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년 들어 일기를 매일 쓰려고 했지만, 그것도 보통의 노력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특히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 같을 요즘의 나날 속에서 매일의 기록을 남긴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2. 방학이라 한가한 아내가 요즘 재미를 붙이고 있는 일은 두 가지이다. 미국 드라마를 보는 것하고, 중국사를 읽는 것이다. 미국 드라마는 방학이 아닐 때에도 아내의 큰 취미생활이었고, 중국사는 십팔사략과 초한지로 시작한 그 재미를 이어가는 것 같다. 본인이 이야기 중국사를 산 게 중고교 시절인지라, 꽤 오래된 판본인데, 얼마전 그걸 잡고 읽기 시작하더니, 재미를 붙이고는, 학교에서 나머지를 모두 빌려왔다. 뭔가에 흥미를 가지고 집중할 때 무서운 추진력을 보이는 아내가 일견 부럽워 보인다. 하루하루 의욕을 잃어가는 나에겐 너무나 큰 부러움의 대상이다.
3. 아내가 가끔 심심하다고 느끼면, 아그리콜라를 종종 하자고 말한다. 한 게임만 이렇게 자주 돌리는 건 보드게임 입문 직후를 제외하면 매우 드문 일인데, 한동안 아내가 함께 게임하자고 한 적이 없다보니 이렇게 게임하자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이다.
4. 보드게임을 입문하게 된 계기가 연애하던 시절, 지금의 아내와 함께 하기 위한 취미를 찾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었는데, 자꾸만 2인 3각이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더 들어가고 싶은데, 아내는 머뭇거리거나 오히려 뒷걸음질을 하려하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나 지고는 못사는 강한 승부욕을 가진 아내에게 있어, 패배는 결정적으로 흥미를 반감시킨다. 본인 역시 승부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에서 지고도 게임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를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아내는 패배가 반복되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그렇다고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스스로 규칙서를 들고 연구하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보니, 직접 규칙서를 들고 연구를 하는 아지트 멤버들과의 대결에서 열세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
게다가 이젠 눈높이가 올라가버려서, 아지트 멤버가 아닌 다른 게이머들과의 게임은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건 본인도 마찬가지라서, 1등을 자주할 수 있는 멤버들보다, 게임 그 자체를 너무나 즐겁게 만들어주는 지금의 아지트 멤버들이 훨씬 소중하다. 어쨌든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점차 아내는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고 있어서, 이젠 나에게 가장 소중한 취미생활로 자리매김한 보드게임인데, 종종 집안 갈등의 요소가 되곤 한다. 안타깝다.
5. 어쨌든 지금 아그리콜라로라도 다시금 보드게임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 아내에게 일말의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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