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마친 아그리콜라 한글화에 힘입어, 아내와 2인 게임으로 연거푸 2회 게임을 진행했다.
아내도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게임이었고, 일요일에 했던 게임의 느낌도 나쁘지 않았던지라, 흔쾌히 응해주었다.
-1차전-
일요일엔 직업과 시설 카드들을 I덱으로 진행했었으므로, 이번에는 K덱으로 진행해보기로 했다.
종료시점, 아내의 토지 현황.
K덱의 카드가 원래 그런지, 아니면 내게 들어온 카드들이 그런 건지는 몰라도, 적어도 시설들은 그다지 효용성이 없는 카드들이 많았다.
종료시점, 내가 사용한 직업들과 시설들
제재소(앗! 그러고보니 카드에 오기!)는 대형시설 가운데 탁자 제작소가 있어야 설치가 가능하고, 책꽂이는 직업을 3개 이상 놓은 상태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약초 정원은 야채 농장이 1개 이상 있어야 한다.
이렇게 소형시설을 놓는 것조차 까다롭다 보니, 그 효과가 아무리 커도 게임 내내 상당한 정도의 압박갑으로 작용했다. 또한, 석재 교환상은 목재 또는 진흙 2개를 같은 개수의 석재로 바꿔주는 기능인데, 그다지 유용하지도 않았다. 사실 석재보다는 목재가 항상 부족했었으니까.
직업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특히 목공예사의 경우, 목재가 들어가는 행동에서 목재를 라운드 당 1개씩 절약하게 해주는데, 목재가 게임 내내 부족했던 내게 꽤 유용했다.
소형시설을 놓는 행동을 할 때, 대형 시설을 놓게 해주거나, 대형 시설을 놓는 행동을 할 때, 소형 시설을 2개 놓게 해주는 방문판매업자는, 손에 들어온 소형 시설 카드들이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했기 때문에, 그다지 큰 효과를 본 건 아니었지만, 자원을 때때로 더 가져올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자원판매상은, 나름 쏠쏠한 직업이었다.
게임 종료 시 내 토지의 상황. 가축을 잘 키운 것도, 농사를 잘 지은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
사진으로도 아 수 있지만, 집 전체에 한 마리만 키울 수 있는 가축을, 방마다 한 마리씩 키울 수 있게 만들어주는, 가축 조련사는 사실 한번도 써먹지 못했다. 그렇게 많은 가축을 가져보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저 축사들은 행여 울타리를 지을 것을 염두에 두고 놓은 것이지만, 결국 빈 칸 제거 이외의 기능은 없었다.
종료 시점, 아내의 토지 상황
아내의 경우, 농사를 지을 수 밖에 없는 카드들이 주로 손에 들어왔던 모양이다. 실제로 아내의 토지엔 농장이 6개나 된다. 마음에 안 들었으면, 빗자루로 죄다 쓸어버리고 새로이 카드들을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빗자루를 받은 건 게임 후반에 이르러서였다. 결국 초기에 들어온 카드에 따라 전략을 세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 같다.
나무를 3그루나 심어서, 수확 때 목재를 쏠쏠하게 거둘 수 있었을 것 같은, 삼림노동자는 사실 몇 번 재미를 보지 못한 것 같다. 목재가 많았다면, 저렇게 앙증맞은 울타리를 치지 않았겠지.
아내가 사용한 카드들
결국 고만고만한 점수를 둘 다 거두었지만, 승점에 관한 카드와 보너스 점수 획득에 주력한 덕분에 첫 게임은 내가 이길 수 있었다.
최종 결과
-2차전-
두 번째 게임은 E덱으로 진행했다. 3가지 덱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는 카드들이 많이 들어있는지 몰라도, 아내와 내가 모두 최고 점수를 획득했다.
2차전 종료시점
본인의 경우, 진정한 농부의 꿈을 실현시킨 케이스라 하겠다. 토지를 한 칸도 남김없이 모두 활용했으며, 경작지 6면, 목장이 4개였고, 집도 방 4칸짜리 돌집 고급 주택을 만들었다. 곡물도 풍성했고, 야채도 적절하게 있었다. 맷돼지를 제외하고, 소와 양까지 풍족하게 기른 결과 46점이라는 고득점을 거둘 수 있었다.
본인의 토지. 꽉꽉 채운 종료 시점의 모습.
한편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바로 E덱의 카드들이었다. 우선 옥수수 국자를 통해 곡물을 충분히 획득하고, 버섯채집자를 통해 게임 초반 가족 부양을 할 수 있었다. 제빵사는 별도의 빵굽기 행동을 하지 않고도 수확 때 빵을 구울 수 있게 해주었고, 간이 화덕과 맷돌은, 그러한 추가 빵굽기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화덕은 곡물을 2개의 음식으로 바꾸어주었고, 맷돌은 빵굽기를 1회 할 때마다 2개씩의 음식을 추가로 주었다.)
가장 핵심은 역시 쟁기몰이꾼이었다. 돌집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 매 라운드를 시작할 때마다, 1개의 음식만 지불하고 농장을 경작할 수 있게 해주는 직업인데, 수선공이라는 직업 덕분에 비교적 빠르게 돌집으로 올릴 수 있었다. (집 개조 시 비용 절감) 이로 인해 8라운드 정도에 돌집으로 개조를 마친 본인은 이후 라운드를 시작할 때 모두 농장을 받음으로써, 토지를 꽉꽉 채울 수 있었다. 별도의 행동을 차지하는 농장 경작인데, 이를 추가 행동으로 할 수 있다는 게 큰 도움이 되었다.
본인의 직업 및 시설.
얼핏 이런 카드 구성이라면 카드 운에 의해 게임의 균형이 흐트러질 수 있겠다는 우려를 가질 수 있지만, 상대도 마찬가지의 E덱으로 게임을 진행하기 때문에, 절묘하게 균형을 맞추게 된다. 역시 카드게임의 귀재인 Uwe Rosenburg답게, 카드 상호간의 균형에 매우 신경을 쓴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종료시점, 아내의 토지. 여긴 축산업에 생업을 내건 모습이다.
아내의 경우, 농경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오직 축산에만 집중을 했다. 휴경지는 2면을 남겼지만, 덕분에 대규모 목장을 토지에 건설하여 많은 가축들을 기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점수 면에서 도저히 상대가 되지 못할 듯 한데, 아내 역시 고득점을 거둘 수 있었으니, 바로 카드의 조합이다.
아내의 직업 및 시설 카드
본인의 카드는 농경에 도움을 주는 카드들이었기 때문에, 카드가 직접 주는 점수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촌장과 촌장의 딸 카드는 돌집에 대해 무지막지한 추가 점수를 퍼부어주는 카드들. 이걸로만 7점의 점수를 끌어갔으니 놀라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또한 버터제조기를 통해, 소나 양을 도축하지 않고도 음식을 만들 수 있었고, 울타리를 지을 때 3개씩 더 짓게 해주는 울타리 파수꾼을 통해, 울타리도 쉽게 지을 수 있었으니, 딱 축산업자를 위한 카드들인지라. 게다가 사유림으로 추가 목재들을 얻게 해주었으니, 게임 초반 적절하게 먹여살릴 수만 있다면, 중반 이후 대규모 목장의 이점을 충분히 누릴 수 있었으리라.
2차전 최종 점수 결과
그 결과 토지 운영에서는 결코 게임이 될 수 없었을 것 같았던 아내의 점수는 본인과 불과 3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고득점. 역시 E덱은 잘만 활용하면 충분히 고득점을 유도할 수 있는 고효율의 카드가 많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 날 게임에서 중요한 오류가 있었는데, 바로 가축의 수용능력이다. 집과 축사에는 1마리, 울타리가 쳐진 목장에는 1면 당 2마리, 목장 내 축사가 있으면 1면 당 4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데, 이날 게임에서는 축사가 없는 목장의 경우 1면 당 1마리, 축사가 있으면 1면 당 2마리로 제한한 것이다. 이 오류에 피해를 본 것은 축산업에 집중한 아내. 아내는 수용능력의 한계 때문에 불필요하게 가축들을 도축했어야만 했고, 이로 인해 해당 가축의 번식에도 제한을 계속 받게 되었다. 이로 인해 손해를 본 점수가 대략 4점 가량되었으니, 오류를 보정한 게임의 최종 점수는 46대 47점으로 역전이 되고 만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아내는 무척이나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껄껄 웃었다고 한다.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