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3일, 월요일에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초야에 은거하는 백면서생이라 찾아주는 이도 없기에, 덩달아 제 전화기도 캔디(외로워도~ 슬퍼도~)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왠 낯선 번호가 뜨더군요. 의아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한 통의 전화. 그 전화로 인해 즐거운 인연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다이브다이스에서 눈팅을 주로 하신다는 그 분은 통화 내내 정중하고, 교양있는 태도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로 인해 춘추가 제법 되실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참 인생 선배셨습니다.

통화 내용은 간단했지만, 저로서는 당황스러운 내용이었습니다. 내용의 골자는 “당신을 꼭 한번 만나보고 싶소~.”였으니까요.

연애도 저돌적으로 해왔던 터라, 여성에게도 자주 들어보지 못한 말입니다. 하기는 많이 했지요. ^^; 하지만, 중년 남성으로부터 그 말을 듣고 나니 당황스러울 수 밖에요.

어 쨌거나 우여곡절 끝에 18일 토요일에 깜짝 아지트 번개 모임을 갖게 되었습니다. 변덕스러운 저희 커플의 일정 덕분에 모임은 당일날까지 불투명했고, 결국 단촐하게 제 친구 커플을 포함한 5명이서 모이게 되었습니다.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제 연인의 기분이 들쭉날쭉이라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 것이 쉽지 않더군요. 쩝쩝~)

처음 뵌 분이시지만, 전화로 받은 인상 그대로시더군요. 다만, 호기심이 남다르셨습니다. 저 역시 호기심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사람이라, 만나서 대화를 나눈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서로 친해진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호기심 못지 않게 열정도 넘치는 분이셨습니다. 제겐 낯 간지러운 이야기라서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만, 마치 스타에게 10대 소녀 팬이 품고 있음직한 열정을 중년까지도 간직하시고 계시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 부러웠습니다.

쑥스러움을 누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주로 보드게임과 더불어 마주 앉은 사람들에 대한 것이 화두였지요.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보드게임이라는 유희문화를 향유하는 이들의 공통된 갈증은, 바로 함께 누릴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고, 보드게임을 매개로 연을 맺은 이들에게서 한가지로 느껴지는 것이니까요. 그 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게임에 대한 갈증과, 이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열망이 대단하셨습니다. 어쩌면 월요일의 전화 통화도 그 연장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만, 의아한 점은 저 같은 초보 게이머가 선택(?)된 점입니다. 게임에 대한 열정이라면, 절대로 뒤지지 않을 다이브다이스의 회원들이 즐비한데 말이지요. 어쩌면 저를 계기로 그런 분들을 만나고 싶으셨을 겁니다. 서울의 동부지역(상일동, 하남, 구리, 광주 등)에 의외로 보드게이머가 많은데, 때가 되면 정기적인 모임을 주관해봐야겠습니다.

각설탕 하나 먹고, 이날의 첫 게임으로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를 선택했습니다.

이 게임은 묘하게 제게 3인 게임으로 남아있습니다. 2~4인까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평가가 3인일 때 가장 좋은 이유 때문일까요? 아직 2인, 4인 게임으로는 해보지 못하고 오직 3인 게임으로만 돌렸네요. 이 날 역시 아직 친구커플이 도착하지 않은 관계로, 3인 게임이었습니다.

그 분(다이브다이스의 대화명을 빌어 이하 “차님”이라 호칭)은 처음 접하는 게임이라시기에 간단히 설명을 하고,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 게임을 처음 할 때 겪는 어려움, 즉, 외부 분쟁과 내부 분쟁을 헷갈려 하시더군요. 덕분에 게임 초반부터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저와 제 연인은 두 분쟁의 차이를 알려드리기 위해, 그리고 차님은 이를 이해하기 위해, 한마디로 분쟁 러쉬였습니다. 세 진영의 각 지도자들은, 설사 환자 화장실 들락거리듯, 보드 판을 들락거려야 했고, 영토를 키워나갈 틈도 없이 숱한 타일들이 분쟁 해결을 위해 쓰여졌습니다. 게임 종료 조건이 2가지가 있는데, 보통 거대 국가 탄생(게임 내 유물 잔존 개수 조건)으로 끝이 났던 이 게임이, 타일이 바닥나서 끝나더군요. 아직 유물이 많이 남았었는데…. 조용히 키워 먹는 건 저나, 제 연인이나 성미에 맞지 않는 일이기도 했지만, 초반부터 분쟁러쉬가 계속되다 보니, 사실상 전쟁게임이 되더군요. 제가 제 연인을 1점차로 제치고 1등. 차님은 한 종류의 타일을 전혀 모으지 못하시는 바람에, 유물만으로 3점. 뭐 첫 게임은 아픔으로 배우시는 거니까.... 핫핫~ (애써 [설명하고 1등 하기]였다는 것을 감추려는 웃음)

게임 끝나니까 배가 고파서 음식을 주문했는데, 시간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관광 보낸 제 친구가 아직도 도착을 안 했었습니다. 그래서, 잠깐 맛보기로 6Nimmt!를 한 라운드만 돌려보았습니다. 친구가 오면 황소 뿔의 춤 5인 게임으로 돌리기 위한 전초 작업이었지요.

9시가 훨씬 넘어 도착한 친구 커플과 함께 우선 식사를 했습니다. 비X XXX님이 특히 좋아하시는 돈까스였지요. 핫핫~ 식사도 하고, 차도 한 잔씩 하면서 잠깐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5인 멤버를 갖추었기에 바로 전에 연습했던 6Nimmt!의 보드게임 버전인 황소 뿔의 춤을 꺼내 들었습니다.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같지만, 다양한 요소들을 추가함으로써, 재미를 배가시킨 게임이지요.

차 님의 초반 독주가 두드러졌습니다. 알다시피 이 게임은 점수 트랙에서 독주한다는 의미가 꼴찌를 의미하지요. 하지만, 뭐든 앞서나가면 좋은 걸로 교육받은 우리네 교육문화 속에서 이 게임은 꼴찌를 하면서도 즐거움을 주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이 게임에서 숱한 꼴찌를 했지만, 끝나고 나서도 독주했다는 묘한 뿌듯함을 느꼈…. 쿨럭~

저는 운이 너무 잘 따라줘서 10점을 채 못 나갔습니다. 게다가 해피 카우로 뒷걸음질까지 하는 바람에 나머지 4분과 너무 동떨어졌습니다. 완전 순위권 제외! (다른 말로 1등 예약. 이 게임도 설명 담당이었는데… --;;;;)

초 반은 차님의 독주와 친구 연인의 견제(?), 중위권의 제 연인, 좀체 움직이지 않는 저와 제 친구의 형국이었는데, 중반 이후, 친구 커플이 동반 질주를 시작하더군요. 한 칸 차이로 바싹 추격한 친구 연인, 그리고 5칸 내외로 거리를 두고 추격전을 펼치는 제 친구. 이들의 치열한 레이스(?)덕분에 저희 커플은 왠지 도토리 신세가 된 듯한….

마지막 라운드는 누가 벌점을 먹느냐에 따라 1등이 가려지는 안개 정국으로 펼쳐집니다. 결국 막판에 황소똥(최종 점수칸)에 박힌 건 친구 연인이었습니다. 원래 여기서 게임이 끝나야 하지만, 그 라운드에 공개된 타일들은 모두 배치했습니다. 그랬더니 제 친구는 아예 추월해버린 거 아니겠습니까? 헐~ 결국 초반 독주하셨던 차님은, 친구 커플에게 모두 추월 당해서 3등으로 마감하셨습니다. 저와 제 연인이 나란히 1, 2등.

이 게임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게임 종료조건이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점수조건이고, 하나는 타일 고갈입니다. 중간까지 진행되는 모습을 보니, 대충 타일로 끝이 날 것 같더군요. 타일 고갈 속도가 꽤 빨랐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게임은 점수로 끝이 났지요. 그 이유가…?

친구 연인이 버려야 하는 타일들을 다시 타일 바구니에 넣고 있었던 겁니다. -_-; 중간에 이렇게 묻더군요.

“어? 저기 게임 박스에 버려진 타일들은 뭐야?”
(일동) “…….”

그녀는 타일을 버린다는 것은 의당 타일 바구니에 돌려놓아야 한다는 것으로 알았던 것이지요. 덕분에 게임이 never ending story가 될 뻔 했었답니다.

이어진 게임은 보난자였습니다. 아무래도 게임에 익숙치 않은 친구 커플을 상대로 하려다보니, 전략게임은 내어놓기가 어렵더군요. 보난자도 높은 게임성을 가진 게임인데, 평소 돌려보기 힘들었던 터라 오히려 반갑긴 했습니다.

이 게임에서 차님의 진가가 발휘되더군요. 인생의 연륜과 재치가 듬뿍 묻어나는 협상 스킬. 이경규씨가 “인생은 로비야~!”라고 말을 했는데, 역시 인생 경험이 풍부하신 분의 협상은 뭐가 달라도 달랐습니다. 여기저기 박장대소(拍掌大笑)가 터졌습니다. 중간중간 1등 견제를 위해 게임을 조율하신 차님 덕분에 모두 1점차로 옹기종기 게임을 마쳤습니다. (또 제가 1등… -_-;;;)

친구 커플은 집으로 돌아가고, 다시 3인 게임의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차님이 토레스를 원하셔서 신판 토레스를 꺼냈습니다. 차님은 구판으로 소유하고 계시다더군요. 그러고보니, “신판 토레스의 성으로는 몇 층까지 쌓아봤어요?”라는 생뚱맞은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8층까지 올려봤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더니, “게임에서 말고, 그냥 쌓는거요. 저는 80여 개를 넘어가니까 중심이 안 잡히더군요.” -_-; 저도 아직 그건 해보지 않았는데, 나중에 한번 해봐야겠어요. 보드게임 규칙서에 안나오는 새로운 게임이 하나 나올 것 같지요?

이번 3인 토레스는 아주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해본 토레스는, 주로 연인과의 2인 게임이었고, 3인 토레스는 지난 번 비X XXX님과의 게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였는데, X형 XXX님의 경우 그 게임이 첫 게임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테스트 플레이의 성격이 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XX 스XX님께 그날 졌단 말이죠. 허억~) 그런데 차님은 부인되시는 분과 자주 돌리셨다고 하시더군요. 다시 말해 저로서는 베테랑과 진행하는 첫 토레스 게임이었던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현란한 플레이가 펼쳐지더군요. 제가 토레스를 하면서 “이거 참 조잔한 게임이다.”라는 말을 했었거든요. 이유인 즉, 자기가 열심히 쌓은 성에는 남이 들어가지 못하게 방해를 해야 하고, 남이 쌓아놓은 성에는 열심히 무임승차를 하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하는 게임이기 때문이지요. 바로 그 플레이를 아주 현란하게 하신 분이 바로 차님이셨습니다. 제가 기반을 닦은 성에 무임승차를 하신 것도 모자라서, 제가 더 이상 층수를 못 올리게 막아버리시더군요. 물론 본인은 왕창 키우고 말이지요. 첫 라운드에 그렇게 당하고 나니까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아~ 이게 바로 토레스의 정수구나. 사람들이 왜 이 게임에 환장을 하는지 알겠다.’ 이후부터는 내가 점수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점수를 못 먹게 방해하는 것에도 많은 신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 저와 제 연인은 서로가 태클 플레이어라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차님의 플레이에 비하면, 요조숙녀 플레이였던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라운드에서 제가 선두를 치고 나갔습니다. 치고 나갔다는 표현도 우습네요. 2라운드 점수 계산했을 때는 차님과 2점 차이 밖에 안 났으니까 말이지요. 파워그리드만큼은 아니지만, 토레스에서 먼저 차례를 가지는 것은 그리 유리하지 않습니다. 뒤집힐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계속 박빙의 선두를 유지할 때는 더더욱 그렇지요. 제 연인은 1~2라운드 점수 계산할 당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의 2파전이었습니다. 아니 2파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성을 높이는데 주력했고, 차님은 마스터카드의 보너스 점수에 주력했습니다. 마스터카드의 보너스 조건이 모든 기사들이 서로 인접해 있는 경우 40점을 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차님의 모든 기사들은 한 곳에 옹기종기 모이고 있었지요. 게다가 왕이 주는 보너스까지 차곡차곡 챙기셔서, 3라운드 점수 계산했을 때, 결국 저를 1점차로 제쳤습니다. 7층짜리 성으로 달아나려고 했지만, 왕 보너스를 챙길 수 없었던 것이 치명타였지요. 그런데 1등은 제 연인이 차지했습니다. (허걱~!) 왕 보너스를 챙겼고, 제가 높여놓은 성에 무임승차를 했고, 그 성의 바닥면적을 넓히면서 여러 성에서 점수를 획득하는 작전으로 나갔던 것이지요. 처음 이 작전에 최대 수혜자가 제가 될 것이라 생각해서, 차님은, 이 게임을 제가 이길 경우 부부사기단의 업적일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전혀 의외의 상대가 1등을 차지했습니다. 졸지에 저는 꼴찌가 되었네요.

최종 점수! 검은 색에 본인... -_-;

자신이 1등임을 알리는 저 거만한 손가락~!

다시금 느끼지만, 걸작입니다. 게임을 할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일전에 이 게임에 대한 평가를 내렸던 내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지더군요. 아직 이 게임의 정수를 다 맛보지 못한 것 같아서 말이죠.

이어진 게임은 알함브라였 습니다. 게임 구매 러쉬 초기에 들어왔던 녀석이라 꽤 자주 돌렸었는데, 한동안 못 찾았던 녀석이지요. 본판이 모두에게 익숙한 게임이라 확장 1번 가운데 [고관의 부탁]을 넣어서 진행했습니다. 결과론이지만, [고관의 부탁]은 인원이 많을 때 더 빛을 발했을 것 같네요.

저희 커플은 주로 2인 게임을 많이 해왔었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타일에 금액을 정확히 맞추어서 지불하려고 합니다. 원하는 타일을 무리해서 구매해야 할 필요성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카드 장전에 주력하는 스타일인데, 차님은 외벽 중시 스타일이더군요. 필요한 외벽이다 싶으면,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구매해오곤 하셨습니다. 그 이유가 있더군요. 외벽 점수는 가장 긴 사람만 차지하게 된다고 알고 계셨던 겁니다. 에러였던 것이지요. 여담이지만, 차님의 자택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만 정식 규칙보다 훨씬 빡빡한 에러로 진행하는 줄 알았었는데, 차님의 집에서는 훨씬 더 각박(!)한 하우스룰이 적용되고 있더군요.
어쨌거나 덕분에 첫 번째 점수계산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셨었는데, 총알 소진이 심한 탓에, 중반 이후 조금씩 밀리고 계셨습니다. 제 경우는 외벽도 꽤 길게 만들었지만, 고급 건물에 주력했습니다. 탑이나 정원 같이 높은 점수를 주는 타일을 모으고 있었지요. 덕분에 같은 타일에 주력하던 제 연인이 불판 위의 오징어처럼 말렸습니다. 최종 순위는 저-차님-제 연인.

알함브라를 끝내고 나니까 시간이 4시 정도 되었습니다. 게임을 더 하고 싶었는데, 차님이 지금 안 가시면 졸음운전의 위험이 있으시다면서 모임을 끝냈습니다.

모 임이라고 해봐야, 번개 형식이었기 때문에, 조촐한 3인 게임 위주로 돌아갔지만, 새로이 열정적인 분을 알게 되어서 흐뭇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제가 “그 분”을 잘 설득해서 가급적이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해보려 합니다. 이렇게 게임을 사이에 놓고 사람과 마주 앉는 시간이 너무 즐거우니까 말이죠.

p.s. 경황이 없어서 사진은 또 토레스밖에 못 찍었네요. 아니면 토레스가 끝났을 때 가장 예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핫핫~

3. 푸에르토 리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MLB 팀이 플로리다 말린스입니다. 플로리다 주(州) 마이애미 시(市)를 근거지로 삼고 있는 구단인데, 마이애미가 중남미의 입구 같은 곳이라 라틴계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공항에서도 영어보다 스페인어가 더 자주 들리더군요. 버스를 타고 갈 때도 영어를 쓰는 사람보다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이 더 많은 걸로 봐서 주민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봅니다. 덕분에 말린스 구단에는 다른 팀보다 중남미 출신의 선수들이 꽤 많습니다. 얼마 전 구단 공중분해(!) 덕분에 뿔뿔이 흩어지긴 했지만, 이전의 선수 구성을 보면, 도미니칸 공화국, 베네수엘라, 쿠바 등 카리브 해 연안의 많은 국가에서 온 선수들이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푸에르토 리코지요. 퍼지 로드리게스, 마이크 로웰 등 친근한 선수들의 고향인 푸에르토 리코가 사실은 식민지 시대의 어두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게임은 당시의 식민 이주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음울한 분위기의 게임은 아닙니다. 이주민 배에 떼거지로 담겨서 실려 오거나 말거나, 게임 참가자들은 그런 비운의 역사를 떠올리며 숙연해할 틈이 없습니다. 상대의 행동이 자신에게 미칠 영향을 끊임없이 계산하느라 시종일관 긴장감이 감도는 게임이지요. 보드게임긱 평점 부동의 1위인 게임이라, 이미 더 말씀드릴 필요가 없을 겁니다. 다만, 제 경우는 특이하게도 푸에르토 리코를 2인 게임으로 대부분 돌렸기 때문에, 이 날의 5인 게임이 다소 생소했다고나 할까요. 한 라운드의 대부분의 역할이 특권을 포함하는 2인 게임과, 한 가지 역할을 제외하면 모두 특권과 무관한 5인 게임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2인 게임과 5인 게임의 차이점은 비단 역할선택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게임 전반에 걸쳐서 꽤 큰 차이점을 나타내기 때문에 저로서는 거의 새로운 게임을 접한 느낌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커피를 포함한 다품종 소량생산과 상인+건물 러쉬를, 비형 스라블님은 상인 전략, Jade님은 담배 주종에 항구+조선소 콤보로, twinkrystal은 옥수수 러쉬를, 비형 스라블님 부인께서는 설탕과 담배 콤보로 전략의 틀을 잡으시더군요.

저는 담배를 제외한 모든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공장제 수공업소를 잡지 않아서 원활한 건물러쉬가 어려웠습니다. Jade님이 항구+조선소로 틀을 잡고 마구 승점사냥을 하시길래, 얼른 건물러쉬로 끝을 내려고 했었는데, 그게 잘 안되더군요. 특히 바로 왼쪽에 계신 비형 스라블님이 같은 상인 전략으로 나가시는 덕분에 물건도 몇 번 못 팔았습니다. 5인 게임에서 왼쪽 사람이 상인을 잡으면, 저는 물건 팔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쩝~

게임은 Jade님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twinkrystal이 1점차 신승을 거두었습니다. 한번에 옥수수 6~7개를 끌어당긴 옥수수 러쉬의 막강한 힘을 알 수 있겠더군요. 저는 대형 건물 2개를 포함해서 건물 점수로 역전을 노렸었는데, 창고 없는 다품종 소량 생산의 말로는 처참하더군요. 훌쩍~ 3등에 그쳤습니다.

사실 푸에르토 리코는 너무 많이 돌린 게임이라 질릴 때도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오는군요. 명작은 명작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게임을 마쳤을 때, 오후 6시 정도 되었었는데, 모두 귀가하셔야 한다고 하셔서 모임은 끝이 났습니다. 매번 오셔서 게임하실 때마다 따님을 품에 안고, 조기교육(?)을 하셔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게임하시는 비형 스라블님 내외분과, 몇 번씩 길을 잘못 들어서 광주 일대를 훑고 오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즐거워하시는 Jade님께 감사드립니다.

2. 컬러레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디자이너를 말하라면 미하엘 샤흐트를 첫 손으로 꼽을 겁니다. 처음으로 구입한 보드게임이 한자(Hansa)였다는 이유도 크지만, 무엇보다 깔끔하다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이랄까요. 특히 대부분의 정보를 공개한 상태에서 수싸움을 하게 만드는 그의 게임 스타일이, 가림막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솔직한 저의 스타일(정말?)과 잘 맞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자주 찾게 되는 게임들은 이 분의 게임들이 많더군요. 최근에는 2인용 게임인 리슐리외를 자주 하게 되는데, 이 역시 미하엘 샤흐트의 작품입니다.

컬러레토 역시 카드게임이지만, 모든 정보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샤흐트다운 게임이더군요. 3종류 이외의 모든 카드들은 마이너스 점수가 된다는 점도 매우 신선했습니다. 대부분의 카드게임에서 카드 획득은 좋거나, 나쁘거나의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에서는 상황에 따라서 좋을 수도,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꽤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더군요.

6Nimmt! 이후로 5인 이내의 인원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으면서도, 쉽게 질리지 않을 게임을 하나 더 발견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2~3인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비형 스라블님의 말씀에, 모임 이후에 둘이서 한번 시도를 해보았으나, 3~5인 게임이라는 규칙서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접었다지요. (혹시 우리 둘을 골탕 먹이시려고 일부러? -_-;)

딱 한번 돌아간 게임이고 너무 강렬한 인상 덕분에 사진 찍는 것을 잊었습니다. 핫핫~ 대신, 그 직전 모임에서 다이아몬드를 돌리신 후의 사진 한 컷을 올리겠습니다.

2006. 01. 30 아지트 게임모임 후기

설 연휴 내내 방콕과 방굴러대쉬를 전전하다 마지막날인 월요일에 모임을 가졌습니다. (모임을 가져도 방콕임에는 변함이 없군요. -_-;) 드물게(?) 낮에 가진 아지트 모임이고, 연휴 마지막 날이라 일찍 귀가하시는 바람에 딱 3개의 게임만 돌아갔습니다. 덕분에 아쉬움의 진한 느낌을 남긴 모임, 그 날의 기억속으로 가보겠습니다.

1. 왕관과 검

마지막 모임으로부터 이 날의 모임까지 꽤 간격이 있었습니다. 아니, 간격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겨우 일주일만의 모임인데, 그 전 모임이 있던 주에는 거의 이틀 간격으로 한번씩 모임을 가졌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매우 길게 느껴졌던 것이지요. 그리고 그 길게 느껴지는 시간 동안 꽤 많은 게임들의 한글화를 해놓은 상태였습니다. 첫 게임으로 왕관과 검을 내민 것도, 전날 새벽에 규칙서를 읽다가 문득 필이 와서 후다닥 한글화를 해버렸기 때문이랄까요. 핫핫~. 물론 왕권의 찬탈과 수호라는 테마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만큼 해보고 싶었던 것이지요.

게임의 초기 세팅 모습

비형 스라블님 내외분과 Jade님, 저와 Twinkrystal의 5인 게임으로 돌아간 간단한 영토분쟁 및 왕권쟁취 게임입니다. 유명한 카르카손의 디자이너가 Queen Games와 손잡고 제작한 게임이며, 같은 크기의 박스 라인업으로는 정크, 베네치아 등이 있더군요. 비형 스라블님의 경우 정크와 같은 사이즈의 게임이라는 점 때문에 흠칫 놀라시는 눈치….

게임은 매우 간단합니다. 3AP 내에서 할 수 있는 행동들을 자유롭게 하면서 진행을 하면 되지요. 영토를 확장하고, 도시나 성, 또는 대성당을 짓고, 필요한 경우는 상대가 선점한 영토에 대한 공격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게임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왕권 찬탈 기도입니다.

왕은 참가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 최초의 왕은 도시와 성을 최초로 건설한 사람이 되지만, 이후부터는 찬탈을 통해서만 왕이 될 수 있지요. 왕이 꽤나 재미를 쏠쏠하게 보기 때문에, 천성이 반골(反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기기 위해서는 쿠데타의 유혹을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왕은 매 자신의 차례마다 세금 징수라는 달콤한 액션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게임 후반 모습

왕이 세금 징수를 통해 백성들의 불만이 고조되기 시작하면 찬탈의 기운이 서서히 피어납니다. 그러다 누군가가 역성혁명(易姓革命)의 기치를 들면 나머지 사람들은 결정을 해야합니다. 왕의 편에 서서 왕권을 수호할 것이냐, 아니면 신흥세력의 편에 서서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냐. 쿠데타의 결과가 나오면, 성공한 측에 줄을 섰던 사람들은 보너스를 받게 됩니다. 물론 당사자(왕 또는 찬탈자)는 더 큰 보너스를 받게 됩니다.

인생의 반은 로비라고 이경규가 말하던데, 사람들의 줄서기에 따라 쿠데타의 결과가 갈라지기 때문에 평소에 덕망을 좀 쌓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핫핫~ 저는 항상 모든 게임에서 공공의 적이 되기 때문에, 제가 왕일 때는 사람들이 쿠데타 세력에, 제가 쿠데타를 일으키면 왕권 수호세력에 줄을 서더군요. 쩝~ 덕분에 초반에 조금 달린 것 말고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세력이 좀 센 상태에서 왕관을 거머쥐어야 세금을 많이 거둘 수 있는데, 첫번째로 왕좌에 오른 덕분에 자잘한 세금만 거두다 뺏기고 말았지요. -_-;

설명을 담당했던 저를 포함, 게임에 참여했던 다섯 명 모두 이 게임을 처음 접한 거라 조금은 감각적인 진행이 아쉬웠습니다. 특히 미미한 세력일 때 제가 처음으로 왕을 차지했었기 때문에 다들 왕권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나 봅니다. 저와 비형 스라블님이 번갈아가며 장기집권을 했었거든요. 그 사이 안정적으로 정국운영을 하면서 세력을 키우셨던 다른 분들이 게임 후반에 와서 갑자기 왕권의 매력을 알아버린 겁니다. 그 결과 매 턴 왕관의 주인이 바뀌는 쿠데타 정국이 되어버렸습니다. 1회용 왕이랄까요. 거의 콩가루 왕국 분위기였습니다. 거의 왕권을 돌려먹는 분위기라 게임이 상당히 느슨해져 버렸습니다.

중반부터 왕권에 대한 찬탈 기도가 좀 빈번하게 일어났더라면, 후반의 느슨한 분위기가 조금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참가하신 분들 모두 선량하신 분들이라(정말?) 쿠데타에 익숙치 않으신 덕분이겠지만…. (그럼 게임 후반의 무지막지한 쿠데타 러쉬는 뭐란 말인가?)


그 동안 모임도 좀 있었고, 연인과 둘이서만 돌린 게임도 있었습니다. 사진만 찍어두고 귀찮아서 후기도 안 쓰고 있었는데, 이 참에 몰아서 사진과 함께 간략 소감을 좀 올려볼까 합니다.

1. 리프 인카운터 2인 게임

그 동안 4인 게임으로만 돌려왔었는데, 2인 게임으로 처음 돌려봤습니다. 게임을 전수해주신 전심님이 2인 “게임하게 되면 소감을 알려달라.”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전심님 보고 계시죠? ^^;

2인 게임에서는 선점이 꽤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바다판이 2개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선점을 한 사람이 큰 점수를 노리면서 영역 확장을 시도하면, 천적관계로 잠식하지 않는 한 버틸 수가 없더군요. 게다가 한 사람이 다른 천적 관계를 가진 산호초 무리를 한 바다판에 두 무리를 장악하는 경우 그 바다에서 다른 사람은 살 길이 막막해집니다. 따라서 선점이 꽤 큰 의미를 갖습니다.

이런 선점의 유리함 때문에 그런지, 2인 게임의 경우 먼저 시작하는 사람과 나중에 시작하는 사람이, 처음에 주어지는 산호 타일의 수에서 많이 차이가 납니다. (나중에 하는 사람이 타일을 월등히 많이 받고 시작하지요.) 저는 나중에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작한 직후 연속 두 차례를 타일만 챙기고 끝냈더니, 불판 위의 오징어처럼 제대로 말렸습니다. 쿨럭~

제 연인의 화려한 연속 확장 콤보 덕분에 구석에서 간신히 명맥 유지만 했었지요. 게임 후반에, 잠식한 산호 타일을 이용해서 한꺼번에 11개의 산호 타일을 놓는 과감한 전략을 펼쳤지만, 이미 천적관계 고정으로 자기가 먹은 산호 타일들의 가치를 한참 튀겨놓은 제 연인을 당할 수는 없더군요. 제가 먹은 산호들은 타일당 가치가 1~2에 불과했습니다.

2인 게임에서는 선점의 중요성 때문에 4인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전개가 예상됩니다. 4인 게임에서 간혹 볼 수 있었던 타일 사재기 전략은 2인 게임에서는 자멸의 길이랄까요. 게임의 양상이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멋진 게임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2. 파워그리드 프랑스 4인 게임

삑사리 내외분과 더불어 파워그리드를 4인 게임으로 진행했습니다. 프랑스를 2인 게임으로만 돌려봤던 저로서는 색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파워그리드(또는 풍켄슐락)는 2인 게임이 다인 게임보다 선두에게 주어지는 제약이 너무 적습니다. 자원을 아무리 사재기해도 그리 비싸지지 않고, 2 단계를 넘어가면 집을 못지을 염려도 사라지지요. 덕분에 2인 게임의 경우 자금 비축 후 몰아치기 전략이 주류를 이룹니다. 빨리 집을 안 지으면 집 짓는 비용이 팍팍 증가하는 다인 게임과는 달리 집 짓는 부담이 적거든요. 특별한 룰의 보정이 없이는 2인 게임 파워그리드는 자주 찾지 않을 것 같습니다.

4인 게임이 되니 확실히 선두로 치고 나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더군요. 특히 3명이 자원 사간 후에 자원을 구입하려고 하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자원 가격이 가슴을 태웁니다. (쓰레기의 그렇게 비싸다니… -_-;)

자원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프랑스는 파리 근교가 알토란지역이라, 삑사리님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이 모두 파리 근교에서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초반부터 집을 지으려면 건너뛰어가며 지어야 하는 사태가 많이 발생했지요.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파리 북쪽으로 저렴하게 연결 가능한 도시들이 모두 막힌 상태입니다. 파리에서 시작하는 잇점을 꽤 줄인 상태였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3명이나 거기서 싸워댔으니….

이런 저런 이유로 선두로 치고 나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다들 몸사리기 전략을 구사하신 것이죠. 덕분에 종료조건인 집 20채 건설로는 1등이 어려웠습니다. 천천히 진행된 덕분에 모두들 자금이 넉넉한 상태였고, 20채 정도의 발전은 다들 가능했으니까요. 게임 후반에는 다들 ‘아~ 20채 발전 공급으로는 선두를 못 먹겠구나.’라고 생각들 했는지, 대부분 발전 용량을 21~22까지 늘려놓으시더군요.

결국 승부는 집 건설에서 났습니다. 지도 전역에 집을 골고루 분산시킨 제가 21채 건설에 성공했지요. 발전 용량이 21에 달했으면서도 20채 밖에 못 지으신 두 분이 나란히 2~3등을 차지했고, 꼴지조차도 19채나 집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파워그리드를 배웠을 때 4인 게임이었는데, 당시는 점수 분포가 꽤 넓었었습니다. 물론 키니님, 전심님처럼 베테랑들이 함께 하신 결과였지만, 간간히 선두를 치고 나간 사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다음에 게임을 하게 되면, 간간히 선두를 치고 나가봐야겠습니다.

3. 정크 4인 게임

한글화와 요약표 번역작업까지 직접 했던 게임이라 남다르게 애착을 가진 게임입니다만, 설명과정에서 몇 차례 실수를 하는 바람에 다다의 알만하신 분들 2분께 그다지 좋지 않은 기억을 심어드린 게임입니다. 핫핫~. 이날 게임은 다행히 당시의 기억을 반면교사 삼아 잘 설명해드렸지요.

정크는 3~4인 게임이지만, 3인 게임이든 4인 게임이든 잘 잡힌 균형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상당수의 게임들이 특정 인원 수에 더 균형이 잘 잡히는 경우가 많은데, 정크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새삼 느낍니다.

사진에 보이는 저 꽃미남은 과연 누구일까요? 핫핫~

게임 초반 제가 뻥카를 종종 써먹어서 재미를 봤는데, 중/후반 되니까 죄다 뻥카를 쓰느라 정신이 없어서 게임 진행이 느려지더군요. 핫핫~ 어쨌거나, 경매보다는 돌아다니면서 돈 수금하는 전략에 집중했던 제가 1등 했습니다. 설명하고 1등하기라며 또 한 소리 들었습니다. 정크의 경우 제가 생각해도 좀 심했나요? 지금껏 제가 한 모든 게임에서 설명을 담당했고, 또 1등을…. 쿨럭~

4. 카탄의 개척자 (3D)

비형 스라블님 내외분과 4인 게임으로 진행했습니다. 저는 아주 예전에 보드게임 카페에서 카탄을 배웠는데, 직접 설명서를 읽어보니, 우리가 평소에 진행하던 규칙과 사뭇 다른 점이 있더군요. 어쨌거나 이 게임을 처음 하신다는 믿어지지 않는 스토리의 비형 스라블님 덕분에 또 설명을 담당했습니다. (왠지 또….)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게임의 경우 게임 판과 사용자 말들이 너무 세세한 나머지, 간혹 어떤 것이 게임 판이고, 어떤 것이 사용자 말인지 헷갈립니다. 특히 흰 색의 경우 산 옆에 진을 치고 있으면, 발견하기 꽤 어려워지더군요. 덕분에 비형 스라블님이 별다른 견재를 당하지 않으셨는데, 그러한 유리한 조건 속에서도 그다지 달리지 못하시더군요. 게임 내내 양치기 소년이 되어, 양만 줄창 뽑아내시면서 “양 두개 줄께~”를 외치셨습니다.

초기 배치 시 두 곳의 6 지역에 마을을 놓아두었었는데, 이날 게임에서는 6이 참 많이 나오더군요. 뭐 7을 제외하면, 8과 더불어 가장 많이 나오는 숫자이긴 합니다만, 6 지역 옆에 마을을 가진 사람이 저뿐이어서 꽤나 질시의 대상이 되었었습니다. (땀 삐질~) 주사위에 칩을 박은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결국 대규모 군대와 마을 4채에 성공한 제가 1등을 해버렸습니다. 또 설명하고 1등하기라며 한 소리 들었다죠. -_-;

5. 기타
알레아(ALEA) 시리즈를 다 돌려보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매뉴얼을 독파했고, 숙원이었던 차이나타운, 타지마할 등을 돌려보았습니다. 이제 빅 박스에서 Adel Verflichtet와 Mammoth hunter(Eiszeit), 스몰 박스에서 7인의 현자만 돌려보면 전부 돌려보는 셈이네요. 사진을 찍지 않아서 자세한 후기는 다음에 올리겠습니다만, 게임을 한 후, “역시 알레아~”라는 감탄을 하게 되더군요.

아~ 드래곤의 황금(Dragon’s Gold)과 폼페이, 보난자도 돌렸었습니다. 드래곤의 황금은 게임 하다가 싸움나지 않게 조심하세요. ^.~

5. FBI

펑그리얌님이 가벼운 게임으로 제시한 카드게임입니다. 페드럴 뷰로 오브 인베스티 어쩌고 저쩌고 하는 FBI의 원어는 박스 어느 구석에서도 찾을 수 없더군요. 핫핫~ 디자이너인 크라머 씨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나봅니다. 어쨌거나, FBI는 우리가 생각하는 FBI가 맞나봅니다. 범인을 찾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멀더 떠난 FBI는 자신이 외계인을 봤다고 하는 사람들까지도 닥치는대로 잡아들이는 수사기관이 된 모양입니다. 적지 않은 수의 선량한 시민들이 FBI의 손에 잡혔다가 풀려나곤 하니까요.

구성물은 정말 가볍습니다. 숫자와 색깔이 다른 카드들과 수갑카드, 그리고 체포 우선순위를 결정짓는 철창카드와 색상별 체포카드가 전부네요. 가벼운 게임인데 무거운 규칙이면 곤란하겠지요. 규칙도 매우 간단합니다. 숫자 카드들로 입찰하여 체포 순위를 정하고, 그 순서대로 용의자들을 체포하면 됩니다. 최종적으로 죄질 나쁜 죄인을 가장 많이 체포한 사람, 즉, 카드 숫자의 총합이 가장 높은 사람이 승리자가 되는 게임입니다. 별 거 아니지요? 그런데, 여기에 크라머 아저씨의 독특한 2가지 방식이 들어있기 때문에 게임의 재미는 배가됩니다.

일단 체포 순서는 입찰에 의해 정해지지만, 1인당 2명의 용의자를 체포하게 되는데, 이 순서는 지그재그 순서입니다. 즉, 1순위를 차지한 사람은 맨 처음 용의자를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갖지만, 동시에 가장 마지막에 용의자를 체포해야 합니다. 5인 게임의 경우 5순위로 체포하는 사람은 연속으로 2명을 체포하게 되겠지요. 이와 더불어 아래에 설명할 체포방식 때문에, 자신이 몇 순위를 차지할 것인지를 두고 꽤나 고심을 해야 합니다.

체포할 수 있는 용의자들은 각 라운드마다 10명씩 펼쳐집니다. 10명이 각 색깔별로 나란히 나열됩니다. 물론, 용의자들은 펼쳐진 순서대로 가져가야 하지요. 용의자들 가운데는 흉악범도 있지만, 선량한 시민들도 있습니다. 선량한 시민들을 게임 끝날 때까지 구금하고 있으면, 고스란히 마이너스 점수가 되니까, 되도록 안 가져 가는 것이 좋겠지요? 현재 테이블에 펼쳐진 카드들의 순서를 통해 몇 번째 순서의 경우는 어떤 카드를 가져갈 수 있는지 잘 파악하지 않으면 애꿎은 시민들을 잡아넣어야만 합니다. 고로 줄서기를 잘해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 어디서 많이 본 듯 하지요? 젝스님트의 줄서기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설명을 해주신 펑그리얌님이 지그재그 규칙에 대해 [재차 강조]하지 않으신 덕분에 모두가 1라운드에서는 엉뚱한 사람들을 잡아 가두어야만 했습니다. 제가 설명할 때는 중요 규칙을 [재차 강조]하지 않았다면서 음모론을 주장하시더니, 본인의 설명에는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카드게임은 한번만 말해도 됩니다.”

뭐 에러플로 몇몇 지인들의 게임을 방출의 길로 인도한 저로서는 별로 할 말이 없었지만, 그 1라운드의 아쉬움 때문에, 한번 더 하고 싶더군요. 게임의 순위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쿨럭~ 뭐 누군가 이겼겠지요. 아마도 설명하셨던 분일겁니다. 크핫핫~ 설명하고 1등하기는 이미 신공(神功)의 반열에 들었다면서요?

한번 더~!를 갈구하는 몇 몇을 외면한 채 카드를 챙기신 펑그리얌님은 이 날의 대박 게임을 꺼내들었습니다. 바로 우봉고입니다.

6. Ubongo
처 음 펑그리얌님의 블로그에서 이 게임의 구성물을 보면서 예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예쁜 구성물과 게임성의 상관관계는 아직 규명된 바가 없다는 생각에 크게 흥미를 갖지 않았었지요. 하지만, 이 날의 게임으로 저와 전심님을 비롯해 다른 이들의 가슴에 불이 붙었습니다. 이 게임은 게임 도중에 느긋하게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더군요. 당연히 사진 촬영은 못했습니다. 때문에 사진들은 펑그리얌님의 블로그에서 차용함을 미리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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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봉고는 정해진 조각들을 주어진 틀 안에 빨리 채우는 게임입니다. 얼른 채우고, 자기 말을 움직여서 해당 위치의 보석들을 가져오는 것이죠. 최종적으로 소유한 보석 가운데 단일 품목으로 가장 많은 수가 자신의 점수가 되고, 이를 통해 승자를 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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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에게 주어진 보드는 3개 또는 4개의 조각으로 주어진 틀을 채울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3개는 너무 쉽다면서 4개짜리로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심판이 주사위를 굴리면, 주사위에 표시된 그림에 따라 이번 보드에 넣을 4개의 조각이 정해지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맞춘 사람이 “우봉고~”를 외치고, 자신의 말을 최대 3칸까지 옮겨서 해당 칸의 보석을 2개 집어오면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가혹한 모래시계의 조건이 따라 붙습니다. “우봉고~”를 외친 다음 행동은 모래시계가 다 떨어지기 전에 완료해야 하는 것이죠. 아무도 “우봉고~”를 외치지 않은 상황에서는 모래시계가 몇 번이고 뒤집히지만, “우봉고~”가 한 번이라도 외쳐진 상황에서는 모든 이들에게 남은 모래가 다 떨어질 때까지의 시간만 주어지는 것이죠. 이 때문에, 퍼즐을 맞추고도 보석을 못 집어가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기 때문에, 마음은 조급해지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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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간 여유가 주어지면, 퍼즐은 별로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과 시간 제한이 주는 압박감 때문에, 그 쉬운 퍼즐도 왜 그리 안 맞춰지는지…. 간혹 답답한 마음에 “이거 맞출 수 없는 거 아냐?”라며 게임을 원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결국 모래시계가 다 떨어진 다음에는 딱 맞아 떨어지는 서글픈 퍼즐을 보게 됩니다. 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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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빨간 보석을 대량으로 쓸어가신 전심님이 1등을, 제가 2등을 차지했습니다. 펑그리얌님의 블로그에서 연세 지긋하신 분들도 우봉고에 매료되셨다고 하셨는데, 그럴 만 하겠더군요. “아직 국내에서는 구하실 수 없습니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리시는 펑그리얌님 덕분에 전심님은 해외구매의 주판알을 튕기고 계셨더랬죠. 저 같은 서민이야, 그냥 침이나 흘려야겠지만요.

7. 제노아의 상인

협 상게임의 걸작 제노아의 상인이 다음 게임으로 선택되었습니다. 이 게임이야 워낙에 잘 알려진 게임이라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지요. 이 게임은 시장이 여러 번 선택된 덕분에 꽤 짧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협상 게임의 특성 때문인지 이 날 돌아간 게임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을 차지하더군요.

제 제노아는 구매하고 한 번 밖에 안 돌아간 게임이라, 보드가 완전히 펴지지 않았는데, 펑그리얌님이 무리한 방식으로 펼치시다가 그만, 쩌억~. 크흑~ 게임 내내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흑흑~ 앞으로 펑그리얌님이 보드를 만지시거든 긴장들 하세요. ㅡㅜ

이 게임을 처음 해보신다는 펑그리얌님은 게임 내내 자신은 알거지라며 한탄하시더니, 대형 주문 3건과 로또 복권 5장이 줄줄이 맞닿게 만듦으로써 1등을 하셨답니다. 전심님도 로또로 전략방향을 선회하시더니 무려 6장을 맞닿게 만드셨다지요. 두 분의 로또 전략 때문에 보통 때는 거의 분뇨값인 빌라 액션이 초반부터 불꽃이 튀었습니다.

이 게임은 제가 규칙서를 보고 익히지 않고, 다른 모임에서 배웠던 게임이라, 이후에 다시 규칙서를 보지 않았었는데 몇 가지 오류가 있었더군요. 전심님 덕분에 많은 오류를 잡았고, 특히 시장에서의 자유 협상 때문에, 게임의 재미를 더 늘일 수 있었네요.

다소 피곤하고 지친 상태에서 진행된 협상게임이라, 지금까지 해왔던 제노아와는 달리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나름대로 독특한 전략을 구사하신 분들 덕분에 게임의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8. 비잔티움

시간은 어느덧 6시를 향해갔지만, 펑그리얌님이 설명을 해주시겠다고 하셔서, 비잔티움을 꺼냈습니다. 크으~ 마틴 월러스의 게임을 많이 접한 것은 아니지만, 역시 간단한 규칙을 복잡하게 설명하게 만드는 재주는 탁월하더군요. 펑그리얌님이 멋지게 설명하셨음에도 불구하고, 1라운드를 돌려보기 전까지는 제대로 규칙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1라운드 돌아가니까, 감이 오더군요.

다시 멀리 운전해서 귀가하셔야 하는 펑그리얌님은 약 30분 여의 설명을 마치고 귀가하셨습니다. 저와 Twinkrystal은 졸려서 더 이상 게임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지만, 전심님의 권유로 몇 라운드 돌려보았습니다. 진행에는 크게 무리가 없더군요. 다만, 펑그리얌님이 불가리안 군대 때문에 게임이 어이없이 끝나게 될 수도 있다며, 걱정을 하신 부분은 직접 해보니 그다지 무리가 갈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콘스탄티노플의 특수 능력 덕분에, 불가리아 군이 비잔틴 제국을 멸망시키기는 꽤나 어렵겠더군요. 한 단계에 2회의 공격이 전부이고, 병력 상한선이 제한되어 있는(그래도 초반에는 꽤 많아 보이지만) 불가리안 군대로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내분이나, 이슬람군대의 공격으로 콘스탄티노플의 방어력이 현저하게 감소하지 않으면, 콘스탄티노플의 특수능력 때문에 어렵겠더군요.

또한 한 참가자가 한 쪽 진영을 담당하는 일반적인 전쟁게임과는 달리, 모든 진영을 골고루 관리해줘야 하는 게임의 독특한 시스템 덕분에, 종료조건 가운데, 3단계 종료가 가장 일반적일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이슬람 진영으로 마구 달리게 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참가자가 동조하지 않으면, 앞서 말한 콘스탄티노플의 특수 능력 때문에 비잔틴 제국의 멸망으로 인한 게임 종료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시험 삼아, 불가리안을 비롯해서 이슬람 세력으로 줄창 내달렸거든요. 사실은 졸려서 게임을 조기종료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만, 결과적으로, 한 쪽 세력의 독주로 게임을 종료시키기는 어렵습니다. 만일 이슬람 세력으로 줄창 내달렸는데, 조기종료가 안된다면, 두 세력의 점수차 때문에 그 사람은 큰 손해를 보게 되겠지요.

피곤하고 졸려서 게임은 중도에 접었지만, 이후에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역시 잘 만들어진 게임 같습니다. 승산이 있는 전략들은 나름대로의 파해법이 존재하게 구성되어 있으니까요. 말이 길어졌지만, 이 게임에 대한 자세한 후기는 언젠가 제대로 돌린 이후로 미루어야겠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표현대로라면, 빛의 장막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 아침 7시 즈음에 모임을 마치고 모두 귀가하셨습니다. 베테랑들과 함께 알차게 게임했던,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즐거움이 너무 좋아서 몇 자 남기려다보니, 후기가 너무 길어졌네요.(공백 포함 14000여 자가 넘음) 졸필임에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함께 참여하셨던 전심님과 펑그리얌님도 각자의 블로그에 후기를 남기셨더군요. 참고하세요~.

전심님의 후기

펑그리얌님의 후기

마지막으로 Funkenschlag 구성물로 돌린 프랑스맵 2인 게임 사진 한 컷~

Funkenschlag은 크레용을 이용하기 때문에, 집을 표현하는 구성물이 없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

4. 암스테르담의 상인들

야참을 먹고 나서 가벼운 담소가 오갔습니다. 그러다가, 다음 게임으로 결정된 것이 바로 [암스테르담의 상인들]입니다. 이 게임은 본인이 최근에 구한 게임 가운데 하나입니다. 소감을 읽어보다가 역(逆)경매, 즉 Dutch auction을 보드게임으로 구현한 게임이라는 사실에 확~ 끌려서 구입했었는데, 이 날 펀칭 겸 첫 게임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가벼운 게임에 맛들인 덕분(?)에 모두들 가벼운 게임을 찾게 되었고, 펑님의 소개로 가벼운(!) 카드 게임을 이어서 하게 되었습니다.

3. Caylus

올해 최고의 화제작이라고 하지요. Ystari라는 비교적 덜 알려진 출판사에서 2005년 Essen을 통해 선보였다고 하는데, 보드게임긱에서 부동의 2위였던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를 제치고 현재까지 2위를 순항 중에 있습니다. 이미 Ystari社에서 찍은 초판은 품절되었고, 재판이 내년에 다시 나온다고 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군요. 어쨌거나, 그 화제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비형 스라블님이 귀가차 게임 도중에 제게 바통을 넘기셨고, 얼마 안 있어, 게임은 중도에 접게 되었습니다. 시간상 출출해질 때도 되었기에, 잠시 야참과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2. Reef Encounter

이 게임은 초판이 엄청난 주목을 끌었다고 하더군요. 높은 게임성과 소량한정생산이라는 점 때문에, 경매 사이트에서 꽤나 고가에 거래되곤 했었다는데, 제가 그런 게임을 살 수는 없는 것이고, 재판된 게임을 샀습니다. [뭐가 네 게임인데?]라는 다소 도발적인 이름의 출판사에서 재판을 냈군요. 초판을 가지신 분들은 초판이 훨씬 낫다며 목소리를 높이시지만, 해괴한 일러스트로 바뀌지 않는 한 별로 개의치 않으렵니다. 펑님의 경우는 오히려 신판의 우수성을 역설하시더군요. 만약 펑님이 구판을, 비형 스라블님이 신판을 가지고 있었다면 두 분의 반응이 지금과 같았을까요? 핫핫~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게임은 산호초가 깔린 바다에서의 세력다툼을 그리고 있는 게임입니다. 영향력 게임의 요소도 있고,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와 같은 타일로 영토 확장하는 요소도 있습니다. 전쟁게임이라고 주장하시는 분도 계시지요. 오조에서 전심님께 배워서 처음 해본 게임인데, 우습게도 제가 설명하면서 두 번째 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게임에 몰두하느라 촬영을 못했네요. 이번에도 사진은 연출된 상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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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참가자들은 깊은 바다를 유영하는 한 마리의 생선이 됩니다. 이들은 산호초를 주식으로 하고 있지요. 참가자들은 한편으로는 산호초의 입장도 되어야 합니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다른 산호초와의 경쟁을 통해 더 많이, 더 널리 퍼져야 하니까요. 산호초의 세계는 겉으로 보이는 평화스런 모습과는 달리, 치열한 영토전쟁의 현장입니다. 그리고 각 산호초들의 우열관계는 수시로 변하지요. 각 참가자들은 산호초들을 퍼뜨리는 한편 우열관계에 입각해서 다른 산호초를 잠식해야 합니다. 이렇게 먹어 치운 산호초를 이용해서, 우열관계를 변동시키기도 하고, 고정시키기도 하지요. 또한 4마리 밖에 없는 자신의 새우를 이용해서 확장시킨 산호초 무리를 찜함과 동시에 다른 산호초에게 먹히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 생선이 가능한 많은 산호초를 먹을 수 있겠지요. 게임 동안 산호초를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새우의 개수와 같은 최대 4회입니다. 이렇게 게임이 끝나면, 먹은 산호초의 개수에 따라 점수를 획득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산호초 1개당 1점이지만, 종료 시점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산호일수록 높은 가산점이 부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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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산호의 우열관계를 나타내는 타일들

이런 게임의 특성은 게임 내내 많은 요소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되게 만듭니다. 적절한 시기에 산호초 유충과 산호초 타일을 획득해야하고, 자신의 산호초를 널리 퍼뜨림과 동시에 먹히지 않게 주의해야 하지요. 수시로 변동되는 산호초들의 우열관계도 놓칠 수 없지요. 게다가 게임 종료조건 가운데 하나이면서 가장 주된 조건이 누군가가 네 번 산호초를 섭취하는 것이므로, 상대가 몇 번이나 먹었는지도 체크해야 합니다.

게임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은데, 동시 다발적으로 체크해야 하는 사항들이 생기므로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됩니다. 테마도 잘 살렸고, 시스템도 독특해서 앞으로도 자주 돌아갈 것 같습니다. 뭐 이런 찬사의 이면에는 두 번의 게임에서 모두 1등을 달렸다는 점도 배재할 수는 없겠지요? 핫핫~

워낙 게임이 재미있어서, 게임 중간에 비형 스라블님이 오셨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끝까지 진행했습니다. 덕분에 비형 스라블님은 서재에서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셨지요. 핫핫~ 비형 스라블님이 슬슬 혼자놀기에 지치실 즈음, 전심님도 오시고, 게임도 끝났습니다. 갑자기 6인으로 불어난 터라, 저와 Twinkrystal이 한 편을 이루기로 하고, Caylus를 꺼냈습니다.

[12/23] 광주 아지트 게임 모임 후기 - 1. 칸다미르의 개척자 편

지난 주의 저조한 참여율 때문에, 모임 없이 조용히 지나가려고 했었으나, 목요일에 펑그리얌님이 문자를 보내시더군요. 그래서 급히 모임을 열었습니다. 급조된 모임이라 준비한 것도 별로 없었는데, 그래도 6명이나 모여서 밤새워 게임을 돌릴 수 있었네요. 마지막 게임 때는 제가 너무 졸려서리 제대로 게임을 할 수가 없었는데, 다른 분들께 무척 죄송하더군요. 먼 길 와 주신 펑그리얌님, 사모님 덕분에 일찍 귀가하셔야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2주 연속 찾아와주신 비형 스라블님, 서울에서, 용인에서 각각 어려운 발걸음 해주신 libero님과 전심님께 감사드립니다. 물론, 항상 함께 해주는 제 연인인 Twinkrystal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 자~ 그럼, 그날의 즐거운 시간 속으로 한번 들어가보겠습니다.


libero님의 도착으로 4인 게임 Reef Encounter를 꺼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