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점심식사를 하러 광주-성남 경계점에 있는 칼국수 집을 찾았다. 최근에 찾은 맛집으로 만두 맛이 일품이라 아내와 종종 찾아가는 편인다. 만두가 일전에 장모님이 빚어주신 만두와 비슷한 맛이라, 아내도 마음에 들어한다.

386 지방도를 통해 귀가하다가 문득 아내가 이런 말을 했다.

"장지 사거리 근방에 저게 사당처럼 보이는데, 왜 저렇게 문을 항상 잠궈둘까?"

뚜렷하게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서 얼버무렸지만,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의문이 꼬리를 물고 머리 속을 메운다.

금지하는 것 외엔 모두 허용하는 사회와 허용하는 것 외엔 모두 금지하는 사회.

일견 비슷해보이지만, 저 둘 사이에는 엄청난 간격이 있다. 예측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후자는 전자에 비해 예측 가능성이 훨씬 높다. 따라서, 관리자의 입장에선 후자를 선호하게 된다.

하지만, 얄궂게도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지는 않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그러한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전자에 비해, 후자는 너무나 무기력해보인다.

전형적인 후자에 속하는 한국. 그리고 차근차근 다가오는 재앙의 그림자들. 위기가 닥치면, 대안 마련보다 당장의 비난을 면할 변명거리부터 찾고, 말도 안되는 논리로 마구 우겨대다보면 책임을 면하게 되는 우리 사회.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관리형 닫힌 사회. 21세기 한국의 현실은 역사의 교훈 따위는 조작된 경제 논리 앞에 무참하게 짓밟혀버린다. 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