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망설임의 결과로, 일리노이 센트럴의 자본은 1000불에서 100불로 1/10이 되었지만, 그래도 5짜리 열차를 소유하게 됩니다. 게다가 다음 경영회전에서 잘만 하면, 최종 노선 운행이 가능해 보이더군요. 최종 노선은 게임 내 단 한 번 이루어지며, 이의 수익금은 두 배가 됩니다. 아주 매력적이지요. 그래서 잠시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바로 직후에 리키마틴님의 선로 딴지를 당하게 됩니다. 최종 노선 운영에 결정적 차질이 생겨버린 겁니다. 결국 본인은 다음 주식 회전에서 곧바로 주식을 털어버리고, 회사는 Twinkrystal의 손으로 넘어갑니다. 망해가는 회사 넘겼다고 Twinkrystal로부터 무척이나 따가운 시선을 받았지만, 사실 곳곳에 제 망설임이 묻어있었기 때문에, 회사는 제법 잘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망설임의 결과로 제 주력회사였던 벌링턴 노선은 다음 경영회전에서 곧바로 열차를 몽땅 털리는 비극적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신규열차가 등장할 때, 종종 구형 열차가 폐기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 결과 열차가 한 대도 없는 회사가 나타나는데, 운행 가능한 노선이 있는 회사가 열차를 갖지 못한 경우, 해당 회사는 강제로 열차를 구매해야 합니다. 회사 자금이 부족한 경우, 경영자의 사재(私財)까지도 끌어다 써야 하는 경우가 생기며, 이 결과로 개인이 파산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무시무시하지요? 그리고, 바로 본인이 경영자로 있는 벌링턴 노선이 바로 그와 같은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벌링턴 노선은 열차 구매 비용으로, 본인의 사재를 거의 500불 가량 끌어다 쓰게 됩니다. 말이 500불이지, 배당금으로 500불을 챙기려면 본인이 지분 60% 가량을 가지고 있는 벌링턴 노선으로 거의 10회 가량의 전액 배당을 해야만 생기는 금액입니다. 나름 잘 나가고 있던 본인으로서는 거의 재기 불능의 치명타를 입어버린 셈이지요. 게다가 열차 구매는 경영회전의 가장 마지막에 하는 것이므로, 해당 경영회전에서는 수익이 제로(zero)가 됩니다. 배당금이 없는 건 물론이고, 주가 또한 하락을 면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엎친 데 덮치고, 겹치고, 쌓여서 쥐포가 된 꼴이랄까요.

게임 후반에 새로이 출범시킨 회사(산타페)가 최종노선 운행을 하며 막대한 배당금을 남겼지만, 그마저도 민마님과 50:50으로 반분하는 바람에, 땀만 흘리고 실속은 그다지 챙기지 못하는 등, 호재는 피하고 악재는 정면으로 들이받는 삽질만 연속으로 하게 됩니다. 여담이지만, 민마님은, 경영 중인 회사는 연속 잭팟이 터지고, 차대주주였던 회사에서도 막대한 배당금을 안겨주면서 1등의 기반을 다지게 됩니다.

한편, 잠재력은 지녔지만, 일단 현재로서는 그닥 좋지 못한 일리노이 센트럴을 울며겨자먹기로 끌어안은 Twinkrystal은, 본래 주력하던 회사보다 새로이 떠안은 회사에 더욱 신경을 쓰는 바람에, 나름 블루칩이었던 GM&O의 지분을 조금 잃게 됩니다. 그녀의 투철한 희생정신에 힘입은 일리노이 센트럴은 다시금 정상적 운영의 기틀을 잡아갑니다만, 정작 Twinkrystal은 60%를 넘는 지분을 보유한 회사가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지요.

결과적으로 이번 게임에서의 먹튀는 한 자나, 당한 자나 모두가 구정물을 뒤집어 쓴 꼴이 되었습니다. 여담이지만, 과거 1830에서 악성 기업 떠넘기고, 우량 기업 끌어안은 전심님의 화려한 먹튀 센스는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스킬인가 봅니다.

게임은 은행의 파산으로 종료조건을 맞이하게 됩니다만, 은행 파산이 임박한 것도 모르고, 무리하게 사세 확장을 했던 기업들이 몇몇 있었기 때문에, 만일 은행 파산이 늦춰져서 경영회전을 추가로 3회 가량 했더라면, 순위가 조금은 바뀌었을 겁니다. 어쨌거나, 1등은 민마님이 차지하셨고, 화려한 주식 경영의 테크를 선보이신 리키마틴님이 2등, 성실 경영의 표본을 보여주신 수풀에돌님이 3등을 차지하셨습니다. 먹튀로 자멸한 제가 4등, 무경영주의를 실천하신 민샤님이 5등, 그리고, 먹튀를 간신히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에의 준비를 마치자 마자 게임이 끝나버리는 바람에 6등을 차지한 건 Twinkrystal이었지요.

게임은 거의 12~13시간에 걸쳐서 진행되었습니다. 1870은 이번이 두 번째 게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간중간 규칙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더군요. 그리고 워낙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게임이라, 혹시라도 나중에 다시 하게 된다면, 단 한 번에 끝을 보기 보다는 2~3회 정도 분할하여 게임을 진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대부분 30대인 멤버들의 특성 상, 지금도 그렇지만, 이제 점점 스테미너의 한계를 느끼게 될테니 말이지요.

어쨌거나, 매우 인상적인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을 끝내고 다음 날까지도 머릿속에 철도가 그려질 정도로 진한 여운을 남기는 게임이네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또 한번 꺼내어서 돌리자고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