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FBI

펑그리얌님이 가벼운 게임으로 제시한 카드게임입니다. 페드럴 뷰로 오브 인베스티 어쩌고 저쩌고 하는 FBI의 원어는 박스 어느 구석에서도 찾을 수 없더군요. 핫핫~ 디자이너인 크라머 씨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나봅니다. 어쨌거나, FBI는 우리가 생각하는 FBI가 맞나봅니다. 범인을 찾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멀더 떠난 FBI는 자신이 외계인을 봤다고 하는 사람들까지도 닥치는대로 잡아들이는 수사기관이 된 모양입니다. 적지 않은 수의 선량한 시민들이 FBI의 손에 잡혔다가 풀려나곤 하니까요.

구성물은 정말 가볍습니다. 숫자와 색깔이 다른 카드들과 수갑카드, 그리고 체포 우선순위를 결정짓는 철창카드와 색상별 체포카드가 전부네요. 가벼운 게임인데 무거운 규칙이면 곤란하겠지요. 규칙도 매우 간단합니다. 숫자 카드들로 입찰하여 체포 순위를 정하고, 그 순서대로 용의자들을 체포하면 됩니다. 최종적으로 죄질 나쁜 죄인을 가장 많이 체포한 사람, 즉, 카드 숫자의 총합이 가장 높은 사람이 승리자가 되는 게임입니다. 별 거 아니지요? 그런데, 여기에 크라머 아저씨의 독특한 2가지 방식이 들어있기 때문에 게임의 재미는 배가됩니다.

일단 체포 순서는 입찰에 의해 정해지지만, 1인당 2명의 용의자를 체포하게 되는데, 이 순서는 지그재그 순서입니다. 즉, 1순위를 차지한 사람은 맨 처음 용의자를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갖지만, 동시에 가장 마지막에 용의자를 체포해야 합니다. 5인 게임의 경우 5순위로 체포하는 사람은 연속으로 2명을 체포하게 되겠지요. 이와 더불어 아래에 설명할 체포방식 때문에, 자신이 몇 순위를 차지할 것인지를 두고 꽤나 고심을 해야 합니다.

체포할 수 있는 용의자들은 각 라운드마다 10명씩 펼쳐집니다. 10명이 각 색깔별로 나란히 나열됩니다. 물론, 용의자들은 펼쳐진 순서대로 가져가야 하지요. 용의자들 가운데는 흉악범도 있지만, 선량한 시민들도 있습니다. 선량한 시민들을 게임 끝날 때까지 구금하고 있으면, 고스란히 마이너스 점수가 되니까, 되도록 안 가져 가는 것이 좋겠지요? 현재 테이블에 펼쳐진 카드들의 순서를 통해 몇 번째 순서의 경우는 어떤 카드를 가져갈 수 있는지 잘 파악하지 않으면 애꿎은 시민들을 잡아넣어야만 합니다. 고로 줄서기를 잘해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 어디서 많이 본 듯 하지요? 젝스님트의 줄서기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설명을 해주신 펑그리얌님이 지그재그 규칙에 대해 [재차 강조]하지 않으신 덕분에 모두가 1라운드에서는 엉뚱한 사람들을 잡아 가두어야만 했습니다. 제가 설명할 때는 중요 규칙을 [재차 강조]하지 않았다면서 음모론을 주장하시더니, 본인의 설명에는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카드게임은 한번만 말해도 됩니다.”

뭐 에러플로 몇몇 지인들의 게임을 방출의 길로 인도한 저로서는 별로 할 말이 없었지만, 그 1라운드의 아쉬움 때문에, 한번 더 하고 싶더군요. 게임의 순위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쿨럭~ 뭐 누군가 이겼겠지요. 아마도 설명하셨던 분일겁니다. 크핫핫~ 설명하고 1등하기는 이미 신공(神功)의 반열에 들었다면서요?

한번 더~!를 갈구하는 몇 몇을 외면한 채 카드를 챙기신 펑그리얌님은 이 날의 대박 게임을 꺼내들었습니다. 바로 우봉고입니다.

6. Ubongo
처 음 펑그리얌님의 블로그에서 이 게임의 구성물을 보면서 예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예쁜 구성물과 게임성의 상관관계는 아직 규명된 바가 없다는 생각에 크게 흥미를 갖지 않았었지요. 하지만, 이 날의 게임으로 저와 전심님을 비롯해 다른 이들의 가슴에 불이 붙었습니다. 이 게임은 게임 도중에 느긋하게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더군요. 당연히 사진 촬영은 못했습니다. 때문에 사진들은 펑그리얌님의 블로그에서 차용함을 미리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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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봉고는 정해진 조각들을 주어진 틀 안에 빨리 채우는 게임입니다. 얼른 채우고, 자기 말을 움직여서 해당 위치의 보석들을 가져오는 것이죠. 최종적으로 소유한 보석 가운데 단일 품목으로 가장 많은 수가 자신의 점수가 되고, 이를 통해 승자를 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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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에게 주어진 보드는 3개 또는 4개의 조각으로 주어진 틀을 채울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3개는 너무 쉽다면서 4개짜리로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심판이 주사위를 굴리면, 주사위에 표시된 그림에 따라 이번 보드에 넣을 4개의 조각이 정해지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맞춘 사람이 “우봉고~”를 외치고, 자신의 말을 최대 3칸까지 옮겨서 해당 칸의 보석을 2개 집어오면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가혹한 모래시계의 조건이 따라 붙습니다. “우봉고~”를 외친 다음 행동은 모래시계가 다 떨어지기 전에 완료해야 하는 것이죠. 아무도 “우봉고~”를 외치지 않은 상황에서는 모래시계가 몇 번이고 뒤집히지만, “우봉고~”가 한 번이라도 외쳐진 상황에서는 모든 이들에게 남은 모래가 다 떨어질 때까지의 시간만 주어지는 것이죠. 이 때문에, 퍼즐을 맞추고도 보석을 못 집어가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기 때문에, 마음은 조급해지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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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간 여유가 주어지면, 퍼즐은 별로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과 시간 제한이 주는 압박감 때문에, 그 쉬운 퍼즐도 왜 그리 안 맞춰지는지…. 간혹 답답한 마음에 “이거 맞출 수 없는 거 아냐?”라며 게임을 원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결국 모래시계가 다 떨어진 다음에는 딱 맞아 떨어지는 서글픈 퍼즐을 보게 됩니다. 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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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빨간 보석을 대량으로 쓸어가신 전심님이 1등을, 제가 2등을 차지했습니다. 펑그리얌님의 블로그에서 연세 지긋하신 분들도 우봉고에 매료되셨다고 하셨는데, 그럴 만 하겠더군요. “아직 국내에서는 구하실 수 없습니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리시는 펑그리얌님 덕분에 전심님은 해외구매의 주판알을 튕기고 계셨더랬죠. 저 같은 서민이야, 그냥 침이나 흘려야겠지만요.

7. 제노아의 상인

협 상게임의 걸작 제노아의 상인이 다음 게임으로 선택되었습니다. 이 게임이야 워낙에 잘 알려진 게임이라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지요. 이 게임은 시장이 여러 번 선택된 덕분에 꽤 짧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협상 게임의 특성 때문인지 이 날 돌아간 게임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을 차지하더군요.

제 제노아는 구매하고 한 번 밖에 안 돌아간 게임이라, 보드가 완전히 펴지지 않았는데, 펑그리얌님이 무리한 방식으로 펼치시다가 그만, 쩌억~. 크흑~ 게임 내내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흑흑~ 앞으로 펑그리얌님이 보드를 만지시거든 긴장들 하세요. ㅡㅜ

이 게임을 처음 해보신다는 펑그리얌님은 게임 내내 자신은 알거지라며 한탄하시더니, 대형 주문 3건과 로또 복권 5장이 줄줄이 맞닿게 만듦으로써 1등을 하셨답니다. 전심님도 로또로 전략방향을 선회하시더니 무려 6장을 맞닿게 만드셨다지요. 두 분의 로또 전략 때문에 보통 때는 거의 분뇨값인 빌라 액션이 초반부터 불꽃이 튀었습니다.

이 게임은 제가 규칙서를 보고 익히지 않고, 다른 모임에서 배웠던 게임이라, 이후에 다시 규칙서를 보지 않았었는데 몇 가지 오류가 있었더군요. 전심님 덕분에 많은 오류를 잡았고, 특히 시장에서의 자유 협상 때문에, 게임의 재미를 더 늘일 수 있었네요.

다소 피곤하고 지친 상태에서 진행된 협상게임이라, 지금까지 해왔던 제노아와는 달리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나름대로 독특한 전략을 구사하신 분들 덕분에 게임의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8. 비잔티움

시간은 어느덧 6시를 향해갔지만, 펑그리얌님이 설명을 해주시겠다고 하셔서, 비잔티움을 꺼냈습니다. 크으~ 마틴 월러스의 게임을 많이 접한 것은 아니지만, 역시 간단한 규칙을 복잡하게 설명하게 만드는 재주는 탁월하더군요. 펑그리얌님이 멋지게 설명하셨음에도 불구하고, 1라운드를 돌려보기 전까지는 제대로 규칙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1라운드 돌아가니까, 감이 오더군요.

다시 멀리 운전해서 귀가하셔야 하는 펑그리얌님은 약 30분 여의 설명을 마치고 귀가하셨습니다. 저와 Twinkrystal은 졸려서 더 이상 게임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지만, 전심님의 권유로 몇 라운드 돌려보았습니다. 진행에는 크게 무리가 없더군요. 다만, 펑그리얌님이 불가리안 군대 때문에 게임이 어이없이 끝나게 될 수도 있다며, 걱정을 하신 부분은 직접 해보니 그다지 무리가 갈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콘스탄티노플의 특수 능력 덕분에, 불가리아 군이 비잔틴 제국을 멸망시키기는 꽤나 어렵겠더군요. 한 단계에 2회의 공격이 전부이고, 병력 상한선이 제한되어 있는(그래도 초반에는 꽤 많아 보이지만) 불가리안 군대로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내분이나, 이슬람군대의 공격으로 콘스탄티노플의 방어력이 현저하게 감소하지 않으면, 콘스탄티노플의 특수능력 때문에 어렵겠더군요.

또한 한 참가자가 한 쪽 진영을 담당하는 일반적인 전쟁게임과는 달리, 모든 진영을 골고루 관리해줘야 하는 게임의 독특한 시스템 덕분에, 종료조건 가운데, 3단계 종료가 가장 일반적일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이슬람 진영으로 마구 달리게 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참가자가 동조하지 않으면, 앞서 말한 콘스탄티노플의 특수 능력 때문에 비잔틴 제국의 멸망으로 인한 게임 종료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시험 삼아, 불가리안을 비롯해서 이슬람 세력으로 줄창 내달렸거든요. 사실은 졸려서 게임을 조기종료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만, 결과적으로, 한 쪽 세력의 독주로 게임을 종료시키기는 어렵습니다. 만일 이슬람 세력으로 줄창 내달렸는데, 조기종료가 안된다면, 두 세력의 점수차 때문에 그 사람은 큰 손해를 보게 되겠지요.

피곤하고 졸려서 게임은 중도에 접었지만, 이후에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역시 잘 만들어진 게임 같습니다. 승산이 있는 전략들은 나름대로의 파해법이 존재하게 구성되어 있으니까요. 말이 길어졌지만, 이 게임에 대한 자세한 후기는 언젠가 제대로 돌린 이후로 미루어야겠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표현대로라면, 빛의 장막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 아침 7시 즈음에 모임을 마치고 모두 귀가하셨습니다. 베테랑들과 함께 알차게 게임했던,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즐거움이 너무 좋아서 몇 자 남기려다보니, 후기가 너무 길어졌네요.(공백 포함 14000여 자가 넘음) 졸필임에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함께 참여하셨던 전심님과 펑그리얌님도 각자의 블로그에 후기를 남기셨더군요. 참고하세요~.

전심님의 후기

펑그리얌님의 후기

마지막으로 Funkenschlag 구성물로 돌린 프랑스맵 2인 게임 사진 한 컷~

Funkenschlag은 크레용을 이용하기 때문에, 집을 표현하는 구성물이 없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

명희 제자들이 우리 집을 방문했다. 본래 5명이 찾아올 계획이었지만, 계획된 인원 가운데서는 2명만, 그리고 당일 오전에 급조한 1명을 포함해서 총 3명이 방문을 했다.

예비 고1들인 여학생들인데, 아주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던 여학생에 대한 환상을 여지없이 깨버린 그들의 먹성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1시부터 시작한 점심식사는 2시 40분 정도가 되어서야 끝이 났는데, 피자 2판에 각자 컵라면 하나씩... 나와 아내가 피자 3조각을 먹은 게 전부였으니, 피자 13조각과 컵라면 3개를 3명의 여중생들이 먹어치운 것이다. 그것도 한 끼에...

모임 구상 단계에서부터 가게에서 엄청난 양의 간식거리를 사둔 아내의 선견지명. 그리고 명언

"애들은 뭘 많이 먹여야 해!"

식사가 끝난 3시 경부터 본격적으로 게임 모임을 가졌다. 몇몇 아이들은 보드게임카페의 경험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제대로 머리를 쓰는 게임들에 대한 경험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p.s. 4가지 게임의 인기투표를 실시한 결과 1등은 우봉고, 2등은 I'm the Boss, 3등과 4등은 각각 T2R과 루미큐브가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