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의 메카와도 같은 곳, 에센을 다녀왔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으로 참석하였으므로, 어느 정도 익숙해질만도 한데, 이번에도 역시 귀가 직후 몸살과 목감기를 지독하게 앓고 있습니다. 작년에 하도 고생을 해서 이번에는 일정도 좀 느슨하게 잡고, 짐들도 우편으로 부쳤는데, 피로의 누적은 피할 수가 없었나 봅니다.
현재도 고열과 인후통으로 신음하고 있지만, 가만히 누워있기엔 너무 심심한지라,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1. 점점 더 커지는 규모
작년에도 느낀 것이지만, 참석인원이 어마어마합니다. 1~2일차는 평일이므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완전한 오판이었습니다. 물론 주말에 더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은 사실이지만, 평일에도 만만치 않은 인원이 북적거렸습니다. 물론 독일인이 가장 많이 참석했겠지만, 외국 사람들도 많이 참석한 모양입니다. 실제로 저와 함께 게임했던 사람의 2/5 정도는 독일인이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부스에서 독어와 영어를 함께 구사할 수 있었습니다.
2. 인기 게임과 영문 게임은 조기 품절
독문 게임들은 제작사 뿐만 아니라 사전에 물량을 공급받은 쇼핑몰에서도 대량으로 현장 판매하기 때문에 어지간해선 품절이 잘 안 납니다. 하지만, 중소회사의 제품이나 영문 게임들은 꽤 빠른 속도로 품절이 나곤 합니다. 특히 Fairplay의 현장 순위가 본격적으로 발표가 되기 시작하면 상위권 게임들은 판매 속도가 남달라집니다. 그게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면 더더욱 품절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실제로 Fairplay의 2일차 오전 집계 때만 해도 순위에 없었던 Vasco Da Gama가 신데렐라처럼 1위, 그것도 2위와 엄청난 격차를 보이며 1위를 기록하자, 제작사인 What’s your game 사는 순식간에 가져온 물량을 다 팔아버렸습니다. 3일차 아침에 가보니 이미 품절이라고 하더군요.
마찬가지로 영문 게임의 소진 속도도 엄청납니다. 제작사가 미국에 있는 경우 독일에서는 쇼핑몰을 통해서 구하는 가격이 매우 비쌉니다. Rio Grande, FFG, Z-man, Mayfair 등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독일 쇼핑몰 가격은 에센 현장에서의 판매 가격보다 높게는 20유로 가량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지요. 충동구매를 자제하기 위해 조금 숙고를 했더니, Z-Man의 경우, 제가 노리고 있던 게임들은 2일차에 모두 소진이 되어버리더군요.
3. 양극화
인기 부스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체험할 기회조차 잡기 어려운 반면, 비 인기 부스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멀뚱하게 쳐다보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일본 회사의 부스에서 이같은 모습을 종종 목격했는데, 아예 사람들이 없으니까, 저도 가서 물어보기가 머뭇거려지더군요.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 부스는 에센 기간 내내 북적거렸다는 겁니다. 좋은 성과가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4. 몇 가지 팁
- 박람회장이 무척 규모가 크기 때문에 계획을 세워서 돌아보지 않으면, 체력만 낭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12번 홀의 프레스 룸 앞에서 신문 한 장을 챙기면, 참가 업체 현황과 위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방법으로 구석에 숨겨져 있던 관심 게임을 찾아서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 해보고 싶은 게임이 있으면 끈기 있게 기다려야 합니다. 어디에서나 줄을 서는 게 습관처럼 되어있는 독일인들은 조금 기다렸다가 자리가 나면 곧잘 게임을 하곤 합니다. 빈 자리가 없어도 좀 기다려보거나, 그냥 바닥에서 깔고 게임을 해도 됩니다. 실제로 이번 에센 박람회에서 처음 한 게임은 바닥에 깔고 진행했던 Finca였습니다.
- 목소리를 아껴야 합니다. 평소 조용하게 말하는 독일인들이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실내에 모여있기 때문에 소음이 작지 않습니다. 그래봐야 서울 명동 거리에는 한참 못 미치겠지만, 어쨌거나 너무 소리를 높이면 목을 상할 수 있습니다. 저도 에센 1일차에 만난 한국 분들과 몇 마디 나눈 탓인지, 기관지를 좀 상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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