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 아내의 비자 인터뷰 일정을 잡았다. 설 연휴 전에 하려다보니 월-화 양일간 밖에 시간이 없었지만, 마침 비자 신청에 있어 그다지 붐비는 시기가 아니다보니 쉽게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오후 2:30분에 일정을 잡아두었지만, 이런 일이 있으면 항상 긴장하며 서두르는 아내 덕분에 11시도 못되어서 집을 나서야만 했다.

대부분의 서류들은 인터넷과 모사전송을 통해서 받아놓은 상태지만, 2007년도 소득금액증명만큼은 인터넷으로 발급이 불가능했다. 3~4월이 되어야만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대사관 가는 길에 세무서를 들러서 발급이 가능한가 알아보려고 했는데 일이 좀 꼬였다. 우선 내가 알고 있던 장소가 광주세무서가 아니고 광주시 법원/등기소였다는 점. (광주에는 세무서도 없다고 한다. 흠~) 그래서 마침 미국 대사관 옆에 바로 국세청이 있으니, 그곳에서 발급받으면 되겠다 싶어서 그곳으로 향했지만, 그곳은 조사업무만 할 뿐, 민원 서류는 지방세무서를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종로 세무서에 문의해야만 했고, 오프라인 역시 2007년도 소득금액증명서류는 발급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었다.

날은 너무나 춥고, 차는 신촌에 세워놓고 대중교통을 통해서 오는 길인데다, 이리저리 꼬인 일로 길어진 동선 때문에, 나와 아내 모두 피로함을 느꼈다. 결국 서류 보강이 불가능함을 깨닫고 다시 미국대사관으로 들어갔다.

미국대사관은 여권소지자만 출입이 가능했다. 그 때문에 대사관 앞에서 생이별(?)을 해야 하는 커플들이 꽤 있었다. 다행히 아내의 선견지명으로 나 역시 여권을 가져왔기 때문에, 대사관 안까지 함께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금요일에 촬영했던 비자 신청 사진의 사이즈가 맞지 않는 것! 세상에 사진사가 그런 상식도 모르고 있었다니, 적어도 자기 밥벌이에 관계된 전문 지식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결국 또 우여곡절 끝에 대사관 3층에서 즉석 사진을 찍어가지고 왔다. 서류 접수도 길었고, 인터뷰 대기시간도 길었다. 인터뷰 담당자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에 아내가 좀 긴장하는 듯 했지만, 옆에 통역관이 대부분의 내용을 통역해주고 있었고, 관광비자 인터뷰였던 지라 은근히 싱겁게 끝나버렸다. 오히려 아내는 인터뷰 불합격된 거 아니냐고 걱정할 정도. 하긴 이미 비자를 가지고 있던 나도 변변한 인터뷰 기억은 없으니, 뭐라 해줄 말은 없었다. 그래도 결격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니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느긋하게 기다리는 일 뿐.

너무 춥고 피곤해서 신촌까지 택시를 이용했다. 택시비 꽤나 살벌하다. 언제부터인지, 택시는 귀족들이나 타고 다니는 교통수단이 된 것 같다.

아내는 신촌에 오면 마음이 편한 모양이다. 아무래도 오랜 서울 생활의 출발점이었으니 그럴만도 하겠지만, 정작 모교보다는 인근 옷가게가 더 끌리나보다. 도저히 아내의 쇼핑까지 따라다닐 체력은 못되는지라, 던킨 도너츠에서 도너츠 몇 개와 핫초코로 혼자 버티기로 했다. 여대 앞인지라, 죄다 여자들, 또는 연인들이었고, 남자 혼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나뿐이었지만... 뭐 언제 그런 거 신경쓰며 살아온 것도 아니고...

짬나는 김에 육사 선배들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편집부 선배들은 올해 위탁교육을 받는다고 했다. 인철 선배는 몽골로, 기쁨 선배는 서강대로... 내 기억이 맞다면 내년 또는 내후년이면 소령 진급을 하게 될 선배들인데, 이제 위관을 마치고 영관을 앞둔 선배들과 내 모습이 비교가 된다. 이런 건 정말 안하고 싶었는데... 거의 10년째 정체된 내 모습을 보면 좀 위축되는 건 사실이다.

아내가 청바지 하나를 전리품으로 챙겨들고 돌아왔다. 피곤한 서울 나들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앞뒤 안 가리고 둘 모두 뻗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