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즐겨했던 C&C는, 시대를 풍미한 PC게임들 가운데 단연 첫 손으로 꼽는 수작이다. 지금이야 C&C라고 하면 GMT의 Command & Colors라는 보드게임을 떠올리지만, 당시만 해도 C&C는 누구에게 물어도 Command & Conquer라고 답할 정도로 대표성을 지닌 게임이었다. 이후 워크래프트를 거쳐 스타크래프트라는 희대의 걸작을 낳는 RTS(Real-time Strategy-실시간 전략 게임) 장르의 기반을 닦은 게임이기도 하다.

이 장르의 게임들은 일정한 정도의 테크트리를 타는 것이 묘미이다. 제한된 시간과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분별하게 유닛과 기술향상을 시켜서는 안된다. 자신이 주력할 부분을 한정하고, 그 부분의 테크를 하나하나 밟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테크트리 유형의 게임으로는 시드 마이어의 문명을 빼놓을 수 없다. 기술 개발 시, 고급 기술들은 하위 기술들이 충족되어야만 개발할 수 있게 되어있는 전형적인 테크트리 게임이다. 아예 게임을 구매하면, 테크트리 요약도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테크트리가 PC게임에서만 존재할까? 그럴리 없다. 대표적인 테크트리 보드게임으로는, 시드마이어의 문명의 모델이 되었다고 하는, 프랜시스 트레샴의 문명이 존재한다.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 역시 PC게임을 보드게임으로 이식한 바 있으므로, 해당 게임에서도 테크트리를 타는 재미가 존재한다.

지금은 구할 수 없는 게임이지만, ASSA Games가 2005년에 출시한 Conquest of the Fallen Lands 역시 매우 유쾌한 테크트리 게임이다.

위에서 언급한 게임들은 테크트리 게임이라는 점 말고도 또 다른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땅따먹기라는 지형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이들 게임에서 테크트리를 타는 이유는, 더 넓은 영토를 차지하여 더 큰 권력(혹은 승점)을 얻는 것과 관계가 있다. 이렇게 지형적 정보를 제공하는 게임들은 PC게임이건, 보드게임이건 시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특히 보드게임의 경우 넓은 탁자에 게임판을 펼쳐야 한다는 문제 아닌 문제점까지 가지고 있다.

이들 게임에서 영토경쟁의 요소를 빼서 시간과 공간을 다이어트하고, 테크트리의 재미만을 추구한 게임은 없을까?

있다.

바로 스플랜더 Splendor (2014)가 그러한 게임이다.

스플랜더는 기본적으로 카드게임이다. 물론 카드를 어느정도 펼쳐놔야 하기 때문에 일정한 공간을 사용하지만, 앞서 언급한 게임들에 비해, 시간과 공간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구성물이라고 해봐야 카드와 칩이 전부이므로, 휴대성 역시 발군이다.

(초기 세팅 사진 1)

게임의 초기 세팅은 사진과 같다. 카드를 단계별로 분류하여 4장씩을 공개해놓는다. 이들 카드 측면에는 획득에 필요한 보석 개수가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상단에는 이들 카드가 가져다주는 효과가 표시되어 있다. 1단계의 카드는 주로 보석만을 제공해주며, 2단계에서는 승점도 제공해주는데, 3단계에서는 더 큰 승점을 제공해준다. 마지막 5인의 인물카드는 아예 승점만 제공해주는 존재들이다.


(초기 세팅 사진 2) - 찬조출연 X자X왕님의 손


게임 내 보석은 총 다섯 종류. 달그락 소리가 경쾌한 양질의 칩이 이들 보석을 나타낸다. (다른 하나는 와일드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보석이다.) 칩으로 제공되는 보석은 일회용이라, 카드 구입시 소비하면 반납하게 된다. 그러나, 카드로 제공되는 보석은 소비되어 사라지지 않는 영구적 재산이므로, 게임 중반 이후에는 칩보다는 주로 카드의 힘으로 다른 카드를 구매하게 된다.

이것이 게임의 핵심 포인트이다. 내가 이전에 어떤 카드를 구매했느냐에 따라, 이후에 구매할 수 있는 카드의 종류가 제한이 되기 때문에 테크트리 성격을 지닌 조합 모으기(Set Collection) 게임이 되는 것이다.

게임 내에서 자신의 차례에 할 수 있는 행동은 1. 칩 가져오기 2. 카드 선점하기, 3. 카드 구매하기 등이 있다.

칩을 가져오는 것은 카드를 구매하기 위함이니까, 이들 행동은 어려울 것이 없다. 그런데 카드 선점하기는 이 게임에서 중요한 상호작용을 야기한다.

게임 참가자들이 어떤 보석을 얼만큼 가지고 있는지의 정보는 모두 공개이다. 그러다보니, 특정 카드를 누가 노리고 있는지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내가 공들여 노리고 있는 카드를 앞에서 채간다면 그것만큼 허무한 일도 없다. 만약 내 조합의 완성이 상대방보다 한 두 턴 정도 늦을 것 같다면, 미리 카드를 선점하는 것도 중요한 행동이다. 다 차려진 상대방의 밥상을 눈 앞에서 송두리째 빼앗아옴으로써, 그의 얼굴이 총천연색으로 변해가는 모습 역시 이 게임이 주는 또 하나의 재미라 하겠다. 물론 참가자의 성향에 따라서는 육두문자와 주먹이 오갈 수도 있으나, 그건 당사자들이 알아서 합의할 일이다.

누군가가 15점을 획득을 하면 해당 라운드를 마치고 게임을 끝낸다. 다득점자가 승자인 것은 불문가지.

스플랜더는, 숙련된 사람들이 할 경우 30분 내외의 짧은 시간과, 적절한 휴대성을 지닌 매우 효율적인 게임이다. 규칙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양질의 칩까지 포함한 가격이, 다이브다이스 선주문 가격으로 4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것 역시 매우 다이어트에 성공한 작품이라 하겠다.

하지만, 재미는 다이어트 하지 않았다. 짧은 시간동안 테크트리를 타는 재미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영토경쟁이라는 부분이 빠져서, 게임 참가자들의 상호작용이 부족할 것 같다면, 그것 역시 기우라고 말하고 싶다. 카드 선점을 통한 상호작용 역시 연약한 유리멘탈의 소유자들에게는 가볍지 않은 스크래치를 남길 수 있으니 말이다.

선주문 가격이 4월 1일부터 상승한다고 하니, 더 늦기 전에 달려가서 주문들 하시라. 클릭! 여건이 되는 사람들은 몇 카피 더 사서, 아직 보드게임의 맛을 느끼지 못한 사람들을 중독시키기 위한 아이템으로 사용하는 것도 추천하는 바이다.

끝으로, 먼 거리까지 달려와서 멋진 게임을 소개시켜준 사X마X님께 감사를 드린다. 그는 또한 게임 참가자 모두 스플랜더의 재미에 푸욱 빠져서 “한 판 더!”를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매정하게 게임을 싸들고 돌아가버린 시크한 남자가 아니겠는가! (진정한 의미의 세일즈맨이기도 하다.)



1997년에 발표되었지만, 아직도 BGG 순위 52위를 (작성일 기준) 기록하고 있는 고전 명작입니다.


원시바다에서 아메바로 살아가는 내용을 그리고 있으며, 과학 교육으로도 훌륭한 게임입니다.

물론, 게임성도 훌륭하고, 익살스러움과 위트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게임카드가 한글화 되어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아니더라도 이 참조표를 한 장씩 가지고 있으면 게임에 큰 도움이 됩니다.



ursuppe_reference_kor_J.B.pdf


7회까지 책임지고 내려갔는데, 5-1이니까, 불펜이 대형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 시즌 마지막 등판은 승리를 가져갈 것 같습니다.


오늘 승리하면 저 숫자를 9로 바꾸게 됩니다. 

홈 경기 연속 승리 기록을 저런 쟁쟁한 투수들을 제치고, 당당하게 차지한 루키의 위엄! 그리고도 현재 진행형!



그것도 저런 초젓가락 타선의 도움을 받으면서... 세상에 타율 .250을 넘는 타자가 어떻게 단 한명일 수가!!!

오늘 마지막 등판에서 7이닝 5피안타 1실점(홈런) 5삼진을 기록하며 투구수 101개, 특히 마지막은 기막힌 커브로 삼진을 잡아내며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그런데, 하이라이트는 마운드보다 타석에서 있었습니다. 오늘 2안타 기록했으며, 그 가운데 하나는, 구장에서 가장 깊숙한 Clevelander 클럽으로 날아가는 홈런이었으니까요. 생애 첫 빅리그 홈런!

그런데, 진귀한 장면은 호세가 홈런치고 홈플레이트로 돌아온 직후에 일어났습니다. 매캔과 약간의 설전이 오갔고, 그 사이 애틀란타의 3루수 존슨이 득달같이 호세를 향해 헐떡이며 달려드는 바람에, Bench Clearing이 일어났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해설진은 아마도 호세가 홈런 치고 난 후 너무 늦게 베이스를 돌아서 (jogging) 그걸로 존슨이 불쾌해 한 것 같다는군요. 

매캔과 호세는 이전 두 타석에서 서로 농담도 주고받으며 호세가 환하게 웃을 정도로 사이가 좋아보였는데, 아마도 해설진 말마따나 매캔이 Peace-making을 하려다가 졸지에 옴팡 뒤집어 쓴 것 같네요.

투구수가 100개를 넘었기 때문에, 호세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에 존슨이 타석에 들어서는 걸 보지 못했는데 아쉽긴 하네요. 100마일 짜리 메시지를 한번 보내줘야 하는데... 흐흐~

이래저래 호세에겐 의미깊은 날인데, 이런 날 초를, 그것도 실력이 아니라 입으로 치려는 놈들이 꼭 있다니까요. 고까우면 실력으로 보여주든지~!



암튼, Rookie of the Year는 거의 확정인 것 같고, Cy Young에서도 2~3위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커쇼가 몇 게임 크게 말아먹어 준다면 ROY와 CYY의 동시 석권이라는 꿈같은 일이 가능할지도...

글쓰는 동안 게임이 끝났네요. 시셱이 9회에 1점을 주면서 최종 점수 5-2로 게임이 끝났습니다. 호세의 시즌 12승 축하!!


보드 위에 그린 세상 4. “Newguman, where are you?”




1. Polarity라는 게임은 독특한 게임이다. 종이물고기에 클립을 끼우고, 막대자석이나 말굽자석으로 낚시대를 만들어 놀던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자석 놀이 게임….

이 게임의 디자이너는 Douglas Seaton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확히는 이 사람이 만든 건 아니다. 이런 게임의 모티브를 제공한 것이 D.Seaton이고, 이 사람에게 이 모티브를 전해 받고, 이를 게임화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다. 그가 이 모티브의 제공자인 Seaton에게, 디자이너의 영예를 전한 것이다.



독특한 게임성에 독특한 배경을 지녔고, 독특하게 생긴 천통에 담긴 독특한 재질의 게임. 그런데, 이 게임의 겉에는 더욱 독특한 문구가 쓰여져 있다.



“Douglas Seaton, where are you?(더글라스 시튼씨, 당신 어디에 있소?)”

그에게서 모티브를 받고 게임을 만들었지만, 이 게임이 세상의 빛을 볼 때에 그는 행방이 묘연한 것이었다. 그를 애타게 찾는 저 문구. 이후에 그가 이 문구를 게임에 삽입함으로써 D.Seaton을 찾았는지 매우 궁금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후의 이야기는 알지 못한다.

2. 이 게임은 개인적으로도 독특한 배경을 지녔다. 그 사람의 골방에서 게임을 전수 받고, 어렵사리 다이브다이스를 통해 공동구매를 추진하여 손에 넣은 게임. 하지만, 이 게임을 전수해준 이는, 2005년 11월의 마지막 만남 이후로 자취를 감추었다. 

서글서글한 인상과 항상 웃음 띤 얼굴로, 익살과 재치로 모든 게임에 재미를 불어넣던 그 사람. 

바로 거만이님이었다.

3. 그전에도 거만이님과의 만남은 그리 자주 있지 않았었다. 일산모임에서 스치듯이 만난 첫 인연은, 첫 배움의 [증기의 시대(Age of steam)]가 너무나 지독하고 골치 아파서 그의 게임에서의 인상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다. 다만, [오스트라콘]에서 보여준 그의 재치와 익살 정도가 큰 웃음을 안겼기에, ‘참 재미있는 사람이다.’라는 느낌만 받았지만, 당시의 모든 사람들이 너무나 재치 있는 언변을 보였기에, 그다지 두드러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좋은 인상으로 시작된 인연이었기에, 두 번째의 만남이 기약되었던 모양이다. 잠실, 당시 페이퍼이야기 본사에서 만난 그는, 특유의 재치와 익살로 좌중을 압도해나갔다. 당시 함께 자리했던 이들이 게임하는 것도 제쳐두고 수다로 서너 시간을 보냈던 기억은 아직도 필자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기연(奇緣)이었던 당시의 만남은, 필자의 보드게임에 소중한 인연이 되어 현재까지도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4. 이후 그를 다시 만난 곳은 그의 자취방이었다. 그와 필자를 포함한 5인방이 그의 자취방에 모여 몇 가지 게임을 돌렸는데, 이른 바 골방 게임 모임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자취방은, 필자가 당시로부터 불과 1년 전에 머무르던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는 점이다. 그로 인해, 그도 필자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된 후,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된 계기가 된 모임이었다.

그 때 느낀 동질감 때문이었을까? 그곳에서 비로소 필자는 그의 진가를 볼 수 있었다. 특유의 느긋한 어조와 빙긋이 웃는 얼굴로 게임들을 소개하는 그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달관자를 연상케 했다. 그가 속한 곳은 빡빡한 일정과, 동료들의 책장 넘기는 소리가 숨통을 죄어오는 경쟁사회. 그 속에서 그러한 달관자의 모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기에 필자는 그의 모습에 절로 감탄을 하게 된다. 필자가, 그에게 그날 처음 소개받았던 [Polarity]에 매료되었던 것도, 그의 달관자같은 설명이 워낙 독특했기 때문이리라.

그의 스타일은 이후의 게임인 [카멜롯에 드리운 그림자(Shadows over Camelot)]에서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 무엇을 해도 여유가 넘치는 그의 플레이스타일은, 설명을 하던 그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면서 마치 신선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로 인해 게임 상에서 배신자가 아니냐 하는 오해를 샀고, 실제로 게임 속에서 고발까지 당해야만 했지만….

5. 이후 본인의 자택으로 초대해서 한 차례 더 만남을 가졌지만, 그는 그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 간간히 다이브다이스에 나타나서 짧은 글을 남겼지만, 여전히 그의 모습을 실제로 볼 수는 없었다. 

여행을 다닌다든지, 어딘가에 취직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들려왔지만, 종적이 묘연한 그의 모습에서, 골방에서 느꼈던 달관자 내지는 신선같은 느낌이 떠올랐다.

어쩌면 구름처럼 세상을 주유하는 그를 찾는 것이 어리석을지도 모르지만, 다시 한번 그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 그만의 방식으로 보드 위에 달관자의 삶을 투영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이렇게 외쳐본다.

“Newguman, where are you?”

p.s. Newguman은 거만이님의 e-mail ID이다.

천일야화(Tales of the Arabian Nights) 후기 - 1. Zumurud의 이야기

(출처: 보드게임 긱

어제 고대하던 천일야화(Tales of the Arabian nights)를 돌렸습니다. 


목표치를 20으로 시작하였으나, 6인 게임이고 첫 게임인데다, 저의 영어 독해능력이 딸려서 게임 진행 속도가 더딘 탓에, 중간에 목표치를 10으로 조정해서 게임을 짧게 줄였습니다.


게임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이야기 점수(SP: Story Point)와 운명 점수(DP: Destiny Point)의 조합을 적절한 목표치로 설정해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 포인트를 획득하고, 다시 이야기의 출발지인 바그다드로 돌아오는 게임입니다.





목표는 매우 단순하지만, 게임까지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돌아다니면서 마주치는 모든 대상(사람이든, 물건이든)에게 어떤 응대(Reaction)을 하느냐에 따라, 마법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니까요.




(우연히 마주치는 상대에 대해 어떤 반응을 하느냐에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의 번호가 달라집니다.)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어제 이루어졌던 몽환적 판타지의 기록을 남겨보고자 합니다.


참가자는 저(Equinox)와 아내(Twinkrystal), 그리고 거만이님과 이날 처음 같이 게임을 했던 세 분을 포함해서 모두 여섯 명입니다. 게임 내내 룰북과 스토리북에 집중하느라, 같이 게임하신 분과 통성명도 못했네요. 이후 서술하는 이야기에서 참가자는 모두 캐릭터의 이름으로 대체하겠습니다.


1. 주무루드(Zumurud)의 이야기



(주무루드의 Custom made figure. 출처: 보드게임 긱)



실제 천일야화에서, 노예 소녀로 태어나, 노예 매매와 유괴, 납치를 당하는 등의 인생의 굴곡을 겪었지만, 영리함과 탁월한 연기력으로 일국의 왕이 되는 인생 역전 드라마의 배경 이야기를 가진 주무루드는, 바그다드에서 이상한 꿈을 꿉니다. 꿈 속에서 그녀는 타나라는 도시를 방문하게 되는데, 거기서 잃어버렸던 먼 친척을 만나,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 앞으로 막대한 유산을 남기고 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게 되지요. 꿈에서 깨어난 그녀는, 꿈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보기 위해 타나를 향해 갑니다. 이게 게임 시작 시 그녀에게 주어진 첫 퀘스트입니다. 타나를 찍고 바그다드로 돌아오면 퀘스트를 완수하게 되고, 막대한 부와 보물을 얻게 되지요. 그녀는 행운(Luck)과 지혜(Wisdom), 그리고 이성을 유혹(Seduction)하는 기술을 재능 수준(Talent level)으로 가지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장착(?) 가능한 스킬 목록


타나는 인도 남단의 도시. 그곳으로 가기 위해 그녀는 바스라와 무스카트를 지나 인도양을 가로질러 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바스라에서 이상한 이발사(Strange Barber)를 만났습니다. 긴 여행으로 머리도 엉망이 되었다 싶어서, 머리 손질을 하려고 흥정(Bargain)을 선택한 그녀, 하지만 그 이발사는 왕수다쟁이였습니다.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그 이발사에 패닉이 되어버린 그녀는, 궁리 끝에 이발사를 떼어놓을 묘책을 떠올렸습니다. 바로 “긴 마법 주문 외우기 대회”에 이발사를 보내버리는 겁니다. 쉴 새 없이 나불대는 이발사를 처리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이발사는 좋다며 그 대회에 참석합니다. 그러나...


이발사는 이 대회에서 자신의 숨겨진 적성을 찾아냅니다. 바로 마법사의 소질이지요. 그는 그 대회에서 우승해버립니다. 그는 대회에서 우승한 후, 자신의 적성을 발견해준 주무루드에게 보은하고자 그녀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계속 나불대기로 결심합니다. 혹 떼려가 더욱 강력한 혹을 붙여버린 주무루드. 그녀는 멘탈붕괴의 상태(Griff Stricken)가 됩니다. 이제 그녀는 마법사가 되어버린 이발사보다 더 강력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SP가 8이상)까지 멘탈 붕괴의 상태가 지속되며, 이 상태에서는 그녀는 자신의 재능 수준 스킬을 전혀 사용할 수 없고, 달인 수준(Master level)의 스킬만이 간신히 재능 수준으로 쓸 수 있습니다.




(Custom painted figure. 출처: 보드게임 긱)


이후 발생하는 이벤트에서 자신의 지혜(Wisdom)이나 행운(Luck) 등의 스킬을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된 그녀는, 폭풍우 속에서 산책하다 홍수에 자신의 재산이 몽땅 떠내려가는 걸 지켜봐야 했고, 골골대는 마법사를 납치해서 뭔가(?) 해보려는 수작을 부리다가, 납치한 마법사가 야반도주하면서 그녀의 짐을 가져가는 상황 등을 맞이하게 됩니다. 부유도(Wealth Level)에서 가난한(Poor) 상태를 도무지 헤어날 수가 없더군요.




(여행 도중 만나는 대상들의 예. 출처: 보드게임 긱)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면 적어도 이야깃거리는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이 시기엔 재미있는 이야기는 곧 돈이 되기도 하지요. 타나에 도착할 즈음엔 SP가 3에 도달했기 때문에, 돈이 좀 생겨서 이제 좀 성큼성큼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유도에서 Respectable이 되면 육로와 해로를 다 합쳐서 4칸씩 이동 가능)


타나에서 자신의 꿈이 사실이라는 걸 확인한 그녀는, 그녀의 아버지가 남겨주었다는 유산을 찾으러 바그다드로 향합니다. 물론 곁에는 쉴 새 없이 나불대는 이발사가 계속 붙어다니는 중이지요.


무스카트 남동쪽 해상에서 잘생긴 왕자를 만난 그녀는, 이발사를 떼어내기 위해 역시 또 흥정(Bargain)을 시도합니다. 그러자 왕자는 흥정의 댓가로 자신의 첫째 아들과의 혼인을 제안합니다. 


결혼? 뭔가 아라비안 나이트에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 전개같지만, 이 멘탈붕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뭔들 못할까 하는 심정으로 이를 받아들입니다. (Married 상태 획득)




(출처: 보드게임 긱)


해상에서 결혼을 했기 때문에, 그 다음에 들어가는 첫번째 도시가 곧 자택이 됩니다. 그리고, 자택을 벗어나서 다른 도시에서 일과를 마치면, 반드시 자택이 있는 도시로 돌아와서(외박은 하루를 넘길 수 없다는 기혼자에게만 적용되는 규칙. 내게 있어 자유는 게임에서조차 남의 이야기란 말인가!), 배우자에게 일과를 보고해야 합니다.(SP +1) 일과를 보고하면 주사위의 결과에 따라 일정한 확률로 자녀를 갖게 되는데(응?) 이 때 어떤 자녀가 태어나느냐에 따라, 운명 점수가 증가하기도 하고(DP+1), 또는 오히려 멘탈 붕괴(Griff Stricken)의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쿨럭!)


그래도 본거지인 바그다드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 신혼집을 차리려고 메카에 둥지를 튼 그녀. 이제 아버지의 유산을 찾기 위해 바그다드 입성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마루프(Ma’aruf)의 승전보를 듣고 이야기를 끝냅니다.


방대한 스토리북과 상황을 보정해주는 주사위, 그리고 아침/점심/저녁에 따라 다른 스토리들이 전개되기 때문에, 이 게임은 몇 번 해봤다고 해도 이전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가 어렵습니다. 매번 다른 이야기로 진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방대한 스토리북의 위용! 출처: 보드게임 긱)

기나긴 겨울밤에 둘러 앉아서 서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걸 좋아하는 사이라면, 아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겠지요. 오늘 밤에도 천일야화(Tales of the Arabian Nights)를 만들어보고 싶어지네요.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도 정리해보려고 했는데, 제 캐릭터만큼 상세한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어제 게임에 참석하셨던 분들이 자신의 캐릭터가 겪은 스토리를 이어서 적어주시리라 믿습니다. 흠흠~