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l Heinz Schmiel의 본격 요리 게임인 A La Carte입니다.

묵직한 정치게임인 Die Macher, 기발한 트릭테이킹 게임인 Was Sticht?의 디자이너인지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막상 게임은 시끌벅적한 파티게임이네요.


지금까지 제가 파악한 요리들의 의미를 대충 적어보았습니다. 게임 하면서 알고나면 더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 적고 나니 그다지 많이 알고 있는 것도 아니었네요.

p.s. 글을 다 쓰고 보니 이미 보드게임긱에 요리 이름에 대한 해석들이 올라와 있군요. 역시 긱.... 아~ 허탈해라...

2009/10/29 - [Boardgame] - 에센 보드게임 박람회 참석 후기 (1)
2009/10/29 - [Boardgame] - 에센 보드게임 박람회 참석 후기 (2)

너무 시간이 오래 지나버렸네요. 그동안 써놓은 것까지 합쳐서 얼른 올려봅니다.

[조선소(Shipyard)]

직전의 열띤 설명을 듣고, 곧바로 다시 설명을 부탁한 게임입니다. 설명을 한 친구의 외모와 목소리가 완전히 올랜도 블룸을 빼다박은 지라, 던전 로즈에 대해 설명을 할 때는 게임의 배경과 너무 잘 어울렸는데, 조선소를 설명할 때는.... 그것도 잘 어울리더군요. 쿨럭~. 역시 잘 생기고 목소리가 멋지면 뭐든 잘 어울리는 법입니다.

던전로즈가 판타지라면, 조선소는 현실세계입니다. 그리고 꽤나 구체적이지요. 게임의 추상화 정도를 수치로 표현하는 잣대는 아직 없습니다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 트레샴 게임 정도의 구체성이랄까요. 조선소를 경영한다면 이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게임이었습니다. 배의 선두, 몸통, 선미를 구매해서, 대포도 달고, 프로펠러나 화통도 달고, 선원도 고용하고, 시험 운항용 운하도 갖추고, 심지어는 정부와의 비밀 도급 계약도 체결해야 합니다. 원래 배에 대해서 로망을 가지고  있고, 이런 유형의 가상체험 게임에는 맥을 못추는지라, 잽싸게 집어들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제작을 체코에서 했기 때문인지, 구성물의 마감이 좀 안 좋더군요. 펀칭할 때 귀퉁이가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게임 단가도 낮지 않던데, 이왕이면 이웃나라인 독일에다 맡겼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입니다.

[토끼, 토끼, 사슴, 사슴 (Bunny, Bunny, Moose, Moose)]

설명도 안 들었습니다. 현장에서 규칙서만 스윽 읽어보고, 바로 구매해버렸습니다. 이로써 작년에 이어 올해도 CGE의 게임은 전량 구매한 셈이 되는군요.

게임은 일종의 모션 게임입니다. 손과 얼굴을 이용해서 토끼와 사슴의 각종 포즈를 취하는 것이지요. CGE의 그동안의 라인업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게임인데, 그게 또 기대감을 갖게 하더군요. 여럿이 모였을 때, 마음껏 웃고 싶을 때,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바스코 다 가마]

에센 참가 전에 추려놓은 개인 관심작 리스트에 들어있던 게임인데, Fairplay 현장 순위에서 엄청난 격차로 1위에 올라간 것을 확인한 직후, 제작사인 What’s your game사로 달려갔습니다. 사람은 바글바글했지만, 요령껏 합석을 했고, 게임을 돌려보았습니다. 역시 일꾼 놓기와 캐릭터 선택, 즉 케일러스와 푸에르토 리코의 계보를 잇는다는 점에서 카슨 시티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변조를 더했다는 점 역시 공통점이겠군요. 바스코 다 가마에서는 우선 일꾼의 우선 순위가 선점이 아니라 숫자선택에 의해 결정됩니다. 하지만, 숫자가 낮을 수록 우선순위지만, 너무 낮은 걸 선택하면 단지 액션을 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게다가 액션을 포기할 때 주어지지는 보상금도 숫자가 작을 수록 줄어듭니다. 딜레마지요.

이런 변조 외엔 최근 전략 게임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인원이 좀 넉넉하게 있어야 게임이 즐거울 것 같더군요. 그래서 좀 망설였더니만, 역시나 3일차 아침에는 품절이 났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12월 1일)도 배급상황이 좋지 못한지, 독일 내 쇼핑몰에서는 재고가 전혀 없네요.

[Brief history of the world]

JKLM 부스 옆을 지나치려는데, 문득 눈길을 잡아끄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세계 지도가 그려진 게임이더군요. 일반적인 세계지도는 지도 가운데를 적도가 지나가는데, 이 게임에 그려진 세계지도는 북극을 거의 중심으로 북반구가 과도하게 강조된 지도였습니다. 오래전에 AH에서 발매되었었던, History of the World를 재구성한 Brief history of the world 더군요.

뭣 모르고 ‘briefing’을 요구했다가 게임 전체 설명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쿨럭~ 알고 보니 공동 디자이너 2명에게 직접 설명을 들은 것이더군요. 제가 한국에서 왔다니까, 보드판 한 구석을 가리키면서 이제 일본해가 아니라 동해(East Sea)로 표기했다고 자랑하더군요. 한국인들로부터 메일을 하도 많이 받아서, 이번에 게임을 낼 때는 꼭 주의해야겠다고 다짐을 했더랍니다. 하하~

어차피 다인 게임은 당분간 할 팔자가 못되어서, 설명에는 크게 주의를 못 기울였지만, 기존 게임과의 차이를 물으니, 일단 게임 시간이 줄었고, 불운이 겹칠 경우 다소의 혜택을 줌으로써 균형을 맞추었다더군요.

[Aladdin’s Dragon card game]

R. Breeze의 Aladdin’s Dragon이 카드게임으로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Ys와 더불어 Blind Bidding 게임의 수작으로 평가하는 게임인데, 카드게임으로 아주 잘 옮겨진 것 같습니다. 다만, 하도 오래전에 원작 게임을 했었기 때문에, 거의 규칙이 기억이 나지 않은 상태로 게임을 진행해서리, 1라운드를 어리버리하게 보냈습니다. 1라운드를 마치고 나니 확실히 기억이 되살아나더군요. 그런데, 함께 하던 독일인이 가봐야 한다고 해서 접었습니다. 보드게임에 있던 거의 모든 요소를 카드게임화 시켰습니다. 심지어 마법 카드들도 그대로 들어가 있더군요. 게임은 영/독 겸용입니다. The Boardgamegeek Game과 함께 사면 할인해주길래 잽싸게 구매했지요.

[Hansa Teutonica]

한자동맹의 상인을 테마로 입힌 네트워크 게임입니다. 네트워크 게임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Thurn und Taxis가 있지요. 매우 유사하지만, 테크 개발의 요소가 포함되어서 좀 더 낫다는 생각입니다. 구성물도 단촐해서 금방 세팅하고 금방 정리할 수 있겠더군요.

현장에서 4인 게임으로 한 번, 구매한 후 2인 게임으로 두 번 해봤는데, 아주 괜찮았습니다. 2~3인 게임과 4~5인 게임의 보드가 서로 달라서 게임이 지나치게 느슨해지는 걸 막은데다, 2인 게임의 경우 더 심한 제약을 붙여서 절대로 심심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치열한 견제 속에 거의 전쟁게임을 한 것 같은 느낌마저 주더군요.

현장에서의 게임도 나쁘지 않았었는데, 다만 함께 하던 멤버 때문에 느낌이 좀 나빠졌었습니다. 한 쪽에서는 연신 키스를 해대고, 다른 쪽에서는 빨리 안한다고 재촉하고... 좀 산만한 상태였다고나 할까요. 에센에서 게임하면서 처음 느껴보는 산만함이었습니다. 덕분에 게임을 구매하지 않을 생각까지 했었는데, 아내가 하나 구매하라고 넌지시 말해서 장만했습니다.

[Macao]

ALEA의 신작인데, 아직 영문판이 나오지 않은 상태더군요. 게임 설명해주는 사람들도 죄다 독일어로 설명하고 있길래, 현장에서의 플레이는 하지 못했습니다. Fairplay 순위가 높아서 기대는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다음 기회를 기약하는 수 밖에 없었네요.

[Peloponnes]

간단한 문명 게임입니다. 역시 문명게임에서는 테크 개발을 빼놓을 수 없겠지요. 문명, 역사 이런 코드에 녹아버리는 저로서는 이미 설명만으로 지갑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인상 좋은 디자이너 아저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게 설명을 하고 있었으니... 확장까지 포함해서 나쁘지 않은 가격이 가져왔습니다. 게임은... 차차 해봐야지요. 참고로 이 디자이너 아저씨에겐 처녀작이라더군요.

[사진들]

2009/10/29 - [Boardgame] - 에센 보드게임 박람회 참석 후기 (1)


[Finca]

이미 한국에는 소개가 된 게임입니다만, 저는 이번에 처음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핵심이 되는 윈드밀에서의 이동이 매력적이더군요. DSP에서도 4위인가를 차지했고, 올해의 게임상(SDJ) 후보작으로도 거론되었었는데,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슷한 매커니즘의 게임은 여럿 있습니다만, 역시 한스 임 글뤽이 게임을 다듬으니까 깔끔한 느낌이더군요.

[TZAAR]

부스를 돌고 돌아 너무 다리가 아픈 나머지, 잠시 휴식처로 선택한 자리였습니다. Gipf 프로젝트는 모두 소장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 최신작인 TZARR는 아직 해보지 못했던 관계로 배워보았습니다. 역시 명불허전이더군요. 간단한 규칙이지만, 깊이 있는 진행. 아내도 매우 좋아해서, 에센 기간 통틀어 가장 많은 게임 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심지어 마지막 날 폐관 시간 직전까지 한 게임이라지요.

[카슨 시티]

작년에 출시했던 Cavum을 통해, 기대치가 높아진 회사였는데, 카슨 시티로 신뢰를 굳혔습니다. 수작이더군요. 기본적인 매커니즘은 케일러스와 푸에르토 리코를 섞었습니다. 즉, 일꾼 배치와 캐릭터 선택, 그리고 건물 건설. 물론 약간의 변조가 가미되었는데, 기본적으로 일꾼 배치 게임은 선점이 중요한 요소지만, 이 게임에서는 둘 이상의 사람이 같은 행동을 원할 경우, 결투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테마가 서부극인 주된 이유겠지요. 균형도 잘 잡힌 것 같고, 상호작용도 충분한데다 2인 게임도 가능해서 바로 제 소장품목에 낙점되었습니다. 회사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라서, 작년처럼 수준급의 게임을 만들고도 매출은 그다지 못올리는 건 아닌가 싶었는데, 마지막 날 보니 그 많던 게임을 다 팔았더군요.

[던전 로즈]

게임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설명을 해주신 CGE의 담당자가 너무나 열성적으로 설명을 해주셔서 거의 게임을 해본 것처럼 눈앞에 선하게 그려지더군요. 원래도 기대작이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가 PC게임인 던전 키퍼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하는데, 보드게임으로 아주 잘 구현했습니다. 악명높은 어둠의 군주가 되는 것이 목표인데, 너무 악명이 높으면, 강력한 영웅들이 자신을 상대하러 내려오기 때문에, 애써 만든 던전이 쑥대밭이 될 수 있습니다. 흡혈귀 보냈더니 영웅네 파티에 성직자가 있어서 힘을 못 쓰는 경우도 생깁니다. 던전에 설치한 덫을 도둑이 해체해버리는 경우도 있고... 어쨌든, 발상의 전환으로 즐거웠던 PC게임을 보드게임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반가웠습니다. 다만, 영문판을 구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네요. 마침 현찰이 떨어져서, 다음 날 구매하려고 했는데, 이미 영문판은 박람회장 전체 품절이 되었더군요. 아쉬운 마음으로 구매한 독문판인데, 그 마저도 제가 구매하고 얼마 안 있어서 품절이 나더군요.

[사진들]

에센 보드게임 박람회 후기(1)

보드게임의 메카와도 같은 곳, 에센을 다녀왔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으로 참석하였으므로, 어느 정도 익숙해질만도 한데, 이번에도 역시 귀가 직후 몸살과 목감기를 지독하게 앓고 있습니다. 작년에 하도 고생을 해서 이번에는 일정도 좀 느슨하게 잡고, 짐들도 우편으로 부쳤는데, 피로의 누적은 피할 수가 없었나 봅니다.

현재도 고열과 인후통으로 신음하고 있지만, 가만히 누워있기엔 너무 심심한지라,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다음 편에는 해봤던 게임들의 소감을 좀 적어보겠습니다.
Communi를 돌려보았습니다.

그동안 Le Havre만 실컷 돌리다가, 간만에 신작(?)인 Communi를 돌려보았습니다. 아직 2인 게임 한 번밖에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고 평가내리기 어려워서 간단한 소감만 적어보고자 합니다.


첫 게임이긴 하지만, 나름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릎을 탁 치게 할만큼 경이적인 시스템이 있거나, Le Havre처럼 매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만드는 게임은 분명 아니지만, 중급의 전략 게임으로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선두에게 가중되는 패널티가 강력해서, 후발 역전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꽤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ssen 현장 순위에서도 꽤 상위에 있었던 만큼 나름의 검증은 되었을테니, 조만간 다시 한번 해보자고 졸라볼 생각입니다. (^^)
간만에, 정말로 간만에 아내와 오붓한(?) 게임 한 판을 즐길 수 있었다. 동영상도 촬영했는데, 편집을 할 줄 몰라서 좀 걸릴 듯.. 2시간이 넘는 걸 올릴 수는 없으니... -_-;;



10월 22일 오후 7시에 베를린을 출발한 우리 부부는, 별다른 연착 없이 도착 예정시각인 10시 30분 경 에센 중앙역에 도착했다. 베를린과는 달리, 24시간 교통체계가 수립되어있지 않은 에센은 밤 11시만 되면 거의 대부분의 대중교통수단이 끊기게 된다. 서둘러서 지하철인 U-Bahn으로 이동했지만, 에센 중앙역은 확장 공사로 인해 대부분의 출입구가 폐쇄된 상황. 우리가 나온 출구는 U-Bahn으로부터도 꽤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곳이라,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게다가 모조리 계단을 이용하여 상하 이동을 해야 했기 때문에,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온 몸이 쑤시고 뻐근한 상태가 되었다.

한국팀 일행과 23일 오전 8시 30분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7시에 기상을 했다. 하지만, 독일에 온 이후로, 베를린 이외의 곳에서 첫 장기 체류인지라, 생각보다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 결국 약속 장소에 도착한 건 약 3분 가량 늦은 8시 33분 경. 부지런한 한국팀은 벌써 행사장으로 떠났다고 한다. 다행히 호텔 매니저를 통해 약속된 물건을 인도받을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신경 써준 이근정 사장님을 비롯한 한국팀 관계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내키지 않는 에센행으로 인해 첫날부터 볼멘소리를 내고 있는 아내를 적당히 달랠 겸, 아침식사도 할 겸, 맥도날드에 들어갔다. 하지만, 전날 저녁에도 복통으로 숙면을 취하지 못한 상태인지라 아침시간에도 거의 먹을 수가 없었다. 겨우 어떻게 빵 한 모금 입에 물고 Messe에 도착한 건 거의 개장이 임박한 오전 9시 50분 경. 매표소와 출입문 부근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아무리 Messe 첫날이라고 해도 평일 오전인데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다는 건 보드게임에 대한 독일인, 그리고 세계인의 관심도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리라.

박람회장에 들어가자 사람들도 입장을 하고 있었다. 차례에 늦을까봐 허겁지겁 달려간 곳은....

1. 진정한 한철 장사 - Winsome Games.

긱을 통해 정보를 접한 바에 의하면, 에센 첫 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선착순 80명에 한해서 Wabash Cannonball의 확장을 비롯한 Winsome의 게임들을 판매하며, 이를 구매한 이들은 Queen Games에서 Wabash Cannonball을 재판한 Chicago Express를 5유로 할인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걸 알았기에, 개장하자마자 달려간 곳은 바로 Winsome Games의 부스였다. 역시 미리 확인한 정보에 따라 Winsome 부스인 10번 홀 66번 부스를 찾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결국 찾기는 찾았는데, 위치가 상당히 애매했기 때문이다. 정식 부스라기보다는 거의 귀퉁이 자투리 공간에 테이블 하나 놓고 벽면에 윈섬 특유의 로고인 "W"자만 덩그러니 붙여놨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1착으로 찾아간 곳인데, 실망으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선착순 80명은 이미 웹을 통해서 예약받은 사람들을 의미하는 거란다. 즉 당일날 선착순으로 도착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 그럼 왜 시간 제한을 두었느냐고 물었더니, 12시까지 오지 않는 사람들의 물량은 다른 사람들에게 판매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즉, 본인이 Winsome게임을 구하기 위해서는 12시까지 기다렸다가, 누군가가 예약해놓고 구매하러 나타나지 않았기를 바라는 것 뿐. 왜 이렇게 소량을, 그것도 예약한 사람들로만 한정해서 판매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나마 유럽에 사는 게이머들을 배려해서 하는 거라는 답변만을 들을 수 있었다. 자사 게임들이 소량에, 북미 한정으로만 판매하고 있었더니 유럽의 게이머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쳤고, 그래서 작년부터 이러한 방식으로 유럽 게이머들에게도 선보이는 거란다. 고작 80카피만을... 그래서 내년에 나올 것을 미리 예약하는 자리이기도 한다는데, 내년에 에센에 갈지 어떨지 알 수 없는 상황인지라, 그냥 고개를 저었다. 값도 절대 저렴하지 않은데...

어쨌거나 12시에 다시 찾아오기로 하고 발길을 돌려, 다른 게임 부스를 찾았다. 그리고 이런저런 일들로 시간이 12시가 다가와서 허겁지겁 다시 Winsome 부스를 찾았는데... 놀랍게도 테이블을 철수하는 중이었다!!!

예약했던 80명은 모조리 다 와서 구매를 했고, 자기들은 이번 에센에서 모든 볼 일을 마쳤기 때문에 철수한다는 것이다. 행사는 모두 나흘인데, 첫째 날 딱 2시간만 열고, 철수를 한다는 게 놀라웠다. 그리고 왜 그들이 그렇게 좁아터진 귀퉁이에 테이블 하나만을 두었는지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이 판매했던 게임이 기억하기로 8~90 유로였었는데, 단 두 시간만에 6~7,000유로를 후딱 거두어가고 바로 자리를 뜬 그들. 진정한 한철 장사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추후 사진 및 추가 내용 업데이트 예정)
무척 더운 날이었다. 최근 반바지에 민소매를 입고 다니던 필자지만, 나름 "파티"라는 이름을 걸고 초대받은 것이라, 차마 그렇게는 참석하지 못할 것 같아, 간만에 긴 바지를 입고 길을 나섰다. 여담이지만, 귀가하고 보니, 엉덩이와 등 쪽에 잔뜩 땀띠가 났었으니, 정말 더운 날이었다.

이렇게 더운 날 찾아간 곳은, 필자가 학창시절을 보냈던 동네. 아주 잠깐 회상에 잠길 시간을 허락 받을 줄 알았지만, 재개발과 시간의 무게 덕분에 과거와의 연결고리는 많이 옅어져 있었다.

인텔의 블로거 파티. B2C보다는 B2B가 더욱 중요할 것 같은 인텔이 업체 관계자가 아닌 블로거를 초대하는 것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일반 CPU도 아닌 노트북 프로세서니, 더더욱...

오히려 발상의 전환을 통한 홍보효과를 노린 것일까? 어쨌거나, 밥을 먹었으니 밥값은 해야 하는 것이 인지 상정. :) 센트리노 2가 탑재된 노트북은 살지언정, 센트리노 2를 직접 구매할 일은 없는 필자지만, 신제품 발표회에 참석한 소감을 간단하게나마 남겨본다.

우선, 장소와 행사 준비 등은 꽤 만족스러웠다. 식사의 주력 메뉴가, 필자는 전혀 손도 대지 않는 해산물이었다는 점이 좀 불만스러웠지만, 그거야 필자 사정이고... 얼리아답터들을 진두지휘하는 블로거들을 상대로, 다양한 방송장비를 통한 인터넷 생중계의 시도는 꽤 신선했다. 그리고, PT준비들도 나름 괜찮았고... 무엇보다 진행을 맡으신 블로거 "그만"님의 맛깔스러운 입담은, 자칫 경직되기 쉬운 신기술 발표회장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후기로 남겨줄 듯한 덕담일테고, 진짜 밥값을 하려면 쓴 소리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 조금 아쉬운 점에 대해서 언급한다.

우선, 나름 센트리노2의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기존 제품과 비교 시연을 한 것 같은데, 여기서 미흡한 점들이 많이 나타났다. 게임에서의 초당 프레임 수(fps)를 비교하기 위해, 양쪽의 노트북을 보여주었는데, 대상이 된 WoW는 그 초당 프레임수의 차이를 체감하기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차라리 현장감을 좀 줄이더라도, 차이점을 체감하기 적당한 영상을 준비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그리고, 일반 어플리케이션 퍼포먼스는 다소 억지스러웠다. 두 노트북에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진행시켜서, 소요시간과 소모 전력을 비교한 데모는, 우선 변인통제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령, 신형 테니스 라켓의 성능을 강조하려면, 구형과 신형의 라켓을 쓰는 동일인, 최소한 동급의 실력을 가진 이들의 시합을 통하는 것이어야 설득력을 가진다. 그런데, 신형 라켓을 쓰는 로저 페더러와, 구형 라켓을 쓰는 필자의 시합을 통해 신형 라켓의 우수성을 설명하려면, 이것이 라켓의 우위에 따른 결과인지, 선수의 기량차이인지 구별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비교 대상의 CPU는 화면상에 나타난 자료에 의하면, 코어 듀오와 코어 2 듀오. 센트리노와 센트리노2의 차이가 이 둘의 차이와 같다면, 이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아쉽게도 필자에게 질문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두 CPU의 클럭 차이는 꽤나 확연했다. 1.X GHz 대의 구형과 2.X GHz대의 신형을 비교한 것이었으니, 동일 코드명의 CPU를 비교해도 퍼포먼스의 질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 이를 통해 신기술의 우수성을 설명하려고 했으니,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소모전력에서도 단위의 선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양자간의 소모전력을 비교하기 위해 선택한 단위는 mWh (밀리와트시), 즉 총 소모 전력이다. 당연히 속도가 느린 CPU에서는 작업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인데, 전력량에 시간을 곱한 밀리와트시 단위를 쓴 건, 수치의 차이를 현격하게 벌려서 성능의 차이를 실제 이상으로 과장하고자 하는 의도가 들어간 꼼수로 보였다. 진정으로 소모전력의 우위를 말하고 싶었다면, 단위 시간 당 소모 전력량, 즉 소요 시간으로 나눈 값을 단위로 택했어야 하지 않을까? 만일 그랬다면, 실제로 행한 데모 값보다 수치상으로는 차이가 줄어들겠지만, 그래야 과학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실험이라고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분명 센트리노2가 기존의 프로세서보다 더 나은 성능을 가진 제품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과장하려다보니 오히려 필자에겐 좋지 않은 느낌을 안겨준 비교PT가 되었다. 아쉬운 점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블로거들을 좀 과소평가하는 듯한 멘트들이 좀 거슬렸다. 블루레이에 대해 잘 모를 것이라는 등, 궁금할테니 한번씩 만져보라는 등의 멘트는, 전술한 바와 같이 얼리아답터들을 진두지휘하는 블로거들에겐 모욕으로 들릴 수 있는 것들이었다. 실제로 현실적인 금전의 문제로 그다지 얼리아답터라고 할 수 없는 필자조차도, 블루레이와 HD-DVD, 802.11n은 매우 익숙하고 자주 접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다소 까칠한 논조의 후기지만, 항상 좋은 말만 써주는 관계자들만 초청하는 일반 발표회가 아니라,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가진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한 발표회니까, 이런 것을 오히려 기대하지 않았을까 하여 쓴 글이니,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쨌거나, 밥값은 이만 하면 된 것 같고, 까딱하면 아내의 등떠밀림에 휘말려, 물욕에 사로 잡혀 가무를 선보이는 한 30대 가장의 추태를 보일 뻔 했는데, 이를 면한 것은 참 다행인 것 같다.


사탕발림님과 스코틀랜드의 망치(Hammer of the Scots)를 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항상 전쟁게임(War Game)에 대한 강한 미련을 갖고 있었는데, 비로소 체험을 하게 되는군요. 일전에도 배틀로어 등은 해보았지만, 정통 전쟁 게임이라고 보기엔 다소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지요.

게임의 배경은, 아시다시피, 스코틀랜드입니다. 정확하게는 영화 용감심장(BraveHeart)이며, 영화의 주인공인 윌리엄 월러스도 이 게임에 등장합니다. (등장하는 정도가 아니라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요.)

게임의 승리조건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전쟁 게임과는 달리, 전멸이나 병력 상의 압도가 아닌, 차지한 귀족 수였습니다. 즉, 스코틀랜드 안에서도, 독립파와 친영파로 갈려져 있는데, 스코틀랜드가 독립하기 위해서는 과반이 넘는 귀족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반대로 잉글랜드는 친영파 귀족들을 기반으로 스코틀랜드의 통치를 공고히 해야 하는 것이네요.

지도를 펼치고 나니, 자연스럽게 제가 스코틀랜드를 맡게 되었습니다. 침략군인 잉글랜드는 사탕발림님의 몫이었구요.

스코틀랜드의 입장에서 보면, 시작이 참으로 암울했습니다. 본디 병력이라는 것은 집중의 원칙에 입각하여 운용하는 것인데, 스코틀랜드의 병력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잉글랜드의 세력이 자리 잡고 있었거든요. 특히나 월러스가 이끄는 스코틀랜드의 주력부대(Fife에 위치한 3개 군단)는 사면초가의 형국이었습니다. 사방이 모두 잉글랜드의 병력으로 포위된 상태였으니 말이죠. 월러스가 봉기하게 된 계기가, 영주의 초야권 때문이었으니, 사실 뭔 준비를 하고 봉기를 했겠습니까? 그냥 동네 주민들에게 쟁기 들고 따라오라고 한 거였겠지요. 그러니, 이해할만도 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북쪽의 머레이, 남쪽의 부르스와 캘러웨이가 월러스의 봉기에 호응해주어서, 잉글랜드의 병력이 월러스에게 집중하는 걸 막아주었다고나 할까요.

어쨌거나, 시작하는 스코틀랜드가 암울했다는 것은 변함이 없는 사실입니다.

잉글랜드군은 겨울 나기를 위해 보병을 제외한 전 병종이 철수를 해야한다는 핸디캡을 가지고 있지만, 새로이 증원되는 부대는 항상 전투력 만땅을 채우고 들어온다는 유리함을 안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군은, 새로 증원되는 병력의 전투력이 매우 허약하다는 핸디캡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겨울이 지나도 지역이 허락하는 한, 부대가 잔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각 진영의 전술이 어때야 하는지 감이 옵니다. 정규전을 지향해야 하는 잉글랜드 군과 비정규전으로 가닥을 잡아야 하는 스코틀랜드군이지요.

하지만, 본인은 본래 비정규전, 즉 게릴라 전을 그다지 즐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배후의 위협부터 차근차근 제거해 가며 병력을 집결시키는 전술로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스코틀랜드가 지향해야 하는 전술에 위배되는 전술을 펼친 덕분에 초반에 심하게 고전해야 했습니다.

무슨 의미냐 하면, 일단,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에 비해 척박한 영토가 많습니다. 대규모 부대가 겨울나기를 하려면, 해당 영지의 보급능력이 받쳐줘야 하는데, 그런 옥토는 대부분 남쪽, 잉글랜드군이 점령한 지역이거든요. 덕분에 첫 해에 몇 개 부대는 강제 해산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밥 없다. 고향 가라~.”가 된 것이죠. 흑흑~

첫 해의 삽질로, 병력의 분산 배치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고 나서, 이후 부터는, 겨울이 다가오면 전 병력을 분산 시켜서, 스코틀랜드 특유의 자투리 부대 대량 육성을 시도했습니다. 나름 이 전술이 주효하면서, 스코틀랜드의 파란 물결이, 지도의 80% 이상을 뒤덮는 순간까지 왔습니다.

그러다,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했습니다. 월러스의 근거지인, selkirk숲은, 숲 특유의 지형적 특징으로 인해, 대규모 부대의 투입이 곤란한 곳입니다. 그곳에 월러스가 혼자 조용히 게릴라전을 수행하였으니, 에드워드 1세가 이끄는 대 부대도 별 힘을 쓰지 못하던 것이지요.

약 6개 군단을 투입하고도 허탕을 쳤던 잉글랜드군은 새로운 전술을 구가합니다. 바로 “유인전술.” Selkirk 숲 남쪽에 2개 군단을 배치해놓은 잉글랜드군을 만만하게 본 월러스가 부르스 가문을 이끌고 공격을 시도하는데, 이 부대가 너무나 충격적인 전과를 거둡니다. 3개 주사위 모두가 1이 나오는 기여을 토한거죠. 참고로 주사위 숫자가 낮을 수록 전과가 좋습니다. 대부분의 병종이 1~2일 때 성공이고, 엘리트 유닛들이 1~3일 때 성공을 거둡니다. 1이 3개가 나왔다는 것은 치명타지요. 1/27의 확률이 적중해버린 겁니다.

그렇게 월러스가 비명횡사하면서 전역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뀝니다. 남부의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게릴라 전은 흐지부지 끝나게 되지요. 결국 남부를 이끌던 부르스 가문도 잉글랜드에 포섭이 됩니다.

스코틀랜드에 많은 귀족들이 있지만, 귀족은 2개의 파벌로 나뉩니다. 그 하나가 부르스 가문이고, 나머지 하나는 코뮌 가문이지요. 스코틀랜드에 왕이 등장 하면, 한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 이 두 가문 가운데 하나가 됩니다. 그러면, 다른 파벌은 모두 잉글랜드 쪽에 붙어버리는, 독립보다 파벌과 권력다툼이 더 중요하다는 현실을 담고 있는 장면이 연출이 됩니다.

남부의 부르스 가문과 북쪽의 코뮌 가문을 모두 잉글랜드에 뺏긴 본인은, 대관식을 할 수 있는 조건이, 프랑스 출신 가문(밸리얼)을 통한 것만 남아있었고, 그마저도 대관식을 하려면 이벤트 카드가 나와야 하는데, 무려 4년동안 단 한 장의 이벤트 카드도 들어오지 않는 풍전등화의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월러스도 없고, 코뮌도, 부르스도 없는데, 왕도 세울 수 없는 위기 상황.

한 때 국토의 80%를 수복했었지만, 다시금 심하게 밀리기 시작한 스코틀랜드군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소규모 부대의 게릴라 전술로 전세를 힘겹게 유지시켜 나갑니다.

때는 바야흐로, 마지막 해. 게릴라 전술이 적중하면서 다시금 세를 역전 시킨 스코틀랜드군에 대관식 조건이 갖춰지게 됩니다. 코뮌 가문을 탈환한 것이지요. 하지만, 코뮌 가문이 스코틀랜드 왕위를 차지할 경우, 부르스 파 귀족들은 모두 반기를 들 상황. 제게 부르스파 귀족들이 모두 3가문 있었습니다. 너무나 간절히 바랬던 스코틀랜드 왕이었기에, 이들의 반역에 따른 후폭풍을 최소화 하기 위해, 이들을 사실상 가미가제로 써버립니다. 이왕 반역할 것들이라면, 상대의 전력이라도 감소시키는데 쓰려고 했던 것이지요. 그와 동시에 북부의 전 병력을 소집하여, 왕의 대관식에 맞추어 최대 규모의 군단을 편성하며, 화끈한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지요. 승리 조건은 병력 수가 아니라, 자기편 귀족의 수라는 사실을... 마지막 해에 접어들 시점에 제가 귀족의 수에서 사탕발림님보다 4명이 더 많았었는데, 가미가제로 2명을 헌납하는 바람에 동수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게다가 대관식 준비하느라, 이동력을 모두 소진한 상황. 한바탕 혈전을 벌여보고자 했던 저의 꿈은 수포로 돌아갔고, 이제 운명은 [귀족 전향] 이벤트를 통한 일발 역전만 남은 상태.

귀족 전향 이벤트는 사실 성공확률이 다소 높습니다. 1~4의 주사위 결과가 나오면, 상대 귀족을 포섭하는데 성공하는 것이고, 5~6이 나오면 실패하는 겁니다. 2/3인 셈이지요. 하지만, 이날 게임에서 모두 5차례 이 이벤트가 시도되었는데,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섯 번 째 시도가 바로 이 마지막해 마지막 명령이었습니다.

귀족 수에서 동률인 채로 끝이 난 양 진영. 이 경우, 윌리엄 월러스의 생사를 통해 승패를 가늠합니다만, 월러스는 게임 중반, 유인 전술에 걸려, “프리덤”이라는 먼 옛날의 여성용품 이름을 외치며 횡사한 상태.

결국 사탕발림님의 승리로 이날의 잉-스 전쟁을 마쳤습니다.

게임은, 양군이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니고도 매우 균형이 잘 맞는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정규전 위주의 잉글랜드와 비정규전 위주의 스코틀랜드군. 병종도 다르고, 지형도 서로 다릅니다만, 절묘할 정도로 균형을 잘 맞춰서,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더군요. 게임의 부분만으로 보면 분명 일진 일퇴의 상황이 있습니다만,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호각지세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본격 전쟁 게임으로는 사실 상 처음 맛보는 게임이지만,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긴 Hammer of the Scots. 시간도 그리 많이 안 걸리니까,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꼭 돌려보고 싶은 게임이네요.

전쟁 게임 초보자인 제게, 설명도 잘 해주시고, 함께 해주신 사탕발림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본인의 망설임의 결과로, 일리노이 센트럴의 자본은 1000불에서 100불로 1/10이 되었지만, 그래도 5짜리 열차를 소유하게 됩니다. 게다가 다음 경영회전에서 잘만 하면, 최종 노선 운행이 가능해 보이더군요. 최종 노선은 게임 내 단 한 번 이루어지며, 이의 수익금은 두 배가 됩니다. 아주 매력적이지요. 그래서 잠시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바로 직후에 리키마틴님의 선로 딴지를 당하게 됩니다. 최종 노선 운영에 결정적 차질이 생겨버린 겁니다. 결국 본인은 다음 주식 회전에서 곧바로 주식을 털어버리고, 회사는 Twinkrystal의 손으로 넘어갑니다. 망해가는 회사 넘겼다고 Twinkrystal로부터 무척이나 따가운 시선을 받았지만, 사실 곳곳에 제 망설임이 묻어있었기 때문에, 회사는 제법 잘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망설임의 결과로 제 주력회사였던 벌링턴 노선은 다음 경영회전에서 곧바로 열차를 몽땅 털리는 비극적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신규열차가 등장할 때, 종종 구형 열차가 폐기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 결과 열차가 한 대도 없는 회사가 나타나는데, 운행 가능한 노선이 있는 회사가 열차를 갖지 못한 경우, 해당 회사는 강제로 열차를 구매해야 합니다. 회사 자금이 부족한 경우, 경영자의 사재(私財)까지도 끌어다 써야 하는 경우가 생기며, 이 결과로 개인이 파산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무시무시하지요? 그리고, 바로 본인이 경영자로 있는 벌링턴 노선이 바로 그와 같은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벌링턴 노선은 열차 구매 비용으로, 본인의 사재를 거의 500불 가량 끌어다 쓰게 됩니다. 말이 500불이지, 배당금으로 500불을 챙기려면 본인이 지분 60% 가량을 가지고 있는 벌링턴 노선으로 거의 10회 가량의 전액 배당을 해야만 생기는 금액입니다. 나름 잘 나가고 있던 본인으로서는 거의 재기 불능의 치명타를 입어버린 셈이지요. 게다가 열차 구매는 경영회전의 가장 마지막에 하는 것이므로, 해당 경영회전에서는 수익이 제로(zero)가 됩니다. 배당금이 없는 건 물론이고, 주가 또한 하락을 면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엎친 데 덮치고, 겹치고, 쌓여서 쥐포가 된 꼴이랄까요.

게임 후반에 새로이 출범시킨 회사(산타페)가 최종노선 운행을 하며 막대한 배당금을 남겼지만, 그마저도 민마님과 50:50으로 반분하는 바람에, 땀만 흘리고 실속은 그다지 챙기지 못하는 등, 호재는 피하고 악재는 정면으로 들이받는 삽질만 연속으로 하게 됩니다. 여담이지만, 민마님은, 경영 중인 회사는 연속 잭팟이 터지고, 차대주주였던 회사에서도 막대한 배당금을 안겨주면서 1등의 기반을 다지게 됩니다.

한편, 잠재력은 지녔지만, 일단 현재로서는 그닥 좋지 못한 일리노이 센트럴을 울며겨자먹기로 끌어안은 Twinkrystal은, 본래 주력하던 회사보다 새로이 떠안은 회사에 더욱 신경을 쓰는 바람에, 나름 블루칩이었던 GM&O의 지분을 조금 잃게 됩니다. 그녀의 투철한 희생정신에 힘입은 일리노이 센트럴은 다시금 정상적 운영의 기틀을 잡아갑니다만, 정작 Twinkrystal은 60%를 넘는 지분을 보유한 회사가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지요.

결과적으로 이번 게임에서의 먹튀는 한 자나, 당한 자나 모두가 구정물을 뒤집어 쓴 꼴이 되었습니다. 여담이지만, 과거 1830에서 악성 기업 떠넘기고, 우량 기업 끌어안은 전심님의 화려한 먹튀 센스는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스킬인가 봅니다.

게임은 은행의 파산으로 종료조건을 맞이하게 됩니다만, 은행 파산이 임박한 것도 모르고, 무리하게 사세 확장을 했던 기업들이 몇몇 있었기 때문에, 만일 은행 파산이 늦춰져서 경영회전을 추가로 3회 가량 했더라면, 순위가 조금은 바뀌었을 겁니다. 어쨌거나, 1등은 민마님이 차지하셨고, 화려한 주식 경영의 테크를 선보이신 리키마틴님이 2등, 성실 경영의 표본을 보여주신 수풀에돌님이 3등을 차지하셨습니다. 먹튀로 자멸한 제가 4등, 무경영주의를 실천하신 민샤님이 5등, 그리고, 먹튀를 간신히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에의 준비를 마치자 마자 게임이 끝나버리는 바람에 6등을 차지한 건 Twinkrystal이었지요.

게임은 거의 12~13시간에 걸쳐서 진행되었습니다. 1870은 이번이 두 번째 게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간중간 규칙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더군요. 그리고 워낙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게임이라, 혹시라도 나중에 다시 하게 된다면, 단 한 번에 끝을 보기 보다는 2~3회 정도 분할하여 게임을 진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대부분 30대인 멤버들의 특성 상, 지금도 그렇지만, 이제 점점 스테미너의 한계를 느끼게 될테니 말이지요.

어쨌거나, 매우 인상적인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을 끝내고 다음 날까지도 머릿속에 철도가 그려질 정도로 진한 여운을 남기는 게임이네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또 한번 꺼내어서 돌리자고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