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을 즐기다보면, 간혹 손재주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손재주를 늘려나가다 보면, 수제(hand-made) 게임을 만들기도 하지요.

그런데, 엄연히 상용으로 판매되는 게임들을 이처럼 직접 만드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불법 복제에 해당하는 겁니다. 다만 이걸 상업적으로 활용하시지 않는 이상, 제작사에서 문제 삼지 않을 뿐이지요.

하지만, 이 너른 보드게임 세상에서는 수제만이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게임들도 꽤 많습니다. BGG에서는 이른 바, "print and play"라는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있지요.

http://www.boardgamegeek.com/boardgamecategory/1120

대부분 지명도가 다소 떨어지는 디자이너들이 자신이 제작한 게임을 출판, 유통시키기엔 부담이 되므로, 그 위험을 낮추면서 널리 전파하고자 하는 의도로 PnP 게임들을 만들기도 하지만, 나름 유명한 디자이너들도 간혹 PnP 게임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좋은 반응을 거둔 경우, 출판사와 계약하여 게임을 출시하기도 합니다. 전자의 경우 Tilsit에서 나온 히말라야가 해당이 되겠고, 후자의 경우 미하엘 샤흐트의 Rat Hot이 해당되겠네요.

하지만, 나름 상용 출판하고 있던 게임이 공개되는 매우 드문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 희소식으로 준비한 게임도 바로 이에 해당합니다. 바로 18EU입니다.

18XX시리즈는 정말 많은 게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게임들 만큼이나 디자이너들도 많지요. 여담입니다만,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십여 종의 18XX시리즈를 만든 디자이너가 있고, 그 중 한반도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도 있더군요.

http://www.boardgamegeek.com/boardgamefamily/19

그리고 그 많은 18XX만큼이나 PnP게임들도 많습니다. 18XX에 빠져들게 되면 공짜로 즐길 수 있는 게임들도 그만큼 늘어나므로, 이 또한 18XX의 재미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18XX에 심취하다보면 반드시 알게 되는 곳이 있습니다. "깊은 생각 게임즈"라는 곳입니다.

http://www.deepthoughtgames.com/#games

열혈 마니아 층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 수요가 많지 않은 18XX, 그 많은 게임들을 일정한 출판사에서 대량으로 생산했다가는 쪽박을 차기가 쉽지요. 그래서 18XX 시리즈 가운데 대량으로 생산된 게임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그리고, 판매 속도도 미진해서, 1995년 생산된 1856의 경우 최근에 와서야 쇼핑몰들이 재고를 소진했으며, 한국의 모 쇼핑몰도 악성 재고로 변해버린 1870을 1만원에 내어놓고 나서야 재고를 털어낼 수 있었지요. 열차 게임이라면 환장하는, 그리고 catan 팔아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Mayfair 였으니까 망정이지, 다른 제조사였다면, 그야 말로 용단 없이는 할 수 없는 모험이었을 겁니다.

이런 젼차로 어린 백셩이 '즐기고자' 홇빼이셔도 마참내 제 뜨들 실어 펴지 못할 놈이 한이라....

그래서 만들어진 곳이 "깊은 생각 게임즈"입니다. 게임을 주문자 취향대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주문 생산 방식이지요. 타일을 두툼하게 할 수도 있고, 증서를 코팅(라미네이팅)할 수도 있지요. 물론 추가금이 붙습니다.

이 곳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게임이 18EU라고 합니다. 배경은 유럽이고, 어지간한 유명한 유럽의 도시들은 지도 상의 지명으로 표기되어 있지요. 긱 평점에 따르면 가장 순위가 높은 18XX라는군요. 물론 이 긱리스트가 작성된 시점을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순위 변동이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꽤 인기 있는 18XX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겠지요.

http://www.boardgamegeek.com/geeklist/22189

그런데 이 게임이 공개된 겁니다. 물론 현재도 주문이 가능한 게임입니다만, 해당 게임의 Download 탭을 클릭하면, 수제 가능한 파일들이 주렁주렁 열려있습니다. 찾기 귀찮으신 분들을 위해 링크 올려드립니다.

http://www.deepthoughtgames.com/#games%2F18EU%2Fdownloads

이런 자료는 정말 희소식입니다. 이번에 룩아웃에서 출시한 1853 정도만 다를 뿐, 대부분의 18XX 게임들은 최근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구성물의 수준이 좀 떨어지거든요. 하지만, 손재주가 있으신 분들은 어지간한 출판용 18XX 보다 훨씬 고품질의 게임을 만드실 수 있으니까요. 지난번 한국 방문시 수풀에돌님으로부터 인수한 18AL은 당장 이베이에 올려놔도 전 세계의 18XX 마니아들이 군침을 흘리며 달려들만한 엄청난 품질을 자랑합니다.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해지는 게임이지요.

아참~! 여담입니다만, 룩아웃에서 트레샴의 인도 배경 18XX인 1853을 재구성해서 만들었습니다. 아그리콜라와 르 아브르의 일러스트를 담당했던 분이 새롭게 아트웍을 담당한 덕분에 18XX 치고는 아주 포근한 느낌이 들더군요. 가격이 다소 부담입니다만, 18XX의 아버지인 트레샴이 직접 디자인했고, 원판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게임의 재판인 만큼, 기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룩아웃.... 쿨럭~

18XX 입문용으로 아주 적절한 18AL이 공개 게임인데, 18AL로 18XX의 재미를 알게 되신 분이시라면, 이제 또 다른 공개 인기 게임인 18EU에 도전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이 공짜~!

p.s. 이번 에센에서 100유로를 한참 상회하는 금액으로 구매한 1825 시리즈는 놀랍게도 서로 호환되는 확장형 게임입니다. 즉, 유닛 1-2, 2-3, 1-2-3의 형태로 게임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이지요. 더불어 구매했던 지역 확장까지 붙이면 10명이 넘는 사람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터지려고 하는군요. 죽기 전에 한번은 해볼 날이 오겠지요?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