다운 게임을 하지 못한 채 중도에 접었다. 특히 크리스탈이 심히 불만스러운 표정인지라, 향후 이 게임을 꺼낼 수 있을지 매우 두려웠다.
전날 마친 아그리콜라 한글화에 힘입어, 아내와 2인 게임으로 연거푸 2회 게임을 진행했다.
아내도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게임이었고, 일요일에 했던 게임의 느낌도 나쁘지 않았던지라, 흔쾌히 응해주었다.
-1차전-
일요일엔 직업과 시설 카드들을 I덱으로 진행했었으므로, 이번에는 K덱으로 진행해보기로 했다.
종료시점, 아내의 토지 현황.
K덱의 카드가 원래 그런지, 아니면 내게 들어온 카드들이 그런 건지는 몰라도, 적어도 시설들은 그다지 효용성이 없는 카드들이 많았다.
종료시점, 내가 사용한 직업들과 시설들
제재소(앗! 그러고보니 카드에 오기!)는 대형시설 가운데 탁자 제작소가 있어야 설치가 가능하고, 책꽂이는 직업을 3개 이상 놓은 상태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약초 정원은 야채 농장이 1개 이상 있어야 한다.
이렇게 소형시설을 놓는 것조차 까다롭다 보니, 그 효과가 아무리 커도 게임 내내 상당한 정도의 압박갑으로 작용했다. 또한, 석재 교환상은 목재 또는 진흙 2개를 같은 개수의 석재로 바꿔주는 기능인데, 그다지 유용하지도 않았다. 사실 석재보다는 목재가 항상 부족했었으니까.
직업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특히 목공예사의 경우, 목재가 들어가는 행동에서 목재를 라운드 당 1개씩 절약하게 해주는데, 목재가 게임 내내 부족했던 내게 꽤 유용했다.
소형시설을 놓는 행동을 할 때, 대형 시설을 놓게 해주거나, 대형 시설을 놓는 행동을 할 때, 소형 시설을 2개 놓게 해주는 방문판매업자는, 손에 들어온 소형 시설 카드들이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했기 때문에, 그다지 큰 효과를 본 건 아니었지만, 자원을 때때로 더 가져올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자원판매상은, 나름 쏠쏠한 직업이었다.
게임 종료 시 내 토지의 상황. 가축을 잘 키운 것도, 농사를 잘 지은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
사진으로도 아 수 있지만, 집 전체에 한 마리만 키울 수 있는 가축을, 방마다 한 마리씩 키울 수 있게 만들어주는, 가축 조련사는 사실 한번도 써먹지 못했다. 그렇게 많은 가축을 가져보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저 축사들은 행여 울타리를 지을 것을 염두에 두고 놓은 것이지만, 결국 빈 칸 제거 이외의 기능은 없었다.
종료 시점, 아내의 토지 상황
아내의 경우, 농사를 지을 수 밖에 없는 카드들이 주로 손에 들어왔던 모양이다. 실제로 아내의 토지엔 농장이 6개나 된다. 마음에 안 들었으면, 빗자루로 죄다 쓸어버리고 새로이 카드들을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빗자루를 받은 건 게임 후반에 이르러서였다. 결국 초기에 들어온 카드에 따라 전략을 세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 같다.
나무를 3그루나 심어서, 수확 때 목재를 쏠쏠하게 거둘 수 있었을 것 같은, 삼림노동자는 사실 몇 번 재미를 보지 못한 것 같다. 목재가 많았다면, 저렇게 앙증맞은 울타리를 치지 않았겠지.
아내가 사용한 카드들
결국 고만고만한 점수를 둘 다 거두었지만, 승점에 관한 카드와 보너스 점수 획득에 주력한 덕분에 첫 게임은 내가 이길 수 있었다.
최종 결과
-2차전-
두 번째 게임은 E덱으로 진행했다. 3가지 덱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는 카드들이 많이 들어있는지 몰라도, 아내와 내가 모두 최고 점수를 획득했다.
2차전 종료시점
본인의 경우, 진정한 농부의 꿈을 실현시킨 케이스라 하겠다. 토지를 한 칸도 남김없이 모두 활용했으며, 경작지 6면, 목장이 4개였고, 집도 방 4칸짜리 돌집 고급 주택을 만들었다. 곡물도 풍성했고, 야채도 적절하게 있었다. 맷돼지를 제외하고, 소와 양까지 풍족하게 기른 결과 46점이라는 고득점을 거둘 수 있었다.
본인의 토지. 꽉꽉 채운 종료 시점의 모습.
한편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바로 E덱의 카드들이었다. 우선 옥수수 국자를 통해 곡물을 충분히 획득하고, 버섯채집자를 통해 게임 초반 가족 부양을 할 수 있었다. 제빵사는 별도의 빵굽기 행동을 하지 않고도 수확 때 빵을 구울 수 있게 해주었고, 간이 화덕과 맷돌은, 그러한 추가 빵굽기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화덕은 곡물을 2개의 음식으로 바꾸어주었고, 맷돌은 빵굽기를 1회 할 때마다 2개씩의 음식을 추가로 주었다.)
가장 핵심은 역시 쟁기몰이꾼이었다. 돌집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 매 라운드를 시작할 때마다, 1개의 음식만 지불하고 농장을 경작할 수 있게 해주는 직업인데, 수선공이라는 직업 덕분에 비교적 빠르게 돌집으로 올릴 수 있었다. (집 개조 시 비용 절감) 이로 인해 8라운드 정도에 돌집으로 개조를 마친 본인은 이후 라운드를 시작할 때 모두 농장을 받음으로써, 토지를 꽉꽉 채울 수 있었다. 별도의 행동을 차지하는 농장 경작인데, 이를 추가 행동으로 할 수 있다는 게 큰 도움이 되었다.
본인의 직업 및 시설.
얼핏 이런 카드 구성이라면 카드 운에 의해 게임의 균형이 흐트러질 수 있겠다는 우려를 가질 수 있지만, 상대도 마찬가지의 E덱으로 게임을 진행하기 때문에, 절묘하게 균형을 맞추게 된다. 역시 카드게임의 귀재인 Uwe Rosenburg답게, 카드 상호간의 균형에 매우 신경을 쓴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종료시점, 아내의 토지. 여긴 축산업에 생업을 내건 모습이다.
아내의 경우, 농경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오직 축산에만 집중을 했다. 휴경지는 2면을 남겼지만, 덕분에 대규모 목장을 토지에 건설하여 많은 가축들을 기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점수 면에서 도저히 상대가 되지 못할 듯 한데, 아내 역시 고득점을 거둘 수 있었으니, 바로 카드의 조합이다.
아내의 직업 및 시설 카드
본인의 카드는 농경에 도움을 주는 카드들이었기 때문에, 카드가 직접 주는 점수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촌장과 촌장의 딸 카드는 돌집에 대해 무지막지한 추가 점수를 퍼부어주는 카드들. 이걸로만 7점의 점수를 끌어갔으니 놀라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또한 버터제조기를 통해, 소나 양을 도축하지 않고도 음식을 만들 수 있었고, 울타리를 지을 때 3개씩 더 짓게 해주는 울타리 파수꾼을 통해, 울타리도 쉽게 지을 수 있었으니, 딱 축산업자를 위한 카드들인지라. 게다가 사유림으로 추가 목재들을 얻게 해주었으니, 게임 초반 적절하게 먹여살릴 수만 있다면, 중반 이후 대규모 목장의 이점을 충분히 누릴 수 있었으리라.
2차전 최종 점수 결과
그 결과 토지 운영에서는 결코 게임이 될 수 없었을 것 같았던 아내의 점수는 본인과 불과 3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고득점. 역시 E덱은 잘만 활용하면 충분히 고득점을 유도할 수 있는 고효율의 카드가 많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 날 게임에서 중요한 오류가 있었는데, 바로 가축의 수용능력이다. 집과 축사에는 1마리, 울타리가 쳐진 목장에는 1면 당 2마리, 목장 내 축사가 있으면 1면 당 4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데, 이날 게임에서는 축사가 없는 목장의 경우 1면 당 1마리, 축사가 있으면 1면 당 2마리로 제한한 것이다. 이 오류에 피해를 본 것은 축산업에 집중한 아내. 아내는 수용능력의 한계 때문에 불필요하게 가축들을 도축했어야만 했고, 이로 인해 해당 가축의 번식에도 제한을 계속 받게 되었다. 이로 인해 손해를 본 점수가 대략 4점 가량되었으니, 오류를 보정한 게임의 최종 점수는 46대 47점으로 역전이 되고 만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아내는 무척이나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껄껄 웃었다고 한다. 흠흠~
일어나서 가볍게 식사를 하고 나니, 주말이라 게임 생각이 났다. 몇 사람 접촉을 해보았지만, 반응이 좀 지지부진했다. 민샤에게 전화를 했더니, 애가 자고 있으니, 나더러 오라고 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움직이기로 결정했으나, 여전히 엄청난 정체를 자랑하는 죽전에서 발목이 잡혀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다 결국 7시가 다되어서야 도착했다.
먼저 도착해있던 전심님에게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쨌든 애환이 많이 서린 게임, 아그리콜라(Agricola)를 5인 게임으로 배우게 되었다. 우습게도, 규칙서와 카드 번역을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하는 법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게임 진행하면서 몇 가지 오역 및 통일되지 않은 용어들이 눈에 띄었다. 역시 너무 채찍질을 받으며 진행한 탓이었으려나. 기회가 되면 한번 다시 훑어봐야 할 것 같다.
아그리콜라를 마치고 전심님은 급히 귀가를 했다. 아무래도 내가 늦게 도착한 것에 다소 서운함을 가진 것 같은 눈치지만, 대놓고 물어볼 수 없어서 조금은 답답하다.
이어서 이번에 태중이를 통해 독일에서 구해 온 null und nichtig라는 트릭테이킹 게임을 4인이서 진행했다.
영문으로 살펴 본 내용으로는 무척이나 간단한 트릭테이킹이라 생각해서, 넘겨달라는 민샤의 요청에 조금 망설이다 넘겼는데, 직접 해보니 꽤나 마음에 든다. 역시 오랫동안 긱을 뒤지면서 평을 살펴보며 산 녀석을 그리 쉽게 넘기는 게 아니었는데... 쩝~
게임은 리드수트를 따라가야 할 필요도 없고, 트럼프로 트릭을 획득하는 것도 아니지만, 트릭 획득이 곧 점수가 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독특한 형태를 띄게 된다. 즉, 각 색상별로 최후에 획득한 카드의 숫자만이 점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인데, 각 색상별로 0짜리 카드가 2장씩 있으므로, 신경쓰지 않으면, 모조리 0으로 도배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실제로 두자리 숫자의 카드들을 잔뜩 획득했다고 좋아하며 방심하다가는 어느 샌가 0짜리 카드들의 잔치 속에 울상을 짓게 되는 게임.
3~5인 게임인데, 카드를 속으로 헤아리는 사람에겐 더 없이 쉬운 게임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카드 카운팅에 신경쓰지 않는 이에겐 그야말로 폭탄 바르기 게임이 된다.
눌 운트 니히티히를 마치자 시간이 새벽 1시를 향해가고 있길래,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오는 길에 신선설농탕에 들러서 아내와 설농탕 한 그릇씩 먹고 들어왔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둘이 거리를 걸어가니까, 오래전 아내와 데이트하던 기억이 났다. 아내도 그런 느낌이 싫지는 않은 것 같다.
명희 제자들이 우리 집을 방문했다. 본래 5명이 찾아올 계획이었지만, 계획된 인원 가운데서는 2명만, 그리고 당일 오전에 급조한 1명을 포함해서 총 3명이 방문을 했다.
예비 고1들인 여학생들인데, 아주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던 여학생에 대한 환상을 여지없이 깨버린 그들의 먹성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1시부터 시작한 점심식사는 2시 40분 정도가 되어서야 끝이 났는데, 피자 2판에 각자 컵라면 하나씩... 나와 아내가 피자 3조각을 먹은 게 전부였으니, 피자 13조각과 컵라면 3개를 3명의 여중생들이 먹어치운 것이다. 그것도 한 끼에...
모임 구상 단계에서부터 가게에서 엄청난 양의 간식거리를 사둔 아내의 선견지명. 그리고 명언
"애들은 뭘 많이 먹여야 해!"
식사가 끝난 3시 경부터 본격적으로 게임 모임을 가졌다. 몇몇 아이들은 보드게임카페의 경험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제대로 머리를 쓰는 게임들에 대한 경험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우봉고 3조각짜리 게임을 한 번 했고, 잘 하는 아이들 2명이 4조각으로 상향 조정해서 한 게임을 더 했다. 모래시계가 주는 압박감. 디지털이 세상을 지배할 것 같은 오늘날, 아날로그의 산물인 모래시계의 긴장감을 새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첫 게임부터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토로한 학생들에게, 조금은 쉬어갈 수 있는 Ticket to ride 게임을 꺼냈다.
1910 확장을 포함시킨 이후로는, 대부분의 게임을 대도시 변형으로 진행한다. 목적지 카드 행선지 가운데 최소한 한 곳은 대도시인 이 변형은, 다소 느슨해지기 쉬운 이 게임을 치열하게 바꾸어 준다. 목적지들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에... 5인 게임이다보니 그러한 양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결국 아내의 치명적 태클을 당해서 -19점을 당하는 바람에 2등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학생들은 재미있다고 말하면서도 힘들었다는 반응도 함께 보였다. 약간은 어려웠으려나?
아내의 주장으로 선택된 세 번째 게임은 Rummikib. 집에 보이저를 비롯해서 많이들 가지고 있었지만, 모두 선물로 나누어주고, 남은 건 시상품으로 받은 딜럭스 판 뿐이지만, 역시 타일이 큼직해서 게임하는 재미는 더 크다. 아쉬운 것은 한글 규칙서가 부실해서, 게임하다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경우를 다 아우르지 못한다는 점이다.
역시 처음은 다들 어려워했다. 하지만, 한 게임이 끝날 즈음 한 학생은 완전히 감을 잡았고, 나머지 두 명도 거의 감을 잡은 듯 했다. 그래서 와이프와 바통터치를 하고, 한 게임을 더 시켰더니, 아내에 말에 따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감을 잡고 게임을 진행하더랜다.
마지막으로 택한 게임은 I'm the Boss. 아내는 Royal Turf의 재판인 Winner's Circle을 권했지만, 일반 아지트 모임 때는 거의 돌리기 힘든 I'm the Boss를 택했다.
역시 학생들에게 이런 종류의 협상은 생소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의견충돌은 가위바위보로 해결해온 그들에게 조건과 결과를 두고 협상을 벌이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겠지만, 의외로 큰 재미를 느끼며 게임에 참여를 하는 모습에 나와 아내 모두 적지 않게 놀랐다.
저녁 식사 때문에 중간에 접을 수 밖에 없었지만, 학생들이 의외로 협상에 큰 재미를 붙이는 것을 보면서, 하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신당동 즉석 떡볶이를 이것저럭 추가해서 푸짐하게 만들어 저녁식사를 대신했다. 발걸음을 돌리는 데 너무나 아쉬워하는 학생들을 돌려보내고 집에 돌아오니 9시였다. 피곤하지만, 늘 생각해 오던 교육적 측면에서 보드게임의 가치를 발견한 것 같아 뿌듯했다.
I'm the Boss 게임 후 열심히 사진 찍으며 추억하는 학생들
학생들과 아내의 기념 사진
p.s. 4가지 게임의 인기투표를 실시한 결과 1등은 우봉고, 2등은 I'm the Boss, 3등과 4등은 각각 T2R과 루미큐브가 차지했다.
원래 오늘 찾아오기로 한 친구가 사정 상 내일 찾아오기로 해서, 오늘은 일정이 떠버렸다. 쫄면이 먹고 싶다고 하는 아내 덕분에 점심은 바깥에서 해결하고 들어왔고, 같이 사온 김밥으로 저녁까지 해결했다.
저녁 식사하면서 보기 시작한 영화 Crank(한국 개봉명: 아드레날린 24)는, 다소 하드코어적 액션이었지만, 나름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면이 있어서 끝까지 보게 되었다. 그다니 남는 건 없는 영화지만...
어제에 이어 일루미너티를 한글화했고, 아그리콜라 한글화도 조금 진행하였다. 일루미너티 한글화에 애써주신 카잣-둠 님께 감사를...
저녁에는 간만에 아내가 보드게임을 하자고 해서리, 과테말라 카페를 하게 되었다. 오늘로 2, 3, 4인 게임을 모두 한번씩 하게 된 게임.
2인 게임은 3~4인과 다른 면의 게임판을 사용한다. 도로가 정해지지 않았고, 항구도 하나 뿐. 2인 게임은 서로 번갈아하기 때문에, 3~4인보다는 조금 덜 앞을 내다보아도 된다는 장점은 있지만, 항구에서 잭팟이 터질 확률이 상대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폭탄 제거의 위험부담이 증가하는 바람에 눈치보기는 더욱 치열해진다. 덕분에 3인 게임할 때 만큼의 긴장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분홍색(Twinkrystal)이 파란색(본인)의 베이지 일꾼이 산악지대로 올라오는 걸 막기 위해 일꾼 선점을 통해 저지선을 구축했다.
2인 게임이라 12개씩 들고 시작하는 커피 자루 가운데, 무려 6개나 베이지색 커피자루로 들어온 덕분에 본인은 어쩔 수 없지 베이지색에 집중을 했고, 크리스탈은, 검은색과 흰색에 집중을 했다. 특히 크리스탈은, 일꾼 배치 비용이 저렴한 산악지대로 본인이 진출하는 것을 집요하게 막아댔다.
눈물나는 분홍색의
본인이 집중한 색깔에서 점수 계산이 자주 일어나는 바람에, 시종일관 본인이 우세한 상황속에 게임이 전개되었는데, 한 방에 점수 계산을 하기 위해 도로 건설에 집중을 하다가, 크리스탈의 잭팟이 먼저 터졌다. 아쉽게도 한 번의 거부권만 행사할 수 있어도, 이길 수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검은 색 커피 자루는 하나 뿐이 없었고, 그 거부권을 앞서서 행사해버려서, 눈 앞에서 역전을 허용해버렸다. 그리고 게임은 종료조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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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카페는 2인 게임으로도 훌륭한 게임성을 보여주었다. 맨 처음 했던 4인 게임보다 더 나은 느낌이랄까. 간만에 한 게임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크리스탈도 좋은 느낌을 받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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