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보드게임 축제인 Essen Spiel 2010에 다녀왔습니다. 행사는 21~24일이었지만, 앞 뒤로 하루씩 더해서 20~25일까지 머물렀습니다.

일단 사진들은 Facebook에 올렸습니다. 링크로 대신합니다.

http://www.facebook.com/album.php?aid=69974&id=1151672372&l=87c59f003e

http://www.facebook.com/album.php?aid=69975&id=1151672372&l=ada3ef88b1



어제 저녁 비행기로 베를린으로 돌아왔고, 이제 막 사진 정리를 마쳤습니다. 아직은 여독이 좀 남아있네요.

그래도 기억이 망각의 저편으로 넘어가기 전까지는 몇 자 남겨보도록 할게요.

2009/10/29 - [Boardgame] - 에센 보드게임 박람회 참석 후기 (1)
2009/10/29 - [Boardgame] - 에센 보드게임 박람회 참석 후기 (2)

너무 시간이 오래 지나버렸네요. 그동안 써놓은 것까지 합쳐서 얼른 올려봅니다.

[조선소(Shipyard)]

직전의 열띤 설명을 듣고, 곧바로 다시 설명을 부탁한 게임입니다. 설명을 한 친구의 외모와 목소리가 완전히 올랜도 블룸을 빼다박은 지라, 던전 로즈에 대해 설명을 할 때는 게임의 배경과 너무 잘 어울렸는데, 조선소를 설명할 때는.... 그것도 잘 어울리더군요. 쿨럭~. 역시 잘 생기고 목소리가 멋지면 뭐든 잘 어울리는 법입니다.

던전로즈가 판타지라면, 조선소는 현실세계입니다. 그리고 꽤나 구체적이지요. 게임의 추상화 정도를 수치로 표현하는 잣대는 아직 없습니다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 트레샴 게임 정도의 구체성이랄까요. 조선소를 경영한다면 이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게임이었습니다. 배의 선두, 몸통, 선미를 구매해서, 대포도 달고, 프로펠러나 화통도 달고, 선원도 고용하고, 시험 운항용 운하도 갖추고, 심지어는 정부와의 비밀 도급 계약도 체결해야 합니다. 원래 배에 대해서 로망을 가지고  있고, 이런 유형의 가상체험 게임에는 맥을 못추는지라, 잽싸게 집어들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제작을 체코에서 했기 때문인지, 구성물의 마감이 좀 안 좋더군요. 펀칭할 때 귀퉁이가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게임 단가도 낮지 않던데, 이왕이면 이웃나라인 독일에다 맡겼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입니다.

[토끼, 토끼, 사슴, 사슴 (Bunny, Bunny, Moose, Moose)]

설명도 안 들었습니다. 현장에서 규칙서만 스윽 읽어보고, 바로 구매해버렸습니다. 이로써 작년에 이어 올해도 CGE의 게임은 전량 구매한 셈이 되는군요.

게임은 일종의 모션 게임입니다. 손과 얼굴을 이용해서 토끼와 사슴의 각종 포즈를 취하는 것이지요. CGE의 그동안의 라인업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게임인데, 그게 또 기대감을 갖게 하더군요. 여럿이 모였을 때, 마음껏 웃고 싶을 때,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바스코 다 가마]

에센 참가 전에 추려놓은 개인 관심작 리스트에 들어있던 게임인데, Fairplay 현장 순위에서 엄청난 격차로 1위에 올라간 것을 확인한 직후, 제작사인 What’s your game사로 달려갔습니다. 사람은 바글바글했지만, 요령껏 합석을 했고, 게임을 돌려보았습니다. 역시 일꾼 놓기와 캐릭터 선택, 즉 케일러스와 푸에르토 리코의 계보를 잇는다는 점에서 카슨 시티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변조를 더했다는 점 역시 공통점이겠군요. 바스코 다 가마에서는 우선 일꾼의 우선 순위가 선점이 아니라 숫자선택에 의해 결정됩니다. 하지만, 숫자가 낮을 수록 우선순위지만, 너무 낮은 걸 선택하면 단지 액션을 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게다가 액션을 포기할 때 주어지지는 보상금도 숫자가 작을 수록 줄어듭니다. 딜레마지요.

이런 변조 외엔 최근 전략 게임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인원이 좀 넉넉하게 있어야 게임이 즐거울 것 같더군요. 그래서 좀 망설였더니만, 역시나 3일차 아침에는 품절이 났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12월 1일)도 배급상황이 좋지 못한지, 독일 내 쇼핑몰에서는 재고가 전혀 없네요.

[Brief history of the world]

JKLM 부스 옆을 지나치려는데, 문득 눈길을 잡아끄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세계 지도가 그려진 게임이더군요. 일반적인 세계지도는 지도 가운데를 적도가 지나가는데, 이 게임에 그려진 세계지도는 북극을 거의 중심으로 북반구가 과도하게 강조된 지도였습니다. 오래전에 AH에서 발매되었었던, History of the World를 재구성한 Brief history of the world 더군요.

뭣 모르고 ‘briefing’을 요구했다가 게임 전체 설명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쿨럭~ 알고 보니 공동 디자이너 2명에게 직접 설명을 들은 것이더군요. 제가 한국에서 왔다니까, 보드판 한 구석을 가리키면서 이제 일본해가 아니라 동해(East Sea)로 표기했다고 자랑하더군요. 한국인들로부터 메일을 하도 많이 받아서, 이번에 게임을 낼 때는 꼭 주의해야겠다고 다짐을 했더랍니다. 하하~

어차피 다인 게임은 당분간 할 팔자가 못되어서, 설명에는 크게 주의를 못 기울였지만, 기존 게임과의 차이를 물으니, 일단 게임 시간이 줄었고, 불운이 겹칠 경우 다소의 혜택을 줌으로써 균형을 맞추었다더군요.

[Aladdin’s Dragon card game]

R. Breeze의 Aladdin’s Dragon이 카드게임으로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Ys와 더불어 Blind Bidding 게임의 수작으로 평가하는 게임인데, 카드게임으로 아주 잘 옮겨진 것 같습니다. 다만, 하도 오래전에 원작 게임을 했었기 때문에, 거의 규칙이 기억이 나지 않은 상태로 게임을 진행해서리, 1라운드를 어리버리하게 보냈습니다. 1라운드를 마치고 나니 확실히 기억이 되살아나더군요. 그런데, 함께 하던 독일인이 가봐야 한다고 해서 접었습니다. 보드게임에 있던 거의 모든 요소를 카드게임화 시켰습니다. 심지어 마법 카드들도 그대로 들어가 있더군요. 게임은 영/독 겸용입니다. The Boardgamegeek Game과 함께 사면 할인해주길래 잽싸게 구매했지요.

[Hansa Teutonica]

한자동맹의 상인을 테마로 입힌 네트워크 게임입니다. 네트워크 게임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Thurn und Taxis가 있지요. 매우 유사하지만, 테크 개발의 요소가 포함되어서 좀 더 낫다는 생각입니다. 구성물도 단촐해서 금방 세팅하고 금방 정리할 수 있겠더군요.

현장에서 4인 게임으로 한 번, 구매한 후 2인 게임으로 두 번 해봤는데, 아주 괜찮았습니다. 2~3인 게임과 4~5인 게임의 보드가 서로 달라서 게임이 지나치게 느슨해지는 걸 막은데다, 2인 게임의 경우 더 심한 제약을 붙여서 절대로 심심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치열한 견제 속에 거의 전쟁게임을 한 것 같은 느낌마저 주더군요.

현장에서의 게임도 나쁘지 않았었는데, 다만 함께 하던 멤버 때문에 느낌이 좀 나빠졌었습니다. 한 쪽에서는 연신 키스를 해대고, 다른 쪽에서는 빨리 안한다고 재촉하고... 좀 산만한 상태였다고나 할까요. 에센에서 게임하면서 처음 느껴보는 산만함이었습니다. 덕분에 게임을 구매하지 않을 생각까지 했었는데, 아내가 하나 구매하라고 넌지시 말해서 장만했습니다.

[Macao]

ALEA의 신작인데, 아직 영문판이 나오지 않은 상태더군요. 게임 설명해주는 사람들도 죄다 독일어로 설명하고 있길래, 현장에서의 플레이는 하지 못했습니다. Fairplay 순위가 높아서 기대는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다음 기회를 기약하는 수 밖에 없었네요.

[Peloponnes]

간단한 문명 게임입니다. 역시 문명게임에서는 테크 개발을 빼놓을 수 없겠지요. 문명, 역사 이런 코드에 녹아버리는 저로서는 이미 설명만으로 지갑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인상 좋은 디자이너 아저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게 설명을 하고 있었으니... 확장까지 포함해서 나쁘지 않은 가격이 가져왔습니다. 게임은... 차차 해봐야지요. 참고로 이 디자이너 아저씨에겐 처녀작이라더군요.

[사진들]

에센 보드게임 박람회 후기(1)

보드게임의 메카와도 같은 곳, 에센을 다녀왔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으로 참석하였으므로, 어느 정도 익숙해질만도 한데, 이번에도 역시 귀가 직후 몸살과 목감기를 지독하게 앓고 있습니다. 작년에 하도 고생을 해서 이번에는 일정도 좀 느슨하게 잡고, 짐들도 우편으로 부쳤는데, 피로의 누적은 피할 수가 없었나 봅니다.

현재도 고열과 인후통으로 신음하고 있지만, 가만히 누워있기엔 너무 심심한지라,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다음 편에는 해봤던 게임들의 소감을 좀 적어보겠습니다.
요즘 메신저에 들어가면 에센에서 게임 좀 구매해달라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예전에 독일에서 대량으로 구매했던 전적(?)이 있던지라, 부담없이 말씀하시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좀 많이 다르다는 점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일단 인터넷으로 몇 가지 주문만 하면, 포장/배송까지 다 해주는 쇼핑몰이 아니라, 제가 직접 에센에 가서 물건을 구매하고, 이를 제 거주지까지 가져온 다음, 포장과 배송을 직접 해야만 합니다. 아직 말도 잘 안 통하는 이국땅에서 이런 일들을 하는 것이 꽤 큰 부담이 됩니다. 게다가 제 것만으로 5~6개의 게임만 사들고 오는 여행과 지인들의 부탁을 들어드리기 위해 보따리 장사(?)가 되는 여행은 차이가 꽤 크겠지요. (여행 가방 하나로는 해결이 안될테니...)

그리고 그러한 이유로 실제 소요되는 비용이 상당합니다. 일단 에센까지 왕복하는 교통비, 체제비, 식비 및 기타 비용 등이 생각하시는 것 이상입니다. 독일은 구 서독 지역과 구 동독 지역의 물가가 아직 꽤 차이나기 때문에, 구 동독 지역인 베를린에 거주하는 저로서는 구 서독 지역에서 손 꼽히는 경제도시에서 얼마나 비용이 들지 감도 잘 오지 않습니다. 사실 어제 옥토버 페스트 관람차 뮌헨에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만, 그 잠깐 동안에도 그곳의 물가는 상당하더군요.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환율입니다. 현재 한국에서 가져온 유로화가 바닥난 저로서는 현재의 환율에 그대로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1730원을 상회하고 있고, 계속 상승 중인 유로화가 부담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생각하시는 비용보다 무척 비쌀 겁니다. 어쩌면, 해외 쇼핑몰에서 구매하시는 것이 더 저렴할 수 있겠네요. 규모에서 차이가 있으니... 또한 제가 구하는 게임들이 한국에도 입고될 것들인지라, 그렇게 비싼 가격을 지불해가면서 구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구요. 또한, 과거에 총대 메고도 욕을 먹었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저로서는 그런 부담을 안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눈 질끈 감으려고 하는데, 마음이 약해서 그게 잘 될지는 모르겠네요. 몇 개 더 집어오는 게임들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가격 매겨서 올려보겠습니다만, 그 때 가면 또 뒷담화하시는 분들이 계실테니... 쩝~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네요.

P.S. 내가 썼지만, 무슨 내용인지 도통 모르겠네요.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이베이에 올리고 맘 편히 있는 게 더 낫겠다 싶기도 합니다만... -_-;
에센 참가 준비 중 Boardgame 2008. 9. 19. 09:52
다음 달 23일부터 시작하는 에센에 참가하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중이다. 일단 숙소 예약을 했고, 긱에 올라온 정보를 바탕으로 해서, 선주문할 수 있는 것들은 선주문하고 있다.

숙소는 태중이가 잘만 힘써주면 비용없이 며칠 체제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만 된다면 무척 좋겠는데...

Lookout에서 출시되는 Le Havre의 경우 3카피 100유로가 특별가격이라고 한다. 얼마나 비싸려고... -_-;;; 아무래도 로젠버그씨의 전작이 메가히트를 기록한 것 때문에 선주문하지 않으면 구매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선주문 이메일을 보냈다.

Ystari의 신작  Sylla도 선주문 중이다. 다만 에센의 프리미엄이 그다지 높지 않다. 한정판매라고는 해도 이스타리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같은 가격에 주문할 수 있으니...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잽싸게 이스타리 홈페이지를 가보시기를... 45유로라고 한다. 클릭~

그 밖에, 긱에 공개된 에센 선주문 정보는 이곳에 있다.

p.s. 방금 페이팔로 5유로 결재했는데 빠져나간 금액이, 8505원이다. 환율... 1701원이다... 크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