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전에 한글화시킨 게임이지만, 그 동안 제대로 세상구경을 못했던 수도원의 미스터리를 돌렸습니다. 최대 6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인데, 첫 게임은 5인으로 돌아갔네요. 추리게임으로 꽤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게임이라는데, 이 날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참가자들을 울고 웃겼습니다.
게임은 수도원의 예배당에서 시작됩니다. 전날 살해 사건의 범인을 잡는 것이 목적이지요. 용의자는 모두 24명.직책, 교파, 후드, 수염, 몸매 등 다섯 가지 특징을 가려내면서 범인이 아닌 사람을 지워나가면 됩니다. 용의자 카드 24장 가운데 단 한장만 게임판 아래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게임 내에서 사용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는 clue와 비슷한 시스템이지만, 각종 이벤트 카드와 질문의 상호작용이 꽤 크기 때문에 게임 내내 흥미진진 했습니다. 특히 파이두티 특유의 코믹함이 녹아있는 이벤트에서는 모두가 폭소를 자아냈지요.
[비형 스라블님의 추리 시트지]
전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용의자 카드를 많이 확보하거나, 용의자 카드를 일부러 적게 가지고 있음으로 해서, 도서관 같은 곳을 노리는 것이지요. 제 경우는 전자에 해당했습니다. 게임 내내 최다 용의자 카드 보유자였으니까요. 반면에 게임 시작하자마자 여기저기로부터 카드를 빼앗겼던 윤 팀장님의 경우는 후자에 해당되겠지요.
저는 처음에 받았던 카드 가운데 2장을 비교적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용의자 카드를 많이 확보했기 때문에, 예배당에서 미사드릴 때마다 많은 카드를 옆 사람에게 돌려야 할 때도 그 카드들은 꼭 쥐고 있을 수 있었지요. 덕분에 제 손에서 나간 적이 없었던 용의자들은 다른 사람의 추리 시트지에 유력한 용의자로 찍혀 있었습니다. 이것이 이 날의 폭소탄의 빌미가 되었지요.
[제 연인(Twinkrystal)의 추리 시트지]
게임이 진행되면서 추리 시트지의 용의자들 옆에 하나씩 X표가 그려졌습니다. 자신의 손에 들어왔었던 용의자 카드에 의해 체크가 된 것도 있지만, 참가자들이 주고받는 질문에 의해 체크된 것들도 있었지요. 여담이지만, 이 날 게임은 모든 게이머들의 소망이라 할 수 있는 고품격 게임이었습니다. 칼라 시트지를 그대로 사용했거든요. 크하하~
[윤팀장님의 추리 시트지]
점차 용의자들을 줄여나가다 어느덧 한 명의 용의자가 가려졌을 때, 저는 참가자들에게 선언을 했습니다. 나는 범인을 맞췄노라고. 잠시 후 고발장소로 가서 게임을 끝내겠노라고.
이미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최후 용의자를 2~3명으로 압축시켜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제 선언에 모두들 조바심이 났지요. 그리고 다들 1/2~1/3의 확률에 모든 것을 걸기 위해 고발장소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본인의 추리 시트지]
아쉽게도 보더님이 저보다 한 발 앞서 고발장소에 들어섰습니다. 모두들 반쯤은 체념한 상태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대감을 가지고들 있었습니다. 어쨌든 저를 제외하면 모두 1/2 또는 1/3의 확률이었으니까요.
“범인은…”
(모두들) ‘꿀꺽~’
“XXX입니다!”
순간 다른 모든 참가자들의 얼굴이 환해집니다. 이윽고 터져나오는 웃음 소리.
“와핫핫핫~!”
어리둥절해 하는 보더님을 향해 모두들 마음껏 비웃고 있을 때, 저는 제 손에 든 XXX 용의자 카드를 스윽~ 보여줬습니다. 그제서야 멋적은 표정을 짓지만, 이미 무고한 형제를 고발한 뒤였으니, 그에겐 참회만이 있을 뿐. 예배당으로 가서 팍~ 고꾸라져서 참회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보더님의 추리 시트지]
경쟁자의 실패로 게임을 끝낼 찬스를 얻게 된 저는 의기양양하게 고발장소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범인은…”
(모두들 낙담한 표정이 역력. 하긴 저는 용의자를 1명으로 줄였다고 선언을 한 상태였으니…)
“Basil입니다.”
순간, 다른 참가자들은 조금 전과 같은 반응을 보이며 뒤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보더님의 손에서 나오는 [Basil]카드….
본인 또한 예배당에 엎드려 똑같은 포즈로 참회기도를 드려야만 했지요.
‘이럴 리가 없는데? 모두 표시하고 하나만 표시되지 않은 녀석이 바로 Basil인데! 어떻게 된 일이지?’
그러나, 이는 보더님과 본인에게 그치지 않고, 다른 참가자들도 모두 무고한 동료들을 고발하는 연쇄 고발 사태로 이어집니다. 물론 모든 고발이 허사로 돌아갈 때마다 다른 참가자들의 폭소와 비웃음은 계속되면서 말이지요.
게임 제목처럼 정말로 미궁에 빠져버린 사건. 이후로도 계속 무고한 형제들에 대한 고발은 이어졌고, 무려 7명이나 고발당하게 됩니다. 물론 그 때마다 폭소탄이 터졌고, 차례차례 예배당에 모여서 엎드렸습니다.
결국 최초 고발로부터 무려 한 시간 뒤에야 제 연인에 의해 진범이 밝혀졌습니다. 모두들 게임이 끝나고 나서 난상토론을 벌입니다. 도대체 이 미스터리의 원인이 뭔지 알아야 하니까요. 한참을 토론한 후에 결론이 나왔습니다. 게임 도중 주고받는 질문에 오류가 있었는데, 그 때 모두의 추리 시트지에 진범인 Charles는 X표가 그려진 것이었지요.
결국 후반부에 달해서는 모두가 “Seeing is believing!”을 외치며, 자기가 본 것만 다시 X표를 그리기 시작했지요. 그것으로 모자라서 2~3번씩 확인하는 바람에 모두의 시트지는 걸레가 되어버렸고, 급기야…
“아악~! 나는 내 눈도 못 믿겠어. Seeing is NOT believing. 난 환상을 보고 있나봐~!”
…를 외치는 사람도 나왔죠. (누구냐고요? 쩝~ 접니다. -_-;)
[추리 및 고발, 최종 점수 기록지]
어쨌든 예상치 못했던 에피소드 덕분에 거의 3시간여 동안 쉴 새 없이 웃을 수 있었던 게임입니다. 기회가 되면 또 해보고 싶더군요.
함께 게임에 동참해주신 윤팀장님, 보더님, 비형 스라블님과 제 연인(Twinkrystal)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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