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선택된 게임은 길과 배(Roads and Boats)이다. 물류라는 것에 초점을 맞춘 일종의 문명게임이다. 자연에서 나오는 물자를 가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급 재화를 만들어나가면서 문명을 발전시켜나간다는 것인데, 다양한 시나리오와 엄청난 수를 자랑하는 구성물들, 그리고 이와 더불어 극악의 인터페이스로도 유명한 게임이다.
비교적 초기의 사진. 게임 시작할 때는 거위와 당나귀가 주어진다.
거위와 당나귀, 그리고 소수의 자원만 처음에 주어지는데, 이들을 잘 활용하여 주변 지형에 자원 생산에 필요한 기관들을 설치하고, 이들을 요처에 운송해가는 것이 게임의 골자이다.
틈틈히 재화를 바쳐서 신전에 공양을 해야 한다. 이 역시 승점이 된다.
승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승점을 주는 것은 오직 4가지이다. 신전, 금, 화폐, 증권. 그 가운데 신전은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각 층마다 10점이 주어지며, 각 층의 공헌도에 따라 이 점수를 분배한다.
운송수단은 계속 발전하며, 길이 있으면 이동력이 향상된다.
재화를 실어 나르는, 어찌보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운송수단은 크게 해상 운송수단과 육상 운송수단으로 나뉘며,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향상시킬 수 있다. 그리고 초기에 주어지는 당나귀를 제외하면 모두 길이 있어야만 이동이 가능하므로, 게임의 제목처럼 길 또한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특이하게도 이 게임에서 길은 수성펜을 통해 그려서 표시한다.
문제의 인터페이스. 손 큰 사람은 중간에 우황청심환이라도 찾고 싶어진다.
게임에서 재화는 운송수단에 업혀서 이동하는데, 운송수단도 재화도 모두 초소형인데다, 매 라운드 이동과 재화 수송이 이루어지므로, 사실 상 게임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사람마다 진행순서가 존재하지만,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불편한 게임 인터페이스로 인해 게임 시간이 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인 것 같다.
여담이지만, 이 작은 카운터들을 매 라운드마다 올렸다 내렸다하고 이걸 들고 여기 저기로 옮기다보면 참 인내심이 많이 필요하다.
게임 후반. 한 라운드 진행하는 것도 여간 손이 많이 가는 상태가 아니다.
게임은 신전의 공양이 일정한 정도까지 채워지면 종료된다. 게임이 끝나면, 자신의 재화 가운데, 금, 화폐, 증권들의 개수를 세고, 신전의 각 줄마다 승점을 확인한다.
게임이 종료된 시점의 신전 상황.
게임은 분명 좋은 게임이다. 자신만의 테크를 타고, 상당한 정도의 자유도를 지니며, 다양한 시나리오로 매 게임 신선함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극악의 인터페이스와 긴 시간으로 인해 게이머들에게 상당한 정도의 피로감을 주는 것은 뭔가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최근 게임들과는 달리, 승점 획득 구조가 획일화되어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분명 승점 획득은 4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 중 3개는 같은 경로 상에 있고(금→화폐→증권), 신전 공양은 승점이 너무 빈약하다. (증권 120점, 신전 한 줄 10점)
결국 게임은 누가 먼저 증권을 뽑아내느냐가 관건이 되기 때문에, 중간에 트럭으로 쳐들어가서 상대방 재화를 납치해오지 않는 이상은 선두를 끌어내릴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의 게임들은 다양한 승리 경로를 통해 전략의 다양화를 꾀하고, 게임이 잘 만들어졌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기준이 이 경로들의 균형이 얼마나 잘 맞는가에 달려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길과 배는 다소 최근 게임의 흐름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특히나 이러한 유형은 게임은 PC게임, 특히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이므로, 이러한 극악의 인터페이스를 감당하면서까지 다시 하게 될지는 다소 미지수이다.
아내 역시 게임 중간 몹시 피로함을 호소했으며, 좀처럼 게임을 중간에 접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인데도, 도중 하차에 대해서 꽤나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겨우 세 게임을 했을 뿐인데, 오후 2시 30분 경부터 새벽 3시 30분 경까지, 거의 13시간을 보낸 이 날의 모임이었다. 게임을 마치고 반 시간 정도의 담화를 끝으로 모두들 귀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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