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겨울방학도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 되었지만, 변변한 여행 한 번 가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서, 결국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2주 전부터 벼르고 별러서 간 것이었는데, 결국 다른 동행인은 만들지 못했고, 우리 둘만의 여행이 되었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아내를 만난 이후로 부모님을 모신 가족여행 외엔 모두 우리 둘만의 여행이었다. 역시 결혼하게 되면 그렇게 되는 걸까?
애초 예정지는 백암온천이었으나, 교통의 불편함으로 인해 자동차를 몰고 가야 했는데, 편도 4시간 여가 걸리는 거리인지라, 단양으로 행선지를 바꾸었다.
단양8경으로 유명한 단양은 겨울을 제외한 다른 계절에는 볼 거리가 많아서 사람들이 꽤 붐빈다고 했다. 겨울은 상대적으로 찾는 사람이 적어서 그런지, 꽤 고급 콘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머무를 수 있었다. 우리 두 부부가 1박 하는 비용이, 조식과 수중테마파크 이용 비용을 포함해서 86,000원이었으니 평소 정가대로라면 상상하기 힘든 가격이다.
숙소는 콘도 내에서도 꽤나 전망이 좋은 13층이었다. 마침 우리가 오기 얼마전에 눈이 내렸는지, 창밖에서 바라본 설경이 제법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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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을 풀고, 우선 아쿠아월드로 향했다. 식사를 막 하고 출발을 한 데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간식을 좀 먹은지라, 식사는 생략했다.
아쿠아 월드는 아산 스파비스나 캐리비언베이 실내풀과 비슷한 구조의 수중 테마 파크인데, 노천탕도 갖추고 있어서 꽤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다. 사실 머리가 뜨거운 상태로 오래 있는 게 꽤나 힘들어서리, 사우나 같은 곳에도 오래 있지 않는다. 중간중간 찬물로 샤워를 해줘서 머리를 식혀주지 않는 한.
사람들은 많지 않아서 오히려 한산함 마저 느낄 수 있었다. 중간중간 월풀과 같은 특수 장치들을 곳곳에 해두었기 때문에 오랜시간 있어도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나도 아내도 역시 누군가와 함께 왔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꼈다.
3~4시간 여동안 아쿠아월드에서 시간을 보내고, 콘도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어지간한 특급 호텔에 버금가는 시설들이 많았고, 상당한 규모의 연회장도 여럿 갖추고 있었다. 개인이 회원으로 가지고 있기에는 부담되는 게 콘도지만, 중급 이상의 업체라면 이런 콘도 하나 정도 가지고 있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하에 슈퍼마켓에서 저녁거리를 좀 구매했다. 쌀과 김치 등은 집에서 가져왔지만, 역시 밖에 나와서는 색다른 게 먹고 싶은 법. 하지만, 음주가무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우리 부부에게 콘도의 지하 슈퍼마켓은 큰 선택의 폭을 제공하진 않았다. 가장 큰 부스를 차지하고 있는 게 술과 안주거리라니...
재미있는 것은 보드게임 부스였다. 화투와 카드 등과 더불어 보드게임도 제법 큰 규모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고, 종류와 수준 역시 상당한 정도였다. 이런 슈퍼마켓 등에서 내가 흥미를 가질만한 게임을 찾을 수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드게임이 있으면 항상 눈길부터 간다.
고민끝에 냉동 부대찌개를 선택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는 냉장고와 인탁션레인지 등 취사에 관한 전반적인 기기들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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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준비를 마치고 식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다보니, 아내가 먼저 M.T.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사실 우리가 묵은 방은 기본 5인 최대 7인이 묵을 수 있는 숙소이며, 5인까지는 추가 비용없이 묵을 수 있는 곳이다보니, M.T.로도 제격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테이블만 주어지면 얼마든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보드게임 멤버들과의 M.T.는 제법 솔깃한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숙소의 욕실
욕실도 완비되어 있었고, 침실이 두 곳이라 여럿이 묵어도 괜찮았다.
침실 1
침실 2, 이곳에는 침대가 있다.
침실 1은 사용을 안했고, 침대는 있었지만, 따뜻한 온돌이 좋아서 이불을 깔고 바닥에서 잤다. 5명이 사용할 공간을 우리 두 사람만 사용하려니 한참 여유가 있었다.
아내와 저녁시간을 보내기 위해 2인용 게임을 몇 가지 가져왔지만, 이것도 여행이라고 좀 피곤했는지, 조금 이야기를 하다가 금방 잠들어버리는 바람에 하나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