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서울 나들이를 나갔다. 그것도 버스로...

그런데, 나가려고 준비하다보니 이것저것 꼬이는 게 많다. mp3p가 말썽을 부렸고, 대신해서 휴대전화에 mp3를 넣었더니, dcf로 변환하지 않아서 재생이 안되는 거였다. 결국 pda에 넣었던 "비밀번호 486"만 실컷 들으면서 서울에 들어갔다.

그나저나, 버스만 타면 멀미를 하는 게 내가 잘못된 것일까? 하긴 아내도 멀미를 호소하는 걸 보니, 우리가 그동안 버스를 안타긴 했나보다. 하지만, 멀미를 안해도 좋을만큼 편안하게 운전하는 버스를 한국에서 타는 건 불가능한 일인가보다.

도착한 곳은 강변역. 테크노마트 지하에 위치한 뉴욕식 중화요리점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사실 아내가 원했던 곳이기도 했다. 좀 웃기는 건, 미국에서는 중화요리는 거의 패스트푸드 수준의 값싼 식사인데, 여기선 비슷한 걸 먹으려면 꽤 돈을 챙겨가야만 한다. 적어도 외식비만큼은 미국을 앞지르고 있는 것 같다. 다른 걸 앞지를 것이지...

우리 부부가 데이트라고 하면 뭐 별 게 없다. 음식점이나 카페, 또는 서점이나 옷가게가 거의 갈 수 있는 장소의 전부이다. 간혹 공원 산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는 엄두를 내기 어렵다.

식사 후 아내는 옷가게를, 나는 서점으로 향했다. 서로 헤어져서 각자 원하는 걸 하는 데이트다. 내가 옷가게에 따라가면 무척이나 지루해하고 피곤해 하기 때문에 오랜 경험에서 나온 하나의 방책이다.

아내가 옷을 많이 사는 편은 아닌데, 길을 가다가 옷가게가 나오면 그냥 지나치기 힘든 모양이다. 이날도 한참을 둘러보고 입어보고 하더니 결국 빈손으로 돌아나왔다. 이런 걸 보면, 돈을 좀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식사 중에 보드엠에서 모임이 있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흘렸는데, 아내가 흔쾌히 가자고 말한다. 물론 실제로 가게 된 건 아내의 승락이 있은 후로부터 거의 3~4시간이 흐른 뒤였다.

보드엠에는 MANN님이 먼저 와 있었다. 사실 토요일에 시간이 난다고 거의 일주일 전에 연락을 주었는데, 사정상 보류를 했었다. 마침 서울 나들이 행선지에 보드엠이 추가되자 곧바로 연락을 넣었고, MANN님은 보드엠에 도착한 상태였다.

너무 느즈막이 도착한 터라, 한 게임 정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Brass를 원했고, 아그리콜라에 푸욱 빠져있는 아내는 마침 세팅이 막 끝난 아그리콜라에 참여하길 원했다.

이날의 Brass는 지난번의 사소한 오류를 잡은 이후로 처음인 완전한 컨디션의 게임이 되었다. 사실 Brass는 처음 하는 사람이 감을 잡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게임인지라, 함께 했던 또지니님과 보드엠 사장님께 너무 큰 점수차로 이겨버렸다. 그래도 두 분 모두 100점을 가뿐히 넘겼기 때문에 다음 기회엔 호각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Brass는 한 번 정도 해야지만 감을 잡는 게임인데 말이다.

날이 많이 추워졌다. 배도 고프고 해서 음식점을 찾았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고 한참을 돌아다닌 후에야 작은 분식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 정말 맛없는 음식을 먹게 되었다. 살다보면 참 기분이 안 좋은 경우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인 상황이었다. 아주 배고픈 상황에서 맛없고 양많은 음식을 먹은 경우. 그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겪게 되어서 이 날의 마무리는 그리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