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는 매일매일에 싫증을 느낀 아내가 팔을 걷어부쳤다. 무위도식하는 본인으로서는 아내가 부엌에서 요리하는 것이 못내 미안해서 계속 매식을 권하고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아내로 하여금 미안함을 느끼게 한 모양이다.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 벌어지는 우리 집이다.)
역시 미안한 마음을 가진 본인은 동그랑땡 부치는 걸 자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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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선한 동기로 시작한 일이 항상 선하게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본인은 아내 혼자 요리하는 것이 미안해서 팔을 걷어부친 것인데, 그 과정에서 작은 트러블이 생겼고, 이로 인해 즐거워야 할 동반 요리가 불쾌한 감정의 흔적을 남기고 말았다.
본인으로서는 스무살 무렵부터 집을 떠나 살아왔기 때문에, 남자 치고는 부엌일에 그다지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간혹 아내의 일에 내 견해를 밝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아내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모양이다.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게, 아니 정확하게는 감정적으로 쏘아부치는 아내의 반응을 보면서 또 다시 후회를 하게 되지만, 아내가 부엌에 있으면 미안한 마음에 자꾸만 나와보게 되는 것을 어찌하기 힘들다.
남들은 아내가 부엌에서 요리하고 있을 때, 한가로이 자기 혼자 놀고 있는 경우도 있다던데, 오랜 단체 생활 속에서 이를 죄악시 하는 분위기에 젖어버린 본인에게 이는 좌불안석의 상황이다. 사관학교에서 동기생이 청소하고 있는데, 혼자서 책보고 있는 경우를 상상해보라. 절대로 좋은 소리 들을 수 없다.
하물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위해 부산하게 일을 하고 있을 때, 본인만 편안한 곳에서 유유자적하게 있는 것은 정말 불편한 것이다.
억지로 감정을 봉합하고 동그랑땡을 먹기는 했지만, 서로 가슴 한 구석에 상처를 하나씩 새긴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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