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야화(Tales of the Arabian Nights) 후기 - 1. Zumurud의 이야기

(출처: 보드게임 긱

어제 고대하던 천일야화(Tales of the Arabian nights)를 돌렸습니다. 


목표치를 20으로 시작하였으나, 6인 게임이고 첫 게임인데다, 저의 영어 독해능력이 딸려서 게임 진행 속도가 더딘 탓에, 중간에 목표치를 10으로 조정해서 게임을 짧게 줄였습니다.


게임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이야기 점수(SP: Story Point)와 운명 점수(DP: Destiny Point)의 조합을 적절한 목표치로 설정해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 포인트를 획득하고, 다시 이야기의 출발지인 바그다드로 돌아오는 게임입니다.





목표는 매우 단순하지만, 게임까지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돌아다니면서 마주치는 모든 대상(사람이든, 물건이든)에게 어떤 응대(Reaction)을 하느냐에 따라, 마법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니까요.




(우연히 마주치는 상대에 대해 어떤 반응을 하느냐에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의 번호가 달라집니다.)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어제 이루어졌던 몽환적 판타지의 기록을 남겨보고자 합니다.


참가자는 저(Equinox)와 아내(Twinkrystal), 그리고 거만이님과 이날 처음 같이 게임을 했던 세 분을 포함해서 모두 여섯 명입니다. 게임 내내 룰북과 스토리북에 집중하느라, 같이 게임하신 분과 통성명도 못했네요. 이후 서술하는 이야기에서 참가자는 모두 캐릭터의 이름으로 대체하겠습니다.


1. 주무루드(Zumurud)의 이야기



(주무루드의 Custom made figure. 출처: 보드게임 긱)



실제 천일야화에서, 노예 소녀로 태어나, 노예 매매와 유괴, 납치를 당하는 등의 인생의 굴곡을 겪었지만, 영리함과 탁월한 연기력으로 일국의 왕이 되는 인생 역전 드라마의 배경 이야기를 가진 주무루드는, 바그다드에서 이상한 꿈을 꿉니다. 꿈 속에서 그녀는 타나라는 도시를 방문하게 되는데, 거기서 잃어버렸던 먼 친척을 만나,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 앞으로 막대한 유산을 남기고 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게 되지요. 꿈에서 깨어난 그녀는, 꿈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보기 위해 타나를 향해 갑니다. 이게 게임 시작 시 그녀에게 주어진 첫 퀘스트입니다. 타나를 찍고 바그다드로 돌아오면 퀘스트를 완수하게 되고, 막대한 부와 보물을 얻게 되지요. 그녀는 행운(Luck)과 지혜(Wisdom), 그리고 이성을 유혹(Seduction)하는 기술을 재능 수준(Talent level)으로 가지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장착(?) 가능한 스킬 목록


타나는 인도 남단의 도시. 그곳으로 가기 위해 그녀는 바스라와 무스카트를 지나 인도양을 가로질러 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바스라에서 이상한 이발사(Strange Barber)를 만났습니다. 긴 여행으로 머리도 엉망이 되었다 싶어서, 머리 손질을 하려고 흥정(Bargain)을 선택한 그녀, 하지만 그 이발사는 왕수다쟁이였습니다.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그 이발사에 패닉이 되어버린 그녀는, 궁리 끝에 이발사를 떼어놓을 묘책을 떠올렸습니다. 바로 “긴 마법 주문 외우기 대회”에 이발사를 보내버리는 겁니다. 쉴 새 없이 나불대는 이발사를 처리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이발사는 좋다며 그 대회에 참석합니다. 그러나...


이발사는 이 대회에서 자신의 숨겨진 적성을 찾아냅니다. 바로 마법사의 소질이지요. 그는 그 대회에서 우승해버립니다. 그는 대회에서 우승한 후, 자신의 적성을 발견해준 주무루드에게 보은하고자 그녀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계속 나불대기로 결심합니다. 혹 떼려가 더욱 강력한 혹을 붙여버린 주무루드. 그녀는 멘탈붕괴의 상태(Griff Stricken)가 됩니다. 이제 그녀는 마법사가 되어버린 이발사보다 더 강력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SP가 8이상)까지 멘탈 붕괴의 상태가 지속되며, 이 상태에서는 그녀는 자신의 재능 수준 스킬을 전혀 사용할 수 없고, 달인 수준(Master level)의 스킬만이 간신히 재능 수준으로 쓸 수 있습니다.




(Custom painted figure. 출처: 보드게임 긱)


이후 발생하는 이벤트에서 자신의 지혜(Wisdom)이나 행운(Luck) 등의 스킬을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된 그녀는, 폭풍우 속에서 산책하다 홍수에 자신의 재산이 몽땅 떠내려가는 걸 지켜봐야 했고, 골골대는 마법사를 납치해서 뭔가(?) 해보려는 수작을 부리다가, 납치한 마법사가 야반도주하면서 그녀의 짐을 가져가는 상황 등을 맞이하게 됩니다. 부유도(Wealth Level)에서 가난한(Poor) 상태를 도무지 헤어날 수가 없더군요.




(여행 도중 만나는 대상들의 예. 출처: 보드게임 긱)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면 적어도 이야깃거리는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이 시기엔 재미있는 이야기는 곧 돈이 되기도 하지요. 타나에 도착할 즈음엔 SP가 3에 도달했기 때문에, 돈이 좀 생겨서 이제 좀 성큼성큼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유도에서 Respectable이 되면 육로와 해로를 다 합쳐서 4칸씩 이동 가능)


타나에서 자신의 꿈이 사실이라는 걸 확인한 그녀는, 그녀의 아버지가 남겨주었다는 유산을 찾으러 바그다드로 향합니다. 물론 곁에는 쉴 새 없이 나불대는 이발사가 계속 붙어다니는 중이지요.


무스카트 남동쪽 해상에서 잘생긴 왕자를 만난 그녀는, 이발사를 떼어내기 위해 역시 또 흥정(Bargain)을 시도합니다. 그러자 왕자는 흥정의 댓가로 자신의 첫째 아들과의 혼인을 제안합니다. 


결혼? 뭔가 아라비안 나이트에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 전개같지만, 이 멘탈붕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뭔들 못할까 하는 심정으로 이를 받아들입니다. (Married 상태 획득)




(출처: 보드게임 긱)


해상에서 결혼을 했기 때문에, 그 다음에 들어가는 첫번째 도시가 곧 자택이 됩니다. 그리고, 자택을 벗어나서 다른 도시에서 일과를 마치면, 반드시 자택이 있는 도시로 돌아와서(외박은 하루를 넘길 수 없다는 기혼자에게만 적용되는 규칙. 내게 있어 자유는 게임에서조차 남의 이야기란 말인가!), 배우자에게 일과를 보고해야 합니다.(SP +1) 일과를 보고하면 주사위의 결과에 따라 일정한 확률로 자녀를 갖게 되는데(응?) 이 때 어떤 자녀가 태어나느냐에 따라, 운명 점수가 증가하기도 하고(DP+1), 또는 오히려 멘탈 붕괴(Griff Stricken)의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쿨럭!)


그래도 본거지인 바그다드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 신혼집을 차리려고 메카에 둥지를 튼 그녀. 이제 아버지의 유산을 찾기 위해 바그다드 입성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마루프(Ma’aruf)의 승전보를 듣고 이야기를 끝냅니다.


방대한 스토리북과 상황을 보정해주는 주사위, 그리고 아침/점심/저녁에 따라 다른 스토리들이 전개되기 때문에, 이 게임은 몇 번 해봤다고 해도 이전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가 어렵습니다. 매번 다른 이야기로 진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방대한 스토리북의 위용! 출처: 보드게임 긱)

기나긴 겨울밤에 둘러 앉아서 서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걸 좋아하는 사이라면, 아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겠지요. 오늘 밤에도 천일야화(Tales of the Arabian Nights)를 만들어보고 싶어지네요.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도 정리해보려고 했는데, 제 캐릭터만큼 상세한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어제 게임에 참석하셨던 분들이 자신의 캐릭터가 겪은 스토리를 이어서 적어주시리라 믿습니다. 흠흠~ 




마포에서 뵈었던 전심님이, 모처럼 백수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로보님과 함께 찾아와서 간단히 몇 게임 즐겼습니다. 휴일 주간 모임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늦은 오후부터 시작해서 새벽녘에 마친 이 날의 모임은 Brass 두 판, Fantasy Business 한 판 정도로 조촐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이 가운데 마지막 게임인 Brass를 영상으로 담아봤습니다. 영상 전용 카메라도 아니고, 아주 조그만 콤팩트 카메라이기 때문에 촬영이 순조롭지는 않았지만, 첫 시도이기 때문에 한번 올려봅니다. 중간중간 잘리는 건 원래 동영상 1개 클립의 시간 제한이 10분이기 때문이고, 내용이 끊기는 건 배터리와 메모리스틱의 용량 때문이 생긴 겁니다. 그냥 양해하시길...


그나저나 로보님의 독특한 테크는 여전하더군요. 이날 설명을 듣자마자 아주 독특한 테크로 두번째 게임만에 2등을 차지하신 로보님의 저력을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허허~
전날 마친 아그리콜라 한글화에 힘입어, 아내와 2인 게임으로 연거푸 2회 게임을 진행했다.

아내도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게임이었고, 일요일에 했던 게임의 느낌도 나쁘지 않았던지라, 흔쾌히 응해주었다.


이 날 게임에서 중요한 오류가 있었는데, 바로 가축의 수용능력이다. 집과 축사에는 1마리, 울타리가 쳐진 목장에는 1면 당 2마리, 목장 내 축사가 있으면 1면 당 4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데, 이날 게임에서는 축사가 없는 목장의 경우 1면 당 1마리, 축사가 있으면 1면 당 2마리로 제한한 것이다. 이 오류에 피해를 본 것은 축산업에 집중한 아내. 아내는 수용능력의 한계 때문에 불필요하게 가축들을 도축했어야만 했고, 이로 인해 해당 가축의 번식에도 제한을 계속 받게 되었다. 이로 인해 손해를 본 점수가 대략 4점 가량되었으니, 오류를 보정한 게임의 최종 점수는 46대 47점으로 역전이 되고 만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아내는 무척이나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껄껄 웃었다고 한다.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